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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현장조사서에 대한 반론인가? 반대급부인가? 진정한 의견인가?- Ⅰ”

화재조사 민원부터 소송, 사실조회, 내부감사, 감사원 감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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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기사입력 2021/04/20 [09:20]

“화재 현장조사서에 대한 반론인가? 반대급부인가? 진정한 의견인가?- Ⅰ”

화재조사 민원부터 소송, 사실조회, 내부감사, 감사원 감사까지…

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입력 : 2021/04/20 [09:20]

화재조사관이라면 법원에서 사실조회서를 받아본 경험이 있을거다. 민사소송에서 사실관계에 대한 입증은 공적인 자료를 토대로 한다.

 

원고와 피고는 원하는 답변을 얻기 위해 관계기관이나 특정 단체에 사실조회서를 송부ㆍ촉탁해 줄 것을 법원에 신청한다. 법원은 가ㆍ부를 판단해 해당 관공서 또는 특정 단체에 문서 송부 촉탁을 한다. 즉 주장하는 사람이 그 주장을 증명하기 위한 과정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연소 현상에 의해 필연적으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 피해가 발생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뉜다.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피해 당사자들은 열심히 자료를 수집해 관계기관에 의견을 제시하거나 감사기관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런 피해자 행동은 당연한 순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한 민원제기나 의견 진술은 오히려 행정력 낭비나 경제적 손실을 가중할 수도 있다. 피해 당사자들은 조사기관에서 조사한 내용에 반박하는 자료를 수집하곤 한다. 특정 단체에 의뢰해 화재 현장 의견을 받아 조사 결과에 대한 이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상이(相異)한 의견도 청취하고 기록하라!

이번 호에서는 화재조사관이 조사한 내용과 모 학회에서 현장을 방문해 감식한 결과가 달랐던 화재 사고를 소개하고자 한다. 화재조사관이 조사한 결과와 모 학회가 조사한 결과는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다만 화재조사관이 조사하든, 다른 곳에서 조사하든 그 결론은 같아야 한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화재조사관이 과학기술을 빌려 현장에 잔류한 연소 패턴과 잔류 증거물을 토대로 화재 원인에 대한 검토와 논리를 기록하고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때문이다.

 

또 학회에서는 화재 현장 관련 전공자나 지식인이 현장을 감식하고 현장의 형상을 논한 후 기록하고 있다. 견해에 따라 단락이냐, 용융이냐 하는 문제는 달라질 수 있으나 발화지점에 대한 의견이나 결론은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화재조사관이 조사한 내용과 특정 단체가 조사한 내용이 상이하다면 ‘어느 쪽이 더 신뢰도가 높을까?’ 하는 의문이 살짝 든다. 화재조사관은 수많은 화재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스스로 학습하고 연구한 지식을 토대로 화재 현장을 감식하고 원인을 규명한다.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증거물을 수집하고 국가 공인 감정기관에 감정을 의뢰해 그 결과를 토대로 결론을 짓기도 한다.

 

특정 단체나 학회는 전문 지식을 가진 전문가나 특정 분야의 전공자가 화재 현장을 방문해 현장을 감식한다. 화재조사관이나 화재수사관들이 화재 현장을 발굴하고 증거 수집이 끝난 후 현장이 변형된 상태에서 특정 단체 또는 학회에서 현장을 감식하는 수순이다.

 

화재 현장의 개괄적인 부분을 확인하라!

어느 해 초겨울 복합건축물에서 발생한 화재다. 무인경비업체 직원이 현장에 도착해 화재를 확인했다. 건물 7층 창고에서 시작된 화재는 전기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됐다. 화재조사관은 현장에 잔류한 연소 패턴과 탄화잔류물을 근거로 발화지점을 찾았다.

 

건물에서 건물 밖 베란다로 나가는 철문 아래를 발화지점으로 지목했다. 발화지점으로 추정된 지점 하단에서 멀티코드와 플러그 받이가 응착돼 발견됐고 멀티코드 배선 일부가 용융해 끊어진 상태로 식별됐다.

 

최초 소방서에서 현장에 도착했을 때 건물의 화재경보설비가 작동하고 있었다. 소방대원들이 화재 층 입구 방화문을 강제로 개방하자 연기가 급격하게 7층 전체로 확산해 화점을 찾아 진압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발화부는 7층 창고 부분이 맞다.

 

7층 관계자는 창고 내부 전열기는 있었으나 모두 사용하지 않고 보관돼 있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6층 관계자는 “정전 후 ‘펑’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화재진압 시 현장에 7층 관계자 김 씨에게 질문하자 “연기와 불꽃이 분출한 곳은 창고쯤으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마지막 퇴근자는 오후 7시께 퇴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인경비업체에서 설치한 폐쇄회로는 7층 복도에 설치돼 있었다. 폐쇄회로를 확인한 바 7층 해당 업체에서 연기가 살살 밖으로 분출하는 모습이 보였다. 약 4분 정도 후 자석형 열선감지기가 단선됐다는 진술이 있었다. 발화지점이 7층 해당 업체인 사실은 목격자 진술과 폐쇄회로를 통해 확인됐다.

 

타임라인을 확인하라!

화재 신고 시간은 오전 12시 25분께였다. 해당 업체는 모두 퇴근했기 때문에 화재 현장에 근무자는 없었다. 무인경비시스템 업체 직원 이 씨는 오전 12시 5분께 7층 복도 열선(자석형)감지기가 단선됐다고 진술했다.

 

이 씨가 현장에 도착해 화재 사실을 확인하고 신고한 시간은 오전 12시 25분께로 오전 12시 30분께 폐쇄회로가 끊어졌다고 했다.

 

폐쇄회로를 확인하니 오전 12시 1분부터 화재 발생 업체 출입문을 통해 연기가 분출하는 게 확인됐다. 이를 종합해 보면 화재 발생 시간은 오전 12시 1분 이전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무인경비시스템 열선감지기와 폐쇄회로로 화재 발생 지점을 알 수 있었다. 오전 12시 35분께 소방대가 도착해 화재 층을 살펴보니 화재 발생 업체 내부 전체에 화염전파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발화지점을 확인하라!

화재 발생 업체는 무인경비시스템 직원 진술과 폐쇄회로로 확인됐다. 화재지점을 추론한 화재조사관이 정리한 내용과 근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사진 1] 추정 발화지점

 

7층 베란다 출입문에는 잔류한 ‘V’ 패턴과 백화현상이 식별됐다. 벽면 박리 흔적을 보고 방화문 아래쪽에서 화염이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필자가 봐도 분열 흔적은 바닥에서 시작된 것 같았다. [사진 1]에서 좌측 벽면은 석고보드로 판단되고 하단부터 하소(Calcined) 현상이 있는 것으로 볼 때 분열 흔적이 방화문 하단에서 왼쪽과 오른쪽으로 진행한 패턴으로 식별됐다.

 

반대 의견을 청취하고 근거를 확인하라!

발화지점에 대해 관계자와 화재조사관 조사내용이 달랐다. 화재조사관은 ‘V’자 패턴과 분열 흔적이 식별된 방화문 하단을 발화지점으로 추론했고 관계자는 천장 전선 케이블에서 발화한 것으로 주장했다.

 

같은 전선을 놓고 화재조사관과 관계자의 의견이 달랐다. 관계자 의견을 먼저 살펴보면 천장 전선 케이블에서 화재가 선행되고 하단으로 소락해 Fall-Down Fire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화재조사관은 천장 전선 케이블이 하단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열 기류가 형성되고 대류 현상에 의해 천장부터 쌓인 열 때문에 최상단의 전선 일부가 선행돼 소훼됐다고 봤다. 상대적으로 하단에 있던 전선은 화염의 영향을 적게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화재조사관이나 관계인의 의견 모두 가능성이 있다. 관계자 의견대로 상단에 있던 케이블이 연소해 소락한 거라면 케이블 주변 또는 하단의 전선 피복이 손상돼야 한다.

 

하지만 현장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졌다. 또 화재가 선행됐다면 전선에 어떤 스트레스가 있거나 흔적이 식별돼야 함에도 식별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전선의 발화 가능성은 작아 보였다.

 

화재조사관 의견을 살펴보면 하단에서 발생한 화재가 벽면을 따라 천장으로 이동하고 상단부터 열기가 채워져 하단으로 내려오는 양압에 의한 현상으로 봤다.

 

상단의 전선 케이블은 소손됐고 하단의 케이블은 소손 상태가 약했다. 가능성은 있어 보이나 화염이 하단에서 상단으로 이동하면서 하단에는 화염에 노출된 전선피복 일부라도 소손되는 형태가 식별돼야 한다.

 

▲ [사진 2] 관계자 제공 사진


주장하는 의견을 검증하라!

전선에 대한 화재조사관과 관계자 의견이 서로 대립했다. 하단에서 상단으로 화염이 전파됐다는 의견과 상단에서 하단으로 화염이 전파됐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이 사건 전선만으로 화염의 방향을 특정할 수 없지만 [사진 2]의 전선에서 화염이 선행됐다면 전선에 전기적 흔적이 식별돼야 한다. 국부적인 탄화 흔적이라도 관찰돼야함에도 전선 피복 일부는 탄화되고 일부는 원형으로 잔류해 있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전선에서의 발화 가능성은 작아 보였다.

 

▲ [사진 3] 발화지점 상부


화재조사관이 지목한 발화지점 상단에는 특정되는 가연물이 없었다. 천장 아래 텍스 위에서 발화했다면 텍스를 소훼시키고 하단으로 하방 연소하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런 이유로 화재조사관은 천장 부분의 발화 가능성을 배제했다.

 

발화지점의 원인을 제시하라!

‘V’ 패턴의 하단에서 전기 플러그가 없어진 채 잔류한 제습기가 발견됐다. 벽면에 연결된 멀티코드 두 점도 식별됐다. 멀티코드는 3구와 4구로 구별됐고 3구 멀티코드에서 단락 흔적이 식별됐다. 4구 멀티코드 끝단의 전선에서는 단락 흔적이 발견됐다.

 

3구와 4구 멀티코드 중 3구 멀티코드는 전원 측으로 볼 때 두 번째로 형성됐을 가능성이 크다. 4구 멀티코드 끝단에 꽂혀있던 플러그 칼날에 연결된 전원 코드 배선에서 단락 흔적이 부하 측으로 판단됐다.

 

제습기 전원 코드가 꽂혀있는 것으로 볼 때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관계자는 전원을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제습기를 작동하지 않았다고 하나 전원은 통전 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현장에서 수집된 증거물을 국가 공인 감정기관에서 감정한 결과 ‘단락흔 형성과정에서 수반된 전기적 발열에 의한 절연 피복 또는 인접 가연물에 착화되어 발화되었을 가능성 있음’이라고 감정했다.

 

통전 여부를 확인하라!

단락 흔적이 있다면 전기가 통전 되고 있었다는 증거다. 단락 흔적이 있는 전선이라면 전선의 인입과 부하 측을 확인하고 기록해야 한다.

 

▲ [사진 4] 벽면 콘센트

 

멀티코드가 벽면에 꽂힌 상태를 확인했다. 제습기 전원 스위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플러그는 꽂혀있었다. 전원 코드가 꽂혀있다는 건 멀티코드를 통해 제습기까지 전기가 흐르고 있었다는 증거다. 다만 여기서 확인할 게 있다면 벽면 콘센트와 연결된 차단기의 ON, OFF 여부다.

 

사용자가 제습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부분은 전원 스위치를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전원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건 제습기 내부 일부분에는 전기가 통하고 일부분에는 통하지 않아 주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제습기를 작동하기 위한 준비 전원은 스위치까지 연결돼 있었다.

 

▲ [사진 5] 분전반


분전반 메인 차단기는 ON 상태로 [사진 5]처럼 확인된다. 사진상 분기 차단기의 ON, OFF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잔류한 흔적을 확인하라!

▲ [사진 6] 발화지점 잔류물

 

발화지점에 멀티코드 3구와 4구에 연결돼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주변 전기기기들이다. 압축기로 식별되는 잔류물은 두 개다. 선풍기형 전기난로 발열부와 멀티코드 등이 식별된다. 

 

잔류한 전선이나 기기에서 전기적 특이점이 있는지, 추정된 발화지점에 화재 원인으로 특정되는 현상이나 증거물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연소 패턴에 의한 느낌만으로 발화지점을 추론하면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발화지점에 특이점이 없다면 소락해 재발화한 화재는 아닌지, 확인하고 천장을 살펴봐야 한다. 대부분 건물은 반자1)나 석고보드로 마감해 천장이 보이지 않는 구조다.

 

반자와 천장 사이에서 발생한 화재는 아닌지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진 6]처럼 하단에 압축기, 전열기 발열부, 멀티코드 등과 같은 부분에 특이점이 없는지, 없다면 다른 부분에서 연소 확대했을 가능성은 없는지를 살펴 발화지점을 추론해야 한다.

 

▲ [사진 7] 천장


발화지점으로 추정된 천장 왼쪽으로 케이블 트레이2)가 있으나 전선 피복 일부가 소훼되고 일부는 미연소 상태로 잔류한 형태다.

 

천장은 검게 그을린 형태로 집중 탄화한 지점이나 분열 흔적은 전혀 관찰되지 않는다. 따라서 반자 내부는 발화부에서 제외한 것으로 살펴진다.

 

현장을 확인하고 복원하라!

▲ [사진 8] 발굴 복원

 

[사진 8]은 건물 베란다에서 촬영한 내부다. 주변이 일부 정리된 형태로 볼 때 발굴한 후 원인을 찾기 위해 있던 그대로 복원한 것으로 보인다.

 

제습기 두 대와 선풍기형 난로 발열부가 식별되고 주변에 발열이나 출화 가능성 물건, 기기는 식별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발열가능성이 있는 증거물을 확인하고 있는 그대로 현장에서 촬영해 증거를 수집한다.

 

이런 경우 연소 패턴이나 증거물, 분열 흔적 등을 모두 종합해 발화지점을 추론하고 추론된 발화지점에서 하나 하나 발화 열원 가능성과 관계없는 걸 소거3)해 나간다.

 

▲ [사진 9] 발굴된 증거물

 

발화지점에서 발굴된 3구와 4구 멀티코드가 확인된다. 단락 흔적은 3구와 4구 멀티코드에서 각각 식별됐다. 연결된 형태는 3구 멀티코드가 벽면에 꽂혀있었고 다시 4구 멀티코드로 연장해 사용했다. 화재조사관은 3구 멀티코드에 형성된 단락 흔적을 전원 측으로 볼 때 2차로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4구 멀티코드 끝단에 꽂혀있던 플러그에 연결된 전원 코드 배선에서 단락 흔적이 식별됐다. 두 개의 단락 흔적 중 어느 쪽이 부하 측인지 확인해 선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즉 부하 측에 가까울수록 화재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4구 멀티코드에 꽂혀있던 플러그는 제습기일 가능성이 크나 부하 측이 확인되지 않았다. 제습기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제습기 두 대가 있었던 것으로 볼 때 사용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합동 감식한 내용을 기록하라!

화재 현장조사서를 살펴보면 화재 발생 시 즉시 출동해 현장을 조사하고 차후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조사하는 경우가 있다. 소방 기관이 가장 많이 합동으로 감식하는 기관은 각 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이다.

 

합동으로 현장을 감식하고 화재 발생 종합보고서나 현장조사서에 모 경찰청 과학수사팀 합동 감식이라고 기록한다.

 

하지만 모 경찰청 감식보고서를 살펴보면 소방기관과 합동 감식 기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 사건의 경우 1차 소방서 단독, 2차 모 경찰청과 합동으로 감식했다. 1차 소방 단독으로 감식한 내용이나 2차 합동 감식한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발화지점도 의견을 같이했고 화재 원인에서도 큰 이견이 없었다. 현장에서 수거한 증거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한 것 외에는 달라진 증거가 없었다. 다만 증거물의 진위(眞僞)를 판단하기 위해 감정을 의뢰한 거다.

 

감정 결과를 살펴보고 판단하라!

현장에서 논단하기 어려운 증거물은 감정 결과의 진위를 판단해야 한다. 현장에서 가능성을 추단하고 판단하는 건 자칫 오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견이 상반되면 특히 그렇다.

 

관계자는 제습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멀티코드는 벽면 콘센트에 꽂혀있었고 끝단에 전기적 에너지에 의한 단락흔이 식별됐다면 시시비비가 엇갈릴 수 있다.

 

이런 경우 제3기관에 감정을 의뢰해 객관적인 판단을 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현장에서 단락 흔적을 보고 판단하지 못한다는 게 아니라 모든 이의 의문점을 종식하고 원인 규명에 있어 불여튼튼이기 때문이다.

 

▲ [사진 10] 4구 멀티코드(출처 국가공인감정기관 감정서 발췌)

 

현장에서 발굴한 4구 멀티코드 끝단에서 용융점이, 멀티코드 플러그 받이 끝단에서 단락 흔적이 식별된다는 감정 의견이 있었다. 단락 흔적의 의미는 온도 에너지가 최소 1083℃ 이상으로 발열했다는 증거이자 전기가 통전 중이었다는 증거다. 부하 중 가장 끝단이 발화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장 감식기관인 소방서와 경찰청은 현장을 감식하고 발화지점을 같이하는 의견을 내고 현장에서 발굴한 증거의 진위를 판단하기 위해 국가공인감정기관에 증거물 감정을 의뢰했다.

 

감식기관이 발화지점을 추론하고 현장을 발굴, 증거를 수집해 제3기관인 감정기관에 증거물 감정을 의뢰한 건 참으로 바람직하다. 이렇게 감식기관 역할과 감정기관의 역할을 세분화해 진위를 가릴 때 오류가 최소한으로 줄어든다.

 

▲ [사진 11] 4구 멀티코드 끝단 플러그 단락 흔적(출처 국가공인감정기관 감정서 인용


조사내용을 정리하라!

이 사고는 말단 부하 측의 전선 단락으로 인해 발열, 발화한 화재로 결론지었다. 즉 7층 창고에서 베란다로 나가는 방화문 앞을 발화지점으로 판단했다. [사진 1]의 추정발화지점처럼 연소 패턴이 분열 흔적을 나타내고 왼쪽 벽면 석고보드 하소 현상과 박리 흔적으로 발화지점을 추론했다.

 

주변을 발굴하니 벽면에 꽂혀있는 3구 멀티코드와 여기에 꽂혀있던 4구 멀티코드 스위치는 켜진 위치에 있었고 단락 흔적이 관찰됐다.

 

이 사건 현장을 조사한 화재조사관은 4구 멀티코드 끝단에 꽂혀있던 플러그 선에서 단락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화재 시작점을 전기배선의 말단으로 판단했다. 발견된 단락 흔적이 화재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화재 현장을 아무리 정확하고 면밀하게 조사해도 피해자에겐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또 주변에서 어떤 조언을 한다면 그게 그릇된 조언이라도 알지 못한다. 물에 빠진 격이라 헤엄치다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그게 옳은 길이라고 착각한다.

 

만약 화재 원인에 오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화재로 인한 피해를 감경할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화재조사관을 찾아 상담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1) 반자: 천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구조(천장의 구조물을 가리고 미관을 살리는 구조)

2) 케이블 트레이: 전선 케이블을 지지하는 금속판

3) 소거법: 두 개 이상의 증거물이 있을 때 거리가 먼 증거물을 제외하는 방법

 

 

경기 김포소방서_ 이종인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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