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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칼럼] 아름다운 기록, 소방활동백서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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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기사입력 2021/05/03 [11:35]

[이건 칼럼] 아름다운 기록, 소방활동백서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19>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입력 : 2021/05/03 [11:35]

▲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백서란 정부가 정치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문제에 대한 현상을 분석하고 장래의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발표하는 보고서라고 정의된다. 

 

백서의 기원은 17세기 영국 정부가 외교 정책을 발표하는 공식 문서에 흰 표지를 붙였다는 것에서부터 유래하는데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나라마다 그 색깔이 달라서 프랑스는 황서(黃書), 이탈리아는 녹서(綠書), 우리나라와 미국, 독일 등은 백서(白書)라고 부른다.

 

그동안 우리 정부에서는 국방백서와 외교백서, 감사백서, 문화예술정책백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보고서를 발간해 왔다. 소방에서도 소방백서를 비롯해 재난현장의 활동을 담은 소방활동백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07년 제주소방서에서 발간한 태풍 ‘나리’ 소방백서와 한 해 동안 경남 소방의 주요 업무와 성과를 돌아보고 그들의 노력을 기록한 ‘2016년 경상남도 소방백서’, 그리고 소방청에서 발간한 ‘2018소방백서’도 있다.

 

또 강원소방본부가 발간한 ‘2019 강원산불 백서’도 눈에 띈다. 특히 이 백서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스마트 책자로 보급하고 강원소방 유튜브 링크에 연결해 접근성을 높였다.

 

한편 지난해 대구소방안전본부에서는 코로나19 대구 첫 확진 환자 발생일인 2월 18일부터 소방동원령이 해제된 4월 2일까지 전국 소방관들의 감염병 재난 극복기를 담은 ‘코로나19, 45일간의 기록’을 발간했는가 하면 전남소방본부의 코로나 대응 120일간의 기록을 담은 백서 ‘37.5도 그리고 봄’을 발간한 바 있다.
  
다양한 재난현장에서의 활동을 기록하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백서를 통해 미처 공개되지 않은 소방관들의 활약상을 엿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국가 재난관리 시스템 전반과 대응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되돌아보고 교훈을 얻어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치를 우리 사회가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난으로부터 우뚝 선 나라’라고 평가받고 있는 미국에서도 다양한 재난 관련 백서들이 존재한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백서에 담긴 내용의 다양성이다. 백서에는 정부 기관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해 자신이나 기관의 이익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백서가 완성되는 데까진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완성된 백서는 누구라도 내려받을 수 있도록 PDF 파일 형태로 제작된다.

 

백서는 여러 면에서 순기능을 제공하지만 몇 가지 생각해 볼 내용도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발간됐던 코로나19 관련 백서들을 살펴보자.
 
서울시 코로나19 백서와 서울 서초구 코로나19 백서, 서울 양천구 코로나19 백서, 서울 도봉구 코로나19 백서, 경기도 하남시 코로나19 방역대책 백서, 전라남도 순천시 코로나 19 백서, 대한석탄공사 코로나19 백서, 대전도시철도공사 코로나19 대응 백서,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대응 백서,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백서, 인천시교육청 코로나19 대응 백서, 경남교육청 코로나19 대응 영문 백서, 울산시교육청 코로나19 백서,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코로나 19 대응 백서 등 그 숫자를 헤아리기 어렵다.

 

같은 재난 상황이라고 해도 정부나 지자체, 그리고 각 기관의 역할과 기능이 다를 수 있으므로 분명히 다른 시각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비슷한 제목으로 백서들이 발간될 수 있지만 단순히 성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라면 굳이 비싼 예산을 들여 백서를 발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편 2017년 발생했던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관련해 제천시 의회가 화재 참사 백서 제작비 1천만원을 삭감했다가 논란이 되자 이를 다시 복구하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백서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부분들이 보완돼야 할지를 적어 향후 지침으로 삼아 재난으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는 실천 공약이 담긴 기록이 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2013년 경기도 파주시가 발간한 ‘파주시 행정 반성백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당 백서의 분야별 원고 작성자를 실명으로 기재했으며 담당자 사진과 전화번호도 함께 공개했다. 이 백서의 목적이 그동안 잘못된 관행과 실수를 공개하면서 과거의 실수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거여서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화려하고 감성적이며 스타일리시한 백서를 쓰는 것보다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실천 의지가 담긴 백서가 발간돼야 한다.

 

앞으로 발간될 소방백서에는 단 한 명의 소방관이라도 다치거나 순직하지 않도록 어떻게 재난현장에서 소방관 보건ㆍ안전 정책을 추진할 건지에 대한 방향성, 재난업무 연속성 확보방안, 직무 전문성 보완방안 등 보다 구체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내용이 담겨야 한다. 또 현행법에 막혀 추진이 어려운 것들에 대한 전문가 제언이나 시민의 협조 사항도 포함돼야 한다.

 

재난으로부터 안전하길 바라는 대한민국의 염원이 담긴 백서를 통해 소방의 미래비전과 정책 방향을 조정하고 현장에서 활동했던 대원들의 활약상이 아름답게 기록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고민을 통해 완성도 높은 백서를 만들어 주길 기대해 본다.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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