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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칼럼] 소방 예방행정 개념 안 바꾸면 미래 담보 못 한다

119플러스 | 기사입력 2021/08/20 [10:00]

[플러스 칼럼] 소방 예방행정 개념 안 바꾸면 미래 담보 못 한다

119플러스 | 입력 : 2021/08/20 [10:00]

소방의 예방행정은 왜 중요할까. 그건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최일선에서 몸을 던지는 소방의 현장 활동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일 거다. 

 

건축 과정의 인허가부터 소방시설의 설치와 운영 등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화재 안전대책에 있어 소방의 예방행정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모든 건축물은 법과 제도 내에서 공학적 기반에 따른 자체적 화재 방호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방호구조가 잘 된 대상물과 그렇지 못한 곳,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한 곳과 실패한 대상물 등 변수 가득한 조건들은 소방의 대응 수준과 규모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문제로 이어진다.

 

화재 초기 건축 구조의 안전성이 확보되고 소방시설이 제 역할을 했다면 소방의 대응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그 반대일 땐 인명이나 재산피해 규모는 물론 소방의 대응 수준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화재 안전을 위한 예방행정 체계의 기틀은 현장 대응을 수행하는 소방의 역할 중 뼈대와도 같은 분야다.

 

최근 경기도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에선 소방의 예방행정이 다시금 구설에 올랐다. 소방시설 작동 여부와 상시 관리 부실 문제가 거론된 거다. 쿠팡 물류센터는 화재 사고 4개월 전 소방시설 자체점검을 통해 277건에 달하는 문제가 소방서에 보고됐다. 그러나 시정 명령 이후 조치결과에 대한 관리와 감독은 사진 등이 첨부된 서면으로 진행되면서 제대로 된 감독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의혹과 비판에 휩싸였다.

 

사실 이면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시정 명령이 내려진 특정소방대상물을 소방서의 예방행정 인력이 일일이 나가 확인하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쿠팡 물류센터 화재의 경우 소방시설 자체점검제도에 따라 진행된 종합정밀점검을 위해 민간 전문 업체 전문인력 4명이 최소 8일 이상 점검을 했다. 소방서에 소속된 몇몇 예방인력이 소방시설의 시정 결과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상물의 규모와 특성 등에 맞춘 점검 인력과 충분한 시간, 전문성, 경험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냉정히 볼 때 소방공무원이 현장에 나가 단 몇 시간 만에 시정 결과를 세세히 확인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소방 예방행정의 현실은 업무의 소극화와 책임을 키우며 예방이라는 직무의 부담감을 부추기고 있다. 자칫 대상물을 점검한 뒤 큰 화재라도 일어나는 날엔 어김없이 예방인력의 책임론이 불거진다. 소방공무원이 화재 안전성을 제대로 점검했는지를 따지는 일이 반복되는 셈이다.

 

쿠팡 화재 역시 소방의 예방행정 중 소방시설 자체점검이라는 제도 속 숨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자체점검 시 확인된 지적사항의 조치와 보수 결과 확인업무를 소방서에 맡겨 둔 현행 제도가 원인이다. 전문 기술자나 업체 등을 통해 보수를 이행하고 이를 확인ㆍ감독하기 위해 소방시설 공사 감리와 유사한 성격의 제도 도입을 검토해봐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소방대상물과 인력의 전문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예방행정 중 소방대상물의 점검과 조치가 조사의 개념을 전환하는 일이 시급하다. 

 

초고층 건축물과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특수 시설 등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소방대상물 방호 시스템의 복잡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젠 방호 시스템의 건전성과 유지관리 실태를 조사하는 건 예방행정 인력만으로 감당하기에는 힘든 수준이 됐다.

 

세밀하고 주기적인 점검과 조치가 민간 영역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소방 조직에서 시행하는 점검과 조사를 전체 소방시설 등의 확인 개념이 아닌 주요 인명피해 유발 요인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소방은 소방활동 장해요소를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고 대상물에서의 화재 발생 시 소방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있도록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해야 한다. 언제까지 예방행정을 수행하는 수많은 소방공무원에게 감당 못 할 업무를 떠안겨 놓은 채 책임을 물게 할 건가.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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