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화재 현장에서의 활동은 구조대상자뿐만 아니라 소방관의 안전도 위협할 수 있다. 연기나 저조도 등으로 인해 열악한 화재 현장에서 현장 대원의 시야를 확보하는 건 복잡한 현장에서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데 매우 중요하다.
국립소방연구원에서는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의 시야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한국전기연구원이 보유한 다중스케일 레티넥스(MSR, Multi Scale Retinex)와 연기농도 균일화 처리를 결합한 시각 강화 영상처리 기법을 적용해 봤다.
1분 1초라도 신속하게! ‘연기의 유해성’ 연기는 공기 중에서 0.01~10㎛ 크기의 고체 또는 액체의 미립자 형태로 부유하고 있다. 화재 시 연소물질로부터 발생하는 고온의 수증기와 불완전 연소로 생성되는 가스(Gas), 타르(Tar), 그을음(Soot), 응축된 미립자, 부유 분진 등으로 구성된다. 화재 시 연기의 유해성은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시각적 유해성 : 연기가 광선을 흡수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 시야 확보를 방해 2. 심리적 유해성 : 연기에 의해 시야 확보가 어려우면 심리적으로 극도의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유발해 이성적인 행동 능력 상실 3. 생리적 유해성 : 연기에 다량으로 포함된 유독성 가스 흡입 시 호흡 장애나 질식 현상을 유발
이러한 연기의 특성은 현장 대원의 진압과 구조 활동, 정확한 화점 탐색 등의 현장대응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눈이 돼줄 ‘시각 강화 영상처리 기법’이란? ‘시각 강화 영상처리 기법’은 한국전기연구원에서 보유한 기술로 다중스케일 레티넥스(MSR)와 연기 농도 균일화 처리를 결합한 것이다. 다중스케일 레티넥스란 다수의 주변 함수를 통해 조명 성분을 추정하고 이를 가중합해 화질을 개선하는 알고리즘이다.
연기농도 균일화 처리는 영상 내 연기농도를 간접적으로 예측해 연기농도에 적응적으로 연기에 은닉된 컬러 정보를 가시화하는 기법이다. 국립소방연구원에서는 이러한 시각 강화 영상처리 기법을 적용해 연기ㆍ안개 제거, 저조도 시야 확보, 관심 대상 강조 기능을 구현하고자 했다. 세부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연기ㆍ안개 제거 : 비 균일한 농도의 연기를 적응적으로 처리해 연기를 제거하는 기술 적용 2. 저조도 개선 : 영역 기반 AI 디노이징(Denoising) 기술을 추가로 적용 3. 관심 대상 강조 : 색상 공간으로 변환해 특정 색상을 강조 처리
1. 실험 준비 과정 일반적으로 고체에서 생성된 연기밀도를 측정할 때에는 국제표준규격인 ASTM(American Society for Testing Matarials)의 시험방법에 따라 측정하며 특정 광학 밀도(Specific Optical Density)로 표현한다. 다만 특정 시료에 의해 발생하는 연기의 밀도를 측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관찰 영역의 범위가 한정적이라는 한계점이 있다.
이에 따라 화재 현장을 모사해 연소실험을 진행했으며 연기의 양을 정량화하기 위해 선행연구에서 착안해 조도계를 사용했다. 발광부(조명)에서 일정한 조도의 광이 주어질 때 연기의 양이 증가할수록 수광부(조도계)에 수렴되는 빛의 세기가 감소하는 관계를 이용해 적용했다.
이번 실험에서 사용한 화재실험 장치 개략도는 [그림 2]와 같이 길이 6, 폭 3, 높이 2.5m로 국립소방연구원 내에 구축했다. 창문에 가림막을 설치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빛을 차단하고 밀폐된 공간을 구성하고자 문풍지 등을 부착해 외기를 차단했다.
숫자판은 피난구 유도등 사이즈인 가로 15, 세로 25.7㎝로 제작했다. 숫자는 원거리에서 식별하기 쉬운 0과 1을 제외하고 2~9를 활용했다.
[그림 2]에 나타낸 바와 같이 숫자판의 위치는 화재실험 장치의 폭 중앙인 1.5m, 높이 중앙인 1.25m에 일렬로 설치했다. 카메라를 기준으로 최소 1.5m부터 0.5m 간격으로 최대 5.5m까지 일정하게 숫자판을 배치했다.
실제 화재 현장의 연기를 모사하기 위해 화원은 목재(2.5×2.5×10㎝) 10개, 착화탄 2개, 헵탄(Heptane) 50㎖로 구성했다. 가연물이 연소할 때 화원에 의한 빛이 조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연기만 방출할 수 있도록 별도의 연소 상자를 제작했다. 이 상자는 연기가 균일하게 퍼질 수 있도록 실험 장치 내 바닥 중앙에 위치시켰다.
광원은 개별적인 LED 조명(3W)을 사용해 숫자판마다 동일한 조도(약 1200㏓)가 되도록 조성했다. 조도계는 숫자판의 중앙인 다섯 번째 숫자판 옆에 숫자판과 동일한 높이에 위치하도록 설치했다.
영상은 화재 현장에 적용할 때도 카메라에 촬영되는 영상을 확인하는 걸 고려해 카메라로 기록했다. 카메라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통계(2020)에 따라 남ㆍ여 평균 신장인 164.38㎝에 위치하도록 설치했다.
2. 실험 방법 이번 실험에서는 목재와 착화탄, 헵탄으로 구성한 화원에 점화한 후 실험 장치 내에 연기가 가득해지는 1500초 동안 연소를 진행했다.
시야가 가장 잘 확보되는 조도(약 1200㏓: 실험 장치 내에 연기가 없을 때 조명에 의한 각 숫자판의 조도값) 대비 시야가 가장 확보되지 않는 조도(약 500㏓: 연기가 가득해 숫자판 식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측정된 조도값)를 기준으로 시야 단계화를 진행했다.
동일 조건으로 3회 반복 실험을 했으며 결과는 미리 설치한 카메라와 조도계를 통해 기록했다.
3. 실험 결과 본 연구에서는 연기의 양을 정량화하기 위해 조도(lux, Illuminance)를 사용했다. 연기에 따른 숫자판의 시인성(Visibility)을 판단하기 위해 Weber contrast 기반 JND(Just Noticeable Difference)를 적용했다. 시인성은 보통 육안으로 물체를 볼 수 있는 대기의 최대 거리를 의미하며 JND는 두 자극의 차이를 변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차이를 말한다.
JND를 적용하기 위한 상수로는 균일한 배경에 대해 문자의 인식 정도를 파악하는 것으로 이에 용이한 Weber contrast를 적용했다. 균일한 배경에 대해 숫자의 픽셀 위치가 고정된 경우 Weber contrast 기반 JND(K)를 계산하는 방법은 식(1)과 같다.
식(1)
L 값은 영상에 촬영된 숫자판의 RGB값을 휘도(Luminance, ㏅/㎡)로 변환한 것이다. L1은 숫자판의 검은색 숫자 부분(Foreground)의 평균 휘도 값이고 L2는 하얀색 배경 부분(Background)의 평균 휘도 값이다.
화재실험 공간 내 연기가 가득해질수록 배경 부분(L2)의 변화폭보다 숫자판 부분(L1)의 변화폭이 더 커지게 돼 L2와 L1의 차이가 작아짐에 따라 0에 가깝게 수렴한다. JND를 측정한 결과 0.1 이상이면 가시적이며 0.1 미만이면 비가시적이라고 판단한다.
즉 카메라에서 제일 근거리에 있는 숫자판인 첫 번째 숫자판의 JND 값이 0.1 이상을 가장 오래 유지했다. 0.1 이하로 도달하기 직전까지는 숫자판의 식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카메라로부터 거리가 멀어질수록 식별 가능한 시간(JND 값이 0.1 이하로 도달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걸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실험을 통해 정리된 연기에 따른 시야 단계 결과는 [그림 4]와 같다. [표 1]은 단계별 조도와 시간, 시야 확보 가능 거리를 정리한 결과다. 1, 2, 3차 실험 결과를 종합해 JND 결과에 따라 각 숫자판이 인식되지 않는 시간을 기준으로 단계를 제시했다.
모든 숫자판이 인식되는 단계는 V1 단계고 카메라로부터 제일 원거리에 있는 아홉 번째 숫자판이 인식되지 않는 단계는 V2 단계다. 여
덟 번째 숫자판과 일곱 번째 숫자판이 인식되지 않는 실험 결과를 반영해 V3 단계로 설정했고 여섯 번째 숫자판과 다섯 번째 숫자판이 인식되지 않는 실험 결과를 반영해 V4 단계로 설정했다.
네 번째 숫자판이 인식되지 않는 단계는 V5 단계이며 세 번째 숫자판이 인식되지 않는 단계는 V6 단계다. 두 번째 숫자판과 첫 번째 숫자판 또한 동시에 인식되지 않는 실험 결과를 반영해 V7 단계로 설정했다.
‘시각 강화 영상처리 기법’을 적용할 경우, 시야 개선 효과는 얼마나 될까? 연소실험 영상에 시각 강화 영상처리 기법을 적용해 전ㆍ후를 비교하고 Weber contrast 기반 JND 결과를 토대로 단계를 구분했다. 그 결과 숫자판 식별 거리가 개선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표 2]와 같이 단계별 시각 강화 영상처리 기법 적용 전ㆍ후 사진을 비교한 결과 육안으로도 시각 강화 영상처리 기법 적용 전보다 적용 후에 숫자판의 시인성이 더 개선된 걸 확인할 수 있다.
시인성을 정량화하기 위해 사용한 각 실험의 영상처리 비교 분석 결과는 [그림 5]와 같다.
분석 결과를 보면 실험마다 숫자판이 보이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었으나 영상처리 전보다 영상처리 후 숫자판 식별 거리가 확연히 개선됨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실험에 대한 평균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시각 강화 영상처리 기법 적용 후 최소 0.5m에서 최대 2m까지 확보 가능한 걸 확인할 수 있다.
‘현장의 소리’를 듣기 위해 진행한 심층인터뷰(IDI)
1. 인터뷰 방법ㆍ대상자 특성 화재 현장에서의 시야 개선이 목적이므로 본 기술의 수요자인 소방대원을 중심으로 시각 강화 영상처리 기법의 실효성을 검토하고 향후 장치의 개발 방향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심층면접법(In-Depth Interview)이란 소수의 대상을 선택해 심층 인터뷰로 질적인 자료를 얻는 연구방법이다.
심층면접법은 양적 연구에서 다루는 일반적인 경향을 확률의 논리로 규명하는 게 아니고 사소하거나 예외적인 특성까지를 포함한 실질적인 현황 파악에 적합한 조사방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인터뷰 대상자가 자유롭게 본인이 속한 업무의 특성을 얘기하고 질문 위주의 인터뷰를 통해 깊이 있는 답변을 듣고자 했다.
자료 수집을 위해 소방공무원 4인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했다. 조사대상의 기준은 현장에서 10년 이상 종사한 자로 제한했다. 질문지는 시각 강화 영상처리 기법 효과성 검토 전반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인터뷰에 응한 4명의 소방공무원은 모두 현장대원 경력자로 가칭 A대원(총 근무 연수 25/진압대원 경력 10, 구조대원 경력 10, 구급대원 경력 5년)과 B대원(총 근무 연수 20/ 구조대원 경력 20년), C대원(총 근무 연수 19/ 진압대원 3, 구조대원 8, 내근 8년), D대원(총 근무 연수 10/ 구조대원 6, 화재조사 4년) 등이다.
2. 심층인터뷰(IDI) 결과 사전 조사와 시각 강화 영상처리 기법 효과성 검토, 연구 방향에 대해 인터뷰한 답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현장에서 근무할 때 시야 미확보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 경험을 조사한 결과 화점이나 물체 식별이 어려워 골든타임(Golden time)을 놓칠 우려가 있으며 심리적으로 불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된다.
다음으로 시각 강화 영상처리 기법 효과성에 대해 검토한 내용이다. 시각 강화 영상처리 기법 적용을 통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조사한 결과 안전 확보를 위해 시야가 확보되길 요구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장 활동상황을 반영해 시각 강화 영상처리 기법을 통해 최소한 확보됐으면 하는 거리를 조사한 결과 실제 화재 현장에서는 시야 확보가 거의 불가능하고 인명 검색 상황 등을 고려할 때 V4 단계(3.5m) 이상은 확보돼야 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마지막으로 영상처리 장치를 개발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은 사용의 편리성이다. 인터뷰 결과 조작법이 편리하고 사용법이 단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원마다 요구하는 장치의 형태에는 견해 차이가 있었으나 주로 기존에 사용하는 장비에 시각 강화 영상처리 기법을 추가하는 걸 제안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사용 가능한 ‘시야 개선 장치개발’을 목표로! 화재 현장에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화점이나 물체 식별이 어렵고 활동 범위에 제약이 많아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있다. 심리적으로도 불안감이 패닉(Panic)으로 이어져 소방대원은 물론이고 구조대상자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소방대원의 시야 개선을 위한 장치개발연구를 지속 추진해 화재 현장의 대응력을 높이고자 한다.
<상세한 내용은 ‘국립소방연구원 2020년 연구보고서’ 또는 한국화재소방학회논문지 Vol. 35, No. 3, pp. 118-126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국립소방연구원_ 신영민 : shinnym@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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