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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상식] 화재진압 업무와 비인두강암 간의 인과관계, 인정받을 수 있을까

1심 : 대구지방법원 2020. 1. 31. 선고 2018구단10137 판결
2심 : 대구고등법원 2020. 8. 11. 선고 2020누246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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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한주현 법률사무소 한주현 | 기사입력 2021/09/17 [10:00]

[법률 상식] 화재진압 업무와 비인두강암 간의 인과관계, 인정받을 수 있을까

1심 : 대구지방법원 2020. 1. 31. 선고 2018구단10137 판결
2심 : 대구고등법원 2020. 8. 11. 선고 2020누2463 판결

변호사 한주현 법률사무소 한주현 | 입력 : 2021/09/17 [10:00]

이 사건의 사실관계

망인은 1996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돼 약 19년 4개월간 화재진압과 구조ㆍ구급 업무를 수행한 사람이다. 망인은 2014년 ‘비인두강암’1)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후 요양을 하던 중 2016. 3. 5. 사망했다. 

 

망인의 배우자(이하 ‘원고’)는 망인이 화재진압과 구급대원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유해물질과 매연 등에 노출돼 ‘비인두강암’에 걸린 결과 사망했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신청을 했다.

 

하지만 경북남부보훈지청장(이하 ‘피고’)은 망인이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보훈보상대상자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처분을 했다.

 

이에 원고는 1) 일차적으로는 망인에 대한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청구를 했고 2) 위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 이차적으로 망인에 대한 ‘보훈보상대상자 요건 비해당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청구를 했다.

 

참고로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는 모두 공무수행 중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을 의미하지만 ‘국가유공자’는 국가의 수호, 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교육훈련 중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을, ‘보훈보상대상자’는 국가의 수호, 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 교육훈련 중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을 의미한다는 차이가 있다.

 

국가유공자의 경우 보훈보상대상자보다 보훈ㆍ보상의 범위가 좀 더 넓다.

 

망인의 화재진압 업무와 ‘비인두강암’ 발병 간의 인과관계에 관한 의학적 소견

이에 대해서는 총 3명의 의사가 자문을 했고 1명의 의사가 진료기록에 대한 감정(鑑定) 의견을 제출했는데 견해가 모두 제각각이었다.

 

자문의 1은 환경적 요인들로 ‘비인두강암’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면서 작업환경에서의 포름알데히드, 분진과 나무, 플라스틱 등의 작은 가루가 ‘비인두강암’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특히 석탄, 나무 기타 물질들의 불완전 연소로 인해 발생한 매연에 포함된 입자들이 ‘비인두강암’의 유발 가능성을 높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망인은 19년 4개월간 다량의 소방활동을 하면서 매연과 유해물질을 흡인했으므로 ‘비인두강암’의 발병과 망인의 공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자문의 2와 자문의 3은 ‘비인두강암’은 유전적 소인과 비인두강암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암으로 ‘비인두강암’의 발병과 망인의 공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진료기록 감정의는 ‘비인두강암’은 비인두강암 바이러스나 음식, 생활환경, 유전적 요인이 병합해 발생하는 상병으로 음식이나 생활환경 요인 중에는 알코올 섭취, 소금에 절인 육류 등의 음식 섭취,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화학물질에의 노출, 생선 등의 음식물을 가열할 때 생기는 다환 탄화수소에의 노출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료기록 감정의는 진료기록 상은 망인의 소방공무원으로서의 직무수행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비인두강암’이 발병했다고 판단할만한 근거가 없으나 화재 현장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이나 각종 매연에 노출되는 근무환경이 망인의 ‘비인두강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순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가유공자 요건 해당 여부에 관한 법원의 판단

국가유공자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직무수행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 또는 재해로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은 사람’이어야 한다. 위 ‘각 목’ 중에는 ‘소방공무원으로서 화재진압, 인명구조 및 구급 업무, 화재ㆍ재난ㆍ재해로 인한 피해복구, 화학물질ㆍ발암물질 등 유해물질 취급, 119에 접수된 생활안전 및 위험제거 행위 또는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국가유공자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급성으로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질병에 걸린 사람 또는 그 질병으로 인하여 사망한 사람’이거나 ‘화학물질ㆍ발암물질ㆍ감염병 등 유해물질을 취급하거나 이에 준하는 유해환경에서의 직무수행(이와 관련된 교육훈련을 포함) 중 이들 유해물질 또는 유해환경에 상당한 기간 직접적이고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질병에 걸린 사람 또는 그 질병으로 인하여 사망한 사람’이어야 한다.

 

1심 재판부는 망인의 경우에는 이러한 국가유공자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사망 또는 상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사망 또는 상이가 국가의 수호ㆍ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ㆍ재산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을 주된 원인으로 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망인이 수행한 화재진압 등의 업무가 ‘비인두강암’의 직접적인 발병 원인이 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원고 측은 이러한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화재 현장의 특성에 비추어 고인이 어느 정도 유해물질에 노출되었을 것으로는 보인다’고 하면서도 ‘고인이 화재진압 등 직무수행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이 사건 질병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떠한 유해물질에 어느 정도로 노출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것 등을 근거로 해 화재진압 등의 직무수행이 ‘비인두강암’의 주된 원인이 됐음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봤다.

 

보훈보상대상자 요건 해당 여부에 관한 법원의 판단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해당 질병의 발생 또는악화가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질병에 의하여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은 사람’이어야 한다.

 

이때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반드시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증명돼야 하는 건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과 부상 또는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 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정도면 된다.

 

1심 재판부는 이러한 법리에 기초해 망인은 보훈보상대상자 요건에 해당한다고 봤다.

 

① ‘비인두강암’은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발병한다고도 하나 망인에게는 ‘비인두강암’과 관련한 유전적 소인이 확인되지 않은 점, ②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화학물질에의 노출이 ‘비인두강암’의 발병 원인 중 하나인데 망인은 화재진압 등의 직무를 수행하며 빈번하게 위와 같은 화학물질에 노출됐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일부 자문의와 진료기록 감정의가 망인의 근무환경과 ‘비인두강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결어

소송 결과 망인은 국가유공자로는 인정받지 못했으나 보훈보상대상자로는 인정받게 됐다.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화재진압이라는 직무와 ‘비인두강암’ 발병 간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증명돼야만 했던 반면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과관계’만 증명되면 족했던 게 결과의 차이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화재진압이라는 직무수행과 ‘비인두강암’ 발병 간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됐다는 것만 해도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법률상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됐다는 건 곧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이야기로 결국 ‘화재진압 현장에 10년 이상 투입된 소방공무원이라면 유해화학물질에 의해 야기될 수 있는 질병에 걸릴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가 업무 그 자체인 소방공무원이 화재진압 업무와 질병 발병 간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가 되지 못하는 건 분명 개선돼야 하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화재 현장마다 투입된 소방공무원들이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화학물질 정보들을 간단하게나마 기록하는 작업이 이뤄진다면 어떨까 싶다. 이러한 기록이 남아있다면 향후 질병 발생 시 업무와 질병 간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에 좀 더 용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망인이 총 1411건의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는 사실은 인정됐으나 그 현장에서 어떠한 유해화학물질을 얼마만큼 흡입했는지 등의 추가적인 정보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부로서도 화재진압 업무가 ‘비인두강암’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위험물질에 쉽게 노출되는 소방공무원들을 위해 그들이 출동한 화재 현장에 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는 남겨두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이는 대목이다.

 


1) 비인두는 뇌기저에서 연구개까지 이르는 인두의 가장 윗부분으로 이곳에 생긴 악성종양을 비인두암이라고 한다.

 

 


 

한주현 변호사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관으로 근무하며(2018-2020) 재난ㆍ안전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현재는 변호사 한주현 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로 보험이나 손해배상 등의 민사사건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법률사무소 청원_ 한주현 : attorney.jhhan@gmail.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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