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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소방 이야기가 아니다. 08 내 마음의 비밀번호

충남 아산소방서 조이상 | 기사입력 2022/01/20 [10:00]

이 글은 소방 이야기가 아니다. 08 내 마음의 비밀번호

충남 아산소방서 조이상 | 입력 : 2022/01/20 [10:00]

숨이 안 쉬어진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의 손은 덜덜 떨고 있었고 눈은 뒤집혀 있었다. 거실에는 소주병이 있었고 남편은 아내의 곁에 서 있었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성을 분리형 들것으로 옮겨서 계단을 통해 내려갔다. 환자는 내 몸이 말을 안 듣는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우리는 우리 일이니 걱정하지 마시고 자신만 생각하라고 했다.

 

응급실에는 대기자가 많았다. 대기시간이 길어져 남편과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아내가 어떤 전화를 받더니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남편에게 아내분 위로를 해주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센터로 돌아오는 길에 옆에 탄 구급대원이 조심스레 말했다.

 

환자는 어떤 전화를 받았는데 내용인즉슨 자신을 죽이러 온다는 내용이었다. 그 말을 남편에게 했지만, 남편은 환자에게 안 좋은 말을 했고, 바로 몸이 이상해졌다고 한다.

 

반성한다. 나 역시 아내가 어떤 아픈 말을 했을 때 이성적으로 따지고 이건 어쩌고 저건 어쩌고 이야기했다. 마치 재판관처럼 말이다. 남편은 재판관이 아니고, 남편이거든. 

 

주취자 출동이다. 차 안에서 토하고 있던 그는 술을 얼마나 먹었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바로 옆 자신의 빌라에 경찰관과 함께 부축해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기억 못 하는 것이다.

 

비밀번호를 찾기 위해 그 남자의 머리를 쥐어짰다. 과연 네자리인가? 여덟자리인가? 주취자도, 경찰관도, 소방관도 눈물이 났다. 30분이나 흘렀을까? 알고 보니 여섯 자리였다. 환자를 침대에 눕히고 다시 센터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에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는 길이었다. 라디오를 켰다. 소통전문가 김창옥이 공황장애에 관해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공황장애는 자신 마음 문의 비밀번호를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살다 보면 자신과 자신의 마음  거리가 계속 멀어진다. 가끔은 자신의 마음을 돌봐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아기 사슴의 예를 들었다. 사자가 나타나면 큰 사슴은 도망가거나 들이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기 사슴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 자리에서 실신해버린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공황장애다. 

 

다른 비유로 공황장애를 표현하자면 이렇다고 한다. 자신의 제주도살이 이야기를 했다. 물질을 배워봤다고 한다. 큰 성게를 따려면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문제는 그만큼 숨을 참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 큰 것을 얻으려고 숨을 쉬지 않고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그때 질식이 된다. 공황장애가 된다. 

 

우리는 제대로 숨을 쉬고 살고 있을까? 내 마음의 비밀번호를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마음의 비밀번호를 찾지 못하면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비바람을 맞고 밖에서 자야 한다. 아까 술 취한 환자처럼 말이다. 김창옥은 비밀번호를 찾는 방법에 대해서 말한다. 가슴 뛰는 장소에 가고 그런 사람들을 만나라는 것이다.

 

그러면 잃어버린 마음의 비밀번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면 어떤 안 좋은 일이 닥쳐도 공황장애에 걸리지 않는다. 라디오에서 센스있게 가수 윤하의 노래를 틀어준다. 

 

하루에 네 번 사랑을 말하고 여덟 번 웃고 여섯 번의 키스를 해줘! 날 열어주는 단 하나뿐인 비밀번호야! 

어린이집에 도착해서 선생님과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나뉬다. 사실 우리는 매일 말로만 묻는지 모르겠다. 당신 마음의 안녕을.

 

충남 아산소방서_ 조이상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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