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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수집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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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부소방서 한정민 | 기사입력 2022/01/20 [10:00]

정보 수집의 중요성

서울 중부소방서 한정민 | 입력 : 2022/01/20 [10:00]

2012년 4월 15일로 기억한다. 10년이 다 돼 가지만 그날은 민망하기도 하고 반성의 시간도 갖게 하는 의미 있는 날이다. 

 

근무 중 출동지령이 떨어졌다. 경남 하동군 상공에서 2인용 경비행기 한 대가 섬진강으로 추락했다는 내용이었다. 경비행기 동체와 탑승자 두 명을 수색ㆍ인양하는 게 우리 임무였다. 

 

현장 상황에 맞는 출동 장비를 채비하기 위해 추가 정보를 수집했는데 탑승자 중 한 명은 사고 즉시 인양됐으나 사망했고 나머지 한 명은 실종된 상황이었다.

 

추가로 사고지점의 환경은 수심이 30m가 넘는 시야 제로의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경비행기가 강바닥으로 가라앉기 전에 관할 구조대원들이 로프를 연결했고 부이로 추락 지점을 확보했다는 점이었다.

 

여기까지의 정보를 토대로 필요한 기체를 준비했다. 30m가 넘어가는 수심에서는 호흡 기체에 헬륨을 섞는 트라이믹스(Trimix)가 필요했다. 따라서 21%의 산소와 35%의 헬륨을 배합한 Normoxic Trimix1)를 준비했다. 

 

수색ㆍ인양 작업시간까지 고려해 실린더는 더블탱크, 감압용 기체는 산소 50%용 나이트록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사실 이렇게 채비하면서도 강의 수심이 30m가 넘는다는 정보에 살짝 의구심이 들긴 했다.

 

댐이라면 모를까…. 어쨌든 주어진 정보에 최적의 기체와 장비를 챙기는 것으로 출동 준비를 마쳤다. 현장으로 이동하는 중에는 수색기법에 대해 논의했다. 

 

▲ [사진 1] 사고 당일 Trimix 기체 브랜딩


MISSION! 경비행기 탑승자를 구조하라!

경비행기가 가라앉은 부근에 실종자가 있을 가능성이 클 거로 판단했다. 관할 구조대원들이 동체에 연결했다는 로프를 하강 라인으로 사용하고 수색라인을 그 로프에 연결한 후 원형탐색을 활용해 탐색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중 수색 방법은 현장을 직접 보지 않는 한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기에 차선책 또한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린 원형탐색이 불가하다고 판단되면 수중나침반을 이용해 수색하기로 대비책을 세워뒀다. 수심이 깊고 시야가 없으며 특히 장애물이 많이 있는 곳에서 드물게 사용하는 이 방법은 나침반을 이용해 0°부터 360°까지 약 10~20° 사이의 간격을 두고 부채꼴 모양으로 수색하는 방식이다.

 

수색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각도까지 커지는 특성상 수색을 놓칠 수 있는 단점이 있어 원거리보단 근거리에 도움이 된다. 물론 숙달될 때까지 많은 연습이 필요하기도 하다.

 

계속되는 변수

이렇게 장비를 챙기고 수색 방법을 고민한 후 도착한 현장은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사전에 획득한 정보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30m 이상이라던 수심은 불과 4~5m 안팎이었다. 동체에 연결해 뒀다는 로프는 이미 유실돼 침몰된 정확한 위치를 알 수조차 없었다. 

 

그 덕분에 미션이 추가ㆍ변경됐다. 최대한 빨리 동체를 찾아내야만 했기에 계획했던 수색방법을 전면 백지화시켰다. 동체가 가라앉았을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 앵커와 하강 라인을 설치하고 장애물 유무에 따라 장애물이 있으면 원탐색, 없으면 상승해 변형된 잭스테이(Jackstay)를 준비한 후 적용하기로 했다. 

 

수색을 위한 하강이 시작됐다. 어떤 또 다른 변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긴장된 마음을 반전시킨 다른 변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 변수였다. 시야가 매우 좋지 않다는 정보와는 정반대로 시야가 너무 좋았다. 틀린 정보였지만 이런 변수라면 얼마든지 와도 좋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다.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시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하는 건 부력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해 바닥을 건드리며 발생한 부유물 때문일 거다. 지금은 구조대원들이 미세 중성 부력에 대해 많이 훈련돼 있고 교육 받았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수색은 거의 바닥을 기면서 훑는 방식이 대부분이었으니 말이다.

 

▲ [사진 2] 출동 시 사고 현장 항공사진

 

수중 탐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비행기 동체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갖고 들어간 수색라인을 동체에 연결했다. 그리고 스풀을 이용해 동체 주변을 수색했으나 실종자는 발견할 수 없었다. 

 

수면으로 상승한 후 관할 구조대원들에게 수중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동체에 부이를 설치하는 작업을 마쳤다. 다음 날까지 수색에 참여할 건가 아니면 복귀할 건가 논의 끝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얕은 수심에다가 동체까지 발견했으니 관할 구조대원들이 수색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집된 정보, 무조건 믿을게 아니라…

실종자는 이틀이 지난 17일 오후 5시에 동체 추락 지점에서 상류 방면으로 1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당시 이 사고에서 느낀 건 생사를 오가는 긴박한 순간이 아니라 인양을 위한 수중 수색을 할 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하고 그 정보는 정확해야 한다는 점이다. 처음에 수집한 정보(강 수심이 30m 이상 나온다는)가 잘못된 탓도 있지만 그 정보를 재차 확인하지 않은 잘못도 분명 우리에게 있다.

 

그로 인해 싱글 장비로도 충분한 곳에 더블 장비를 준비했고 공기로도 충분한 곳에 Trimix를 준비하는 오류를 범했다. 이는 출동 준비에 불필요하게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했다. 결국 출동이 불가피하게 늦어졌고 현장에 도착해서도 수색을 좀 더 장시간 할 수 있었는데 하지 못했다.

 

▲ [사진 3] 수색 준비 중(출처 NEWSIS, 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2&oid=003&aid=0004447567)

 

모든 구조 활동이 그렇듯 정확한 정보 수집은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수중 수색은 따질 게 많다.

 

수심이나 육상 온도, 수온, 조류, 조류방향, 시야 등 최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장비를 선택하고, 수중 환경에 맞는 수색법으로 수색해야 한다. 매번 강조하지만 아직 수중 통신에 대해선 많이 미흡하나 수중 통신도 필수가 돼야 한다.

 

Too much is as bad as too little

▲ [사진 4] 복귀 이륙 직전의 헬기

 

‘넘치는 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날의 사건은 남는 정도가 아니라 넘쳐 버릴 정도였다. 그래서 글 서두에 언급했듯이 살짝 민망한 상황이 연출돼 버렸다.

 

이젠 남기지 않고 딱 맞아떨어질 때까지 반복하고 반복해서 불필요한 시간과 장비를 허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그날의 기억과 함께 더 발전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1) Normal Oxygen Trimix라고 하며 대기 중의 산소 성분과 같은 비율 즉 21%의 산소 함유량을 가진 Trimix를 말한다.

 


독자들과 수난구조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사건ㆍ사례 위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자 한다. 만일 수난구조 방법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e-mail : sdvteam@naver.com facebook : facebook.com/chongmin.han로 연락하면 된다.

 

서울 중부소방서_ 한정민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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