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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관 이야기] “부지런하면 막을 수 있고 게으르면 찾아드는 화재?”

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기사입력 2022/01/20 [10:00]

[화재조사관 이야기] “부지런하면 막을 수 있고 게으르면 찾아드는 화재?”

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입력 : 2022/01/20 [10:00]

추운 겨울이면 더운 여름을 생각하게 되는 게 평범한 우리네 삶이 아닐까? 서로를 동경하거나 다른 세상을 더 그리워하는 건 어쩌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갑자기 길을 가다 검은 연기와 오렌지색 화염을 보면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도 구경이라는 생각과 함께 왜 그렇게 됐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평소 우린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무언가를 하면 그게 나아 보이고 다른 사람이 뭔가를 갖고 있다면 내 것과 비교해 보고 남의 게 더 좋아 보인다. 문득 ‘남 손의 떡이 커 보인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내가 가진 것보다 남이 가진 게 더 좋고 많아 보인다.

 

왜 그렇게 생각할까? 내 것이 더 좋고 내가 택한 길이니 더 안전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하지만 부지런히 움직이고 게으르지 않다면 걱정과 불안은 없고 희망과 행복이 자리할 거다.

 

어느 봄 점심때가 다 돼 자동차 공업사에서 발생한 화재다. 자동차 공업사 화재라고 하면 ‘자동차 도장 부스’로 쉽게 발화지점을 추정할 수 있다. 대부분 자동차 공업사에서 발생한 화재는 자동차 부스에서 발생하고 원인도 대동소이하다.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살펴보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관계자 진술과 발화지점을 파악하라!

자동차 공업사 직원인 엄 씨는 자동차 도장 작업 후 건조하기 위해 보일러를 가동했고 건조하는 과정에서 불꽃이 보여 신고했다. 보일러는 석유를 사용하고 설치된 전기히터는 사용하지 않았다. 도장 부스는 무너진 상태였고 버너를 중심으로 분열 흔적이 관찰됐으나 버너와 부스 발화지점의 거리가 멀었다.

 

흡기 댐퍼(intake damper)와 배기 댐퍼(exhaust damper)는 닫힌 상태였고 열원은 버너가 유일해 보였다. 송풍관을 통해 부스 내부로 더운 공기를 회전시켜 자동차 도장을 건조하는 공정이다. 건조과정에서 불티, 화염 발생은 없어 보였으나 열교환기 내부에서 불티가 비화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 [사진 1] 건물 전경


연소 형태를 살펴라!

건물은 전체적으로 소훼 상태가 크지 않아 보였다. 샌드위치 패널 구조인데도 지붕에 수열 흔적이 없다는 건 화염이 작았거나 다른 구획실 내에서 화염이 있었다는 걸 추론할 수 있다.

 

건물 외부에 잔류한 수열 흔적으로는 발화지점을 추론할 수 없고 창문과 가까운 부분에 수열 흔적이 다른 부분에 비해 심하게 잔류한 형태다.

 

유사 모델과 비교하라!

▲ [사진 2] 화재 부스와 동일 모델

 

인근 공장에 설치된 자동차 부스이며 화재 발생 지점에 설치된 부스와 같은 모델이다. 전면은 자동차 출입이 가능하도록 양문형 도어가 설치돼 있고 좌측에는 부스 컨트롤 패널이 있다.

 

▲ [사진 3] 부스 내부

 

부스 내부는 대부분 크기와 구조가 같다. 위에서 더운 공기가 내려오고 바닥으로 배기 되는 작업공정이다. 위에서 아래로 공기 회전이 돼야 먼지가 부상하거나 이물질이 부유하는 걸 방지할 수 있기에 이런 방법으로 공기를 회전시켜 도장한 자동차를 건조한다.

 

건조하는 작업공정이 대부분 유사하기에 공기 회전 방식은 같다. 단 건조할 때 온도를 조절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이 사건 현장처럼 보일러를 이용해 온도를 맞추는 방법이 있고 석영관을 이용한 전기히터를 사용해 온도를 맞추는 방법이 있다.

 

이처럼 유사 모델이나 동일 모델이 있다면 비교해 조사하는 방법이 최상이겠지만 현장에 잔류한 부스나 구조물이 수열, 연소 확대로 인해 변형ㆍ탄화돼 쉽지 않다. 이 사건은 인근 자동차 공업사에 동일 모델이 있어 조사하고 촬영했다.

 

동일 모델이 있다면 구조나 작동 메커니즘(Mechanism)을 확인하고 에러(Error) 발생 부분이 어디인지를 확인해 조사하면 원인 발굴에 큰 도움이 된다.

 

현장의 연소 형태를 확인하라!

발화지점으로 추론되는 지점의 수열 형태나 붕괴 방향과 연소 방향을 확인해야 한다. 구조와 붕괴 방향 그리고 수열의 변색 흔적 등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

 

▲ [사진 4] 발화지점


화재 발생 부스의 형태다. 천장 구조물 일부는 붕괴하고 문틀이나 일부 구조물이 탈락해 부스 형태 분간이 어려울 정도다. 잔류한 철 구조물에서 변색 흔적과 만곡 형태가 관찰되나 구획실 화재로 방향성 가늠이 쉽진 않다.

 

▲ [사진 5] 보일러 연통


중간 부분에 보일러 연통이 관찰되나 원형으로 수열 형태가 작게 나타나 있다. 좌측 온풍 토출구 부분 하단은 군청색이고 상단은 황색으로 다른 부분에 비해 철재 변색 흔적이 심하게 잔류해 있다.

 

▲ [사진 6] 연소로


보일러 연소로와 상단에 열교환기가 있다. 우측 변색 흔적이 심하게 식별되는 곳이 열교환기 부분이다. 다른 부분과 비교할 때 변색 흔적이 심하게 잔류한 형태는 수열을 많이 받았거나 직접 발열한 형태로 해석된다.

 

열교환기 내 가연물이 없이 수열 형태가 심하게 잔류한 것으로 볼 때 내부가 파열한 형태로 추정된다.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상단 커버를 강제로 개방해 내부를 확인했다.

 

▲ [사진 7] 열교환기


열교환기 내부로 파열 형태는 관찰되지 않는다. 상단 토출구 부분이 변색한 상태로 붕괴해 일부 찌꺼기가 탄화한 형태처럼 식별된다. 이런 형태는 하단에서 연소로 인해 외관에 이물질이 응착되면서 고열에 탄화해 상단으로 이동하며 나타난 현상으로 판단했다.

 

▲ [사진 8] 버너

 

버너는 검게 탄화했으나 주변의 수열 형태는 차이가 없었다. 이런 형태는 발열인지 수열인지 판단이 흐려진다. 다만 버너 자체는 주철이고 일부는 플라스틱과 전선으로 구성돼 가연성 물질이 존재한 부분은 검게 연소한 흔적으로 확인된다.

 

버너에 특이점이 없고 열교환기 내부에서 파열된 형태는 관찰되지 않는다.

 

▲ [사진 9] 필터


[사진 9]는 필터 부분이다. 하단부, 즉 부스와 밀접한 부분은 탄화됐고 상단 외형은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형태는 부스 내부에서 화염이 외부로 전달됐다는 의미고 화염이 있을 때 배기 팬은 작동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하단 부분은 부스 내부에서 토출된 공기가 외부 필터로 유입된 부분이고 상단을 통과한 공기는 연소로와 열교환기를 거쳐 다시 부스로 들어가는 구조다.

 

이런 탄화형태는 연소로나 열교환기에서 발화됐다 하더라도 부스 내 화염이 확대되고 다시 필터로 유입되는 구조로 판단된다. 또 그때까지 순환 팬이 작동하고 있었다는 건 전기에 이상한 점이 없었다는 증거기도 하다.

 

▲ [사진 10] 차단기


버너ㆍ부스 시설을 작동하는 메인 차단기는 ON 상태로 잔류해 있었다. 전기시설에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문제는 뭘까? 이런 경우 기계적 요인을 의심한다. 맞다. 그럴 수도 있다.

 

부스를 이루는 구성물을 살펴보면 발열하는 부분인 버너, 연소로, 열교환기, 연통과 공기를 순환하는 흡기ㆍ배기 시설의 브로아 모터(Blower motor), 공기가 회전할 때 먼지나 이물질을 걸러주는 흡기 필터, 배기 집진 시설과 배기 필터 등이 있다. 브로아와 버너는 동력이 전기고 연료는 석유를 사용했다.

 

▲ [사진 11] 찌꺼기

 

브로아 실 내부에 응착된 형태의 도장 찌꺼기다. 이렇게 도장 찌꺼기가 응착돼 있다는 건 장시간 사용했고 청소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찌꺼기 일부가 연소로를 통과하며 탄화된 상태로 열교환기를 거쳐 부스 내부로 토출된다면 부스 내 흡기 필터에 점착해 발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초목격자 엄 씨는 도장 작업 중 부스 안에서 불꽃이 보여 신고했다고 했다. 부스 밖에서 다른 작업을 하던 작업자 엄 씨가 화재를 늦게 인지한 건 부스가 반 밀폐된 공간이고 브로아의 영향으로 공기가 회전하며 밖으로 분출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작업자 엄 씨는 불꽃을 보고 도장 부스 문을 여니 검은 연기와 불길이 분출했다고 진술했다.

 

도장 부스 내 화재가 발생하고 반 밀폐된 공간에 문을 열어 공기가 유입되면서 순식간에 연소 확대가 이뤄진 건 아마도 드래프트(Draft)가 선행되고 플래시 오버(Flash Over)가 가중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도장 부스 벽체는 샌드위치 패널이고 천장과 바닥은 필터가 설치돼 있어 불티 비산이나 소락에 의해 급격한 연소 현상이 이뤄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자동차 공업사 도장 부스 내에서 사용하는 페인트는 모두 석유화학 제품으로 불이 잘 붙는 물질이다. 즉 차량용 페인트와 희석제 시너, 부직포 등은 불을 붙이면 순간 연소하는 물질로 구성돼 있어 연소 확대가 쉽게 이뤄졌다.

 

페인트와 시너는 개별 밀봉된 상태지만 열에 노출되면 용기가 부풀거나 닫아놓은 뚜껑이 이탈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부스 내 놔두면 안 되는 제품 용기가 식별됐던 건 어쩌면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면 고의나 중과실 부분을 살짝 의심할 수 있는데 이 사건 현장에 설치된 폐쇄회로를 모두 확인한바 평소처럼 작업자는 모두 제각기 작업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특이하거나 이상한 행동은 확인할 수 없었다. 화재가 발생하면 대부분 현장에서 발견되는 단락 흔적이나 전선 용융 흔적도 이 사건 현장에선 발견되지 않았다.

 

인적 부주의 부분을 살펴보면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부분은 도장 부스다. 도장 부스는 총 4개 부분에 필터가 설치돼 있는데 흡기ㆍ배기 필터는 도장 부스 외부에 설치되고 천장ㆍ바닥 필터는 도장 부스 내부에 설치돼 있다.

 

흡기 필터와 흡기 댐퍼(intake damper), 흡기 브로아, 열교환기, 천장 필터, 바닥 필터, 배기 댐퍼(exhaust damper), 배기 필터, 배기 브로아 순으로 설치돼 있고 열처리 시 급ㆍ배기 댐퍼가 닫힌 상태로 열풍이 순환하는 구조다.

 

도장 부스 내부의 온도는 통상적으로 65℃로 설정해 사용한다. 필터에서 덜 걸러진 미세먼지나 찌꺼기가 연소로 열에 의해 탄화하고 비산돼 천장 필터에서 착화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집진 설비 필터를 교환한 지 2주 정도 됐다는 진술이 있었으나 [사진 10]에 응착된 찌꺼기가 다량으로 확인되는 점으로 미뤄볼 때 청소를 게을리해 불티가 비산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자동차 도장 부스는 하나의 기계로 해석함이 마땅하다. 여러 개의 기기가 조합돼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다. 하나의 기계로 보일러 버너를 이용하고 열교환기에서 발생한 열을 브로아를 이용해 훈풍을 회전시키면서 동작한다. 열처리 시 댐퍼가 닫혀 열풍이 내부에서만 회전한다.

 

열풍 회전 시 연소로 열교환기를 거쳐 다시 도장 부스 내부로 훈풍이 들어간다. 찌꺼기가 열교환기에 닿아 연소하며 생성된 연소 생성물이나 불티가 부스 내부 천장 필터에 응착ㆍ착화됐을 가능성은 부주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나 작동하는 구조만 놓고 원인을 논한다면 기계적 요인에 가깝다.

 

▲ [사진 12] 화재 발생 단계


부스 내부에서 불빛이 확인되는 시점에서 작업자 엄 씨는 화재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밖에서 작업하는 모습이다.

 

▲ [사진 13] 부스 내부 화재


①번이 도장 부스 내 [사진 11]의 형상과 다르게 잔류돼 있다. 내부에서 연기가 발생하고 있어 무늬가 흐트러진 형태다.

 

②번은 도장 부스 내 화염이 일부 관찰되고 벌겋게 밝아지는 형상이 관찰되고 ③번은 도장 부스 내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전등이 켜져 있는 건 화재 발생 후에 도장 부스 내 전기적 이상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 [사진 14] 출화

 

도장 부스에서 화염이 출화하는 형태다. 화염이 출화하고 검은 연기가 분출할 때 비로소 작업자들이 화재를 인지하고 대처하는 형상이 폐쇄회로에서 확인된다.

 

자동차 공업사 도장 부스에서 발화된 화재로 관계자 진술과 최초목격자의 진술을 참고하고 잔류된 연소 패턴, 현장 구조물, 폐쇄회로 등으로 발화지점을 확인했다. 현장에서 작업자 엄 씨는 도장 작업을 하고 있었다. 1차 도장 작업 후 열처리를 했고 부분 도장 후 2차 열처리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도장 부스 내부 온도는 65℃로 세팅했고 부스 내부 측면에 설치된 전기히터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기선이 차단기 1차 측으로 연결된 게 확인됐으나 ON, OFF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일러 연료는 경유를 사용하는 게 확인되고 화재 당시 가동 중이었다.

 

화염이 도장 부스 내부에서 발생하면서 외부에서 작업 중이던 엄 씨가 화재를 쉽게 인지하지 못했으나 작업 중 도장 부스를 바라보니 내부에서 불길이 보였다고 했다. 불길이 도장 부스에서 출화 당시 2층 작업장 내부에 설치된 작업등이 점등된 것으로 볼 때 전기적 요인은 배제할 수 있다.

 

도장 부스 내에서 화염이 분출하는 현상이 폐쇄회로를 통해 확인되는 점 등을 종합할 때 도장 찌꺼기 연소로 열에 의해 탄화된 상태로 도장 부스 내부 천장 필터에 착ㆍ발화된 화재로 추정됐다.

 

현재는 도장 부스 건조과정에서 대부분 전기히터를 사용하거나 석영 유리관 히터로 건조하고 전기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경기 김포소방서_ 이종인 : allway@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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