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기업] 불 속에서도 끄떡없는 한국EHT 내화전선1010℃ 2시간ㆍ950℃ 3시간 내화성능 갖춰 UL2196ㆍBS6387 인증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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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박준호 기자] = 소방용 전선의 내화성능을 강화하는 기준이 조만간 시행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관련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탁월한 내열성을 갖춘 내화전선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소방청은 소방용 전선의 내화성능 기준을 높이는 내용의 ‘옥내소화전설비의 화재안전기준’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 상태다. 이 규정은 이르면 내달 안에 시행될 예정이다.
화재 시 소방전선의 손상 방지를 위해 개정되는 화재안전기준에 따라 앞으로는 기존 일반내화 성능(750℃)에서 KS표준에 부합한 고내화 성능(830℃) 이상으로 확보해야 한다.
소방시설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다 해도 이를 연결한 전선이 파열되거나 전류가 공급되지 않으면 시설 전체가 먹통돼 초기 진화는 물론 피난 경보 자체가 불가하다. 자동화재탐지설비 중 수신기가 ‘심장’이라면 소방전선은 ‘혈관’과도 같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주)한국EHT(대표 정경모)는 변화되는 화재안전기준에 대비한 소방용 내화전선 공급 준비에 한창이다. 1989년 설립된 한국EHT는 겨울철 동파 방지를 위한 특수케이블인 전기 열선을 주력으로 개발ㆍ시공하는 회사다. 주로 발전소와 석유화학 공장, 플랜트 설비 등에 제품을 공급해왔다.
한국EHT는 지난해부턴 도로 위의 암살자로 불리는 ‘블랙아이스’ 사고를 예방하는 열선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아스팔트 속에 설치한 열선이 눈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정온을 유지해 결빙을 방지하는 시스템으로 서울 관악구와 동작구, 성북구의 내리막길 등 주요 위험지역에 시공됐다.
정경모 대표는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 소방시설이 작동을 안 한 불량품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었는데 소방시설에 연결된 전선이 불에 타 동작하지 않은 거였다”며 “소방용 전선의 내화성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고내화 성능을 충족하도록 관련 법 개정 필요성이 요구됐지만 사실 변하진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행정 예고 돼 다행이다”고 했다.
한국EHT의 내화전선은 상향된 기준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도 견디는 성능을 지녔다. 전선 속 절연물질로 쓰인 산화마그네슘이 내화성능의 핵심 기술이다. 내열온도는 약 2600℃에 달해 불의 최성기에서도 2시간 넘게 타지 않고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게 정 대표 설명이다.
정 대표는 “1010℃에서 2시간, 950℃에서 3시간의 내화성능을 갖춰야 합격하는 UL2196과 BS6387 인증을 획득했다”며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으로부터 개정된 내용(KS C IEC60331-1과 2, 60332-3-24)을 모두 충족하는 결과에 대한 시험성적서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내화성능뿐 아니라 전선의 내구성과 시험 후 탄화 상태에도 합격해야 하는 IEC 규격에 따라 타격 시험에도 전압이 유지되고 도체가 파열되지 않는 건 물론 탄화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뜨거운 불 속에서도 전력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걸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한국EHT에 따르면 이 내화전선은 훼손으로 인한 화재 피해도 방지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사찰이나 배선이 노출되는 시설의 경우 쥐와 같은 설치류 동물이 전선을 갉아 먹어 화재가 발생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전선 겉면이 금속 물질인 구리로 돼 있어 이런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편한 시공과 경제성도 장점이다. 정 대표는 “전선 자체에 대한 단가가 기존 전선보다 높아 외형적으로 비싸 보일 수 있지만 전선관을 따로 설치할 필요 없는 일체형이기 때문에 공사를 위한 인건비와 자재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EHT는 최대 750V에 이르는 전압규격 내에서 1개부터 19개 도체를 한 번에 물릴 수 있는 다양한 제품군을 공급하고 있다. 앞으로 일반 가정집과 공장, 문화재, 복합건축물, 터널 등으로 수요 대상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정 대표는 “화재 시 전선 손상을 방지하는 내화전선 사용 증가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이 없었으면 한다”며 “화재 예방과 국민 안전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앞장서 나가겠다”고 전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