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산불재난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광고
산불방지정책연구소 황정석 | 기사입력 2022/04/01 [13:41]

산불재난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산불방지정책연구소 황정석 | 입력 : 2022/04/01 [13:41]

2017년 ‘산불재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으로 산불주무관청 재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산림청 주장이 받아들여져 큰 변화는 없었다. 그렇다면 당시 정부 결정에 문제는 없는지,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산림청 산불관리는 적실했는지 조목조목 짚어보고 향후 대책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2017년 산림청이 산불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된 경북소방본부사례다. 2009년 경상북도는 산불업무를 산림부서에서 경북소방본부로 이관했다. 산불관리 효율성과 화재 분야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2011년 울진(168㏊)과 영덕(175㏊), 예천(186㏊), 고령(186㏊)에서 대형 산불을 막지 못했다는 핑계를 대며 시행 2년 만에 산림부서로 환원시켰다. 

 

이 문제는 2017년 행정안전부에서 개최된 산불주무관청 조정 회의에서 또다시 거론됐다. 당시 산림청 관계자는 경상북도 사례만 보더라도 소방청이 산불을 관리할 능력도, 전문성도 없다며 소방관계자를 치욕스럽게 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산림청 산불관리는 조선시대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역대 최악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당장 올해만 해도 2011년 사례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다. 울진(1만8463㏊), 영덕(400㏊)이 피해를 봤다. 2011년과 비교해 55배가 넘고 주택과 시설물 684채의 피해까지 발생했다. 그뿐인가. 합천(670㏊)과 강릉(1900㏊), 동해(2100㏊) 등 다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다. 

 

▲ [표 1] 경북소방본부(2011)와 산림청(2022) 산불피해 면적 비교(2022. 3. 11. 기준)

 

이 뿐만 아니다. 대형 산불은 2~5년 주기로 발생하던 패턴이 완전히 무너지고 2017년 이후 매년 반복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과거엔 볼 수 없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내륙에서 2천㏊ 규모의 초대형 산불이 발생하는가 하면 2월 영하 10℃를 오르내리는 추운 날씨에도 400㏊의 산불이 발생했다.

 

대형 산불은 남서풍의 영향을 받아 북동쪽으로 확산되던 게 남동, 남서쪽으로 마구 비화된다. 초속 3m 이내의 미풍인데도 일주일 가까이 산불을 진압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산림청의 잣대로 본다면 어떤 처분을 내려야 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 [표 2] 2017년 이후 대형 산불(50㏊ 이상) 발생 현황(2022.3.10.기준)

 

그 외 주장 역시 논리가 빈약하거나 현실 인식이 부족해 보인다. 이는 관련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국민과 정부를 무시한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 당시 산림청 관계자 주장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반론을 담아 본다.

 

“산불방지는 산림관리기관이 예방ㆍ진화ㆍ복구를 통합 관리해야 한다”

산림청이 산을 가장 잘 알기에 산림화재 역시 해당 부서에서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어느 기관도 이런 논리를 내세우지 않는다. 예방이야 관리 주체가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복구에 있어 이권이 개입되고 이해충돌이 생긴다는 의견이 많다.

 

복구방법 역시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나치게 인간이 개입하는 방식을 적용하면서 의심을 사고 있다. 오죽하면 산림사업이 뜸해지면 관계자가 산불을 내고 다닌다는 허무맹랑한 소문이 돌겠는가.

 

▲ [그림 1] 복원 과정에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막대한 예산투입과 산림환경 파괴(왼쪽부터 마구 파헤쳐진 2019년 동해산불 현장, 2017년 강릉 성산 산불 현장 인공조림 소나무보다 자생소나무가 더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산불방지 비결, 숙련된 진화조직 3만여 명을 보유ㆍ활용할 수 있다”

산불조심기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산불방지 인력은 2만1600명 가까이 된다. 하지만 이분들은 봄과 가을, 한 해에 두 번 선발돼 2~6개월간 운영되는 계약직이다. 선발기준은 취약계층 우선이다. 2016년 필자의 조사에 의하면 평균 나이가 64세다. 숙달됐다고 이듬해 채용이 보장되는 구조도 아니다.

 

최근 산불 연중화를 대비해 정규직 또는 10개월 이상 계약직 산불진화대를 운영 중이다. 그중 항공진화대 104명은 전국 12개 항공관리소에 분산 배치돼 있다. 공무직 160명과 1년 계약직 산불재난특수진화대 435명은 전국 5개 지방청과 27개 국유림관리소에 20명 내외로 분산 배치돼 운영된다. 숙련된 진화조직은 3%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기타 영림단은 민간산림사업자다. 반강제로 산불업무에 동원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

 

▲ [그림 2]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는 산불전문진화대와 극소수에 불과한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최근 10년간(2007~2016년) 산불 1건당 피해 면적은 1.2㏊로 미국 38.5㏊, 스페인 6.5㏊보다 극히 적은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 성과가 있다”

산불은 산림청 소관임에도 초기진화 대부분은 소방에서 감당하고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스페인은 우리나라 실정과 단순 비교 대상이 아니다. 미국은 맞불이 기본적인 진화 전술에 가깝고 광활한 국토면적으로 현장까지 이동하는 거리 역시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2017년 이후 건당 피해면적이 네 배 이상 급증했다. 무엇보다 산림청 산불피해면적은 필요에 따라 들쑥날쑥하거나 축소, 은폐하는 관행이 있어 신뢰성이 전혀 없다.

 

“미국, 러시아 등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산불을 산림부서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소방으로 이관 후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국토면적이 넓어 산림청이 산불을 관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산림과 도시 경계가 모호하고 중첩돼 있어 사실상 구분에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입지 조건은 가까운 일본의 사례가 적절하다. 일본은 소방본부와 각 지역 의용소방대 형태의 자율조직이 산불을 전담하고 있다. 산림청은 조언과 권고, 예산지원 등을 진행한다.

 

특히 미국 산림청 산불소방관은 우리나라 산불대응인력과는 비교자체가 안될 정도로 훈련 방식이나 현장대응능력이 뛰어나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소방으로 이관해 대형 산불이 발생한 게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 산림청이 핑계로 삼는 기상이변을 원인으로 봐야 한다. 

 

“소방청이 산불을 관리하는 건 비효율적이며 전문성이 부족하다”

기후와 산림 연료의 변화로 산불은 연중 주야를 가리지 않으며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산불진화체계는 관리기간을 정해 대부분 일과시간 내에 운영된다. 결국 24시간 365일 근무체계를 갖춘 소방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국 산림관서는 350여 개에 불과하지만 소방은 1500여 개(소방서, 119안전센터)의 거점을 확보하고 있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산불진화인력은 고령층에 계약직으로 매번 바뀐다. 반면 소방관은 정년이 보장된 소방공무원으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 역시 상식에 맞지 않은 주장으로 판단된다. 소방은 2020년부터 전국 8개 지방소방학교와 중앙소방학교를 통해 신규임용자는 물론 현장지휘관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산불대응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 [그림 3] 2020년 경북소방학교 산림화재 대응반 전문교육

 

대한민국 산불체계 이젠 변화해야 한다

ㆍ이미 임목축적이 30배 이상 증가한 상황에서 인력과 장비만으로 산불을 다 막겠다는 건 한계가 있다. 맞불이나 방화 수림대를 이용한 파이어 브레이커(Fire Breaker)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ㆍ지표연료량이 증가하면서 산불 비화로 인한 민가 피해가 급증하는 추세다. 동시다발적인 비화로부터 민가를 보호할 수 있는 최적의 장비를 발굴 확보하고 산불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집중해야 한다. 

 

▲ [그림 4] 도로변과 도심 산불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성능 장비확충이 필요하 다(왼쪽부터 2022년 3월 5일 동해안 산불 피해 현장, 2019년 4월 4일 속초 산불 현장에서 로젠바우어 판터가 도로변 산불과 민가보호에 활약 을 펼쳤다).

 

ㆍ도심산불위험지역, 민가나 도로 주변 일정 거리는 소방의 권한으로 법령을 개정하고 지역별로 여건에 맞는 산불방지 관련 조례 제정을 통해 강제해야 한다.

 

ㆍ기존 산불관리기관을 과감하게 혁신하거나 재난 전문기관으로 업무를 이관하고 과감한 투자와 증원을 통해 미래 재난성산불에 대비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ㆍ개별법에 따라 시행되는 산불재난통합지휘권을 긴급구조통제단으로 일원화해 복합재난에 대비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역사적 소명인지, 지난 5년간 ‘산불관리 이대로 좋은가’를 증명하듯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겪었다. 값비싼 경험을 통해 기존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 역시 절감했다. 산불관계기관인 소방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도, 회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2017년 강릉 산불, 2019년 동해안 산불, 2020년 안동 산불 그리고 2022년 동해안 산불은 농산촌 부락은 물론 도심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이미 산불은 산림의 영역을 벗어나 복합재난화되고 있다. 한시적이고 비전문적인 인력체계로는 한계가 있다. 쉽지 않겠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해 소방이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 됐다.

 

지난 5개월간 <119플러스> 매거진의 배려로 산불에 대해 연재할 수 있었다. 매우 뜻 깊고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그동안 함께 해주신 우리 시대 영웅 소방관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산불방지정책연구소_ 황정석 : hyh4884@hanmail.net 

 


 

황정석 소장은 

1967년 소백산자락 과수원집 큰아들로 태어났다. 경북대학교에서 산림정책을 전공하면서 산불정책과 교육 관련 박사학위를 받았다. 

   

7년 가까이 관계 기관 전임강사로 활동하다가 폭넓고 자유로운 산불연구를 위해 산불정책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2003년 행정안전부(당시 행정자치부)로부터 산림분야 신지식인으로 선정됐으며 2019년에는 ‘우리나라 산불이야기’를 출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우수과학도서로 인증받은 바 있다. 

   

 

현재 중앙소방학교 외 5개 기관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인니ㆍ몽골 산불인프라 구축 관련 ODA 사업 연구기획과 산불정책 관련 언론 기고, 산불대응전략ㆍ교육훈련 관련 교재를 집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산불 위험 관리 관련기사목록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1/5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