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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괴리감: 절단파괴 장비

경기 용인소방서 박순만 | 기사입력 2022/04/20 [10:00]

장비 괴리감: 절단파괴 장비

경기 용인소방서 박순만 | 입력 : 2022/04/20 [10:00]


쇼핑몰에 가면 구석구석 모든 매장을 방문하듯이 공구매장에 들어서면 각종 신제품과 작은 나사 하나까지 살펴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공구매니아인 필자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이 있다.

 

동력절단기의 시동 줄을 당기는 도중 줄이 끊어지거나 장비점검 때 구형 엔진톱의 시동이 안 걸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심정으로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집과 소방서에서 사용하는 공구의 괴리감은 왜 클까

자동차 업계에서 전기자동차 개발에 온 힘을 쏟듯이 현재 세계적인 공구업체에서는 무선 배터리 충전식 장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초기 출시되던 배터리 충전식 장비는 그 성능에 의구심이 들었지만 최근 출시된 장비들은 예전과는 다르게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이해를 돕자면 에어 토크 렌치로 풀던 자동차 휠의 너트를 배터리 충전식 임팩 렌치로도 간단하게 풀어버릴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실력이 없으면 공구라도 좋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이젠 현실로 다가왔다. 점점 발전하는 공구로 인해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해졌다. 

 

▲ 하이 토크 임팩 렌치로 손쉽게 자동차 휠의 너트를 풀 수 있다(출처 전기신문).

 

끊임없는 개발로 현재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다양한 공구는 안전성이나 힘 등 최고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소방 분야에서도 끊임없이 연구, 개발을 거듭한 결과 각종 소방 장비가 개선돼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소방차 적재함 속 절단파괴 장비의 모습은 예전 그대로다.

 

배터리 충전식 장비 효율성

약 4년 전 영국 소방서에 방문했을 당시 영국 소방관은 차량 적재함에 실린 구조 장비들을 소개했다. 곧 엔진식 유압장비를 배터리 충전식 장비로 전부 교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만 해도 필자가 근무하는 부서엔 이미 배터리 충전식과 엔진식 장비가 모두 갖춰진 상태였지만 말이다. 

 

배터리 충전식 장비, 구조 현장에서 쓸 수 있다면 화재 현장에서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화재 발생에서 완진까지 걸리는 시간 중 절단파괴 장비를 사용하는 횟수와 시간은 얼마나 될까? 절단파괴 장비 사용횟수는 적은 편이다.

 

우리가 화재 현장에서 절단파괴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사용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보통 화재 초기 개구부를 만들 때나 차량 일부를 절단할 때 사용하는데 긴 시간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현재 출시된 높은 토크의 강력한 모터의 힘으로도 구조물을 절단하는 작업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게다가 20V 전압ㆍ브러쉬리스 모터를 사용하는 공구들을 생산해 과부하가 걸리는 작업도 가능해졌다.

 

스마트 배터리 출시로 배터리 수명이 향상되거나 배터리를 동시에 두 개 이상 결합하는 장비도 출시돼 오랜 작업에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 디월트 사의 대용량 배터리(출처 디월트)

 

1. 밀폐된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엔진 구동 방식은 인체에 해로운 매연이 발생한다. 따라서 질식의 문제로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충전식 장비는 지하층이나 터널, 창고 등 발화위험이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다.

 

2. 한 가지 배터리로 같은 브랜드의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 밀워키 사의 무선 중장비 라인은 한 가지 배터리로 위 장비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출처 밀워키).

 

대형 공구 업체에서 출시되는 장비들은 배터리 호환성이 좋다. 최대 300개 이상의 다양한 공구가 호환된다. 소비자가 가진 배터리가 어떤 장비와 호환되는지는 제품 구매 시 중요한 사항이 됐다. 고가의 배터리를 중복으로 구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공구업체에서는 배터리를 제외한 공구만 구매할 수 있도록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의 비용절감을 돕는다. 더 나아가 어떤 업체에선 자신 고유의 장비를 타 브랜드의 배터리로도 구동할 수 있도록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3. 편리한 이동성

▲ 작업 중 전선을 자르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출처 ko.ifixt.com).

 

전선 또는 호스를 연결해 사용하는 방식의 공구 이동은 제약적이다. 길게 늘어진 전선이나 호스는 그 위를 지나가는 차량이나 사람에 의해 밟히기도, 걸리기도 한다.

 

또 절단작업에 집중하느라 작업물 아래에 덮인 전선마저 절단해 버리는 우스운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무선 방식의 배터리 충전식 장비는 어디든 갖고 다닐 수 있다.

 

4. 쉬운 관리와 안전성

▲ 배터리 호환성이 좋아지면서 작업자들은 장시간 소요되는 작업을 위해 다량의 배터리를 확보하고 있다(출처 Pinterest/Bosch tool guy).

 

연료의 혼합 비율을 신경 쓰지 않아도, 연료가 떨어진다 한들 다시 채워 넣지 않아도 된다. 배터리 수량만 충분히 확보한다면 배터리를 끼우는 즉시 사용 가능하고 장시간 작업할 수 있다.

 

시동을 거는 일련의 과정은 생략된다. 엔진구동 장비는 트리거를 놓으면 즉시 정지하지 않았지만 최신 충전식 장비는 트리거를 놓으면 바로 정지하기 때문에 안전성 면에서도 업그레이드됐다.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소방관에게 빠르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장비 선택은 중요하다. 장비로 인해 생사가 결정될 수도 있어서다. 아직은 익숙하면서 엄청난 힘을 과시하듯 울리는 동력절단기의 굉음은 안정감을 가져다줄지도 모르겠다. 또 예전부터 사용해오던 장비라 신뢰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어떤 이는 아직 엔진구동 방식 성능이 좋고 현장 활동하는 데 우월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미국 한 소방장비 회사는 전역을 돌며 배터리 충전식 장비의 성능을 직접 시연하며 성능이 결코 예전 장비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

 

예전부터 사용해온 장비의 믿음을 새로운 장비에 똑같이 적용하기란 쉽지 않지만 변화를 받아들이는 용기를 조금 내보는 건 어떨까.

 

필자가 미국과 유럽의 소방서들을 돌아봐도 대한민국만큼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는 소방은 없다. 화재 분야 동력장비들이 바뀐다면 머지않아 소방전술훈련에서 동력절단기나 체인톱 조작 절차가 바뀌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경기 용인소방서_ 박순만 : soonman27@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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