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 처장, 차관, 외청장 등 차관급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아직 일부 차관급의 외청과 소방청장의 인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 소방 안팎에서는 정권 교체에 따른 소방청장 인사 가능성을 두고 말이 많았다. 터무니없이 짧은 임기가 소방정책의 정체와 조직 내 혼란을 불러올 거란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소방청장 인사를 유보한 것을 두고 안도의 분위기가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는 우선 이흥교 청장의 임기를 못 해도 올해까지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비록 전 정권에서 임용된 청장이지만 취임한 지 고작 5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과 새 정부의 소방정책을 이행하는 데에도 결격 사유가 없다는 평가가 나왔지 않았겠냐는 분석이다.
소방청장은 관련 법상 최소한의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다. 과거에도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빠르면 2주, 늦으면 5개월 만에 소방조직의 수장이 새롭게 임명됐다.
실제 김대중 정권에서 노무현 정권으로 넘어간 2003년 당시 소방국장은 대통령 취임 후 154일 만에 교체됐다. 소방방재청 시절이었던 2004년 6월 이후에는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취임 13일 만에 청장을 인선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땐 취임 22일 만에 새로운 청장을 임용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에는 소방청 설립과 함께 대통령 취임 후 90일 만에 초대 청장을 임명했다.
정권 교체에 따른 신임 청장 인선 시기는 때마다 차이가 크다. 하지만 교체 직전 전임 청장의 임기를 따져보면 최소 1년 8개월에서 길게는 2년 8개월간 재임했다.
소방방재청 시절부터 중앙소방본부, 소방청의 역대 청장 평균 임기는 약 1년 8개월 정도다. 이 중 가장 짧은 임기를 지낸 건 현 청장의 전임이었던 제3대 신열우 소방청장이다. 신 청장은 1년 1개월 만에 60세 연령정년에 도달해 퇴임했다. 그다음이 제1대 조종묵 소방청장으로 1년 4개월 동안 청장직을 수행했다.
지금의 이흥교 청장이 교체된다면 역대 청장 중 유일하게 1년도 못 채운 최단 기간 소방청장의 기록경신이 불가피하다.
냉정히 바라볼 때 윤석열 정부로서도 소방청장의 인사는 서두를 일이 아니다. 소방청장으로 임명 가능한 계급은 소방정감으로 전국을 통틀어 소방청 차장을 비롯해 서울, 경기, 부산 본부장 등 단 네 명뿐이다.
이 중 세 명은 소방정감으로 진급한 지 올해 말 2년을 맞고 그중에서도 한 명은 연령정년에 도래한다. 나머지 한 명은 지난해 말 승진해 앞으로 1년 6개월가량 소방정감 계급이 유지될 전망이다.
따져보면 세 명의 소방정감 중 한 명은 연령정년에 따라 신임 청장 인선 대상이 못 되고 그 외 두 명을 차기 소방청장 후보로 고려하더라도 올해 말 발탁하는 건 문제 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소방정감 중 일부가 명예퇴직하거나 올해 말을 넘겨 모두 퇴임한다면 새로운 인물들이 후보군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윤석열 정권 차원에선 선택의 폭이 얼마든지 있는 셈이다.
이보다 중요한 건 비정상적으로 짧은 소방청장의 임기로는 전문지식과 기술이 요구되는 소방사무의 중ㆍ장기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안정적인 소방정책은 물론 연속성, 책임성조차 기대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소방은 권력이 아닌 국민안전을 위한 부처임을 잊어선 안 된다. 그리고 국회에 계류된 소방청장의 2년 임기 보장 법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검토에 나서주길 기대한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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