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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STOP 효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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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부소방서 한정민 | 기사입력 2022/07/20 [10:00]

DEEP STOP 효율성

서울 중부소방서 한정민 | 입력 : 2022/07/20 [10:00]

다이버는 물론 비(非) 다이버들에게도 ‘잠수병’이라는 단어는 그다지 생소하지 않을 거다. 이론적으로 ‘잠수병’은 ‘감압병’을 포함하는 개념이지만 대부분 ‘잠수병’을 ‘감압병’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다이버라면 처음 다이빙 교육을 받을 때부터 감압병과 기초적인 감압 이론을 배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또는 다른 이유로 잊어버린다. 물론 감압 이론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는 다이버도 있을 거다.

 

스쿠버 단체마다 다이버 등급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감압 이론을 교육한다. 필자도 테크니컬 다이빙을 시작하면서부터 감압 이론에 관심이 더 많아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열정은 식어갔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필자가 원하는 수준의 내용은 모두 영어로 된 원문에서만 찾을 수 있어 필자의 영어 실력으로는 그림 속의 떡을 보는 느낌이었다.

 

전문적인 용어와 복잡한 수학 계산식들은 필자의 열정을 무릎 꿇게 만들었다. 그 후 비율 감압(Ratio Deco)에 대해 배우면서 다시 공부했지만 여전히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순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2019년에 모 다이빙 협회에서 기고한 ‘NEDU(Navy Experimental Diving Unit) Deep Stop Summary’를 접하고 소화 불량을 한 번에 해결해 주는 소화제를 먹은 느낌이랄까?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을 받았다.

 

▲ [그림 1] 미 해군 NEDU 실험 보고서 첫 표지(출처 미 해군 NEDU)

 

Deep stop

리처드 파일 박사에 의해 고안된 Deep stop의 히스토리는 아주 유명한 일화다. 1990년대 중반 어류학자인 리처드 파일 박사는 새로운 어종을 찾기 위해 다이빙을 해야만 했는데 다이빙 후에 간헐적으로 피곤함을 느꼈다.

 

이상했다. 어떤 날은 다이빙 후에도 피곤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만 어떤 날은 다이빙 후 운전할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함이 느껴졌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물고기를 채집하지 못한 날에만 유독 피곤함이 심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유는 이랬다. 물고기를 채집한 날은 상승 도중 낮아지는 압력 때문에 부피가 커지므로 물고기 부레가 터져 죽는 걸 방지하고자 일정 수심에서 잠시 정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게 그의 몸을 덜 피곤하게 만든 행동이었다. 이런 사실을 동료 다이버들과 공유했다.

 

이게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전 다이버들 사이에서 퍼지는 바람에 그의 이름을 딴 ‘파일 스탑(Pyle stop)’으로 불렸고 이후 Deep stop으로 발전됐다. Deep stop이 감압 알고리즘은 아니다. 

 

감압 다이빙 초기엔 감압 이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존 스콧 할데인(John Scott haldane)에 의해 고안된 용해 이론에 바탕을 두고 첫 감압 정지점(얕은 수심)을 결정했다.

 

이때 감압병의 원인이 되는 기포가 용해 이론에서 가정한 것보다 더 일찍(더 깊은 수심) 발생한다는 걸 발견했다. 이는 버블 이론이 나오는 계기가 된다. 이를 바탕으로 감압했을 경우 용해 이론보다 더 깊은 수심에서 첫 감압 정지를 하게 된다.

 

하지만 용해 이론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옵션처럼 Deep stop을 사용했다. 한때 국내에서는 다이빙 컴퓨터에 Deep stop 기능을 추가했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테크니컬 다이버들 사이에서는 Deep stop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레크리에이션 다이버들도 Deep stop의 개념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너도, 나도 Deep stop을 맹목적으로 따라 하기에 급급했던 시기다.

 

정말 Deep stop은 감압병의 위험을 줄여줄까? 깊은 수심에서의 정지가 체내에 생기는 기포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까?

 

NEDU(Navy Experimental Diving Unit) 실험

미 해군 NEDU에서는 2005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6년간 86명의 미 해군 다이버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실험 내용은 이랬다. 다이버를 두 집단으로 나눠 수온 30℃, 수심 52m에서 공기를 이용해 30분간 동일하게 잠수하게 한다.

 

이후 한 집단은 고전적 감압 알고리즘(용해 이론, Shallow stop), 또 다른 집단은 버블 모델(Deep stop)을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감압하는 방식이다.

 

이때 다이버들은 체온을 보호할 수 있는 슈트가 아닌 다양한 수영복과 티셔츠를 입었다. 장비는 표면공급용 잠수 장비를 사용했다. Shallow stop 계획으로 총 192회, Deep stop 계획으로 198회 다이빙했다.

 

▲ [표 1] 감압계획표(Shallow stops and deep stops test schedules, 출처 미 해군 NEDU)

 

실험 결과

▲ [그림 2] 두 개의 테스트 다이빙 후 감압증 발생 현황(출처 미 해군 NEDU)


[그림 2]로 알 수 있듯이 Shallow stop 실험군에서는 192회 잠수 중 세 명만 감압병 증상이 발생했다. Deep stop 실험군에서는 198회 잠수 중 10명이 감압병 증상을 보였다. Deep stop을 이용해 감압하는 게 고전적인 용해 이론을 바탕으로 감압한 것보다 감압병 발생 비율이 높았다.

 

물론 이 결과를 두고 일부 테크니컬 다이버는 미 해군의 다이빙이 테크니컬 다이빙과 다르고 감압시간과 수온, 사용된 기체 때문에 연구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제까지 이보다 나은 실험은 없었다. 모두를 만족시키진 못했지만 대부분 다이버와 전문가들은 NEDU의 연구가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고 입을 모은다. 

 

깊은 수심에서의 추가 정지 시간이 오히려 느린 조직에 흡수되는 가스를 극복할 만큼 버블을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Deep stop은 덜 효율적이라는 거다. 결과는 이렇지만 아직도 Deep stop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많다. 

 

마치며

처음 ‘NEDU(Navy Experimental Diving Unit) Deep Stop Summary’를 접하고 미 해군 NEDU 보고서를 찾아 여전히 어설픈 영어 실력에 번역기를 열심히 돌려가며 읽고 또 읽었다. 내가 알던 상식과 이론이 무너졌다. 그래서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던 것 같다.

 

그제야 Deep stop의 효율성이 왜 떨어지는지 알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 실험은 Deep stop의 효율성에 대해 실험한 거라기보단 용해 이론과 버블 이론의 효율성과 차이점에 관해 실험한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이빙 단체마다 또는 감압 컴퓨터마다 사용하는 감압 알고리즘은 다르다.

 

그에 따라 감압 계획도 달라진다. 미 해군의 실험처럼 Shallow stop만 고집하는 곳도 거의 드물다. 일부 단체는 압력 경사도 모델을 이용해 Deep stop을 적절히 사용한다. 다만 버블 이론처럼 깊은 곳에서부터 Deep stop을 하지 않고 용해 이론을 바탕으로 한 Shallow stop을 같이 사용한다. 

 

우연히 읽기 시작한 기고문 덕분에 필자도 오랜만에 감압 이론에 관해 잠시나마 공부할 수 있었다. 혹자는 감압 이론은 과학이 아니라고 한다. 감압 이론은 수학이라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필자도 여기에 동의한다. 

 

용해 이론도 버블 이론도 감압병 앞에선 모두 정답이 될 수 없다. 감압병은 그날 다이버의 컨디션, 바다 환경, 다이빙 스타일 등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능동적으로 적용해야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게 바로 우리가 감압 이론 공부를 결코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독자들과 수난구조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사건ㆍ사례 위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자 한다. 만일 수난구조 방법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e-mail : sdvteam@naver.com facebook : facebook.com/chongmin.han로 연락하면 된다.

 

서울 중부소방서_ 한정민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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