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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병원 건물 화재로 5명 사망, 42명 부상…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3층 스크린골프장서 최초 발화 추정, 사상자 대다수 4층 의료원서 발생
다중이용업소에 밀폐구조 골프장인데… 기존 영업장 이유로 법망 피해
투석의원은 건물 규모 작고 입원실 없어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서 빠져
의료시설 화재안전성 또다시 도마위, 사각지대 해소책 시급히 내놔야
윤 대통령, 정치권 인사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ㆍ원활한 수습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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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최누리, 박준호, 김태윤 기자 | 기사입력 2022/08/05 [22:48]

이천 병원 건물 화재로 5명 사망, 42명 부상…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3층 스크린골프장서 최초 발화 추정, 사상자 대다수 4층 의료원서 발생
다중이용업소에 밀폐구조 골프장인데… 기존 영업장 이유로 법망 피해
투석의원은 건물 규모 작고 입원실 없어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서 빠져
의료시설 화재안전성 또다시 도마위, 사각지대 해소책 시급히 내놔야
윤 대통령, 정치권 인사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ㆍ원활한 수습 한목소리

최영, 최누리, 박준호, 김태윤 기자 | 입력 : 2022/08/05 [22:48]

▲ 5일 오전 10시 17분께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의 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4층 신장투석 의원에 있던 환자 4명과 간호사 1명 등 5명이 사망하고 42명이 다쳤다.  © 최누리 기자


[FPN 최영, 최누리, 박준호, 김태윤 기자] = 경기도 이천의 한 신장 투석 전문 의원(이하 투석의원)에서 혈액을 투석 받던 환자 4명과 간호사 등 5명이 화재로 인한 연기를 흡입해 숨졌다. 소방은 투석의원 아래층인 스크린골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소방은 5일 오전 10시 17분께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의 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은 10시 31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대원 110명과 장비 40대를 투입해 화재진압과 인명구조에 총력을 기울였다. 소방은 10시 55분께 초진, 11시 29분께 완진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 화재로 투석의원에 있던 환자와 간호사 등 5명이 숨지고 42명(중상 3, 경상 39)이 다쳤다. 소방에 따르면 당시 투석의원엔 환자 33, 의료인 13명 등 총 46명이 있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합동 감식한 소방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투석의원(4층) 아래층인 3층 스크린골프장 출입구 부근 1번방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발표했다. 합동감식반은 연기가 투석의원 내부로 유입되면서 신장 투석을 받던 환자가 유독가스에 질식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망한 간호사는 환자들을 밖으로 대피시키려다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당시 스크린골프장은 폐업을 앞둔 상태로 당시 작업자 3명이 철거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운철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최초 발화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작업자 과실이나 전기적 요인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 난 스크린골프장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병원 화재 현장 모습

 

화재가 발생한 건축물은 지상 4층, 연면적 2585㎡ 규모로 2004년 1월 14일 사용승인을 받았다. 스프링클러설비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당시 ‘소방법’에선 연면적 5천㎡를 넘어야만 전층에 스프링클러설비를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초 불이 난 스크린골프장 역시 스프링클러설비가 없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밀폐 구조인 이곳은 스프링클러설비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 스크린골프장은 기존 영업장이라는 이유로 법망을 피한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파악됐다.

 

정부는 지난 2010년 11월 스크린골프장을 다중이용업소에 포함시키고 2016년 1월부터 밀폐 구조의 영업장에는 간이스프링클러를 설치토록 관련법(‘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강화했다. 해당 스크린골프장이 간이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이 법 시행 이전인 2010년 12월 완비증명을 받으면서 영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건물 자체에 설치된 소방시설은 자동화재탐지설비와 옥내소화전이 전부였고 1층과 2층 한의원에만 간이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다는 게 소방 관계자 설명이다. 결국 불이 난 스크린골프장에서 초기 화재를 진압하지 못하면서 윗층 투석의원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법망 벗어난 투석의원… 의료시설 화재안전성 또 도마위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24시간까지도 치료가 이뤄지는 투석의원에 대한 안전 사각지대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혈액을 호스로 흘려보내 치료하는 투석은 주로 신장 등의 이상으로 혈액 내 불순물을 자체 제거하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이뤄지는 치료법이다. 수 시간을 움직이지 못하고 치료 도중 호스를 제거하는 일도 쉽지 않다는 게 의료 관계자들 설명이다.

 

이처럼 피난약자가 모인 투석의원에도 화재 시 불을 자동으로 진압하거나 제어하는 소화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현행법상 투석의원은 입원실이 없다는 이유로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화설비 설치 의무가 부여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간 대형 화재 사고를 겪으며 스프링클러와 같은 자동소화설비 설치를 소급 적용하는 등 수차례 관련법을 강화해왔다. 2014년 5월 28일 21명이 숨진 전남 장성 효사랑 요양병원 화재 이후 신규 요양병원은 물론 기존 시설까지 스프링클러설비를 소급 설치토록 강제화했다.

 

또 2018년 1월 39명이 사망하고 153명이 다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고 이후엔 중소 의료시설에 대한 위험성이 대두되면서 최소 간이스프링클러 이상의 소화설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기존 시설은 올해 8월까지 소급 설치토록 법규를 강화했다.

 

그러나 이 투석의원은 요양병원도 아니고, 입원실이 없다는 이유로 그 어느 법에서도 적용 대상이 못 된다. 사고 발생 시 투석 의료기기를 긴급히 제거할 수 없는 특성과 장시간 소요되는 치료 상황을 고려해 입원실이 없더라도 소화설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화재에 취약한 의료시설의 소방시설 규제를 시급히 완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중소 의료시설에 소급 설치하도록 법을 강화해 놓고도 코로나19 펜데믹을 이유로 4년이나 유예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을 소방청이 입법 예고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의료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가 대형 인명피해를 또다시 부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 재발 방지 지시… 정치권도 현장 찾아 대책 당부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기 이천시 관고동 병원 화재 현장을 찾아 현장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 김태윤 기자

 

이번 사고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권 인사들은 재발 방지책과 사고의 원활한 수습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고로 사망한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이번 사고와 관련해 추가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조된 분들에 대한 의료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중이용시설의 소방시설 설치기준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오영환 의원 등은 직접 사고 현장을 찾았다.

 

이상민 장관은 “지자체와 소방, 경찰 등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 사상자와 그 가족 지원 등 사고 수습을 위한 제반 조치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유명을 달리한 피해자와 가족, 부상자분들께도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불이 난 장소는 상가 건물인데 이번 화재로 피해를 입으신 상인 분들이 하루빨리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김동연 지사는 “오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현장에 바로 왔다. 신속하게 화재진압과 구조 작업을 했지만 다섯 분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유가족 여러분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중상자와 경상자들도 빠른 회복을 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민선 8기 경기도정에서는 이와 같은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면서 “예방에 최우선을 두겠지만 이 같은 안타까운 일이 생겼을 때 초기에 바로 진압하고 수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도민 안전에 가장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오영환 의원은 “안타까운 오늘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 신속한 대피가 어려운 환자나 장애인 등 화재취약계층을 위한 구조설계가 시급하다”며 “현장조사 상황을 당과 공유해 병원화재 등의 인명피해 저감을 위한 제도개선에 온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소방 역시 명확한 화재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란다”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의료진 여러분께도 부상자 치료에 전력을 다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최영, 최누리, 박준호, 김태윤 기자 young@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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