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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구급차 한 해 예산 325억원 달하는데… 구매방식 놓고 ‘시끌’

구급차ㆍ구급장비 통합구매는 누구를 위한 조달체계인가
“구급차 제조사 갑질에 못살아” 구급장비업체들 볼멘소리
현장 구급대원 “통합구매로는 원하는 장비 도입도 힘들어”
대책 마련 나선 소방청 “내년부터 구매 체계 개선하겠다”

유은영 기자 | 기사입력 2022/08/25 [10:00]

[집중취재] 구급차 한 해 예산 325억원 달하는데… 구매방식 놓고 ‘시끌’

구급차ㆍ구급장비 통합구매는 누구를 위한 조달체계인가
“구급차 제조사 갑질에 못살아” 구급장비업체들 볼멘소리
현장 구급대원 “통합구매로는 원하는 장비 도입도 힘들어”
대책 마련 나선 소방청 “내년부터 구매 체계 개선하겠다”

유은영 기자 | 입력 : 2022/08/25 [10:00]

  ©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FPN 유은영 기자] = 전국 소방본부가 산발적으로 운영하는 구급차 조달방식을 두고 구급차 제조사들의 갑질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구급장비업체들의 볼멘소리에 더해 구급대원들도 원하는 구급장비조차 구매할 수 없다며 애로를 토로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일선 소방관서에 도입된 119구급차는 총 786대로 연간 262대씩을 구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기금이 해마다 적게는 137억원에서 많게는 183억원이 투입되고 지방비 역시 비슷한 수준이 편성되면서 매년 사용되는 119구급차 구매 예산은 평균 325억원에 달한다.

 

올해의 경우 국비와 지방비 각각 63억2500만원을 투입해 중형 음압구급차 55대를 추가 구매했다. 이렇게 지난 3년간 119구급차와 중형 음압구급차 도입에 사용된 예산은 모두 1111억4700만원에 육박한다.

 

그런데 시도 소방본부별로 구급차를 구매하는 방식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구급차와 구급장비를 패키지로 구매하는 소방본부가 많아 구급차 제조사가 무소불위 권한을 행사하고 있어서다.

 

119구급차 구매방식은 시도 소방본부별로 구급차와 구급장비를 각각 사는 ‘별도구매 방식’과 구급차에 실리는 구급장비를 옵션으로 추가 선택해 패키지로 한 번에 구매하는 ‘통합구매 방식’으로 구분된다. 

 


조달청 나라장터 쇼핑몰에 등록된 구급차에서 선택항목으로 추가 구성이 가능한 구급장비는 고급형 심장충격기와 심장충격기, 산소포화도 측정기, 휴대용 인공호흡기, 혈당 측정기, 환자감시장치, 호기말 이산화탄소 측정기, 계단형 들것, 주 들것 등 8종이다. 

 

또 체온계나 청진기, 골반고정밴드, 외상처치 세트, 후두경 세트 등 수십 종에 이르는 응급구조장비는 각각의 유형별 패키지 형태의 옵션으로 추가 구성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옵션 선택 없이 별도 규격서를 작성해 구급장비 입찰을 진행하면 ‘별도구매’, 구급차 구매 시 유형별로 나눠진 구급장비 옵션을 선택하면 ‘통합구매’다.

 

통합구매 폐단에 구급장비 업체들은 ‘한숨’

문제는 구급장비 패키지화로 인해 구급차 제조사가 구급장비까지 통합 납품하는 구조 속에서 구급장비업체들이 소위 갑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구급차 제조사가 옵션으로 제공되는 구급장비는 물론 업체까지 선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구급장비업계에선 “구급장비는 전문 업체가 판매할 수 있어야 하지만 생태계가 무너져 버렸다”며 “결국 구급차 제조사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A 사 관계자는 “어느 순간 구급차 제조사가 의료기 팀을 만들어 구급 장비를 직접 수입하거나 심지어 구급장비를 구매해 설계도까지 만들어 제품을 복제하고 있다”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수입권을 빼앗거나 일부 구급장비를 직접 제조하기까지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개선의 여지는 보이지 않고 구급차 제조사들의 의료기기 납품 권한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B 사 관계자는 “구급차 제조사들의 갑질이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원래 공급받기로 한 금액이 있는데도 멋대로 단가를 낮춰 가져오라는 건 예삿일”이라며 “최종적으로 물건을 사는 곳은 소방인데 왜 차대 업체들이 쥐락펴락하는지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C 사 관계자는 “그동안 의료기기의 옵션 항목 설정에 대한 문제를 해소해 달라며 소방청에 계속 민원을 넣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면서 “자동차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차량과 관련된 옵션을 선택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구급장비를 탑재하도록 한 건 전문성 측면에서도 분명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현행 구매 체계가 예산 낭비를 부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D 사 관계자는 “응급구조장비의 패키지화는 수요부서인 소방에서 한두 가지 제품만 필요하더라도 전부를 다 구매해야 하는 상황을 부른다”며 “조달에 별도로 올라가는 구급장비 품목들은 구급차 옵션 장비 특성을 고려해 단가를 높게 설정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소방은 개별품목을 살 때도 비싸게 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구급대원들도 이해 불가 “원하는 장비는 꿈도 못 꿔”

장비를 실제 사용하는 구급대원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통합구매 특성상 패키지 구성에 따라 원하는 장비를 살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A 구급대원은 “어떤 업체의 제세동기랑 특정 구급차가 마음에 드는데 두 품목이 묶여 있지 않으면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며 “사용하기 편리하고 원하는 장비를 다 살 순 없겠지만 이런 이유로 장비든, 차대든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건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B 대원은 “한 악성 민원업체로 인해 구매체계가 바뀐 걸로 안다. 같은 공무원으로서 민원에 시달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너무 잘 이해한다”면서도 “구급차는 내구연한이 5년이라 한 번 사면 5년간 써야 하는데 원하는 장비를 살 수 없다는 건 분명 문제”라고 꼬집었다.

 

소방청에 따르면 광주와 인천, 세종, 창원, 경기, 경북, 경남, 전남, 전북, 충북 등 10개 소방본부는 통합구매 방식으로 구급차를 구매하고 있다. 부산과 대구, 울산, 강원, 제주, 충남 등 6개 소방본부는 별도구매, 통합구매와 별도구매를 병행하는 곳은 서울과 대전 등 2개 소방본부다. 18개에 이르는 소방본부들이 우후죽순으로 구급차를 구매하고 있는 셈이다.

 

대책 마련 나선 소방청 “내년 구매방식 개선하겠다”

문제를 인식한 소방청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련 업계와의 논의를 진행하고 장단점을 분석하는 등 내년부터는 구급장비 구매방식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구급차와 구급장비의 별도구매 시에는 최저가 입찰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공통규격만 제시할 경우 원하는 장비 구매가 어렵고 전국 6만개 불특정 의료기기 판매업체의 난립으로 납품 지연을 초래하는 일도 발생한다. 또 입찰 전후로 각종 민원이 발생하거나 외부감사로 인한 구매담당자의 부담감이 커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반면 통합구매는 구매절차 간소화와 예산 조기 집행이 가능하고 구급차와 동시 납품으로 즉시 현장투입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혀 많은 시도가 통합구매를 하고 있다는 게 소방청 설명이다.

 

소방청은 지난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구급차 제작업체들과 논란을 낳는 구매방식 개선방안을 논의한 상태다. 조만간 조달청과 협의를 거쳐 나라장터 쇼핑몰에 소방청 구급차 제작규격을 적용한 119구급차의 별도 등록을 추진할 계획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주 들것과 산소공급장치, 차량용 소독기 등 구급장비 중 구급차에 설치해 구성되는 장비만 본품에 포함하고 구급차 구성품 중 선택항목은 일부만 제공하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논란이 되는 구급장비는 구급차와 별개로 별도 입찰 등을 통한 구매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구급차 다수공급자계약(MAS) 등록 과정도 조달청과 협의해 개선하고자 한다”고 했다.

 

한편 소방청은 이달 말 열리는 대구 국제소방안전박람회 기간에 시도 구급장비 구매 담당자 회의를 통해 구매체계 개선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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