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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내전- Ⅶ

초대형 물류창고와 화세(火勢)의 대류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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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김남휘 | 기사입력 2022/09/20 [10:00]

소방내전- Ⅶ

초대형 물류창고와 화세(火勢)의 대류 ①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김남휘 | 입력 : 2022/09/20 [10:00]

미궁으로 유명한 이야기는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이다. 미노타우로스(Minotauros)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우(半人半牛)로 몸은 사람, 머리는 소인 괴물이다. 신들의 왕 제우스 아들인 미노스는 포세이돈의 도움으로 크레타섬의 왕이 됐다.

 

미노스는 포세이돈이 보내준 훌륭하고 아름다운 황소 대신 다른 소로 바꿔치기해 포세이돈에게 제물로 바쳤는데 포세이돈은 이 사실을 알고 격노해 그 벌로 미노스의 아내가 소를 사랑하게 한 후 반인반우인 미노타우로스를 낳게 했다.

 

그러자 미노스왕은 미궁을 지어 미노타우로스를 가둬 버렸다. 미궁 속으로 들어온 인간은 다신 밖으로 나갈 수 없어 미노타우로스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이 이야기를 빌려 ‘미궁’은 일이 해결되지 않고 매우 곤경에 처한 상황을 빗댄 대명사가 됐다. 이 미궁의 상황이 바로 화재가 발생한 대형물류창고의 내부 상황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 [사진 1] 출처 www.youtube.com/watch?v=wDh2k9E_BI8

 

필자가 사는 집 근처에는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을 해주는 초대형 물류창고가 있다. 그래서인지 앱으로 주문하면 어느 때는 몇 시간 만에 배송될 때도 있다.

 

배송을 받아보면 참으로 놀랍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마트를 식료품과 생필품을 사러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방문했으나 새벽배송이나 당일배송이 생긴 이후엔 그 수고로움을 매우 간편하게 덜어주니 여간 고마운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세계 각국은 현재 치열한 물류 혁신작업이 진행 중이다. 당일배송, 새벽배송뿐 아니라 ‘콜드 체인(Cold Chain)’이라고 불리는 신선식품 배송 전쟁까지 계속되고 있다.

 

소방관의 입장에서 바라본 배송시스템의 혁신은 우리 소방관들을 헬파이어(불지옥) 미궁 속으로 밀어 넣는듯한 섬뜩한 두려움이 생겼다. 헬파이어 미궁이라는 비유를 들어 설명한 이유는 이러하다.

 

콜드 체인(Cold Chain)의 핵심은 냉장ㆍ냉동 물류창고다. 가로 200×세로 200m 크기의 전체면적이 거대한 냉장고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거대한 건물 전체가 냉장고가 되려면 막대한 양의 우레탄 폼이 단열재로 들어가야 한다는 게 문제다.

 

또 이런 건물의 저층에는 콜드 체인을 위한 우레탄 폼 냉장ㆍ냉동 창고, 상층부에는 새벽배송, 당일배송을 위한 상품 픽업대가 위치한다. 상품 픽업을 위한 선반이 미궁의 역할을 해주는 거다. 

 

얼마 전 이천과 평택에서 대형물류창고 화재로 소방관 순직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물류창고 변화 속에서 화재양상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화재진압의 방법을 논하기에 앞서 최근 지어지는 대형물류창고의 구조적인 특징을 먼저 알아야 한다. 냉동ㆍ냉장을 위해선 단열이 중요하고 그 단열을 위해 사용되는 소재가 바로 우레탄이다.

 

우레탄은 화재학적으로 발화점을 넘으면 다량의 유독가스와 검은색의 짙은 연기가 급격하게 분출된다는 특징을 가진다. 냉동ㆍ냉장창고의 우레탄 시공은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 [사진 2] 출처 www.youtube.com/watch?v=R-jOV5APvhM

▲ [사진 3] 출처 www.youtube.com/watch?v=7-kd4DyNeY4


냉동 물류창고는 [사진 2, 3]과 같이 우레탄 패널을 조립하거나 창고 벽면에 우레탄 폼을 직접 분사하는 방식으로 지어진다. 이는 기존의 샌드위치 패널 화재와는 완전히 판이한 화재학적 특성을 갖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대로 화재진압을 해선 안 된다.

 

물류창고는 말 그대로 창고다. 창고의 목적은 다수의 상품을 최대한 많이 적재함에 그 존재 이유가 있다. 단위 면적당 적재 수량을 높이는 게 물류창고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 말은 ‘단위 면적당 발열량이 높다’는 말과도 같다. 최근에 발생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 [사진 4] 출처 www.youtube.com/watch?v=6bMRMjdzfZ8


[사진 4]는 2021년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이다. 오전 5시께 발생한 화재가 일시적으로 불길이 잡힌 듯했으나 다시 발화해 물류창고 전체로 확산됐다. 이 현장에서 우리 동료 1명이 희생됐다.

 

이 현장은 대형구조물에서 플래시 오버 현상이 관측됐다는 게 특이점이다. 플래시 오버는 ‘화재가 순간적으로 확산되는 현상’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기존엔 플래시 오버에 대한 개념은 좁은 구획실에서만 적용되는 이론이었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열의 축적으로 인해 구획실 내의 가연물들이 임계점을 일시적으로 넘어 동시에 착화하면서 폭발과도 같은 출화가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이 물류창고 같은 거대 구조물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야 한다. 

 

배열(排熱)의 개념 정립

그간 소방에서는 배열이란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다. 배연(排煙)에 관한 연구와 훈련은 계속 이어져 오고 있어 소방시설에도 배연 설비가 적용돼 건물에 설계되고 있다. 배연, 즉 연기를 빼낸다는 개념은 정립돼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연기보다 치명적인 요인은 바로 내부에 체류하는 열(熱)이다. 연기는 눈에 보이기 때문에 빼내야 한다든지 연기가 가득 차 진입이 불가하다든지 하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열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열기는 공간의 상층부에 체류한다. 공간의 층고가 높고 넓을수록 축적되는 열량은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열은 이동한다.

 

우리의 화재진압 전술은 수관을 갖고 들어가 직접 화점에 물을 뿌리는 선(Line)상의 작전이 주로 이뤄진다. 선상의 작전은 그 구조적 한계점으로 불을 밀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좁은 공간이라면 화세(火勢)보다 더 강력한 수세(水勢)로 이 열기마저 냉각시키거나 아예 밀어버려 입구 쪽으로 다시 빼낼 수 있다. 그러나 공간이 넓고 가연물이 많다면 완전히 다른 양상이 전개된다. 

 

현재의 선(Line)형 전술하에서는 화세를 수세로 밀어붙이는 형국을 만들어 낸다. 당연한 물리적 법칙이다. 급기(給氣)가 있다면 배기(排氣)가 있어야 한다. 수세에 밀려난 화세는 계속해서 축적되고 이동한다.

 

이동된 화세는 물류창고처럼 넓은 공간에서는 폭탄과도 같은 역할을 해낸다. 수 없이 쌓인 가연물을 임계점까지 끌어올리며 더욱 화세를 키워나간다. 축적된 열은 언제든 플래시 오버로 확대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한 개념이 바로 배열이다. 

 

‘열역학 제1법칙 – 어떤 형태의 에너지가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되더라도 그게 가진 총에너지양은 변하지 않는다’ 

 

이 기본적인 에너지 보존법칙이 그대로 화재 현장에 적용된다. 그렇다면 한 가지를 가정해 보자. 계속해서 수관을 갖고 진입해가면서 화세를 밀어나가는 선형 전술을 진행한다면 ‘밀려 나간 화세는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자연계의 물리적 법칙은 절대로 바뀌지 않기 때문에 ‘법칙’이라는 표현이 허용됐다. 밀려 나간 화세는 어딘가에 머물러 있게 된다. 

 

그렇다면 원인을 발견했으니 그 원인의 소거는 해결책이 돼야 한다. 축적된 열을 없애는 방법은 바로 열의 퇴로를 열어주는 데 있다. 열도 빠져나가야 그 강도가 낮아진다. 열이 빠져나갈 길을 열어줘야 현장에 진입한 소방관의 안전도는 높아지게 된다.

 

물리적 법칙으로 생각하면 단순한 이치로 생각될 수도 있다. 물리적인 법칙대로 세력을 형성한 에너지는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폭발성을 지니게 된다. 태풍이 형성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건축물 내 화재로 인한 열들이 세력을 형성하면서 화세를 형성하고 화세가 이동한 후 모이면서 순간적인 연소 확대 현상을 일으킨다. 이게 바로 대형물류창고에서 등장한 화재 형상이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 [사진 5] 출처 www.youtube.com/watch?v=wpaUFWrQyMM&t=113s


[사진 5]는 2022년 1월 발생한 평택 마켓컬리 물류창고 화재 현장이다. 마켓컬리는 신선식품 당일배송 서비스다. 신선식품 전문 배송을 위해 냉장ㆍ냉동설비가 필수였을 거로 예측해 볼 수 있다.

 

직접 가보진 않았지만 필연적으로 건물 전체가 우레탄이 다량 투입됐을 거로 판단된다. 마켓컬리 창고에서는 특히 주목해야 할 화재 형상이 있다. 바로 우레탄이다.

 

필자는 우레탄을 소방관의 적(敵)으로 규정한다. 대형물류창고 화재 때마다 대량의 유독 가스와 화재 초기 대량의 화세를 형성하는 특징을 갖는 ‘우레탄’에 대해 제대로 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우레탄을 물류창고 화재에 있어 가장 먼저 분석하고 연구해야 하는 물질이라고 생각한다. 

 

▲ [사진 6] 출처 U.S. Fire Administration(USFA, www.fireengineering.com/firefighting/usfa-backdraft-and-reading-smoke/#gref)


[사진 6]처럼 구획실 내 열 축적이 계속될 경우 문 개방 등으로 산소가 일시에 공급될 때 발생하는 순간적인 폭발 현상을 백드래프트(Backdraft)라고 한다. 그리고 이 현상을 일컬어 ‘소방관 살인 현상’이라고도 부른다.

 

화재가 난 건물에 화재진압을 위해 소방관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화재가 발생한 구획실 내 산소가 공급되고 그 순간 백드래프트가 발생하면서 문을 통해 진입하던 소방관들이 희생되기 때문이다.

 

이 현상 자체는 예측이 어렵다. 외부에서 볼 땐 큰 화염이 관찰되지 않기 때문에 소방관들이 미리 위험을 감지하기가 쉽지 않다. 병법에서도 보이지 않는 적이 가장 어려운 적이라고 했다. 화재 현장에서 가장 어려운 적은 바로 이 축적 열이다. 축적 열은 외부에서 관찰되지 않는다.

 

더욱이 축적열은 공간의 하부보다는 상층부에 쌓인다. 상층부에 쌓이기 때문에 층고가 높은 건물일수록 소방관에게는 불리한 상황이 전개된다. 최근에 지어지는 물류창고 높이는 10m를 넘어간다.

 

축적 열은 상층부부터 쌓이면서 하부로 내려오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소요되기도 한다. 그 면적 또한 예전 물류창고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초대형화되고 있어 축적열이 쌓이기에 최적의 조건이 된다.

 

이천 쿠팡물류센터와 평택 마켓컬리 물류창고는 ‘순간적인 대형 화염의 폭발 현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 이 시점에 ‘우레탄 폭발 현상’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이에 맞춰 소방시설과 진압 전술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 전에 우리 소방관들이 먼저 우레탄 폼의 화재 형상에 대해 알아야 한다. 솔직히 우레탄 폼 화재 실증 실험을 진행하고 싶기도 하다. 대형물류창고 우레탄 폼 화재는 새로운 화재 현상으로 규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형물류창고 화재진압 접근법이 재조정되고 새로운 접근법이 등장할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화세(火勢)의 이동성

화세는 눈에 보이는 불꽃이나 연기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가연성 증기도 있다. 해당 건물 크기에 따라 순간적인 연소의 확대 현상인 플래시 오버 발생 시간이 빨라지거나 늦춰지기도 한다.

 

대형물류창고에서 이 가연성 증기의 이동성에 주목해야 한다. 가연성 증기는 열기를 지녀 물류창고 내부의 우레탄 폼을 건조화시키고 발화점까지 끌고 올라간다.

 

또 임계점까지 끌어 올려진 물류창고 내부 온도에 따라 급격한 연소 확대가 이뤄지면서 순간적인 폭발열과 함께 가장 치명적인 유독성 연기를 내뿜게 된다.

 

이 검은 유독성의 연기가 소방관에게는 암전(暗轉)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 가연성 증기 축적도를 낮춰 일시적인 발화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배열이 필요하다. 사례를 통해 설명해 보겠다.

 

▲ [사진 7] 출처 www.youtube.com/watch?v=fwPYHg-NQ0Q


[사진 7]은 미국의 목구조 주택화재 사례다. 연소 확대에 있어 화세(열기) 배출의 중요성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지붕 위에 소방관 3명이 관찰된다. 물론 해당 건물에서는 선형 전술로 2층에서는 수관을 진입시켜 화재를 진압 중이다.

 

지붕 위 3명은 동력절단기와 엔진톱을 이용해 지붕을 잘라내고 있다. 잘라낸 지붕은 열기의 퇴출로로 이용된다. 2층에서는 선상에서 화세를 수세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에 화세는 반대 방향으로 계속해서 밀리게 된다.

 

수세가 밀어낸 화세 속에는 불꽃과 연기가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가연성 증기도 있다. 그들이 계속 수세의 반대편으로 밀려나면서 화재는 확산된다.

 

그러나 화세는 지붕을 잘라 열어준 개구부를 통해 배출이 이뤄진다. 수평으로 이동하다 개구부를 만나 가연성 가스를 포함한 화세는 물리적 법칙에 따라 배출구로 배출되면서 건물 내부의 온도를 낮출 수 있게 된다.

 

화염과 고열의 증기가 개구부로 배출되기에 화세의 수평 이동 속도는 느려진다. 즉 건물 내부의 화재 강도가 낮아진다.

 

▲ [사진 8] 출처 www.youtube.com/watch?v=fwPYHg-NQ0Q


급속도로 확산된 건축물 내부의 화염이 [사진 8]과 같이 상부로 분출되면서 현저히 건물 내부의 연소 확대 속도가 느려짐을 관찰할 수 있다. 이게 바로 건물 내부의 ‘보이지 않는 적’, 화세다. 화재 현장에서는 반드시 이 열의 흐름을 인지해야만 한다.

 

필자는 화재 현장에 끊기지 않는 수원이 연결됐고 최소 두 방향에서 관창이 배치됐다면 가급적 모든 개구부를 개방하길 주장한다.

 

‘개구부를 개방할 경우 공기가 유입돼 화재가 더욱 확산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기 유입으로 확산될 화재라면 화세가 공기 유입이 없더라도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그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따라서 화재의 강도, 즉 화재진압의 가혹도를 줄일 방법은 바로 화세의 퇴출로를 열어주는 데 있다. 진입 방향과 확산 방향에 관창을 배치했다면 반드시 개구부를 최대한 개방해 화세의 퇴로를 열어주자. 그게 바로 화재의 가혹도를 줄이는 길이다.

 

▲ [사진 9] 출처 www.youtube.com/watch?v=fwPYHg-NQ0Q


열어준 퇴로에서는 화세가 수평에서 수직으로 배출되기에 이제 화세를 수세로 잘라내는 전술을 적용한다. 이는 기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선형 전술에서는 반드시 진입선 반대편으로 화세는 밀려나기 마련이니 반대편에서는 확산을 막아줘야 한다. 이는 화재진압 전술의 기본 원칙이다.

 

예를 들어 화재 현장에 도착해 화염이 육안으로 관찰되고 1관창이 선형 전술을 펼친다면 2관창은 반대편으로 돌아서 화세의 퇴로를 지키며 확산을 막는 게 원칙이 돼야 한다. 비슷한 사례를 한 가지 더 살펴보자.

 

화세의 이동에 관전 포커스를 집중시켜 봐야 한다. 대형물류창고 화재 현장 내부에서 화세의 대류에 대해 말하고자 함이다.

 

▲ [사진 10] 출처 www.youtube.com/watch?v=MyaHvSwiFuo


[사진 10] 사례의 특이한 점은 선착대가 화재진압을 위한 수관을 전개하지 않고 곧바로 지붕 위로 올라가 개구부를 개방한다는 거다.

 

위 사례는 빠른 수관 진입으로 화재가 확산하기 전 화재를 진압하는 것, 화재 확산을 예측하고 확산 방지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는 것 등 두 개의 경우의 수를 설정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빠른 화재진압에 실패할 경우 화재 확산이라는 리스크가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화재진압은 느리겠지만 화재 확산은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손무의 병법서에 따라 백전불태의 조건을 만드는 게 위태롭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 낸다고 하겠다. 승리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위태롭지 않을 확률을 높이는 선택지를 가져가야 한다. 

 

▲ [사진 11] 출처 www.youtube.com/watch?v=MyaHvSwiFuo


[사진 11]에서 보면 화세가 어느 정도 사그라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지붕에 진입한 소방관들은 원칙에 따라 지붕에 개구부를 개방시키고 열의 배출로를 확보한다. 이어 관창을 배치할 거다.

 

원칙을 기준으로 변칙을 적용하는 그들의 화재진압 전술이 부럽기도 하다. 1층에서는 후착대가 도착해 관창을 배치하는 선형 전술을 적용 중이다. 당연히 화세는 반대 방향으로 밀려난다. 

 

▲ [사진 12] 출처 www.youtube.com/watch?v=MyaHvSwiFuo


[사진 12]는 화재 발생 후 30분이 지난 상황이다. 개구부를 2차 저지선까지 개방해 뒀다. [사진 11]에서는 화재의 확산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사진 12]를 보면 급격하게 불길이 확산된 걸 볼 수 있다.

 

개구부를 개방하지 않았더라면 내부 화세의 수평 이동 속도는 급격히 빨라졌을 거고 화세는 1층에서 선형 진압 전술을 펼침에 따라 반대 방향으로 계속 확산해 화재가 더욱 커졌을 거다.

 

그러나 원칙에 의한 화재진압 전술을 펼쳐 1차 저지 개구부로 화세의 방출이 이뤄지고 내부의 화재 강도는 낮아짐에 따라 화재진압 가혹도도 낮아졌을 거다. 이에 따라 현장의 소방관들은 비로소 안전할 확률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백전불태의 상황은 원칙에 기반한 전술이 완성시킨다. 만일 화재의 확산 가능성 카드를 아예 버렸다면 위 사례에서 화재의 확산은 명약관화의 상황이 됐을 게 분명하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_ 김남휘 : nami002@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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