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이자 21대 국회 세 번째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달랐다. 소방청이라는 차관급 부처를 무려 10개 기관과 묶어 놓은 일정부터 심상치 않았다. 집중적인 감사는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소방조직 내부에선 공동 국감 일정을 반기는 분위기가 컸다. 느슨한 국감이 예고된 거나 다름없어서였다. 6만7천 조직을 통솔하며 육상의 재난 대응 그리고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의 위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 형국을 피감 편의성에 빗대 생각하는 그 발상이 한심하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국감 현장은 심도보단 과거부터 이어져 온 논란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다. 소방관의 근무 환경과 마음 건강 문제를 시작으로 부족한 장비 등 다양한 소재가 다뤄졌지만 역시나 깊이는 부족했다.
다수의 지적을 빙자한 소수의 의견을 대변하며 지적을 내놓는가 하면 확실치 않은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을 정쟁으로 이끄는 모습은 국감을 지켜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올해 국감의 가장 큰 이슈는 이흥교 소방청장의 피감 모습이 아니었을까. 소방관 출신 오영환 의원과의 설전은 소방조직 내 분란을 주기에 충분했다.
중소 병ㆍ의원의 스프링클러 설비 소급 적용 정책을 기존 3년에 더해 4년 4개월을 추가 유예한 소방청 정책을 두고 나온 오 의원의 지적이 시작이었다. 여ㆍ야의 다른 의원들도 지나치게 긴 유예기간으로 인해 국민을 위한 소방안전 정책이 후퇴하는 건 아닌지 염려했다.
오영환 의원은 “타 부처가 이런 의견을 주더라도 인명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반대하고 빠르게 설치할 수 있도록 주장하는 게 소방청이 해야 할 일”이라며 “이런 모습을 보려고 소방청 독립을 그렇게 주장하고 추진했는지 회의감이 느껴질 지경”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이어 “소방청 존재 이유가 뭐냐. 국민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봉에 서라고 소방청을 독립시킨 것 아닌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하자 이흥교 청장은 “거꾸로 간다고 표현하면 안 된다”며 격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 의원은 “현장 직원들은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서 좌절과 우울감에 빠지는데 이런 화재가 또다시 재발하면 누구 책임인가”라며 “똑같은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하면 소방청장이 책임을 질 건가”라고 고함을 쳤고 이 청장은 “제가 책임지겠다”는 답했다.
다른 의원들의 추궁과 질타에 속에서 “어떻게 책임을 질 거냐”는 이형석 의원 질문에 이 청장은 “옷을 벗겠다”는 발언까지 서슴없이 내뱉었다.
소방조직 안팎에선 이 청장의 모습과 발언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전후가 어떻든 국민 안전이라는 대명제 앞에서 화재 피해가 생기면 자신의 직위로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피감기관으로서 문제 제기에 따른 정책 결정 과정이나 불가피성을 설명하기보단 감정을 앞세운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흥교 청장의 모습이 이해된다는 시각이 없는 건 아니다. 일부 정책만을 바라보며 소방청 독립에 대한 회의감과 존재 가치까지 거론된 상황에서 흥분하지 않을 수 있었겠냐는 거다. 그간 소방청 독립과 국가직 전환 등을 위해 노력한 결과가 폄하되는 건 참기 힘들었을 거라는 공감인 듯하다.
소방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제1호 소방관 국회의원의 지적이라는 점에서 더 큰 서운함을 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권 교체 후 열린 첫 국정감사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 정책의 발전 방향이나 대안 제시보단 ‘전 정권과 현 정권의 보이지 않는 실랑이가 이어진 그저 시끄러웠던 국감’으로 기억될 듯하다.
새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나가고 어느덧 21대 국회도 하반기로 접어들었다. 총선을 앞둔 내년 국감은 좀 더 성숙한 정치권과 소방청의 모습이 그려지길 기대한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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