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현장 대원의 소방장비 ‘REAL’ 사용기] 블랙야크아이앤씨 ‘PBO 소방용 특수방화복’불길과 연기가 가득한 화재 현장으로 소방관들이 두려움 없이 뛰어들 수 있는 건 두 가지 장비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공기호흡기와 방화복이다.
이번에 리뷰할 장비는 불길로부터 소방관의 신체를 보호해주는 방화복이다. 최근 블랙야크 사에선 슈퍼섬유라 불리는 ‘PBO’를 소재로 방화복을 출시했다.
감사하게도 시제품을 먼저 받아 착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필자는 이 방화복을 평상시 근무할 때와 지난 5월 있었던 태국 CFBT 훈련 현장에서 착용했다.
리뷰에 앞서 분명히 해둘 건 평소 필자가 착용하는 방화복보다 한 치수 큰 방화복으로 테스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착용감 등 일부 기능적인 측면에서 신체에 맞는 치수의 방화복과는 차이가 있음을 밝혀둔다.
1. 외관 방화복의 겉감 재질을 살펴봤다. 블랙야크 방화복의 겉감은 아라미드 80%와 PBO 20%의 혼방으로 이뤄졌다. 상의 외관을 먼저 살펴보면 색상은 기존 방화복들보다 조금 더 진하고 붉은빛이 도는 짙은 갈색이다.
기존 방화복에 비해 색이 조금 어둡다 보니 현장에서 검은 재 등이 묻어도 티가 덜 나는 편이다. 방화복에 부착된 반사판의 박음질 상태는 매우 좋았다.
가슴 지퍼 덮개 상부에는 블랙야크 로고가 프린팅돼 있다. 등지게의 가슴 끈이 통과할 수 있도록 별도의 천으로 마감했다. 왼쪽 어깨 부분에는 패치를 붙일 수 있도록 벨크로가 있다. 넥카라와 무전기 주머니 등은 기존 방화복과 유사했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기존 방화복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의 길이가 길다는 점이다. 상의가 엉덩이 부분을 전체적으로 덮었다.
필자는 예전부터 이 부분의 디테일을 항상 이야기해 왔다. 방화복 상의가 짧을 경우 출동하는 차 안에서 등지게 착용 시 상의가 말려 올라간다. 허리 부분이 외부에 바로 노출될 위험이 있다. 팔꿈치 부분은 천을 덧대 다른 부분보다 두꺼운 편이다.
하의는 소재만 다를 뿐 기존 방화복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다만 무릎 부분은 외부에 패드 처리가 돼 있는데 두께가 조금 얇다고 느껴졌다.
실제로 실화재 훈련 시에는 무릎 꿇고 앉는 자세를 많이 취한다. 태국 훈련 시 블랙야크 방화복을 입고 해당 자세를 취하면 바닥에 있는 모래 알갱이의 느낌이 무릎으로 전부 전해졌다. 패드의 두께가 조금 더 두꺼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내피의 경우 기존 방화복과 거의 유사했다.
2. 착용감과 활동성 필자가 방화복에서 중요하게 보는 게 착용감과 활동성이다. 앞서 말했듯이 필자의 사이즈와 맞지 않은 방화복이라 느낌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일단 방화복을 만져보면 상당히 뻣뻣하다. 방화복이 구겨지는 느낌이 아니라 접히는 느낌이다. 이는 해당 방화복에 사용된 섬유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블랙야크 방화복에 사용된 섬유는 PBO다. 강도가 매우 강해 슈퍼섬유라고 불린다. 따라서 이 섬유를 사용해 원단을 만들었을 때 그 모양을 유지하려는 성격이 강한 건 두말하면 잔소리일 거다.
그래서인지 방화복을 착용했을 때 방화복의 형태에 내가 들어있는 느낌을 받았다. 방화복의 뻣뻣함이 몸 전체로 전해졌다. 상의의 경우 어깨 부위의 활동성이 상당히 떨어졌다. 팔꿈치를 접을 때도 불편했다.
상의 사이즈가 필자의 치수보다 컸음에도 이런 불편함이 느껴지는 걸 고려하면 팔꿈치 부위 패턴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팔꿈치를 접었을 때 팔꿈치에 덧대어있는 천의 크기가 팔꿈치 상하 부분보다 더 넓어 어딘가에 걸리는 등의 불편함이 느껴졌다.
하의의 경우 무릎 꿇는 자세를 취할 때 멜빵의 길이를 최대로 늘려놨음에도 불편했다. 팔꿈치 부분과 같이 패턴이 개선돼야 하지 않나 싶었다.
3. 성능 필자가 해당 방화복의 성능을 테스트한 곳은 극한의 환경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실화재 훈련장이었다. 태국에서 해당 방화복을 입고 훈련장 안으로 들어가 교육할 때는 복사열이 느껴졌지만 참을 만한 수준이었다.
문제는 교육이 끝난 후 외부로 나왔을 때였다. 훈련장에서 외부로 나오자마자 방화복이 머금고 있던 복사열이 내부로 전해져 급하게 방화복을 벗을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PBO가 강도와 열내구성 등은 좋지만 열전도율이 다른 섬유보다 높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필자가 전할 수 있는 건 실제로 해당 방화복을 입고 고온의 환경에 노출됐을 때의 느낌이다.
외부로 나왔을 때 온몸에 열이 오르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는 실화재 훈련장에서만 느꼈다. 일상적인 출동에선 느낄 수 없었다. 다만 방화복은 단 한 번 소방관들이 고온의 환경에 노출됐을 때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장비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섬유의 특성 때문에 방화복 자체의 내구성은 우수했다. 일상 출동에선 외부로 돌출된 물체에 걸리거나 긁혀도 찢어지거나 뜯기지 않았다. 실제로 필자는 현장에서 거칠게 움직이는 편이라 기존 방화복에 상처들이 꽤 많다.
4. 가야 할 길 블랙야크 방화복은 다른 방화복보다 가격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그 점을 알고 있었기에 그만큼 기대도 컸다. 그런데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걸까? 기대만큼 만족감을 느끼진 못했다.
방화복 상의 길이가 길어 엉덩이를 덮는 것 외에는 크게 개선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내피를 결합하는 부분이나 내피에서 조금 더 차이를 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격이 높음에도 내피를 결합하는 방식이나 방화복 포켓 등이 기존 방화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보니 섬유 외에 ‘뭐가 다르지?’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방화복의 차이는 디테일에서 온다. 패턴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어깨와 팔꿈치, 무릎 등의 활동성을 높일 수 있는지, 내피 결합 방식을 어떻게 개선해야 세탁 등 사용 후 편의성을 강화할 수 있는 지 등이다.
큰 기업이 방화복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건 소방공무원 입장에서 필자도 매우 환영하고 있다. 그렇기에 제조사 측에선 이번 리뷰가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을 거다. 하지만 후발주자임을 고려했으면 한다.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본다면 그만큼 더 발전할 수 있는 걸 의미한다.
사용자들에게 월등한 활동성과 착용감, 편의성 등을 제공한다면 가격이 높아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리뷰가 해당 방화복 개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pilogue 제품을 반납하면서 제품 사용 시 불편했던 점 몇 가지를 함께 말씀드렸다. 며칠 후 제조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우선 원단 강도로 인한 뻣뻣함이나 그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편함은 원단 브랜드와 계속 협업하며 개선해 나갈 거라고 했다.
내피 결합 부분에 대해선 많이 고민했지만 아무래도 인증 부분에 있어 자유롭지 못한 애로가 있음을 알려왔다.
또 무릎 패드와 팔꿈치 패드의 경우 지금은 더 두껍게 제작된다고 한다. 다만 단순히 두꺼워졌는지, 패턴 등의 개선이 같이 이뤄진 건지는 모르겠다. 이 부분도 다시 한번 테스트를 통해 가능하다면 개선해 나가길 바란다.
무엇보다 이렇게 빠른 피드백이 왔다는 점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줬다는 게 놀라웠다. 단 한 명의 의견도 소중하게 고민해 준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블랙야크에서 추후 나올 방화복이 기대되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거다.
서울 강남소방서_ 천상욱 : peter0429@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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