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TalkTalk] “‘통솔’과 ‘화합’ 갖춘 지휘관으로 안전한 고양시 만들겠다”인터뷰 정요안 경기 고양소방서장
소방차 진입 곤란 지역 비상소화장치 설치로 화재 대응 민ㆍ관 네트워크 구축 통해 소방정책 개선ㆍ공감대 형성 광역 긴급차량 신호체계 내년 시범 도입… 신속 출동 기대 안전체험관, 찾아가는 소방안전교육 등으로 시민 의식 고취
“지휘관은 수직적 지휘체계보단 직원들과 소통을 통해 결정하고 위험성이 높은 재난 현장에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로서 잘못한 부분은 솔직히 얘기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정요안 경기 고양소방서장은 1989년 경기소방 소속 소방사 공채로 소방에 입문해 구리ㆍ화성ㆍ안양ㆍ성남소방서장과 경기소방재난본부 기획담당관ㆍ청문감사담당관 등 요직을 거쳐 올해 7월 1일 제21대 고양소방서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국립한경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와 한성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를 취득한 인재다. 소방행정에 조예가 깊고 남다른 통찰력으로 예방 행정과 지휘역량을 발휘하는 지휘관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89년 임용된 지 5개월 차 새내기 소방관이던 정요안 서장은 고양시의 한 지하 저수지 공사 현장에 사람이 매몰됐다는 신고를 받고 급히 현장으로 출동했다. 지하 저수조에 작업자 2명이 질식할 위기였다.
서둘러 지하로 내려갔다. 구조대상자들은 금방이라도 숨을 거둘 것 같이 상태가 좋지 않았다. 빨리 그들을 꺼내야겠단 생각뿐이었다. 소방관이 왔으니 살 수 있다는 작업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처음엔 살려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겁이 나기도 했다. 구조 현장에 나선 게 처음이었던 데다가 결혼 날짜까지 잡아둔 상태라 떨리는 심정으로 작업에 임했다. 이 일이 소방관으로서의 보람과 사명감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오랜 기간 현장과 행정 업무를 경험한 정 서장은 지휘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통솔’과 ‘화합’을 꼽는다. 그가 화합을 중요시하는 건 예방 정책과 현장 대응에 대해 서로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고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소방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 서장이 고양소방서장으로 자리한 후 ‘비교행정 학습’을 추진한 이유기도 하다. 사실 화재진압ㆍ구조ㆍ구급ㆍ행정 등의 직무부터 세대 간 갈등까지 소방조직 내 소통 부재로 발생하는 문제는 다양하다.
비교행정을 통해 내ㆍ외근 간 행정 업무를 공유하는 등 서로 공감ㆍ배려하는 조직문화가 형성된다면 그간 쌓인 불만과 불편은 곧 서로를 이해하는 시작점이 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정 서장은 소방서 내의 화합뿐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연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안전 사각지대 해소와 시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선 지역 직능단체와 기업체, 관계기관 등이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종합ㆍ체계적인 예방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33년간 소방관으로 근무해 오며 ‘소방은 단순 기능직이 아닌 지역사회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이란 신념이 싹텄다. 그 임무를 완수하고자 현재 고양소방서에서는 ‘민ㆍ관 네트워크’를 구성해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난이 대형ㆍ복잡화되는 만큼 소방이 단독으로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이게 바로 지역 사회단체, 관계기관 등과 연대하고 협업하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다. 실제 시민 의견을 수렴해 관련법 개선을 건의하고 업무를 보완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취임 당시 대민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내부 만족ㆍ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소방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정 서장. <FPN/119플러스>가 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고양소방서가 추진하는 시책이 궁금하다. 고양소방서는 고양시 내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시민 안전을 위해 현장 중심 행정과 교육에 중점을 두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소방차량 접근이 어려운 능곡ㆍ원당ㆍ행주내동 등 구도심 지역 골목길이나 재개발 예정지역에 호스릴형 비상소화장치를 설치하고 불이 나면 주민 스스로 초기 진화할 수 있도록 순회 교육을 진행 중이다.
북한산국립공원 등 산림인접지역에 다수 주거시설이 있는 만큼 지속적인 예산 확보를 통해 비상소화장치 설치지역을 꾸준히 넓혀갈 계획이다.
자동화재탐지설비 오동작 원인을 해소하기 위해선 비화재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건축물 등의 시설ㆍ관리업체에 환경개선 컨설팅 안내문을 발송하고 있다. 시설ㆍ관리협회 등과 협력해 노후 감지기가 교체될 수 있도록 지도도 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겨울철 난방용품 사용 증가와 부주의 관련 화재로 인명ㆍ재산피해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겨울철 소방 안전대책을 추진해 화재로부터 안전한 고양시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민ㆍ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들었다. 취임 후 강조했던 건 바로 ‘네트워크’다. 이를 위해 민ㆍ관 네트워크를 구축해 행정복지센터ㆍ주민자치회와 연계,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소방 관련 소식지를 전달하는 등 소방정책을 홍보하고 있다.
재난 대비를 위해 관내 덕양구 보건소ㆍ명지병원과 ‘응급의료기관 지역협의체’를 구성하고 간담회를 정례화했다. 기관들과 응급의료 협력체계 전반을 공유하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등 지역 내 기관과의 업무협약을 체결해 현장 대응 역량을 높이고 있다.
고양시에는 저유소와 물류센터 등 고위험 대상물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대한 화재 예방ㆍ대응 방안이 있나. 화재경계지구로 지정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고양저유소를 대상으로 매년 1회 이상 합동 소방훈련과 화재 예방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덕양구에는 쿠팡 물류센터가 자리하고 있는데 화재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자 소방안전 교육과 소방특별조사도 병행해 실시 중이다.
특히 올해에는 위험물 재난안전관리와 현장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드론에 의한 대테러 등 원인 미상 화재를 가정한 관계기관 합동소방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8월 경기 이천의 한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나 5명이 숨졌다. 현재 추진 중인 피난약자 이용시설 소방안전대책이 궁금하다. 피난약자 이용시설은 보통 고령 등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이 입원해 있어 화재 시 인명피해 발생 위험이 큰 시설 중 하나다. 이를 위해 관내 병ㆍ의원, 요양원,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긴급 점검과 소방안전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 24일부터 이틀간 혈액투석의원에서 합동소방훈련을 시행한 바 있다. 건물 안전관리자는 물론 상주 직원들과 함께 초기 화재 대응 요령부터 소방시설 피난ㆍ방화시설 사용법, 대상별 피난 동선 확인 등 훈련ㆍ교육도 병행했다.
또 평소 피난약자시설의 비상구 폐쇄나 소방시설 차단, 안전관리자 의무 사항 등 위법 사항을 철저히 단속하고 관계인에게 피난 동선 숙지, 각종 소방시설 유지관리ㆍ사용법 교육을 펼치고 있다.
구급대원 폭행 근절을 위해선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 현재 경기소방재난본부에선 구급대원 폭행 피해 방지를 위해 3단계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예방단계로는 연 1회 이상 집합ㆍ온라인 교육과 상황 대비 실전훈련을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국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기에 소셜미디어와 공공장소 영상 송출, 소방정책 소식지 등을 통해 다각도로 구급대원 폭행 방지를 홍보하고 있다.
또 구급차에 자동경고ㆍ신고 장치를 설치해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112와 119상황실로 신고되고 위치도 전송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구급차 2대에 이 장치를 설치했고 점차 대수를 늘릴 예정이다. 모든 구급대원에게 웨어러블 카메라도 필수로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현장 활동 단계에선 구급대원으로부터 상황 접수 시 경찰과 공동 대응이 가능하도록 요청하고 구급대원이 환자로부터 안전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헬멧과 조끼, 섬광랜턴을 착용하고 폭행 상황이 발생하면 채증 장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사후 대책의 경우 민ㆍ형사상 책임 관련 소송 시 변호인 선임 등 법률 자문과 소송을 지원한다. 피해 대원의 심리 치료를 위해 출동대 편성에서 제외하고 병가 처리와 전문 심리상담, 치료지원, 희망 시 전보ㆍ보직 변경 등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폭행자에 대해선 경찰과 협조해 소방 특별사법경찰관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합의 불가나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고 있다.
고양에서 파주까지 ‘광역단위 긴급차량 우선신호체계’가 설치돼 있다. 이를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이는 긴급차량이 경기도 시군 전 지역 어디나 출동할 수 있도록 교통정보센터에서 신호기를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펌프차나 구급차가 달리는 도로 신호등을 모두 녹색불로 바꿔 신속한 출동을 돕는다.
경기도는 도내 27개 시군(30개 소방서) 중 파주ㆍ고양시(서북부 방면)를 시범지역으로 선정했다. 오는 2023년 9월까지 시스템 정비를 목표로 시군 경계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광역형 신호제어시스템이 전국 최초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응급환자 이송과 긴급출동 등 도민에게 더 나은 119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안전체험관 운영 등 시민 안전교육을 추진 중이라고. 화재 등 재난 예방에 있어 제일 중요한 건 교육이다. 교육은 안전사고 예방의 필수 조건이며 재난 시 큰 역할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서는 2017년부터 안전체험관과 함께 찾아가는 소방안전교육을 병행하면서 운영하고 있다. 안전체험관에선 지진이나 연기 미로, 응급처치, 풍수해, 완강기 등의 체험이 가능하다. 찾아가는 소방안전교육의 경우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와 자연 재난 대처, 화재 예방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지난 10월까지 안전체험관을 통해 어린이 3546명, 찾아가는 소방안전교육에선 시민 3만1146명을 교육했다. 올해는 소방서에 비대면 전문 교육장을 구축해 더 많은 시민이 소방안전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역발전이 이뤄지면서 소방서비스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어떤 대책을 구상하고 있나. 고양시에는 6곳의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이 있다. 고층 건물에 대한 훈련과 교육, 조사, 홍보 등 계절ㆍ시기별로 안전대책을 추진하고 현장 안전컨설팅, 관계인의 자율안전 문화 조성에 힘쓰고 있다.
특히 재난이나 테러를 대비한 훈련을 진행하고 공사 현장의 예방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비상구 폐쇄나 소방시설 차단 등 불법행위 근절에 나서고 있다. 고층 건축물에 대한 대응ㆍ진압방안도 마련했다.
또 연결송수관 설비와 소방호스 연장, 비상용승강기 조작, 무선통신보조설비 활용 등의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의 안전 문화 의식 고취를 위해 언론사에 화재 예방 영상을 제공하고 뉴미디어를 통해 안전 정책을 홍보하는 등 화재 예방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덕양구에는 3기 신도기가 들어서고 통일로 주변에는 많은 그린벨트와 화훼단지가 있다. 서울과 근접하다 보니 화정동과 덕은동에는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고 있다. 반대로 구도심권은 오래된 다세대주택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늘어나는 소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119안전센터 신설이 필요한 실정이다. 고양소방서의 경우 설립된 지 30년이 넘어 청사를 이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와 협의해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고양시 소방안전 분야 총책임자로서 각오와 함께 전국 소방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책임자라는 자리는 결코 쉽지 않다. 우리 서가 추진하는 일은 물론 다양한 요소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고는 예상 밖에 일어난다. 신속히 대응하고 어떻게 예방할지에 대해 철저히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만큼 각오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각오는 ‘꾸준함’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시 안전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안전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현장에서 밤낮으로 근무하는 현장 대원은 물론 소방관서에서는 불조심 강조의 달을 추진하며 모두 바쁜 업무를 수행할 거다.
현장이든, 사무실이든 우린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다. 자신은 물론 가족과 시민, 지역사회 안전이다. 지역사회가 안전해야 우리 가족은 물론 자신까지 안전할 수 있다.
우리 서를 비롯한 소방관 여러분.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다. 이 말을 명심하고 근무에 임하길 바란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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