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직에서든 위기관리와 소통을 위해서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은 대중과의 연계성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조직 내부의 소통과 현안 파악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역시 중요한 일이다.
정부 부처 내에선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을 ‘대변인실’이라 칭한다. 소방 역시 5년 전 독립 청 설립과 함께 대변인실이 만들어졌다. 과거 국민안전처와 소방방재청 시절엔 행정안전부 조직과 대변인실을 같이 구성하고 있었기에 사실 소방만의 대변인실 역사는 그리 길지가 않다.
정부 부처 대변인실의 중요 역할은 통상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주요 정책의 대국민 홍보계획을 수립하고 조정ㆍ협의ㆍ지원하는 역할이다. 두 번째는 언론 보도 모니터링을 통해 중요 내용을 선별하고 사실 여부 확인에 더해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는 일이다.
꼼꼼한 모니터링을 거쳐 잘못된 보도가 있을 땐 정정보도 등 적극적인 대응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언론 보도의 진실성을 가려내고 나아가 대처 필요성을 올바르게 판단해 대응 방향을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돌아가는 대변인실의 모습은 마치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린 시소처럼 균형을 잃어버린 듯하다. 소방의 다양한 활동과 업무를 홍보하는 모습은 꽤 활발해졌지만 언론 보도 모니터링과 대처 측면에선 기본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하루하루 나오는 수많은 언론 보도를 체크하고 여러 현안의 중요성을 판단하는 역할은 대변인실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그런데 과연 지금의 대변인실이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 앞선다.
정부 부처가 언론 모니터링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는 국민이 접하는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실제 문제성을 가려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지, 제기된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는 이 모니터링이 시작점이다.
소방청 대변인실에선 날마다 선별한 언론 보도를 전자파일로 스크랩한다. 이 파일은 소방청 내부와 전국 시도 소방조직으로 배포된다. 그러나 최근 소방청의 언론 보도 스크랩은 소방 내부에서조차 구설에 오르고 있다. 비판적 언론 보도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온갖 좋은 이야기만을 담으려 작정하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렇다 보니 비판적 기사는 대변인실의 정식 스크랩 자료가 아닌 온라인 메신저 등으로 링크돼 전달되기 일쑤다. 소방의 현안 보도는 기록조차 안 되고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른 정보와 여론은 숨기기에 급급하다.
대변인실 구성원의 의식 수준은 두 귀를 의심케 할 정도로 한심하다. 논란이 되거나 문제로 지적되는 뉴스가 스크랩되지 않는 배경을 묻자 상상 못 할 답변이 돌아왔다. “내부에서 우리가 보는 뉴스 스크랩인데 비판 기사를 빼는 게 무슨 문제냐”, “위에서 안 좋은 기사가 스크랩되는 걸 싫어한다”는 대답이었다.
언론 보도 스크랩의 목적이 뭔지를 알고나 있는지 황당할 따름이다. 언론의 비판은 좋든 싫든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 개인 혹은 소집단의 자의적 판단이나 평가로 가려져서도, 차단돼서도 안 될 일이다. 윗선이 원했다면 인식을 바꿔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려는 소통 방해 인자들이 성찰해야 할 일이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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