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지역에서 조난사고 유형은 다양하다. 구조대상자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통화가 가능하다면 GPS를 통해 실종자 위치를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다.
문제는 구조대상자의 조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통화 자체가 되지 않을 때다. 구조대상자의 사고 위치를 확인할 수 없어 신속한 구조에 어려움이 생기곤 한다.
우리나라 산악지형은 경사도가 심하고 능선 사이의 골이 깊은 곳이 많다. GPS 위성이 스마트폰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삼각 측량이 안 되거나 이동통신 전파 음영 지역이 발생해 통화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한다.
GPS 위성과 스마트폰 사이 측위가 잘 됐더라도 통신사업자 측위시스템(Location Service Server, LCS)에 측위 값을 전송하려면 이동통신 기지국을 통해야 한다.
하지만 산악지역엔 이동통신 기지국이 드물게 설치돼 있어 간헐적 음영이나 스마트폰 절전모드 상태 등 여러 이유로 간혹 구조대상자의 GPS 측위 값이라고 전송된 위치 정보가 수신기지국(Cell) 위치값으로 전송돼 출동한 구조대원들이 구조대상자 위치에 혼선을 빚기도 한다.
이런 측위 오류는 긴급구조기관에서 통신사업자 측위시스템에 GPS 반복 측위 요청과 최종수신 기지국 위치값을 동시에 요청하는 등 교차 체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통신사업자 측위 전송 시스템 개선을 통해 혼선을 피할 수 있다.
구조대상자의 GPS 측위가 안 되고 휴대전화 전원이 꺼지면 위치를 특정해 내기 어렵다. 게다가 위치를 특정하지 못하면 수색구조 진행에 어려움이 생겨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동통신 기지국 분석을 통한 조난자 위치 파악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GPS 수신 불가나 전파 음영지역으로 통화 불가, 휴대전화 전원 꺼짐 등의 상황에서도 구조대상자의 산행 정보와 이동통신 기지국 커버리지 분석을 통해 구조대상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이는 곧 수색구조의 골든타임을 높일 수 있는 길이다.
산악지역 조난(실종)사고 시 이동통신 기지국을 이용한 수색구조 1. 기지국 커버리지 분석을 통한 수색 범위 축소 가능성 발견 이동통신 기지국을 이용해 구조대상자 위치 파악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2016년 12월 22일 전북 진안군 운장산에서 등산객 조난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후 10일 동안 민, 관, 군에서 1400여 명을 동원해 운장산을 수색했으나 끝내 구조대상자를 찾지 못하고 가족의 요청으로 수색을 종료했다.
이후 9개월이 지난 2017년 9월 22일 버섯을 채취하러 산에 오른 사람이 수색 한계선으로부터 도상거리 1.2㎞를 벗어난 곳에서 백골 상태인 조난자를 발견했다.
당시 수색구조에 참여하면서 관계기관과 함께 구조 방법과 범위에 대해 여러 차례 회의하고 구조대상자의 휴대전화 기지국 수신(통화) 자료를 받아봤다. 하지만 주로 운장산에서 10㎞ 가까이 떨어져 있거나 무려 30㎞ 떨어진 기지국에 수신돼 이 자료는 수색 반경 설정에 반영하지 않았다.
실종자가 수색 범위를 벗어나 백골 상태로 발견된 이후 현장을 오르내리며 구조 실패의 원인을 다양하게 분석했다.
특히 실종자의 휴대전화 수신(통화)기록 기지국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구조대상자의 산행지에 가까운 기지국이 여러 개 있는데도 왜 수 ㎞에서 수십㎞ 떨어진 기지국에 수신됐을까?’란 의문이 연구의 시발점이 됐다.
‘시간별 접속된 기지국의 커버리지와 수신되지 않은 기지국의 커버리지를 분석하면 이동 경로를 알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갖고 본격적으로 기지국 커버리지 분석 방법을 찾아 연구하기 시작했다.
2. 산악지역 이동통신 전파경로 특징 도심 속 크고 작은 건물 옥상이나 전신주 같은 곳에 수많은 이동통신 기지국 안테나를 볼 수 있다. 2018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전파누리’ 자료에 의하면 이동통신 기지국의 밀집도는 전국 평균 13.34국/㎢로 나타난다. 또 인구 1천명당 기지국 수는 무려 25.9국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전 국토의 65% 정도가 산림 지역인 걸 고려하면 얼마나 많은 기지국이 우리 생활 주변에 설치돼 있는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도심지역에서 실종 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 GPS 측위가 가능해 수색 범위가 수신 기지국 반경 수십m 안으로 좁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산악지역에서는 이동통신 기지국이 도심에 비해 드물게 설치돼 있을 뿐 아니라 기지국 서비스 영역인 커버리지는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보통 20~40W 정도의 출력을 가진 옥외 설치 기지국의 경우 반경 2㎞의 원형 커버리지를 가진다고 알고 있지만 UHF, 즉 극초단파(300~3천㎒) 주파수를 쓰는 이동통신의 경우 전파의 직진성이 강해 막힘이 없는(Line of sight) 산악지역에서 30~40㎞ 떨어진 기지국에 이동전화 전파가 수신되기도 한다.
또 구조대상자와 불과 1㎞ 남짓 떨어진 곳에 기지국이 있어도 수백m의 고도 차가 발생하면 수신되지 않는 등 도심 기준의 기지국 커버리지와는 큰 차이가 있다.
GPS 위치 파악이 안 되는 상황에서 산악지역 실종자가 발생했을 때 이동통신 수신 기지국 정보를 통해 반경 500m~2㎞로 전방위 수색하는 방법은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산악지역에서 기지국의 커버리지는 지형에 따라 불과 수백m에서 수십㎞에 달한다는 것과 Line of sight 산악지역에서 전파의 직진성이 강하다는 사실, 수신되지 않은 기지국의 커버리지를 분석하면 구조대상자의 위치 범위를 좁혀 갈 수 있다.
2021년 4월 16일 산악지역 이동통신 기지국 접속 형태를 알아보기 위해 전북 임실군에 있는 구봉산 일대에서 모의 구조 요청을 한 후 접속되는 기지국의 위치를 확인해 본 자료다.
신고 위치 가까이 기지국이 여러 군데 있었지만 총 4회 신고 중 1회만 근거리 수신이 되고 나머지는 원거리 수신이 확인됐다.
위 그림은 기지국 전파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른 커버리지 형태와 기지국 정보에 따른 위치분석 방법이다. 프랑스 ATDI 사의 전파분석 S/W인 HTZ Communications를 사용했다.
산악지역에서 구조대상자 휴대전화 전파를 수신하는 기지국의 커버리지가 지금까지 알던 것과 큰 차이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구조대상자 입산 정보를 같이 분석하면 수색 범위가 상당히 좁혀짐을 알 수 있다.
1) 양방향 위주 커버리지 주로 도로변에 설치된 기지국의 커버리지 형태다. 안테나 방향 또한 α, β, γ 세 방향보단 도로를 따라 양방향으로 설치돼 있다. 안테나 기울기는 도로가 평지에 가까우면 0°로 설정되곤 한다.
보통 2~3㎞ 내에서 접속되는 경우가 많으며 입산 정보가 있다면 반대 방향 안테나 커버리지를 생략하고 분석할 수 있다. 따라서 양방향 위주 기지국에 접속하면 비교적 구조대상자의 수색 범위를 축소시키기 쉽다. 우선 수색 범위는 입산지 기준 수신기지국 커버리지 내에서 해발고도가 낮은 곳을 정한다.
2) 분산형 커버리지 기지국 중심에서 커버리지가 방사형으로 연결돼 뻗어 나가지 않고 중간에 음영 지역이 형성된 후 다시 커버리지가 형성된다. 산악지역에 설치된 기지국에서 나타나는 커버리지 형태다(도심지에 설치돼 있으면서 주변에 산이 있으면 이런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기지국에 수신되면 전파 음영지역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산행 중 추락이나 심장마비 등으로 구조대상자가 휴대전화를 지니고 있으면서 움직임이 없을 때, 입산 지점과 산행 시간 등 여러 가지 정보를 더해 위치를 분석하기 쉽다.
최소한 기지국 원점 반경부터 500m~2㎞를 360° 전방위 수색하는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산에 있는 기지국(분산형 커버리지)엔 3~10㎞ 전후에 수신되는 경우가 많다. 입산 정보가 있을 때 우선 수색 범위는 기지국의 해발고도와 비슷한 지점이다.
3) 원거리 커버리지 기지국 원점 중심에서 방사형으로 커버리지가 형성되고 수㎞에서 수십㎞ 떨어진 곳까지 흩뿌려지듯이 커버리지가 형성되는 형태다.
주로 낮은 언덕이나 평지 등 높이가 40m 정도 되는 대형 철탑 기지국에서 형성된다. 높은 철탑이 아닌 낮은 당간주 형태의 기지국이더라도 주변 지형과 출력에 따라 이 같은 커버리지가 형성된다.
구조대상자의 입산 지점과 동떨어진 원거리 수신일 경우 기지국 반경 수색을 반영하지 않았다. 그러나 구조대상자의 입산 지점 주변에 다른 비 수신기지국이 있는데도 이처럼 원거리 기지국에 수신됐다면 구조대상자가 산 정상 가까운 위치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우선 수색 범위는 원거리 기지국에서 입산 정보가 있는 산까지의 방위각을 따라 위치한 산들의 해발고도를 분석하고 앞선 산들의 해발고도보다 높은 지점과 수신기지국 방위각 방향이다.
4. 위치분석을 위한 기지국 정보 + 구조대상자 정보 1) 기지국 정보 현재 주소 위주로 제공하는 마지막 수신기지국 정보로는 구조대상자의 수색 범위를 좁히는 데 어려움이 많다. 좀 더 많은 기지국 정보가 커버리지 분석에 정확도를 높인다. 여기에 구조대상자의 정보를 더하면 수색 범위를 더 축소할 수 있다.
소방과 경찰이 구조대상자의 기지국 위치 정보를 통신사에게 요청하면 수신기지국 주소를 제공해 준다. 이는 도심지에서 기지국 주소로 찾아가는 게 수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악지역에서 주소로 기지국 위치를 찾기엔 주소 하나가 너무 광범위한 곳이 많아 맞지 않는다.
추가 요청 시 좌표로 주는 데 더 유용한 정보(고도, 주파수 대역, 틸트, 이득, 방위각, 안테나 번호)는 제공해 주지 않는다.
이는 지금까지 기지국 위치 외에 다른 정보를 요청해본 적도, 이를 수색에 적용해본 적도 없었고 단순히 기지국 위치를 파악해 반경 수색을 해왔기 때문이다.
산악지역에서의 이동통신 전파 흐름 특징을 고려했을 때 기지국의 해발고도와 접속된 주파수 대역(3G, 4G, 5G), 안테나의 틸트(기울기)에 따라 원거리 접속일수록 커버리지 고도 편차가 크게 발생한다.
따라서 정확한 틸트 정보가 필요하며 최적의 전파경로를 따라 접속됐는지 방향을 잡을 수 있는 방위각과 안테나 번호 정보를 동시에 받아야 좀 더 축소된 수색 범위를 설정할 수 있다. 이젠 기지국 정보를 필요에 맞게 요청하고 이동통신사로부터 제공받을 때가 됐다.
2) 구조대상자 정보 구조대상자의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기지국 커버리지 분석만으로 수색 지역을 특정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다. 구조대상자의 입산지나 산행 특징에 대한 정보가 더해졌을 때 좀 더 축소된 수색 지역을 설정할 수 있다.
아래 자료는 수색 범위 설정을 위해 필요한 기지국 정보와 구조대상자 정보 요약, 실제 경찰로부터 기지국 커버리지 분석을 통한 수색 범위를 정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경찰에 구조대상자 정보 서식을 보내 받은 사례다.
산악지역에서 구조대상자의 구조 요청이 경찰에 실종으로 접수됐을 땐 ‘경찰법’ 4조에 따라 경찰이 수색 지휘를 하게 되므로 구조대상자의 여러 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구조대상자가 소방에 구조 요청을 하면 소방에서 구조 지휘를 하게 되는데 경찰처럼 구조대상자와 관련된 세세한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골든타임 내 신속한 구조를 위해선 각 기관의 유용한 정보를 신속하게 입수ㆍ공유하는 게 필요하다.
대한산악구조협회_ 최종찬 : ekdckadl@hanmail.net 강원 양양소방서_ 장남중 : jnj119@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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