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불의 이야기- ⅩⅤ

우린 홀로그램 우주에 살고 있다 ①

광고
리스크랩 김훈 | 기사입력 2023/03/20 [10:00]

불의 이야기- ⅩⅤ

우린 홀로그램 우주에 살고 있다 ①

리스크랩 김훈 | 입력 : 2023/03/20 [10:00]

영화 13층

▲ 출처 네이버 영화

1999년에 개봉된 13층이라는 영화가 있다. 유명한 게임회사의 CEO인 해넌 풀러는 평행우주 개념을 도입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세계를 완성한다.

 

이 세계는 1937년의 로스앤젤레스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아직 프로토타입이라 불안정하지만 풀러는 이 가상세계에 자주 접속하게 된다.

 

가상현실에 접속한 풀러는 1937년 LA의 한 호텔에서 젊은 여자들과 관계를 즐기며 화려한 밤을 보낸다.

 

그러나 시스템에 중대한 결함을 발견하고 회사 동료이자 아들과 같은 더글러스 홀에게 편지를 쓴다. 그리고 그 편지를 평소 친하게 지내던 바텐더인 애쉬톤에게 맡기고 1999년인 LA로 돌아오지만 홀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들린 술집서 의문의 사나이에게 살해당한다.

 

​​한편 잠에서 깨어난 홀은 피 묻은 자신의 셔츠와 핏자국을 발견하고 놀란다. 이 일로 홀은 살인사건에 유력한 용의자가 되고 그를 의심하는 맥베인 형사가 조사를 시작한다.

 

맥베인 형사에게 소환된 홀은 자신을 포함해 회사의 모든 직원이 사장인 풀러를 좋아했다고 말한다. 형사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홀은 묘령의 아름다운 여인이 자신의 집에 들어와 있는 걸 보게 된다.

 

자신을 제인 풀러라고 밝힌 그녀는 자신이 풀러의 딸이며 파리에서 돌아오자마자 아버지의 죽음을 접했다고 얘기한다. 풀러에게 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는 홀은 그녀의 정체를 의심하지만 그녀와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이후 풀러가 자신에게 메시지를 남겼다는 걸 알게 된 홀은 그 편지가 가상현실에 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1937년 LA의 가상현실에 접속한다. 가상현실 속 홀은 은행원인 퍼거슨, 휘트니는 바텐더인 애쉬톤, 풀러는 골동품점 주인인 그리슨이다.

 

가상현실 속 인물인 이들은 모두 각자 자신의 자의식을 갖고 생활하다가 풀러와 홀 등이 접속하면 자신의 육체를 이들에게 내주고 그들의 자아는 무의식 상태가 된다. 가상현실에서 바텐더를 만난 홀은 풀러가 메시지를 남기지 않았냐고 물어보지만 어찌 된 일인지 바텐더는 이를 부인한다.

 

풀러의 메시지를 얻지 못하고 현실세계인 13층의 사무실로 돌아온 홀에게 풀러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나타나고 금품을 요구하며 협박하기 시작한다. 다시 한번 가상현실로 들어간 홀은 풀러의 편지를 바텐더인 애쉬톤이 가로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풀러가 홀에게 보내는 편지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1937년의 가상현실 세계가 이들에게는 놀라울 정도로 제대로 돌아가는 진짜 세계라는 내용이었다.

 

풀러의 편지를 몰래 훔쳐본 바텐더 애쉬톤은 자신의 세계를 의심하게 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통행 금지된 구간의 표지판을 부수고 경계의 끝까지 계속 달려 컴퓨터 시뮬레이션 형체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세상을 발견하게 된다.

 

바텐더인 애쉬톤은 편지를 찾기 위해 다시 1937년 LA로 돌아온 홀과 이 일로 싸움을 벌이게 되고 홀에게 왜 자신들을 만들어냈냐며 화를 낸다. 

 

▲ 존 퍼거슨에게 빙의되는 데이비드 홀(출처 m.blog.naver.com/ghdrnflwls/220958958697)

 

애쉬톤과의 싸움 중에 홀은 현실세계인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홀은 제인이 풀러의 진짜 딸이 아님을 알게 되지만 그녀는 홀연히 사라진다. 홀은 현실 속에서 그녀를 찾아 나서고 그녀와 외모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마트 계산원 나타샤를 만나게 된다.

 

나타샤와 대화를 통해 제인의 비밀을 알게 된 홀은 자신의 세계 또한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가상현실 세계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1937년 애쉬톤이 했던 것처럼 경계를 뚫고 자동차를 달려 도시의 끝까지 찾아간 곳에서 애쉬톤과 같이 3차원 컴퓨터 그래픽 공간을 발견한다. ​

 

제인은 다시 나타샤의 몸으로 돌아와 홀에게 연락해 자기가 남편인 데이비드와 같이 홀이 사는 이 가상현실 세계를 창조했다고 얘기한다.

 

홀은 자신의 남편인 데이비드의 캐릭터고 데이비드는 당신의 육체를 빌려 가상현실 세계에 들어와 살인을 하고 다녔다고 말한다. 제인은 돈밖에 모르고 냉혈한으로 변해버린 데이비드 대신 그의 이전에 모습인 순수한 당신과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한다.

 

한편 홀을 돕기 위해 1937년을 찾은 홀의 직장 동료이자 프로그래머인 휘트니는 가상현실 속에서 죽게 되고 그의 1937년 캐릭터인 애쉬톤은 홀이 사는 현실 세계로 돌아오지만 데이비드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 제인(출처 m.blog.naver.com/PostView.nhn?isHttpsRedirect=true&blogId=mdspirit&logNo=221508867293&proxyReferer=)

 

​데이비드는 자신을 거부하고 가상현실 속의 홀과 사랑에 빠진 제인에게 분노하고 폭력을 행사하며 그녀를 죽이려다가 멕베인 형사의 총에 맞아 최후를 맞이한다. 이후 멕베인도 자신이 코드만 뽑으면 사라지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총을 맞고 죽은 홀이 눈을 뜨자, 휘트니가 죽은 후 애쉬톤이 현실 세계로 온 것처럼 자신도 2024년에 와 있음을 알게 된다. 오늘날의 현대세계와는 달리 2024년 세계의 모습은 해상에 건물들이 즐비했고 창밖으로는 제인의 아버지인 해넌 풀러가 지나가고 있었다.

 

풀러와 홀, 제인의 이야기는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지만 2024년 또한 가상현실 세계일 수도 있다는 암시를 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현상계와 이상계

같은 해에 개봉한 매트릭스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의 배경도 13층과 같이 현실과 분간할 수 없는 시뮬레이션 세계다. 영화 속에서 ‘파란 알약’이 상징하는 시뮬레이션 된 세계는 오히려 현실보다 더 생생하고 현실적이다. 영화 13층은 매트릭스에 완전히 묻혀버려 흥행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매트릭스보다 우리에게 더 많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영화 속에서 ​​1937년 LA를 찾는 풀러는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창조된 가상현실이 실제의 세계처럼 작동하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란다. 가상현실 속에서 사는 사람들도 실제로 자신들이 존재하며 진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 제인은 홀에게 자신이 온 2024년 세계가 진짜 세상이고 거기엔 더 많은 사람이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긴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인의 세계라고 해서 ‘진짜’라고 믿을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러한 설정은 장자의 호접몽에서도 등장한다. 옛날에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됐다. 펄럭펄럭 경쾌하게 잘도 날아다니는 나비였는데 스스로 유쾌하고 뜻에 만족스러웠는지라 자기가 장자인 걸 알지 못했다.

 

얼마 있다가 화들짝 하고 꿈에서 깨어 보니 갑자기 장자가 돼 있었다. 알지 못하겠다. 장자의 꿈에 장자가 나비가 됐던가. 나비의 꿈에 나비가 장자가 된 건가?

 

▲ 출처 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jinstpro&logNo=50184188553

 

서양철학의 큰 줄기는 플라톤의 관념론과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실론이다. 후대 철학자들은 플라톤의 이데아론에서 종교가 태어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실론에서 과학이 탄생했다고 할 정도다. 영국의 현대 철학자 화이트 헤드는 서양철학이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고 했을 정도로 플라톤을 높이 평가했다.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를 통해 우리가 감각적으로 만나게 되는 현상계는 모두 거짓이고 이데아 세계만이 실제라고 주장한다. 현상계에 사는 인간은 동굴에 갇힌 죄수들과 같다. 이들은 빛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다만 죄수들의 등 뒤로 불타고 있는 횃불만이 있을 뿐이다. 그들은 쇠사슬에 묶여 있어 단지 자신들의 눈앞에 놓인 동굴 벽에 비춘 그림자만을 볼 수 있을 뿐이며 그게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한 사람이 쇠사슬을 풀고 동굴을 탈출한다. 탈출 후 태양을 바라보며 그동안 자신이 봐 온 그림자들이 허상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동굴로 돌아온 그는 자신이 본 것을 사람들에게 말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서양의 중세철학은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기반으로 그 체계를 1500년간 유지했다. 그 시대를 끝내고 근대 철학과 과학을 열었던 인물이 데카르트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중세철학이 종말을 고하는 시기에 태어난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는 어느 날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겼던 모든 걸 의심한다. 그렇게 의심하다가 결국 데카르트의 악마까지 만들어낸다.

 

그는 악마가 내가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걸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속한 세계의 모든 걸 의심해 보는 실험을 한다. 그리고 모든 걸 전부 의심해 보는 바로 그 지점에서 결코 의심할 수 없는 단 한 가지가 있다는 걸 발견한다. 그건 지금 이러한 의심을 하는 나라는 존재다.

 

그런 깨달음에서 나온 유명한 명제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다. 악마가 나를 조종해 모든 게 거짓이더라도 결코 거짓일 수 없는 게 있다. 그건 ‘지금 생각하고 있는 나라는 존재’다.

 

우리가 그동안의 역사를 통해 밝혀낸 지식은 경험과 관찰이다. 하지만 이 모든 지식은 결코 완전한 거라고 할 수 없다.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가장 현명한 사람들에 의해 온전한 것으로 믿어져 온 이론들 중 나중엔 쓰레기로 판명된 게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데카르트는 과거의 모든 가치관이 붕괴하고 급변하는 시대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다. 데카르트는 자문했다. “내가 착각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나는 모든 감각적 자료의 신뢰성에 대해 확신할 수 있을까. 나는 인체의 감각기관에 의해 기만당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진리라고 알려진 것에 대해 방법적 회의를 갖는 게 연역법이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모든 감각기관에 의한 정보를 의심하기로 했다. 사람은 외부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법에 따라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왜곡하기도 한다.

 

때로는 꿈을 꾸거나 환상을 본 것을 사실이라고 믿기도 한다. 가끔은 과거의 경험으로 생겨난 기억과 편견 때문에 잘못된 사실을 옳은 사실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일단 그 인식의 과정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올바른 과정을 거쳐 진행됐고 정보처리가 이뤄졌다고 판단되면 모든 감각을 통해 획득한 정보가 거짓일지라도 참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따라서 데카르트는 어떤 강력한 능력을 지닌 악마가 자신에게 개입해 내 모든 감각기관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경우를 가정하고 사고실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데카르트가 얻은 결론은 내 모든 감각기관으로 수집한 정보들이 모두 거짓일지라도 그 사유하는 나, 다시 말해 강력한 악마에게 ‘감각이 속고 있는 나’라는 존재는 부정할 수밖에 없기에 악마가 나를 속일지라도 지금 사유하는 나라는 존재만큼은 의심의 여지 없이 존재하는 실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된다.

 

​데카르트 이후 철학자 칸트는 현상계와 이상계를 구분하는 인식론에 대해 좀 더 깊은 고민을 한다. 칸트의 인식론에는 물 자체(thing in itself)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여기서 물 자체란 플라톤 철학의 이데아(Idea)와 비슷한 개념으로 인간의 지각 한계로는 결코 볼 수 없는 세계다.

 

물 자체는 현실에 직접 영향을 끼치지만 결코 붙잡을 수 없다. 현실 외부에 남아 있어 제대로 인식조차 되지 않는다. 인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 본질을 알 수 없는데 물 자체는 시공간 속에서 있다고도 할 수 없으며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인간은 과연 물 자체를 볼 수 없는 걸까.

 

양자역학에 있어 전자의 이중슬랫실험에서 관찰자가 관찰하면 입자가 되고 관찰하지 않으면 파동의 성질을 보이는 것도 칸트가 말하는 물 자체의 세계 원리 때문일까. 이중슬랫실험을 통해 우린 광자뿐 아니라 전자 또한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갖는다는 걸 알았다.

 

여기서 광자나 전자의 속성을 물 자체적인 접근방식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광자와 전자를 입자설에 의한 행렬역학이나 파동설에 의한 파동역학으로 계산하더라도 그 수학적 완결성은 서로 완벽하게 일치한다. 그렇다면 수학이라는 학문은 물 자체의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가 아닐까.

 

칸트가 오늘날까지 살아있다면 물 자체의 속성을 양자역학의 중첩성과 어떻게 연결 지어 설명했을까. 우리가 광자와 전자를 입자로, 파동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그 본질을 어느 틀로도 잡아낼 수 없는 이유는 이들이 물 자체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기술사)

* 서울과학기술대 공학박사(안전공학)

* 리스크랩(김훈위험관리연구소) 연구소장

* 현대해상 위험관리연구소 수석연구원

* 한국소방정책학회 감사

* 한국화재감식학회 정보이사

* 소방청 화재감식 자문위원

* 한국지역정보개발원(KLID)평가위원

*,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평가위원

* 국립재난안전연구원(NDMRI) 평가위원

*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평가위원

*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평가위원

* Crane & construction Equipment 칼럼리스트

* 소방방재신문 119 Plus Magazine 칼럼리스트

*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칼럼리스트

* 기술사(국제기술사, 기계안전기술사, 인간공학기술사)

* 미(美)공인 위험관리전문가(ARM), 미(美)공인 화재폭발조사관(CFEI)

* 안전보건전문가(OHSAS, ISO45001),* 재난관리전문가(ISO22301,기업재난관리사)


 

리스크랩_ 김훈 : firerisk@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불의 이야기 관련기사목록
광고
[인터뷰]
[인터뷰] 변길자 시회장 “소방분야 등록기준, 기계ㆍ전기 아닌 단일 공종으로 구분해야”
1/7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