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화학사고 현장대응 가이드북’ 사용설명서

광고
국립소방연구원 조철희 | 기사입력 2023/03/20 [10:00]

‘화학사고 현장대응 가이드북’ 사용설명서

국립소방연구원 조철희 | 입력 : 2023/03/20 [10:00]

2012년 9월 구미산업단지 내 불화수소(Hydrogen Fluoride, HF) 누출사고를 계기로 정부에서는 화학사고 예방대응체계 조직에 박차를 가했다. 

 

소방청과 환경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지자체 팀 등의 협업조직으로 2013년 12월 구미에서 시작해 전국 6개 주요 산단(시흥ㆍ익산ㆍ구미ㆍ서산ㆍ여수ㆍ울산)에 ‘화학재난 합동방재센터(이하 합동방재센터)’를 출범했다.

 

2018년 말에는 일곱 번째로 충주에 추가 설치해 충북과 강원지역에서 발생하는 화학사고에 대응하고 있다. 

 

화학사고는 화재ㆍ폭발뿐 아니라 누출의 위험성도 갖고 있어 독성ㆍ부식성으로 인한 2차 피해 우려가 크다. 화학물질의 확산성(장거리 이동ㆍ매체 전이)이나 비가시성(오염 확인 어려움), 유해성(발암성 등), 잔류성(난분해성) 등 발생 유형이 복합적이고 대량 피해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사고 인근 주민과 환경에도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듯 위험한 화학사고를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대응ㆍ처리하기 위해선 원인 물질의 주요 유해ㆍ위험성, 현장 활동 안전기술 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해야 한다.

 

‘화학사고 현장대응 가이드북’이란?

최근 소방청에서는 화학 재난 대응 지침서인 ‘화학사고 현장대응 가이드북(Chemical Incident Response Guide For Fire Fighters, CIRG-FF)’을 재난 현장 대응 주체인 현장 소방대원 중심으로 발간했다.1)

 

이 가이드북은 화학사고 대응 활동 중 구조대상자의 신속한 구조활동과 2차 유해물질 생성 억제, 출동 소방대원의 신변안전 확보 등 좀더 명확하고 안전한 대응 방법에 관한 정보제공을 위해 국내 화학사고 이력 물질을 중심으로 발간됐다.

 

또 PubChem(미국 NIH)과 유해물질비상대응핸드북(환경부ㆍ소방청), 사고대비물질 키인포가이드(KeyInfoGuide, 환경부), KOSHA 화학물질정보(노동부 산하) 등 국내외 화학물질 데이터베이스 내용을 발췌하고 검토ㆍ보완해 반영했다. 

 

▲ [그림 1] 화학사고 현장대응 가이드북(119 e-book) / 애플리케이션 화면 검색 콘텐츠   © 소방방재신문


‘화학사고 현장대응 가이드북’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1. 화학물질 상태(고ㆍ액ㆍ기)에 따른 차별화 대응기술

사고원인 화학물질로 인한 화학 재난의 경우 사고 상황이나 유형에 따라 화학물질의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 취급ㆍ운송 등을 통해서도 물질의 상태가 바뀔 수 있어 적절한 사고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같은 화학물질이더라도 누출량이나 사고 위치, 기상 등 사고 상황에 따라 절차ㆍ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사고 화학물질의 상태가 ‘기체’인지, ‘액체’인지에 따라 대응 전술에 차이를 둬야 한다.

 

▲ [그림 2] 화학물질 대응기술의 차별화


이 가이드북에서는 서로 다른 물질의 상태를 가진 화학물질은 신속한 현장대응을 수행할 수 있도록 물질의 상태별 사고대응 방법을 제공했다.

 

2. 물과 반응성으로 인한 2차 유해 위험성

화재진압은 불이 다른 곳에 옮겨붙거나 번지는 걸 차단하기 위해 가연물 제거 또는 모래ㆍ소화기 등으로 산소의 공급을 차단하거나 불에 타고 있는 물체 온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물을 끼얹어 많은 열을 흡수ㆍ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이처럼 화재를 예방ㆍ경계ㆍ진압할 때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약제가 ‘물’이다. 

 

그러나 사고 화학물질 중에는 물과 반응해 또 다른 유해물질을 발생시키거나 격렬한 폭발 등으로 인해 심각한 2차 피해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 [그림 3] 물에 의한 2차 피해 위험성


가이드북에서는 소방활동에 필수 소화약제인 물을 이용한 진압 가능 여부, 물과 반응 여부, 물에 대한 용해도, 물과의 접촉 위험성 등을 수록했다. 사고 화학물질의 ‘화재’ 발생 개연성에 대해선 자기 반응성, 착화(발화) 에너지, 극인화성, 열분해 등의 정보를 제공했다.

 

3. 산성 화학물질 염기 중화약제 선정

2012년 경북 구미 불화수소 누출사고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소방관들이 소석회 중화제 사용 없이 물만 뿌려대는 바람에 피해를 키웠다’고 재난 대응 문제를 제기했다. 그 후 ‘소석회’와 ‘가성소다’ 등 염기 중화약제를 전국 소방관서에서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염기 중화약제 대응 정보의 ‘정확하지 않은 혹은 검증되지 않은 일반화의 오류개선’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후보 염기 중화약제를 이용한 재연실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전국 소방관서 등에서 보유한 염기 중화약제 e.g. 소석회(Ca(OH)2), 가성소다(NaOH)와 비교할 때 ‘중탄산나트륨(NaHCO3)’이 중화 안정성과 대응 실효성, 건강 위험성, 가격 경제성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가이드북(CIRG-FF)에서는 안정성이 확보된 ‘중탄산나트륨’ 염기 중화제로 교체ㆍ지정했다.

 

4. 화학물질 소화약제 우선순위 선정

사고유형이나 사고물질별 최적의 소화약제 선정은 이론적 소화력 검증과 과학적 실험 결과를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실제 재난 현장에선 소화약제 보유량이나 신속 현장 적용성, 경제적 측면, 환경오염 영향 등도 배제할 수 없다.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서는 알코올류(메틸알코올, 에틸알코올 등) 화재 시 최적의 소화력을 가진 약제를 내 알코올 포말→건조화학제→이산화탄소→물 분무→건조사 순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실제 재난 현장 폭발ㆍ화재진압 약제 선정은 물에 용해되는 특성(수용성)에 착안해 물 분무를 이용한 희석ㆍ냉각 소화 또는 CAFS시스템 약제를 이용한 질식소화 시도가 합리적인 대응 전술이다.

 

이처럼 사고 화학물질별 친수성ㆍ소수성 등의 특성에 착안해 적절한 소화약제를 선정할 수 있다. 가이드북에서는 재난 현장에서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는 관할 출동소방대 보유 소화약제로 우선순위를 지정했다.

 

5. 적절한 개인보호장비 선택

화학사고가 발생하면 고농도 급성노출에 따른 현장 대원의 신변 보호나 2차 피해 예방을 목적으로 보호 수준에 적절한 개인보호장비를 선택ㆍ착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화학보호복은 레벨 A, B, C, D 네 가지로 구성된다.

 

국내에서는 보호복 내부 공기호흡기 착용으로 공기 공급이 가능하고 가스 차단 성능을 갖는 보호복인 ‘레벨 A 화학보호복’과 공기호흡기 대신 방독면, 고글, 장갑, 장화 착용으로 액체 차단 성능을 갖는 보호복인 ‘레벨 C 화학보호복’을 주로 사용한다. 

 

▲ [그림 4] 개인보호장비(PPE) 보호 수준


가이드북에서는 사고 화학물질 종류에 따라 무조건 일원화된 보호복을 선택ㆍ착용하는 게 아니라 보호복 착용 후 대원 활동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고 장소나 기상, 누출량, 계절 등에 따라 보호복을 약식으로 선택ㆍ착용할 수 있도록 차별화 정보를 제공했다.

 

6. 금속화재 소화약제 우선순위 선정

금속화재는 일반화재와 비교해 화재진압에 장시간이 소요되는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물을 뿌리면 화재가 확대되거나 폭발의 우려가 커 모래를 이용한 질식소화 대응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화재 인근 지역에서 긴급으로 공급되는 모래의 경우 대부분 마른 모래가 아닌 수분을 함유한 젖은 모래다.

 

따라서 질식 진압 시 적열상태의 금속 표면과 잔류 수분(물)이 접촉해 생성되는 가연성 기체의 2차 발화폭발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국립소방연구원에서 진행한 금속화재 소화 약제별 소화력과 경제성 검증실험에서는 사용 안전성과 비용면에서 모래보다 ‘팽창 질석’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질식소화 약제임을 규명했다. 

 

가이드북에서는 금속화재 시 소방활동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모래보다 가볍고 흡습성이 거의 없어 저장이 쉬운 ‘팽창 질석’을 우선순위로 지정했다.

 

7. 독성ㆍ발암성

재난 현장에서 발생하는 유해인자는 현장 대원의 눈ㆍ코ㆍ입ㆍ피부ㆍ점막 등을 통해 흡입ㆍ접촉 시 자극이나 경련, 질식 등의 작용으로 독성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유해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암 발생의 상당인과관계는 정확한 산출이 어렵다. 하지만 소량의 노출만으로도 암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거나 의심되는 화학물질은 많이 존재한다. 

 

가이드북에서는 사고 화학물질의 유해등급분류(발암ㆍ발암추정ㆍ발암가능물질 등)를 국제암연구기관(IARC), 미국 국립독성프로그램(NTP), 미국 환경보호청(USEPA)을 참고해 발췌ㆍ정리했다.

 

소방대원이 재난 현장 활동 중 직ㆍ간접적으로 유해인자에 노출되거나 이로 인해 겪는 질병과 부상의 원인 규명, 추후 보건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다.

 

8. 초기이격거리ㆍ방호활동거리 적용 판단

현행 국내에서 적용하는 ‘초기이격거리(이하 초기거리)’ㆍ‘방호활동거리(이하 방호거리)’의 원출처는 북미국가들의 지역 기상 환경을 기준으로 도출된 결과를 기록한 자료다.

 

따라서 우리나라 지형 여건 등을 고려하면 국내 화학재난 대응절차의 절대적 수용은 다소 부적절하다. 국내 현장 활동에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는 어떠한 소방활동 규정(지침) 또한 없으므로 현장 활동에 참고로만 활용돼야 한다. 

 

가이드북에서는 국내 화학재난 여건에 적절한 ‘초기거리’ㆍ‘방호거리’를 사고 화학물질에 따라 지정ㆍ활용할 수 있도록 화학물질의 고유한 물리 화학적 특성(인화점ㆍ폭발범위ㆍ허용농도ㆍ증기압ㆍ반응 유해성 등)을 제공한다.

 

9. 온도ㆍ압력 등 일원화된 단위 사용

온도ㆍ압력 등의 물리량은 여러 물리 단위 사용에 따라 상대적으로 비교 판단기준이 모호할 수 있다. 국내에서 온도(T)의 경우 대부분 섭씨온도(℃)를 사용하나 압력(P)의 경우는 단위의 기원이 달라 다양한 단위(atm, ㎏/㎠, ㎩, psi, ㍴, ㎜Hg, ㎜H2O 등)를 혼용해 사용함으로써 압력 값의 정도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가이드북에서는 증기압을 일원화된 ‘㎜Hg’ 단위로 환산 정리해 압력의 세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10. 신속한 GHS 그림문자와 NFPA 코드 파악

가이드북에서는 GHS 그림문자 안에 국문으로 ‘그림문자명’을 삽입했다. NFPA 704 다이아몬드 위험성 코드인 건강위험성(청색), 화재위험성(붉은색), 반응위험성(노란색), 특수위험성(흰색)을 가로 정렬로 순위를 매김으로써 위험성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했다. 

 

▲ [그림 5] GHS 그림문자와 NFPA 유해 위험 코드


또 사고 화학물질의 작용기ㆍ치환기를 파악할 수 있는 시성식(rational formula)과 원자가 결합 형태까지 나타낸 ‘구조식(structural formula)’을 제공한다.

 

11. 신속 규제 법령 파악

실제 재난 현장에서 화학물질 대부분은 화합물(mixture) 상태로 존재한다. 따라서 정확한 지정 수량ㆍ농도ㆍ순도 등의 판단ㆍ확인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가이드북 사고 화학물질의 ‘위험물’, ‘사고대비물질’ 등의 지정을 주 화학물질 누출량으로 지정했다. 

 

▲ [그림 6] 쉬운 법령 규제 이해


또 화학사고 이력 물질별 규제법령 정보를 신속하게 분류ㆍ파악할 수 있도록 색깔과 형태로 표식했다.

 

12. 연도별 화학물질 사고 이력 파악

▲ [그림 7] 화학사고 물질정보 확인


가이드북에서는 사고 대비ㆍ대응훈련 물질 선정 우선순위 결정을 위해 최근 국내 화학사고 발생 빈도를 화학물질별로 파악ㆍ정리했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소방청에서는 가이드북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재난 현장에서 출동대원이 사고 화학물질 정보를 신속하게 검색ㆍ파악할 수 있도록 ‘소방청 SOP 조회시스템(119 e-book)’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App, 앱)으로도 보급했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책임지는 소방은 모든 국민이 화학 재난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선제적 사고 예방관리와 선진화된 사고대응 기술개발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1) 조철희 ‘소방대원 화학사고 현장대응 가이드북 개발 및 적용’, 한국위험물학회지 2022, 10(2), 30-37.

 

국립소방연구원_ 조철희 : chcho119@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국립소방연구원 관련기사목록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1/5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