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하면 테슬라(Tesla)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 유명한 테슬라가 현재 미국 정부와 발맞춰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엄청난 재원을 쏟아붓고 있다.
차후엔 원가를 수십 달러 수준으로 낮추고 원료도 철과 같이 풍부하면서 값싼 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거로 알려진다.
현재 배터리 가격(전기차 기준 약 2천만원 이상 +10년 이하로 주기적인 교체 필요)이 지나치게 높아 향후 가격을 낮춰야만 자연 친화적이고 경제적 효용성이라는 최초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선두기업으로 이미 많은 자본을 확보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전기차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쪽으로 많은 독려를 받고 있어 전기차나 ESS를 포함한 리튬이온배터리 관련 미국의 대표 선두기업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이 직접 작성ㆍ배포한 매뉴얼을 살펴보는 건 안전ㆍ비상대응에 상당 부분 앞서있는 미국의 최신 안전관리ㆍ현장대응 관련 최신 이슈나 트렌드도 쉽게 배울 수 있는 길이다.
22년판 최신 자료를 우연히 보게 돼 직접 번역하고 요약하면서 핵심적인 이슈를 정리해 봤다.
이 자료는 심지어 NFPA 홈페이지에 ESS에 관한 대표적인 비상대응지침으로도 게시돼 NFPA의 입장을 동시에 대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기존 NFPA 내용과 일치하고 NFPA의 면밀한 검토 또는 합동 작성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이는 결국 미국과 전 세계적인 ESS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지침의 국제적인 표준(Standard)이자 최신 트렌드를 알아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해당 자료는 테슬라에서 직접 작성한 비상대응지침(Lithium-Ion Battery Emergency Response Guide For Tesla Energy Products Powerwall, Powerpack, and Megapack / Revision 2.4. ⓒ Copyright 2022 TESLA, INC. All Rights Reserved.)이다.
이 자료에 해당하는 테슬라의 대표적인 ESSㆍ제품들은 비교적 소형의 가정용 ‘Powerwall’(Powerwall+는 Powerwall 2개를 합친 것), 상업ㆍ산업용의 ESS로 소개되는 ‘Powerpack’, 대용량의 공공시설 수준 ESS에 해당하는 ‘Megapack(all-in-one utility-scale energy storage system)’이다.
아래 세부내용을 보면서 알게 되겠지만 서두부터 우리나라와 미국의 문화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젠 화학물질과 관련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가 널리 쓰이듯 서구권에서는 ‘유용하지만 위험성이 큰 화학물질(Chemiclas)ㆍ제품(Products)에 대한 위험성은 이를 가장 잘 아는 제조사 측에서 사고 시 현장대응을 할 소방관과 현장에 근무하는 근무자들이 알기 쉽게 제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잘 성립돼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기업들이 사고가 발생하면 결국 위험에 대처할 소방관들에게 정보를 당연히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소방의 현장대응은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 모두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으로 당연히 협업해야 한다는 생각을 잘하지 못하는 현실’과 대비된다(불과 몇 년 전까지도 삼성전자가 정문에서 소방의 진입을 막은 사건들을 떠올려 보자).
미국의 재난 관련 원서 자료들을 많이 읽다 보면 우리와 미국의 재난 대응 수준 차이는 ‘조직과 기관 간의 협력 정도의 차이’다.
중앙부처끼리도 협력은커녕 예산의 경쟁 관계이자 책임을 떠밀 대상, 오로지 모든 관계를 ‘갑 & 을’로만 보는 현재의 수준 낮은 문화가 우리를 재난 후진국으로 모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된다.
특수재난ㆍ대형복합재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 조직(분야) 간 협업이다. 또 다른 갑을관계를 불러올 강력한 권한이 아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말 그대로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다. 연결된 전원을 제거한다고 해서 배터리 내부의 에너지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결국 전원을 차단해도 여전히 배터리 전원이 차단된 건 아니다. 감전 위험도 남아 있다.
따라서 연결된 전원이나 커넥터들을 차단하는 건 인접이나 병렬 등으로 연결된 수많은 다른 리튬이온배터리로의 비정상적인 상황(과전압 등)이 추가로 전파되는 걸 차단하는 행위다.
여전히 열폭주 후에도 완전히 내부의 에너지가 사라지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화재를 진압하고 연소가 종료된 이후에도 최소 12시간의 대기시간을 갖도록 하는 ‘⑦ 화재진압 조치’ 내용 참고).
간단히 말해 리튬이온배터리가 심각한 충격을 받을 때 발생하는 일들이다. 냉각수나 냉매 유출은 비교적 큰 배터리 집합체, 하나의 봉합물(Enclosure) 내에 모든 구성요소가 들어 있다 보니 액체 냉각(Liquid Cooling) 방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데 주로 에틸렌글리콜(Ethylene Glycol)과 관련된 위험성이다(에틸렌글리콜 MSDS 참조). 셀 전해질 누출과 관련해 이미 열폭주, 자체발열은 잘 알려진 현상이다.
그보다 주목해야 할 건 ‘셀 배기(Venting of Cell)’ 부분이다. 기존 언론을 통해 오프 가스(Off-Gas)로 표현됐으며 ‘열폭주의 전조현상으로서 초기 셀에서 전해질의 분해 발열 반응과 증기 발생으로 인해 기체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테슬라에서도 명시하듯이 열폭주를 가장 빨리 알아낼 수 있는 수단은 ‘셀 배기’ 단계에서 비교적 분자량(분자 크기)이 작아 기존의 연기감지기 등에 감지되지 않는 기체를 먼저 탐지(감지)해 조기에 셀(Cell) 단위 열폭주를 찾아낸 후 빠르게 모듈이나 시설로부터 격리ㆍ이탈시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자동화되기 전까진 결코 ESS의 안전이 어느 정도 담보된 거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⑥ 배기된 전해질과 관련된 위험 부분에서 상세히 다시 설명된다).
일단 보관 시 상황은 논외로 치고 모든 리튬이온배터리에 있어 가장 큰 한계점은 여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테슬라에서는 품질이 낮은 배터리가 쓰이지 않을 거고 안전에 대해서도 2019년 APS 사고 등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을 테다.
테슬라의 ESS 제품을 전 세계적인 리튬이온배터리의 기준점으로 둔다 해도 겨우 작동 온도가 최대 50℃(122℉)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리튬이온배터리가 단적으로 온도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림 2]에서 보듯 테슬라 가정용 제품은 집 외부에 설치된다. 아무리 케이스 내부에 있다 해도 땡볕에서 겨우 50℃를 넘으면 안 된다는 가정 자체가 외부에 작은 화재나 취약요인에 의해 온도가 올라가면 너무나 쉽게 취약한 환경에 빠져버린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다. 이런 요건은 전기차에도 동일하다.
아무리 배터리 내외부에 냉각(Cooling) 시스템을 갖춘다 해도 크기, 무게 등 여러 다른 제약조건으로 인해 그 시스템은 충분치 않은 상황에 얼마든지 놓일 수 있다는 걸 뜻한다.
리튬이온배터리의 화재나 폭발, 열폭주가 왜 쉽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지 개연성을 충분하게 제공하는 부분이다.
앞으로 10년가량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될 때까지 이러한 취약성을 전제하고 사고 예방과 대응에 노력을 쏟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 부분은 테슬라의 리튬이온배터리/ESS 대응지침 중 두 번째로 중요한 부분이다. 일단 리튬이온배터리의 전해질은 ‘육불화인산리튬(LiPF6)’이라고 단언한다. 기존에 약간의 열과 공기 중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다량의 불화수소(HF/공기 중에 노출돼 물과 만나면 불산)가 발생한다고 밝힌 그 물질이다.
일단 지침에서는 열폭주 화재가 아닌 단순 누출의 위험은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힌다. 이 부분은 더욱더 리튬이온배터리에 관련된 사고가 화재ㆍ폭발의 위험성이 크다는 걸 강조하는 말이 될 수 있다.
다만 현장 대원들의 경우 만에 하나 누출 위주의 사고도 있을 수 있기에 무색, 달콤한 냄새, 백색의 잔류물이 남는다는 부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부식성(산성ㆍ염기성을 포함하는 개념)이 있으므로 피부에 노출되면 화학적 화상을 입을 수 있어 불필요하게 근접하면 방화복으로 방호가 불가능한 이유도 알 수 있다.
대응에서는 누출사고에 대비해 미국 등 서구권에서 널리 쓰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화학물질 분류기 스트립(Chemical Classifier Strip)을 사용하면 쉽게 식별할 수 있다는 힌트도 주고 있다(예: HAZMAT Smart Strip/특수부대, 국정원 등에서 이미 사용 중).
마지막으로 전해질의 주성분이 석유/유기 용매이기에 화재의 위험성이 왜 그토록 큰지 알 수 있고 불소 화합물로서 불화수소를 언급하고 있음도 재확인할 수 있다(다음 호에 불화수소는 상세히 언급).
추가로 지침의 알림(Note) 내용에 따르면 리튬이온배터리 전해액의 수용할만한 농도는 아직까진 ACHIH에 의해 식별되지 않았으나 누출된 경우의 ‘LD50 (Oral/rat)’은 ‘2g/㎏(estimated)’보다 크다고 하니 누출사고 시 독성정보로도 활용이 가능해 보인다(예를 들면, 약 50㎏의 사람 100명이 모두 약 100g(대략 100㎖) 이상을 구강 섭취(흡입)한 경우 절반인 50명이 즉시 사망함).
마지막으로 ESS 시설이나 최근 카카오 사태와 같은 UPS 등 리튬이온배터리가 다수 존재하는 실내(밀폐공간)에서 근무하는 근무자(노동자)의 경우 보호 장비를 착용할 때, 특히 필터(정화통) 방식의 보호구라면 유기 증기(Organic Vapor), 산성 기체(Acid Gas)에 대한 보호 성능을 가진 장비를 반드시 갖춤으로써 비상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경기 용인소방서_ 김흥환 : squalkk@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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