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향기(香氣)
2023년 분 퇴비 받는 날 정오 무렵 유박 17포, 퇴비 30포를 1톤 낡은 트럭에 얹어 전화로 묻고 물어 찾아 온 그 노인. 많은 양은 큰 트럭으로 젊은이가 운반하고 소량은 이렇게 노인들이 운반하고 있는가 보다
나보다 더 연로해 보인 안쓰러움에 손에 쥔 괭이를 내려놓고 내가 유박 퇴비포대 옮길 때 정철의 시조 ‘이고 진 저 늙은이’ 구절이 문득 떠올랐다
건네 준 음료수 한 개에 환한 웃음 지으며 그의 하얀 머리카락 모습이 유박 퇴비 뿌리는 밭고랑에 아주 정갈한 꽃비처럼 휘날리고 있다
화르르 떨어져 퍼지는 꽃향기처럼 유박 거름에 풍기는 그 내음 흙을 갈 때 퍼지는 향기가 사월 햇살에 조화롭게 퍼져 나가고 있다
사월 밭에 하늘거리는 마늘 양파 쪽파 움파 부추 달래 유채 의성배추 부지깽이나물 방풍나물 냉이가 밭 가장자리에 원추리 범부채 산나리가 연두 빛 초록으로 내내 봄 향기로 머물고 있다
한정찬 시인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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