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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칼럼] 태풍급 ‘양강지풍’ 탄 경포대 산불… 반복되는 4월의 잔인함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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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기사입력 2023/04/25 [12:54]

[시사 칼럼] 태풍급 ‘양강지풍’ 탄 경포대 산불… 반복되는 4월의 잔인함 언제까지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입력 : 2023/04/25 [12:54]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동해안 지역에 또다시 대형 산불이 났다. 지난 11일 오전 8시 22분께 강원 강릉시 난곡동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초속 20~30m의 ‘태풍급’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경포호와 사근진 해변까지 급속히 번져 막대한 피해를 낳았다.

 

2005년 4월 양양 낙산사를 태운 동해안 화재의 악몽이 재현된 것으로 동해안 최대 관광지인 강원 강릉시 경포 해변 인근 마을과 관광시설이 화마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소방청은 올해 들어 산불로는 처음으로 진압 최고단계인 대응 3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전국 소방동원령 2호를 내렸다. 전국에서 2764명의 인력과 400대의 장비가 현장에 투입돼 진화에 나섰지만 강풍으로 헬기가 뜨지 못하면서 애를 먹었다.

 

이 불로 안현동에 거주하는 80대 주민 1명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주민과 소방대원이 2도 화상을 입었다. 축구장 면적(0.714㏊) 530배에 이르는 산림 379㏊와 주택 59동, 펜션 33동, 호텔 3동, 상가 2동, 문화재 1동 등 총 100채도 소실됐다. 다행히 오후 3시 18분쯤부터 내린 단비가 화마의 기세를 누그러뜨렸고 바람도 잦아들면서 8시간 만인 오후 4시 30분께 큰 불길이 잡혔다.

 

경포호 일대와 강릉 앞바다가 검은 연기로 뒤덮이는 화마 현장을 목격한 시민은 매년 봄마다 되풀이되는 산불 재난의 악몽을 떠올리며 반복되는 4월의 잔인함에 몸서리쳤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동해안 산불은 부주의 원인도 있지만 기후변화 이유가 더 크다. 이번 강릉 경포대 산불도 지속적인 ‘건조특보’에 ‘양강지풍’이 불어 대형 산불로 확산했다.

 

화재는 습도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공기 중의 수분함량을 나타내는 ‘상대습도’보단 목재 등의 건조지수를 나타내는 ‘실효습도’가 화재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통 ‘실효습도’가 50% 이하가 되면 인화되기 쉽고 40% 이하에선 불이 잘 꺼지지 않는다. 30% 이하일 경우 자연발생적으로 불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실효습도’ 35% 이하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건조주의보, ‘실효습도’ 25% 이하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건조경보’가 발령된다.

 

강원기상청에 따르면 불이 난 당일 영동 전역엔 건조특보가 발효됐다. 무엇보다 영동지역 강풍은 ‘양간지풍(襄杆之風)’이나 ‘양강지풍(襄江之風)’의 영향이 크다. 양간지풍은 양양과 간성, 양강지풍은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국지성 강풍으로 고온 건조한 데다 속도가 매우 빠른 특성이 있다. 이날 강원도에서 최대순간풍속이 가장 빨랐던 곳은 설악산으로 136㎞/h(37.8m/s)를 기록했다.

 

이번 산불도 ‘양강지풍’이 불을 확산시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17년 삼척ㆍ강릉 산불과 2019년 고성ㆍ속초 산불, 역대 두 번째로 큰 피해를 낸 지난해 울진ㆍ삼척 산불 모두 ‘양간지풍’이나 ‘양강지풍’이 불길을 키우는 ‘화풍’이 됐다. 이번에도 건조경보가 내려진 산야에 불어닥친 ‘양강지풍’이 전깃줄 위로 나무를 부러뜨리면서 불씨를 일으켰고 순식간에 화마를 퍼뜨렸다.

 

전국적으로 5년 만에 초속 20~30m의 봄 강풍이 몰아치고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요란한 비까지 내리는 이상기후에 동해안 산불은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다. 불시에 일어난 천재지변이라면 막기 어렵겠지만 봄철 동해안 산불은 이제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매년 어김없이 반복되고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재난임을 익히 잘 알고 있는 터다.

 

올해 들어 산불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 12일까지 전국적으로 437건의 산불이 발생해 3575.1㏊의 소중한 산림이 불에 탔다. 고작 100일 사이에 최근 10년간 연평균 일어난 산불(535.4건)의 81.16%나 발생한 셈이다.

 

최근 10년간 산불 발생 원인을 보면 입산자 실화(32.57%), 쓰레기 소각(12.79%), 담뱃불 실화(5.62%) 순이었다. 주의하면 막을 수 있다는 교훈이다. 상시 대비해야만 하는 재난으로 인식하고 국가적 차원의 범국민적 산불 예방이 첩경이다.

 

무엇보다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한 ‘산소기지(山消氣地│山림청ㆍ消방청ㆍ氣상청ㆍ地자체)의 튼실한 공조와 유기적인 협업이 긴요하다.

 

‘산소기지’의 기관별 연락관을 행정안전부에 파견해 상황 전반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통제ㆍ관리하는 컨트롤 타워로 작동하는 ‘산불 워룸(War room)’을 설치해야 한다. 위기 극복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수립하고 조기 진화 시스템도 더욱 철저히 가다듬어야 한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산불 앞에서도, 속수무책이 돼선 안 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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