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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관 이야기] “게으름의 달콤함인가, 통상적인 여유에서 찾아든 화재인가?”

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기사입력 2023/05/19 [09:40]

[화재조사관 이야기] “게으름의 달콤함인가, 통상적인 여유에서 찾아든 화재인가?”

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입력 : 2023/05/19 [09:40]

계절이 변하는 환절기가 되면 세상 사람들의 감성이 두드러지게 상승한다.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 때면 무더웠던 여름을 보내고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기 위해 들과 산으로 소풍하러 간다.

 

들녘에는 결실의 풍성함과 누런 황금 물결이 보이고 산의 초목들은 울긋불긋 색동 옷으로 치장하면서 만인을 맞을 준비를 한다. 가을은 여름에 분주하던 일을 잠시 쉬고 잠깐의 여유를 즐기는 계절이기도 하다. 

 

들녘에는 만추가 돼 고개 숙인 곡식들이 살랑살랑 춤을 추며 여유로움과 풍성함을 즐긴다. 우린 가을이면 외모 치장이 화려해지기도 한다. 여름에 땀 흘려 노력하고 시원한 가을바람에 몸을 내어 청량함을 즐긴다. 산천초목의 아름다움과 따사로운 햇살을 받다 보면 살며시 나른함과 함께 게으름이 찾아들기도 한다.

 

평소 하던 대로 하는 거고 별다른 문제가 없을 테니 이 정도는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잠시 가을 햇살을 즐기자! 게으름인가? 아니면 여유를 즐기는 건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오늘 할 일은 오늘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내일을 맞이하자는 마음가짐이 필자의 생각이다. 또 그렇게 행하려고 노력한다. ‘이 정도는 내일 하지 뭐, 오늘은 여기까지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필자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그렇게 간과하고 하루 일을 마무리하는 때가 있을 거다. 오늘 하루 주어진 24시간 동안 열심히 일하고 오늘 일은 오늘 마무리해야 멋지고 행복한 내일이 희망을 가득 안고 찾아온다.

 

우린 마음을 다잡을 때 ‘초심을 잃지 말자’는 생각을 하며 매일 하던 일도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연다. 게으름은 늘 우리에게 순간의 달콤함을 선물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누적되면 하루 24시간이 모자라 시간을 더 할애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때론 그 달콤함이 재난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관계자들 진술을 청취하라!

어느 해 초가을 한 공장 건물 옥상에서 발생한 화재다. 신고자 이 씨는 “경비실에서 근무하던 중 화재 수신반에 화재경보가 감지돼 경비실에서 나와 확인해 보니 건물 옥상에서 다량의 연기가 발생하고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목격자 궁 씨는 “2층 사무실 내에서 근무 중 옥상에서 불이 났다고 해서 직원들과 함께 올라가 보니 집진기에서 화염이 분출하고 있어 소화기로 자체 진화하려 했으나 옥상에 가설한 경량 철골의 천막 창고로 연소 확대되는 상황이었다”고 진술했다.

 

옥상 집진기와 연결된 배관은 작업장 내 펜타기1)로 연결됐다. 펜타기 세팅 온도는 190℃였다. 건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과 찌꺼기가 집진기로 배출되는 구조였다.

 

▲ [그림 1] 옥상 평면도

▲ [사진 1] 집진기


화재 원인에 대한 개괄적 개요를 살펴라!

옥상에 설치된 세정식 집진기는 중간 위부터 수열 형태가 식별됐다. 오른쪽에 경량 철골조 가설건축물 천막은 모두 소실된 상태였다. 가설건축물은 원단 창고로 사용하고 있었다.

 

집진기 중간 아래로는 변색이 없었다. 중간부터 위쪽 배출구까지는 수열에 의해 페인트가 소실되고 집진기 철재에 변색 흔적이 잔류했다.

 

집진기는 열기나 오염된 가스, 먼지 등을 집진해 물과 흡수제를 분사시킨 후 청정공기는 대기로 방출하고 먼지나 찌꺼기 등은 하단으로 떨어져 보관되는 구조다. 탄화된 형태는 물이 공급되지 않는 상태로 오염 가스와 건조 찌꺼기가 집진돼 축열되고 집진기 내 흡착포에 착화된 거로 판단했다.

 

▲ [사진 2] 수조ㆍ순환 펌프


수조ㆍ순환 펌프는 집진 설비에 물을 분사하기 위한 시설이다. 외관상 발열 형태나 특이점은 관찰되지 않았다.

 

▲ [사진 3] 옥상


집진기 오른쪽 가설한 내부에 원단이 탄화된 채 잔류했다. 천막은 모두 소실되고 원단이 겹겹이 쌓여 있어 소염 구간에 있던 원단 일부는 미연소 상태로 잔류했다.

▲ [사진 4] 집진 설비 확인


집진 설비는 여느 설비와 대동소이했다. 흡입 배관과 모터, 배출구는 집진기로 연결됐다. 집진기 자체에서도 발열 현상이나 화염이 분출한 형태가 전혀 없었다.

▲ [사진 5] 지진 배관


집진기와 모터 브로아로 연결된 부분의 가연재가 탄화돼 있었다. 철제 도료는 일부 탄화한 형태로 잔류해 있었다. 철재의 수열 정도는 약했고 유동을 완충하기 위해 설치한 부분의 가연재만 탄화한 형태다.

 

▲ [사진 6] 송풍구


송풍기 내부 브로아는 수열보다는 그을린 형태로 식별됐다. 송풍구 벽면에는 페인트 찌꺼기 같은 물질들이 응착돼 있었다. 일부는 검게 탄화한 형태고 일부는 그을린 형태만 관찰됐다.

 

▲ [사진 7] 집진기 수조 비교


집진기에 설치된 수조를 확인해 보니 특이점이 관찰된다. [사진 7]의 ①에는 수위 조절 스위치와 오버플로우 배관이 확인되는데 ②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상적인 수조에 비해 담겨있는 물도 현저하게 적었다. 진압 주수한 물이 일부 유입됐는데도 적게 물이 담긴 건 물 공급이 안 됐거나 물이 회전하는 데 이상이 발생했다는 방증이다.

 

▲ [사진 8] 집진기 내부

 

세정식 집진기 내부로 상단에 물을 분사하는 헤드가 설치돼 있다. 상부 필터가 관찰되나 발열과 관련된 형태는 관찰되지 않았다.

 

나사산 모양의 물 분사 헤드가 설치됐고 이 모양으로 물이 회전하며 주변으로 퍼져 수막을 형성하는 형태다. 물을 분사해 1차 필터로 걸러 내려온 미세 먼지나 찌꺼기를 아래로 가라앉히는 구조다.

▲ [사진 9] 필터


1단에 설치된 필터는 대부분 탄화된 형태로 바닥에 응착돼 있었다. 탄화잔류물에서 발화 열원은 관찰되지 않았고 상단부터 탄화한 형태였다. 내부에 원인이 없다면 다른 곳에 발화 열원이 존재했을 거다.

 

대부분 탄화한 부분에 원인이 있을 거로 생각하지만 때론 전혀 엉뚱한 지점에서 발화 열원이 존재할 때도 있다. 집진기와 연결된 배관을 따라 확인해야 한다.

 

▲ [사진 10] 펜타기

 

펜타기는 직물을 염색해 건조하는 기계다. 정면에 일부 수열 받은 형태가 있고 입구가 수열에 의해 변색한 형태가 관찰됐지만 그 외 다른 부분엔 특이점이 없었다. 펜타기 후면에 집진기로 연결되는 관이 설치돼 있으나 화재와 연관 지을 만한 형상은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화재 열원은 펜타기에서 발생한 열을 집진기에서 흡입하는 과정에서 탄화한 찌꺼기나 고온의 가스가 연결된 배관을 따라 집진기로 집진돼 축열됐을 가능성이 있다. 또 집진기 내부 필터에 착화했을 가능성도 있어 모두 고려해 살펴야 한다.

 

▲ [사진 11] 집진기 가동시험


공장 관계자와 집진기 제조업체 입회하에 화재 발생 집진기 가동시험을 해보니 수조와 펌프는 정상적으로 분사되는 상태가 확인됐다.

 

▲ [그림 2] 집진 설비 계통도


[그림 2]를 보면 송풍기에 의해 집진된 오염물질이 필터 부분에 걸러지고 물로 세척해 2차로 걸러지는 구조다. 물이 분사되는 과정에서 발화 열원이나 불꽃에 의해 착화하긴 어려워 보인다.

 

화재 발생 구조의 가설을 세워 검토해 보라!

1. 물 순환 펌프 고장

물 순환 펌프가 고장 나면 집진 시설 내부에 세정시설이 작동되지 않고 펜타기에서 약 190℃로 세팅돼 건조한다. 따라서 내부에서 발열되는 열과 찌꺼기 등이 그대로 집진기 내로 유입되고 축열돼 발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2. 물 공급이 안 되는 경우

물 공급을 수동으로 했을 땐 물을 원활하게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작업자의 실수로 물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세정식 집진기는 그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따라서 내부에 물 공급이 안 되면 집진 시설 내 축열로 인해 발열하게 된다. 화재가 발생한 보조탱크에 수위 조절 스위치가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물 공급을 수동으로 조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정상적인 수조에 수위 조절 플로팅 밸브가 있어 물 공급이 자동으로 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3. 밸브 잠금

물을 공급하는 밸브가 잠겨 있었고 수동으로 조작 시 밸브를 잠가 놓은 상태였다. 밸브를 개방하니 물이 공급되지 않아 수동으로 조절하지 않았나 싶었다. 2차 조사 시에도 PVC 호스를 연결해 수동으로 물을 공급하는 걸 확인했다. 자동과 수동을 병행해 사용했고 화재 사고가 발생한 보조 탱크는 자동으로 수위가 조절되지 않았다.

 

위와 같은 가설내용으로 볼 때 기계적 요인이 있었더라도 물 공급이 안 된 상태에서는 기계적 요인을 논단하기보단 물이 공급되지 않은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현장에 잔류한 보조 탱크의 수위 조절은 관계인 모두 “자동으로”라고 같은 진술을 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보조 탱크나 밸브 등은 모두 수동 조작해야 했던 걸 고려하면 작업자가 수시로 혹은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물을 공급해야 세정식 집진 시설이 정상 작동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 화재 사고는 기계적 자동제어 실패로 인한 발화보다는 작업자 부주의 가능성이 크다.

 

원인을 검토하라!

ㆍ전기적 요인: 옥상에 있는 집진기와 관련된 전기장치는 작동 실험을 하니 순환 펌프는 정상 작동되는 상태라 전기공급은 안정적인 것으로 확인된다.

 

ㆍ기계적 요인: 작업장 내부 펜타기에서 190℃로 세팅돼 건조 후 발생한 열과 찌꺼기가 집진 배관을 통해 집진기로 유입ㆍ축열되면서 발열할 개연성이 충분한 상태다. 물 공급장치가 정상 작동해 집진기 내부에서 분사됐을 경우 내부에서 연소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생각된다.

 

단, 물 공급장치 이상으로 인해 집진기 내부에 축열로 발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화재 발생 집진기 제조사와 섬유공장 관계자가 참여한 상태에서 순환 펌프는 작동되고 집진 설비 내부 세정식 헤드를 통한 물 분사가 정상 작동돼 기계적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은 작다.

 

ㆍ부주의: 화재 발생 집진기 수조와 정상 작동 수조를 비교해 보면 화재 발생 집진기 수조에서 수위 조절 스위치가 확인되지 않아 물 공급은 수동 작동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관계자는 하루 세 차례 수위를 확인한다고 진술했다.

 

다량의 수증기가 발생하는 집진기 특성상 알 수 없는 이유로 물 공급이 중단되거나 부족할 경우 집진기 내부 축열에 의한 발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작업자가 수시 또는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계속 물 공급 상태를 확인해야 집진 시설이 정상 작동하지 않았을까 싶다. 따라서 집진기의 물 공급 부족에 의한 발화 가능성이 있다.

 

결론

작업장 내부 펜타기에서 190℃로 세팅돼 건조한 후 발생한 열과 찌꺼기가 집진 배관을 통해 집진기로 유입되고 집진기 내부에서 축열돼 발화될 개연성이 충분한 상태다.

 

그러나 세정식 집진기의 경우 물을 공급해 집진기 내부에 물을 분사하고 찌꺼기와 오염된 가스를 흡착물질로 흡수해 청정공기와 수증기를 대기 중에 방출시키는 구조다.

 

물 공급장치가 정상 작동했을 경우 축열에 의해 발화온도까지 온도상승이 어렵다. 그러나 물 공급이 중단되거나 부족할 경우 오염 가스와 찌꺼기에 의해 집진기 내부에서 축열 가능성이 있고 흡착포에 착ㆍ발화할 수 있는 상태로 판단된다.

 

화재 발생 이후 집진기 제조사와 섬유공장 관계자가 입회한 가운데 컨트롤 박스에 전기를 인가해 세정식 집진기 순환 펌프 가동시험을 해보니 정상적으로 물이 분사됐다.

 

화재 발생 집진기 수조와 정상 작동 수조를 비교해 보면 화재 발생 수조에 수위 조절 스위치가 확인되지 않아 물 공급은 수동 작동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루 세 차례 수위를 확인한다는 관계자 진술이 있었다.

 

다량의 수증기가 발생하는 집진기 특성상 물 공급이 중단될 경우 집진기 내부 축열에 의해 필터에 착ㆍ발화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작업자가 수시 또는 시간을 정해두고 물 공급 상태를 확인해야 집진 시설이 정상 작동할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집진기의 알 수 없는 이유로 물 공급 중단 또는 부족한 상태를 작업자가 인지하지 못한 채 오염 가스와 찌꺼기에 의해 집진기 내부에 축열되며 흡착물질에 착ㆍ발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설마 한 번 정도는 괜찮을 거로 생각하는 게으름이 부른 화재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짐작해 본다.

 

 


1) 직물을 염색해 건조하는 기계

 

경기 김포소방서_ 이종인 : allway@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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