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나라 소방 발전 위해 연구년까지 냈다… 이승철 한국화재소방학회장이승철 강원대학교 교수, 제19대 한국화재소방학회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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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박준호 기자] = “36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표 화재ㆍ소방ㆍ안전 분야 학술단체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한국화재소방학회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올해 연구년까지 신청했다. 그만큼 열의에 가득 차 있다. 회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소방학회와 우리나라 화재소방 발전을 위해 두 발 벗고 뛰겠다”
지난 2월 이승철 강원대학교 소방방재학부 교수가 제19대 한국화재소방학회장으로 선출됐다. 이승철 신임 회장은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과학재단(현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그는 한양대학교 대학원 재학 중 연구실이 ‘강원도 둔내터널 내 환기ㆍ화재시뮬레이션’ 용역을 맡으면서 소방과 연을 맺었다. 터널 화재와 제연시스템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에 매진한 이 회장은 2000년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연구교수 등을 거쳐 2004년부터 강원대학교에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제14대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장을 역임했고 한국화재소방학회(이하 소방학회)에서 편집위원과 학술이사, 부회장을 지냈다. 또 소방청 중앙소방기술심의위원과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소방검정기술위원, 대한설비공학회 소방방재부문위원장,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위험성 평가 인정심사위원 등 국민 안전과 화재소방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SCI(E)급을 포함해 국내외 학회에 60여 편의 논문을 등재했고 180여 회의 학술발표를 진행했다. 이 같은 공로로 2018년 소방청장, 2020년엔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 교수는 출마 당시 회원 간 소통과 조화, 화합을 추구하는 소방학회를 강조하며 소방학 정립과 소방기술인 자존감 향상, 미래 소방기술산업 로드맵 기획, 소방학회 재정 건전성 확보 등의 공약을 밝혔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지난 5월 임기를 시작한 이승철 회장을 직접 만나 소방학회의 현안과 중점 추진 업무 등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제19대 소방학회장 당선을 축하드린다. 소감이 궁금하다.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장과 강원대학교 공학대학장ㆍ산업과학대학원장 등의 임기가 끝나자마자 우리나라 최고의 화재소방 분야 단체인 소방학회장에 선출돼 어깨가 아주 무겁고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소방학회를 위해 더욱 열심히 봉사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회원과 평의원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임기 동안 열심히 일하겠다. 연구년까지 냈으니 얼마나 절실한지 조금이나마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Q. 선거 당시 주요 공약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조직(소방학회)과 학문(화재소방 분야), 개인(소방종사자)의 발전 이바지로 압축할 수 있겠다. 소방학회 회원간 화합에 노력하고 국내 최고의 화재소방 분야 전문가와 함께 미래 소방기술산업에 대비한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하겠다.
또 한국소방시설협회와 한국소방기술사회,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 등 타 단체와 지속해서 협력해 학문 분류 체계에 ‘소방학’을 정립하고 소방기술자 노임단가 개선에 주력하겠다.
Q. 현재 소방학회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가.
공약사항인 ‘소방학’ 정립과 소방기술자 노임단가 개선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소방관련학과는 100여 개가 넘고 한 해 졸업생은 4천명에 달한다. 그러나 소방은 한국연구재단에서 관리하는 학문 분류 체계표에 별도의 ‘학문’으로 등재되지 못하고 기타안전공학, 기타공학으로 분류되고 있다.
국민안전에 관한 관심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소방이 아직도 학문으로 정립되지 못했다는 건 소방인으로서 너무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소방학회 내에 ‘소방학 정립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소방청에 지속해서 건의할 계획이다.
또 소방기술자 노임단가는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에 따라 통신부문 그룹2의 요율을 적용받는다. 이는 건설부문(설비부문)과 비교할 때 약 14% 낮은 수치다. 건설 공종에 소방이 포함되는데도 이렇게 적은 단가를 받는 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이 역시 ‘소방산업 TF’를 설치, 한국소방시설협회, 한국소방기술사회 등 관련 단체들과 협의해 소방기술자들이 적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Q. 중점 추진 업무는 무엇인가.
최근 챗GPT 열풍에 따라 인공지능(AI)이 화두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첨단기술은 이미 산업 전반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는 ‘화재소방’은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4차산업에 대비한 미래 소방기술산업 로드맵 작성이 시급하다. 현재 소방청 R&D 사업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 관리한다.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소방학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표적으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빌딩 정보 모델링) 기술 적용이 있다. BIM은 시설물 생애주기에 걸쳐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통합해 활용 가능토록 시설물의 형상과 속성 등을 정보로 표현한 디지털 모형이다.
건축물의 구조와 설비 등을 3차원으로 볼 수 있어 따로 설계도서를 찾아보지 않고 도면만으로 모든 걸 확인할 수 있다. 소방공무원이 화재를 진압하는 데도 유용할 거로 판단된다. 기계설비 등 다른 분야에선 이미 왕성하게 준비 중인 거로 알고 있다. 우리 소방도 이 흐름에 발을 맞춰야 한다.
또 학회지 등급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 우리 학회지는 현재 KCI 등재지 중 상위급이긴 하지만 한 단계 더 올려야 한다. 사실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다. 역대 회장님들도 큰 비용을 투자했지만 관철하지 못했다. 소방학회 영어논문지가 SCOPUS급이 되도록 힘써 보겠다.
Q. 소방학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생각인가.
회원간 소통 강화와 우리나라 소방정책ㆍ기술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할 계획이다. 먼저 18대 때 없어진 미래발전위원회를 복원할 방침이다. 미래 소방기술산업 로드맵 작성과 젊은 회원들 간의 교류ㆍ화합을 다지는 역할을 위해서다.
또 해마다 커지는 산불과 최근 이슈가 됐던 터널화재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산불방재위원회와 터널방재위원회를 출범할 계획이다. 각 위원회에선 사고의 예방ㆍ대비ㆍ대응ㆍ복구와 관련한 목소리를 내고 연구와 세미나도 진행한다. 위원회는 늦어도 9월 초엔 발족할 예정이고 위원장은 회장이 임명하지 않고 전문성 등을 고려해 공모할 생각이다.
소방학회의 가장 중요한 행사는 춘ㆍ추계 학술대회다. 회장이 주도하는 게 아닌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많은 회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더욱 내실 있고 탄탄하게 준비하겠다.
한 가지 말씀드리면 올 추계학술대회는 쏠비치 삼척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학술대회엔 교수뿐 아니라 관련 전공 학생들도 많이 참여한다. 이들의 견문을 넓히기 위해 근처에 있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을 견학하는 코스도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해 학술대회 일정을 기존 1박2일에서 2박3일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Q. 전국에 있는 소방학회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현재 소방학회 회원 수는 1800여 명이고 특별회원사는 30여 개에 달한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회원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분도 있다. 소방학회가 주관하는 행사에 최대한 많은 회원이 함께해주셨으면 좋겠다. 더 많은 회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회장인 저부터 열심히 발로 뛰겠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은.
역대 회장님들의 역점사업을 잘 계승해 소방학회 발전에 이바지하겠다. 또 앞서 언급한 공약과 중점 추진 업무들을 임기 동안 온 힘을 다해 추진하겠다. 아울러 매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종사하시는 회원 여러분의 목소리를 대변해 소방학회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