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많은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어느 때일까? 대부분 사람은 아마도 추운 겨울일 거라고 말할 테다. 추우니 난방기구나 전열기기를 상당히 많이 사용한다. 그렇기에 화재가 잦을 거로 추측한다. 그러나 현실은 환절기에 잦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가 되면 마음이 살짝 들떠있거나 게으름이 찾아들곤 한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인 환절기,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는 환절기에 화재가 잦다.
2022년 전국 화재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총 4만113건 중 화재 발생이 가장 많았던 달은 5월로 4105건이다. 화재가 적었던 달은 8, 9월로 둘 다 2696건이었다. 화재 원인은 부주의 1만9665건, 전기적 요인 1만9건, 기계적 요인 3856건 순으로 분석됐다.
부주의 요인은 5월에 가장 많았고 7월이 가장 낮았다. 화재 발생도 계절의 변화에 따라 높고 낮음이 나타난다. 10여 년 전만 해도 2월에 화재 발생이 잦았고 부주의 화재도 난방기구나 전열기를 사용하는 2월에 가장 많았다.
현시대는 태평양 적도 해역의 해수 온도가 12월에 상승하고 이듬해 봄철까지 주변보다 2~10℃ 이상 높아지는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환절기가 변화하고 이상 기후가 불규칙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화재는 어쩌면 경제와 기후변화에 비례해 발생하지 않나 싶다. 경제가 활성화되면 화재 발생률이 상승하고 경제가 침체되면 화재 발생률도 낮아진다.
계절의 변화에서 오는 나태함이나 안전이 간과되는 상황 등은 엘니뇨(El Nino) 현상과도 연관된다고 생각한다. 안전은 확보됐을 때 지키는 게 가장 타당하고 행복은 행복할 때 누리는 게 가장 현명하다.
우린 일상생활에서 반복적으로 행하는 일에 관해 너그럽다. 즉 반복적으로 행하는 행동이나 습관은 그대로 간과하고 넘어가는 때가 있다. 집안에서 거실에 전등을 켜 놓고 주방으로 간다든지, 주방에 전등을 켜놓고 자리를 이동한다든지 하는 행동이나 습관은 아무렇지 않게 넘긴다.
나비효과처럼 나비의 날갯짓이 일정 거리 떨어진 지점에서는 태풍이 될 수도 있다. 길을 걸으며 흡연한 후 담배꽁초를 수거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냥 인도에 버리거나 쓰레기 쌓여 있는 곳으로 휙~ 던져버리곤 한다. 어쩌면 이런 행동을 습관처럼 해왔는지도 모르겠다.
공장이나 작업장에서 일이 끝나면 화기 단속과 전기 차단 등을 하고 업무를 마쳐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작동하던 기계들의 메인 전원은 그대로 두고 전등이나 전열기, 기계 스위치만 끄고 퇴근하곤 한다. 예를 들어 전기모터를 가동하던 공장에서 모터 스위치만 끄고 전원은 그대로 켜 놓은 상태로 퇴근하는 때처럼 말이다.
사고란 평상시에 아무렇지도 않던 곳에서 의외의 원인으로 발생한다.
관계자 진술을 청취하라! 제과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다. 관계자 김 씨는 “작업이 모두 끝난 후 화재 전일 오후 6시 30분께 관계자들은 모두 퇴근했고 공장엔 아무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화재는 오전 6시께 발생했고 공장은 서서히 탄화된 형태로 식별된다. 건물 상단 위주로 탄화한 형태다.
공장 입구는 화염의 전파나 그을린 형태가 없었고 완제품을 포장한 제과 상자가 쌓여 있었다. 천막조 끝 지점 샌드위치 패널 건물에서 일부 탄화흔적이 관찰됐다.
성형기 직 상단에 있던 샌드위치 패널의 도색 부분이 원색으로 유지돼 화염이 전파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했다.
제과 성형 후 바로 건조로로 연결돼 건조하는 구조인데 건조로 중간에 외부로 배출되는 연통이 있었다. 건조로 내부 잔열이나 열기를 배출하는 구조였다.
[사진 5]의 성형기, 건조로 좌측 벽면과 정면의 샌드위치 패널이 연분홍색으로 변색한 건 직접 화염보다 반대쪽에서 수열 받아 전도된 형태로 판단했다.
건조실 옆에 구획한 부분은 복층으로 축조돼 있었다. 2층은 교반실이고 내부 탄화 정도가 심하게 관찰됐다. 출입문에 잔류한 수열 형태를 볼 때 교반실 내부에서 외부로 출화한 형태로 판단된다. 교반실 하단 1층 샌드위치 패널 도색은 원형으로 수열 형태가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교반기 전원선에서 단락 흔적으로 식별되는 용융 흔적이 발견되고 전선 피복은 모두 소실돼 나선(裸線) 형태로 잔류해 있었다. 교반기 전원선에서 여러 개의 단락 흔적이 관찰됐으나 선행 여부는 단정할 수 없었다.
의심되는 지점을 발굴하라!
하지만 V 벨트는 흔적도 없이 소실됐다. 무엇이 탄화했는지 모터 하단에 용융돼 응착된 형태로 더 이상의 발굴은 어려운 상태였다.
전기시설은 1층 분전반에서 교반실로 연결돼 있었다. [사진 14] ③번 배전반에서 ②번으로 연결된 전선에 단락 흔적이 식별됐다. ①번 사진처럼 늘어진 형태로 교반실 벽면에 연결돼 있었다.
전선에서 발생한 화재 대부분은 증거를 남기고 그 증거는 부하 측에 잔류하기 마련이다. 다만 통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인입된 전선의 차단기나 배전반의 차단기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진 14]와 같이 교반실 내부로 연결된 전선에 단락 흔적이 식별된다는 건 통전됐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연결된 차단기의 이상 유무를 확인해 Trip 또는 Off를 확인해야 한다. 단순하게 벽면에 늘어진 전선에 단락이 있다고 그 자체를 화재 요인으로 치부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다.
소거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라!
자체 발열이라면 에어컨 실내기 하단에서 상단으로 진행된 패턴이 식별돼야 하나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건 외부 수열일 가능성이 크다.
에어컨 실내기 측면을 통해 교반기로 연결되는 전선에서 다수의 특이점이 관찰된다. 소훼 상태나 용융 형태가 심하고 일부에는 단락 흔적이 보이나 이게 단락 흔적인지, 용융인지를 확언해 단정할 수 없었다.
최초 목격자인 박 씨가 모 제과 지부에서 불꽃을 목격하고 신고했다는 진술을 참고로 추론해 보면 다음과 같다. 박 씨가 지붕에서 연기를 목격한 부분은 복층으로 축조된 곳이다. 교반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발화됐다면 측면에서도 연기가 목격돼야 하지만 지붕에서 불꽃과 연기를 목격한 건 발화지점을 교반실로 축소할 수 있다.
연기가 목격된 건물 내부는 성형기 부분과 교반실 부분으로 나뉘어 샌드위치 패널로 별도 구획돼 있었다. 따라서 연기 분출로 미뤄볼 때 1층 부분보단 복층인 교반실에서 발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교반실 천장을 지나던 전선에 단락 흔적이 2개소가 발견됐고 교반실로 연결된 전원선에서 확인된 여러 개의 용융 흔적을 단락 흔적으로 판단했다. 목격자 진술과 현장에 잔류한 전선에서 확인된 단락 흔적 등을 비교했을 때 교반실 내부를 발화지점으로 결론내렸다.
모 제과에서 사용하는 재료는 밀가루와 설탕, 소금 버터 등이다. 교반할 때 화학적 반응에 반응열이 없는 상태로 확인돼 화학적 요인은 배제된다.
하지만 밀가루나 설탕의 분진이 전기시설에 응착해 통전될 때 정전기나 전계1)에 의해 발화했을 가능성은 여운이 남는다.
건물 출입구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관계자 김 씨 외 2명이 머물고 있었다. 따라서 외부인의 출입은 없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또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으나 부동산에 대한 가입금액이 적어 화재로 인한 수익 발생보다 손해가 더 크므로 방화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내부 전원선은 1층에서 복층 교반실 지붕을 통해 다시 1층 성형실로 연결돼 있다. 교반실 출입구 좌측에 분전반이 있어 교반기는 펌프로 연결해 별도의 차단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차단기는 Trip 상태로 관찰되며 펌프 모터로 연결된 전선에서 여러 개의 단락 흔적이 관찰되는 점으로 볼 때 전기적 요인에 의한 개연성이 있다.
마무리하라! 모 제과 작업장에서 발생한 화재다. 관계자와 최초 목격자의 진술을 참고하고 잔류된 연소 패턴과 비교한 후 발굴된 증거물과 탄화 지점이 일치하는 점을 종합해 발화지점을 추정했다.
관계자 김 씨는 화재 발생 전일 오후 6시께까지 작업했고 화재 당시 작업장엔 인명이나 외부 출입자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교반실 지붕 좌측을 지나 1층 성형기실로 이어진 전선에서 단락 흔적이 식별되고 전원 측으로 단락 흔적이 식별되는 점, 교반실 내부에서 단락 흔적이 보이고 교반기 전원선 차단기가 Trip 된 상태로 확인되는 점, 다수의 단락 흔적으로 식별되는 용융 흔적이 교반실에서 발굴된 점 등으로 볼 때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화재로 판단했다.
1) 전계: 대전체가 존재하는 공간 각 점의 전기적 상태를 나타내는 양. 즉 전하로 인해 전기력이 미치는 공간
경기 김포소방서_ 이종인 : allway@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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