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 임용 10개월 새내기 소방관의 순직 사고… 왜 일어났을까단독주택 화재 현장에 나홀로 진입한 고 성공일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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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6일 월요일 오후 8시 33분께.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 청도리 소재 단독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신고를 받은 금산119안전센터 대원들은 서둘러 현장으로 향했다. 신고로부터 도착까지 10여 분이 걸렸다. 진입로가 협소했기 때문이다.
고 성공일 소방관이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모여있던 주민은 불이 난 주택 내부에 거주자가 있다고 아우성쳤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 현장이 고 성공일 소방관의 생에 마지막 출동이라는 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결국 이 불로 거주자 한 명과 소방관이 된 지 10개월밖에 안 된 고 성공일 소방관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FPN/119플러스>가 국회 정우택 부의장(국민의힘 5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충북 청주 상당)을 통해 입수한 ‘전라북도 김제시 단독주택 화재 순직사고 관련 사고조사위원회 결과’를 토대로 그날의 이야기를 재조명한다. 또 소방청이 설정한 향후 재발 방지 방안을 들여다봤다.
고 성공일 소방관의 순직… 불은 왜 시작됐나
119 신고는 오후 8시 33분 최초로 접수됐다. 인근 카페에서 불을 발견해 신고했고 36분께에는 A 씨가 직접 “주택에 불이 났고 주택 안에는 사람이 없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신고 직후 주택 내부로 다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당시 주택은 우측 부속창고(저온창고)와 비닐하우스가 타면서 주택 우측 다용도실과 주방으로 옮겨붙는 중이었다.
소방은 이날 화재가 쓰레기 소각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쓰레기 소각 후 남은 불씨가 주변 가연물에 붙으면서 시작됐을 거란 판단이다. 인근 건물 CCTV에서는 오후 6시 44분께 소각장 부근에서 화염이 분출되는 장면이 담겼다.
불이 난 주택은 연소가 빠른 목조주택으로 발화지점 부근 샌드위치 패널 창고에 저온저장고를 설치했고 주택 내 소파 등 가연물도 많았다. 소방은 주택 천장과 지붕 사이 공간에 누적된 고온의 가연성 분해 가스가 순간적으로 발화하면서 건물 전체로 급격하게 연소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
김제 단독주택 화재 당시 소방 대응 타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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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사고 막을 순 없었나
소방청은 고 성공일 소방관의 사고와 관련해 사고 발생 일주일 뒤인 3월 15일부터 4월 14일까지 한 달간의 조사를 진행했다. 2개 반(안전관리, 현장대응), 총 14명으로 구성된 이 사고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에는 소방청과 소방노조 추천위원,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들이 참여해 63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는 순직사고 원인을 ▲조직관리(인력운영) ▲현장대응 활동 ▲환경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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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관리 측면 |
인력 부족에 기형적 계급 구조… 교육훈련도 미흡
조사위에 따르면 당시 금산센터 근무 인원은 19명으로 정원 22명에 비해 3명이 부족한 상태였다. 이 중 소방사가 10명으로 전체 인원의 55.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일 선착대 5명 중 4명이 소방사였던 배경이다.
또 금산센터는 구급대 위주의 출동대(펌프차 2, 구급차 3명) 편성ㆍ운영으로 펌프차 최소 인원인 3인 탑승이 불가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당일 선착대 지휘관이던 모 소방경은 지난 2021년 7월 현 계급으로 승진한 후 기본교육(지휘역량)조차 받지 않은 상황이었다. 최근 8년간 전문교육ㆍ훈련 집합 교육은 전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대응 활동 측면 |
위험상황 예측 못하고 통제도 불가능… 총체적 난국
만성적인 인력 부족 등 미흡한 조직 구조는 현장대응의 문제로 이어졌다. 조사위에 따르면 사고 당시 선착구급대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즉시 구조대상자를 인지하고 상황을 전파했다.
그러나 선착대장은 상황판단이나 지휘 선언, 대응 우선순위 결정ㆍ전략 선택, 대원고립 시 긴급탈출 지시 등 지휘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펌프차를 조작하면서 고 성공일 소방관이 단독으로 주택에 들어설 때도 이를 통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선착대장은 조사위와의 인터뷰에서 “도착 당시 화재 상황은 최성기로 보였다. 경방요원 1명으로 실내진입이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주변에 욕설과 소리를 지르는 일반인들이 있어 펌프차 전면에 대기하고 있던 성공일 반장을 바라보면서 작은 목소리로 ‘들어가지 마라’고 말한 후 호스와 관창을 건네려는 순간 집주인 할머니가 ‘안에 사람이 들어갔는데 왜 빨리 들어가서 구하지 않냐’고 큰소리치자 성공일 반장이 화재 현장으로 진입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구급대원 중 한 명은 “집주인 할머니에게 할아버지가 진입한 위치를 정확하게 듣고 거실 쪽 진입로로 갔는데 모자를 쓴 중년 남성이 창문을 깨고 있었다. 위험하니 떨어져 계시라고 제지하는 순간 ‘실컷 소방대원들 불러놨더니 아무것도 못 하고 있냐’며 욕하고 소리를 질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성공일 반장이 내부로 진입한 직후였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조사위는 목조건물 화재 특성이나 플래시 오버 등 위험 상황에 대한 예측이 미흡했던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또 고 성공일 소방관이 2022년 1월부터 4월까지 광주소방학교에서 신임자 기본교육을 마치고 5월 김제소방서로 발령 난 10개월의 짧은 경험을 갖춘 소방관이었다는 점과 격앙된 관계자ㆍ주민의 다급한 인명구조 요청, 진입 강요에 보고 없이 단독으로 내부 진입을 감행한 점 등을 순직을 막지 못한 이유로 꼽았다.
무엇보다 현장으로 출동한 소방관들이 재난 현장 표준작전ㆍ안전관리 절차인 SOP와 SSG를 미준수했다고 봤다.
SOP 201 화재대응 안전관리 표준작전절차에선 현장안전 확보 전 대원 진입을 보류해야 하고 현장진입 대원은 안전을 확인한 후 2인 1조로 현장에 진입해야 한다. 이때 진입 대원 현황 파악과 관리는 지휘부에서 맡아야 한다.
SSG 1 현장안전관리 표준지침에서도 현장대응은 2인 1조로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조사위는 최초 원활하지 못한 수관 전개와 펌프차, 화재 건축물과의 거리를 잘못 판단해 불필요한 수관을 추가 연장하면서 최초방수가 지연된 점도 지적했다. 펌프차와 화재 현장의 거리는 28m로 4본(60m)으로 충분한 거리에서 2본을 추가 연장하면서 시간을 지체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고 성공일 소방관은 수관과 파괴 장비를 휴대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인명구조경보기가 미작동인 상태에서 활동한 사실도 확인됐다.
환경적 측면 |
목조주택 특성 파악 못해… 진입로도 협소
조사위는 사고 현장이 목조주택이라 옥내ㆍ외 다량의 가연물 때문에 최성기에 이르는 시간이 짧고 고온이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선착대 현장 도착 단 3분 만에 주택 지붕 전체로 연소가 확대돼 플래시 오버와 여러 차례 소규모 폭발, 지붕 붕괴 등에 따른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에 어려움이 있었을 거란 분석이다.
목조건축물의 화재 메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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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마을 진입로와 주택 진입로가 협소했고 야간 시간대라 장애물 인지가 어려웠던 점, 현장 주변 격앙된 주민의 통제가 필요했던 점, 인근 소화전이 1.3㎞ 거리에 위치해 급수환경이 다소 불리했던 점 등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 ▲ 마을 진입로(180m 전) |
![]() ▲ 인근 소화전(1.3㎞) |
신고접수 당시 ‘구조대상은 없는 것 같다’는 정보가 입수됐으나 선착대 현장 도착 시 긴박하게 인명구조 상황을 인지한 것도 문제로 봤다.
안타까운 희생 두고 이뤄진 조사… 재발방지책은?
조사위는 순직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으로 ▲핵심 과제 ▲안전 매뉴얼 작동 과제 ▲ 중장기 연구 과제 등 세 가지 틀 내 열세 가지 세부 추진 과제를 설정했다. 소방청은 대다수 과제에 대해선 올해 중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중장기 과제로 분류된 사안에 대해서도 내년까진 모두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핵심 추진 과제 |
핵심 과제로 선정한 사항은 모두 ▲민첩하고 유연한 소방력 운영 방안 ▲신임자 등 안전사고 고위험군 집중관리 추진 ▲현장중심의 교육ㆍ훈련 운영으로 대응역량 강화 ▲절대불변 기본원칙 준수, 현장지휘관 등 역량 강화 ▲안전관리 책임 강화를 위한 문책 처분 가이드라인 마련 등 다섯 가지다.
우선 소방력 공백 발생을 막기 위해 최소 출동 소방력 유지를 위한 소방기관 간 연계 소방력을 배치ㆍ운용하기로 했다. 선착대 최소 출동 소방력을 진압 3, 구급 2인 이상으로 편성하고 1일 근무자 상황을 고려해 자체 출동대 인력을 조정한다.
출동이 적은 지역대는 119안전센터로 통합하고 화재진압 인력을 119안전센터로 재배치한다. 지역대는 구급 기능 위주와 출동 전진기지로 개편할 방침이다.
충분한 소방력 확보를 위해선 시도별 정원 보충을 활성화하고 중ㆍ장기로 결원을 보충 채용할 계획이다. 권역별(소방서 3~5개) 지휘체계 구축과 행정기능 통합을 위해선 중심소방서제를 추진하고 현장인력을 추가 배치한다.
새내기 소방관의 순직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신규임용자 등 안전사고 고위험군에 대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대학교 소방학과 교수협의회와 협의해 ‘소방현장안전관리론’ 표준교재를 개발하고 이를 ‘소방학개론’ 시험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신규임용자 교육과정 설계 시 ‘현장활동 안전대응 실무’ 과목도 편성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현장안전점검관(담당) 중심 신규임용자 등 안전교육 시행과 점검 등을 통해 신규임용자에 대한 안전사고 발생률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간다.
모든 소방관의 안전대응역량 강화 방안으로는 현장 중심의 교육훈련을 진행한다. 직장훈련 총량 목표관리제를 본격 시행해 소방전술을 반복 숙달하는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직장훈련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 신임 교육 시 교육기간이나 내용, 평가, 졸업 등 전반에 걸쳐 현장성이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계급별 맞춤형 기본교육훈련 강화 등 생애주기 교육훈련을 개선하기로 했다.
강화된 생애주기 교육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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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현장 인력 다수가 신규임용자로 구성돼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맹점을 타파하고자 화재읽기 기반 실화재 교육훈련을 전개한다.
SOP 등 미준수와 현장지휘관 역량 부족이 사고 원인이라는 점을 고려한 대책도 추진한다. 먼저 2인 1조 현장 활동과 화재 현장 인명구조 활동 시 수관(관창) 필수 휴대 등 현장 소방활동 ‘절대불변 기본원칙’ 준수를 강조하고 반복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장지휘관에 대해선 시도 본부별 현장 안전관리 계획을 넣은 지휘역량 강화 대책을 수립ㆍ시행한다. 대책에는 현장지휘관 역할 중에는 현장 안전관리 계획뿐 아니라 현장 활동대원 통제(장악)계획, 위험감수 계획 등을 포함하도록 할 예정이다. 안전관리 책임 강화를 위한 문책 처분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안전 매뉴얼 작동을 위한 지원과제 |
안전 매뉴얼의 실질적인 작동을 위한 과제로는 ▲현장 소방활동 안전관리 기본원칙 재정비 ▲안전관리 인식 개선(안전 슬로건 개발) ▲전국 소방공무원 순직사고 재발방지교육 추진 ▲현장안전점검관 전문역량 강화 ▲초기 화재 현장 소방-경찰 공동대응 체계 재정비 등 다섯 가지를 선정했다.
먼저 현장소방활동 안전관리 기본원칙 일부 개정을 통한 재정립을 추진한다. ‘소방공무원 현장 소방활동 안전관리에 관한 규정’ 별표3에 포함된 10대 기본원칙을 ‘현장대응 활동 시 최소 2인 1조로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활동한다’, ‘현장지휘관은 대응 우선순위 및 전략 선택 시 위험감수계획을 포함하여 결정한다’ 등을 더해 12대 원칙으로 확대한다.
또 그간 ‘First in Last out’이 당연했던 인식을 바꾸기 위해 현장안전 필수원칙 슬로건을 공모하고 전국 소방공무원 순직사고 재발방지 교육을 마련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운영 중인 현장안전점검관의 전문역량 강화 방안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안전관리정책 소통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특별과정 위탁교육을 진행한다.
이번 화재 현장에서 군중이 통제되지 않아 수관조차 휴대하지 못한 채 주택 내부로 진입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경찰의 군중통제(관계자 이격) 등 소방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ㆍ협조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중장기 연구ㆍ추진과제 |
중장기 대책으로는 ▲화재 현장 소방대원 시야개선 장비 개발 ▲대원 생체신호 실시간 안전관리 시스템 개발 ▲신속동료구조팀 효율적 편성ㆍ운영 방안 연구 등 세 가지 과제를 선정ㆍ추진한다.
![]() ▲ 개발 시안 |
![]() ▲ (개발 전) 열화상카메라 화면 |
![]() ▲ (개발 후) 영상처리기술 적용 |
화재 현장 속 짙은 연기로 인한 시야 제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열화상카메라 기반 영상처리기술을 적용한 장비를 개발한다.
또 심박수나 호흡, 맥박 등 생체신호를 통한 대원 안전장비를 보급하기 위해 대원 생체신호 실시간 안전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나간다.
재난 현장에서 동료를 구조하는 신속동료구조(RIT)팀의 효율적 편성ㆍ방안에 관한 연구는 오는 11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이 연구에선 전국 소방관의 순직사고와 고립 안전사고 데이터를 수집해 원인을 분석하고 고립 안전사고 발생 시 RIT 수색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또 국내ㆍ외 RIT 운영사례 분석을 통해 국내 단위별 RIT조직 편성안을 마련한다.
현장지휘관부터 소방서장까지 책임 묻는다
조사위는 이번 사고 현장에 출동한 현장지휘관 등에게 책임을 물기 위한 의견도 보고서에 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위는 대원의 단독행동 통제 등 지휘 활동을 불이행한 금산센터 팀장에게는 ‘신분상 조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선착대장은 “현장 도착 시 실내진입 불가로 판단했다”고 진술했지만 상황판단 후 선언적인 위험성 전파나 지휘 선언, 대응우선순위 결정, 대원 단독행동 통제, 긴급탈출 지시 등 전반적인 지휘활동이 불이행됐다는 게 조사위 판단이다.
다만 “당시 단위지휘관, 펌프차 운전, 현장안전담당 역할을 겸임함으로써 현장 도착 즉시 지휘보다 펌프차 조작에 치중해 단위지휘관 역할 수행에 한계가 있었고 순직대원은 보고 없이 주택 내부로 진입했다”는 선착대장 진술을 고려했다.
금산센터장 역시 근무지정ㆍ출동대 편성, 직원 안전관리 교육 등의 책임을 물어 ‘신분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근무지정권자인 센터장이 구급대 중심 출동대를 편성ㆍ운영한 결과 화재 현장 2인 1조 현장활동 기본원칙 준수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을 초래했다는 견해다.
김제소방서장의 경우 소방서 최고 지휘관으로서 소속 직원 순직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고’ 처분을 권고하기로 했다. 소방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조치계획을 처분 권한을 가진 전북소방본부로 4월 27일 통보 조치했다. 전북소방본부는 처분 조치를 통보받은 금산센터 팀장과 금산센터장, 김제소방서장에 대해 ‘경고’ 조치를 완료한 것으로 <FPN/119플러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