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2020년 5월의 어느 날, 한밤중 광주 특수구조대 사무실의 적막을 깨는 출동 지령이 내려진다.
“서울소방상황실에서 이첩된 출동입니다! 신변 확인 문 개방 출동! 특수구조대 구조출동!”
(항공, 수난, 산악, 화학 등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특수구조대지만 인접 지역의 일반 구조 현장도 도맡아 출동한다.)
출동 지령을 받은 박성관 소방관과 특수구조대원들은 구조 버스에 몸을 싣고 곧장 현장으로 이동한다.
“팀장님, 신변 확인 출동인데 정확한 내용이 뭡니까?”
“유튜번가 뭔가 하는 사람이 20시간 넘게 라이브 방송을 하다가 갑자기 화면에서 사라졌나 봐”
“네? 갑자기 사라졌다고요?”
“그래, 갑자기 화면 밖으로 사라진 게 아무래도 과로로 쓰러진 것 같다고”
무려 20시간 동안 게임 방송을 진행하던 유튜버가 갑자기 사라졌으니 구독자들도 놀랄 일이었다. 구독자들은 119에 신고해 유튜버를 구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초 신고 접수를 한 서울소방은 정황을 판단한 뒤 위치추적에 나서 유튜버가 광주에 있다는 게 확인되자 광주소방에 이첩했다.
“팀장님! 방금 상황실에서 휴대전화 위치추적 결괏값 보내줬는데 23시 현재 00 아파트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도 출동 중이고요”
“오케이, 정황상으론 집에 있는 게 확실하군. 혹시 모르니깐 구급차 지원 요청하고 현장 도착하면 장비 챙겨서 이동한다. 자! 들어가자”
현장에 도착한 박성관 소방관과 특수구조대원들이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려 봐도 집안에선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이거 아무래도 현관문을 강제로 파괴하든지 아니면 위층에서 로프를 타고 내부로 진입해야겠다. 박성관! 위층에 올라가서 양해 구하고 하강 로프 준비하고 막내는 나랑 현관문 앞에서 대기하다가 로프 진입 힘들면 현관문 바로 깨고 들어간다. 알았지?”
박성관 소방관은 위층으로 이동해 진입을 위한 로프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팀장님, 현재 하강 로프 설치하고 진입 준비 완료! 명령 내리시면 곧장 내려가겠습니다”
아파트 10층에서 로프 하나에 의지한 채 하강 준비를 마친 박성관 소방관은 구조팀장의 진입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케이, 진입 준비됐으면 바로 진입하도록… 노노노! 중지! 멈춰! 잠시 대기”
“네? 하강? 중지? 뭔가요?”
“잠시 대기, 현관문 열렸다”
그 순간 그렇게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던 문이 ‘스르륵’ 열렸고 반쯤 눈을 감고 한 손으론 눈을 비비던 한 남성이 문을 열고 나왔다.
“저기요! 대체 누구신데 한밤중에 우리 집 앞에서 시끄럽게 하는 거예요?”
“저희는 119구조대입니다. 혹시 아무개 유튜버 아닌가요?”
“그런데요?”
“서울에서 신고가 들어왔었습니다. 방송 중에 갑자기 사라진 뒤 연락이 안 된다고… 어디 불편한 곳은 없으시죠?”
“저 아무 일도 없는데… 피곤해서 자고 있었는데 무슨 소리예요. 그냥 돌아가세요”
“다행이네요. 저희는 무슨 일이 있는 줄 알고… 알겠습니다”
한밤중 서울과 광주를 뒤집어놓은 유튜버 구조작전은 그렇게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돌아가는 구조 버스에선 웃지 못할 황당 구조출동에 한바탕 웃음이 쏟아져 내렸다.
“팀장님! 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
“20시간 넘게 게임 방송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우리 때문에 잠이 다 깼다나 어쨌다나 시끄럽다고 빨리 나가주란다. 소방관 생활 오래 했지만 이런 출동은 처음이다. 그래도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으니깐 다행이지. 안 그래?”
“그러게요. 저는 팀장님 무전이 조금만 늦었으면 그대로 내려갈 뻔했네요. 하하하!”
<광주서부소방서 박성관 소방장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했습니다.>
광주소방학교_ 이태영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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