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구매 예산 반토막… 줄도산 우려에 제조업계 휘청펌프ㆍ물탱크차 등 주요 기동장비, 전년 대비 300대가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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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신희섭 기자] = 올해 소방청의 주요 기동장비 예산 규모가 전년 대비 40%가량 축소된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 상황이 더 나빠질 거란 전망에 소방차 제조업계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소방차 제조업계는 극으로 치닫는 시장 상황에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회의에는 12개 제조업체 관계자가 참석했다.
소방에서 사용하는 육상 기동장비는 동력원이 장착돼 현장 대원이나 장비 등을 싣고 이동할 수 있도록 제작된 차량이다. 특히 현장 대응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펌프ㆍ물탱크ㆍ화학ㆍ화생방ㆍ고가ㆍ무인방수파괴ㆍ구조ㆍ조연ㆍ지휘ㆍ화재조사ㆍ구급차 등은 주요 기동장비로 분류된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적으로 시도 소방에서 보강하는 주요 기동장비는 440여 대다. 구급차를 제외하면 240여 대에 불과하다.
전국 시도 소방본부에선 시장 상황이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던 지난해에도 757대를 구매했다. 구급차 324대를 제외해도 430여 대를 새롭게 보강한 셈이다.
이날 소방차 제조업체들은 반토막 난 시장 때문에 줄도산 위기감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소방차 시장은 펌프차와 물탱크차가 주도한다. 화재 현장에서 꼭 필요한 핵심 장비로 매년 타 차량에 비해 보강 수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소방차 제조업계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 두 차량 때문이다. 업계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시도 소방본부에서 보강한 펌프차와 물탱크차는 총 250대다. 하지만 올해는 100대가 채 안 된다.
A 사 관계자는 “소방차 제조업체들은 시도 소방본부와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차량 구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시장 규모를 예측한다”면서 “올해 시장이 지난해보다 더 나빠질 거란 판단은 누구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전쟁으로 인한 원자잿값 상승, 반도체 대란 여파로 차대 공급 지연 등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가까스로 업을 유지해왔는데 올해는 정말 버틸 여력이 없다”며 “임직원들의 무급 휴직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기동장비는 소방차 제조사가 완성차 업체로부터 기본 차대를 공급받아 특장을 올리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차량 특성별로 제각기 다른 특장이 장착된다. 따라서 전량 주문 계약 방식으로 생산과 공급이 이뤄진다.
이런 이유로 소방차 제조사들은 기본 차대 등 특장에 필요한 재료를 사전 주문을 통해 확보하는 상황이다. 재료 확보가 늦어지면 곧바로 납기 지체 등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B 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 악화로 인한 문제는 비단 소방차 제조사만이 아니라 특장에 필요한 재료를 공급하는 협력 업체에도 번지게 될 거다”며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져 결국 산업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방청이 직접 나서 시장의 불안정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요 기동장비의 경우 차량별로 8~12년까지 내용연수를 갖는다. 시기가 지난 차량은 노후차로 분류돼 교체 대상이 된다.
C 사 관계자는 “소방에서 보강하는 주요 기동장비의 대부분이 노후차 교체”라며 “노후차 교체 시기가 집중될 때는 업계가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 반대로 올해 같은 경우엔 휴업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로 일거리가 없다”며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매번 이렇게 반복되다 보니 업계의 어려움도 지속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는 또다시 노후차 교체가 많아지는 시기로 벌써 자금과 재료 확보 등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며 “기동장비의 보강 시기를 적절히 분배하는 등 시장이 안정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소방청에서도 소방차 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와 함께 시장 구조를 개선할 방법을 모색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