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최성범 전 용산소방서장의 이태원 압사 사고 부실 대응 책임을 두고 불기소 권고안을 의결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해선 압도적 차이로 기소 의견이 모아졌다.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는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의 수사나 기소 여부에 대해 검찰이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구하는 기구다. 검찰개혁위원회 권고에 따라 수사와 절차, 결과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 2018년 1월 대검찰청에 설치됐다.
외부 전문가 150~250명으로 구성된 심의위는 안건마다 15명을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해 운영한다. 권고 내용을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지만 검찰은 심의위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따라서 최성범 서장은 불기소,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기소되는 선에서 마무리될 거란 관측이 많다.
2023년 1월 13일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검찰에 김 청장과 최 서장 등 관련자를 불구속 송치한 바 있다. 하지만 사건을 수사한 서울서부지검은 1년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번 심의위원회 권고에 따라 2022년 10월 29일 사고 발생 이후 과실치사상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지 1년 3월 만에 종결을 눈앞에 둔 셈이다.
김 청장은 사고 당시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릴 것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도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사상자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최 서장은 참사 발생 이후 구조 지휘에 소홀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하지만 심의위 판단은 지극히 대조적이었다. 15명의 위원 중 김광호 청장에 대해선 9명이 기소 의견, 불기소 의견이 6명이었던 반면 최성범 서장에 대해선 불기소 의견이 14명이나 됐다.
심의위의 상세 의견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최성범 서장의 과실로 인한 인명피해 확대는 단 한 명만을 제외하곤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국가적 재난 사태에서 뚜렷한 문제성이 드러나지 않은 소방을 대응 기관이라는 명목 아래 책임을 물으려는 우리 사회 풍토가 결코 옳지 않음을 방증한다.
최 서장은 이태원 참사 이후 진행된 국정조사에서 “처음 도착했을 때는 많이 당황했지만 구조에 소홀한 적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이렇게 나와 제 책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관할 소방서장으로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질 각오가 돼 있다”고 주저 없이 말했다.
사고 당시 참혹한 광경은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사례다. 누구도 마주해 본 적 없는 그 처참한 현장에서 정신적 공황이 오지 않을 인간이 과연 어디 있겠는가. 사고 당시 언론 브리핑에서 마이크를 잡은 손을 부르르 떨면서도 목소리만은 단단했던 최성범 서장의 모습을 많은 국민이 기억한다.
사고 직후 소방 내부에선 많은 지휘관이 자신을 돌아보며 질문을 던졌을 거다.
“과연 내가 현장 지휘관으로서 그곳에 섰다면 어땠을까”
소방의 현장 대응은 언제나 긴급하고 복잡하며 위험하다. 사고 규모가 커 재난의 양상을 갖췄다면 불명확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어떤 지휘 방식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결단은 지휘를 맡고 직접 현장에 나서는 그들만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이다.
한없이 부족한 정보 속에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사고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채 상황이 모두 끝난 뒤에야 모아진 정보로 재난 당시 지휘를 논하는 건 분명 경솔한 일이다. 축구 경기가 끝난 뒤 아쉬움을 얘기하며 선수들을 비판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아비규환의 재난 현장 속에서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해보려는 노력은 소방관의 직분을 떠나 국민 누구나가 가졌을 간절한 바람이었을 거다.
우리 사회에 이태원 참사가 일깨워준 건 누구도 예기치 못한 ‘위험의 가능성’이었다. 그리고 사회 안전망을 확보해야 할 정부 각 기관의 한계와 부족함이었다. 이제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변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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