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이 아니어도 괜찮아! Episode 11.타로로 풀어보는 심리상담 part 1.심리상담과 신점, 타로. 이 세 가지는 공통점이 있다.
불확실한 미래나 선택에 대한 고민, 좀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절실할 때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고, 누군가가 결정해 주면 좋겠고, 누군가 정답을 알려주길 바랄 때 찾게 된다는 점이다.
‘자발적으로 상담실을 찾지 않는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속마음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게 할 수 있을까?’
소담팀 운영을 시작하면서 이런 고민이 시작됐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속마음을 속 시원히 알고 싶었다. 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들이 원하는 걸 정확하게 줄 수 있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컸다.
일반적인 상담소에서는 스스로 알아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내담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소방 조직 내 내담자들은 대다수가 자발적이지 않다. 동료의 순직이나 자살, 현장 활동 중 발생한 심리적 외상 사건을 경험하면 긴급심리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소담센터를 방문하거나 찾아가는 상담실에서 상담사를 만나게 된다.
소방관 대다수는 비번날 개인 시간을 할애해 상담이나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라고 하면 업무의 연속으로 느끼곤 한다. 본인의 의지가 없는데 굳이 상담을 받으려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소담을 찾은 소방관들만큼은 소방 조직 안에서의 상담이 힘들지 않고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말하고 나면 속이 시원해진다는 걸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고민 끝에 ‘타로’를 배워 보기로 했다. 분석적이고 직관적인 내 성향상 타로가 잘 맞았다. 내가 재미있고 좋으니 직원들도 분명 만족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타로 상담 전문가 과정을 마치고 자격증을 받으니 혼란스러웠다.
나는 상담사인데 과연 타로와 접목해 상담 효과를 보려면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는 게 옳은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우선 지휘관 대상 지휘역량 강화 교육 과정이나 구급대원 전문화 과정에서 집단 프로그램 운영 도구로 활용해 봤다.
타로에서 파생된 심볼론 카드를 통해 상담사례를 구성해보면
여성이 바라보는 거울 속에는 예쁘게 화장한 여자와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여성의 다른 두 모습이 비친다.
이 카드를 선택한 직원은 젊은 여성 구급대원이었는데 “꼭 본인의 모습과 같다”며 펑펑 눈물을 흘렸다.
그날 그룹 안에는 반 이상이 남성 구급대원이었는데도 누구 하나 여성 구급대원의 눈물을 불편해하거나 웃음으로 승화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온전히 이제 막 엄마가 된 여성 구급대원을 눈빛으로, 조용한 공감으로 각자 위로하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구급대원이라는 공통분모가 만든 그룹의 역동이구나 싶었다.
젊은 여성 구급대원은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급전문교육에 입교한 상황이었다.
교육 기간 몸은 편했겠지만 그 순간 아이가 보고 싶고 육아에 지쳐 여자라는 사실을 잊고 지낸 시간이 생각났을 것이다.
여자이고도 싶고, 좋은 엄마이고도 싶은 본인의 상황이 심볼론 카드에 투영되지 않았나 싶다. 그날 집단 안에서 조금은 위로받고 속이 후련하지 않았을까 기대해 본다.
집단 안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꺼낼 때 그림카드(타로)는 도움이 된다. 구체적으로 내 상황을 길게 말하지 않아도 눈앞에 보이는 그림만으로 본인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요즘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내담자들 또는 “상담할 게 없다”고 말하는 내담자들도 게임처럼, 놀이처럼 그림카드를 뽑다 보면 본인도 몰랐던 마음이나 상황들을 그림으로 마주하면서 매우 신기해한다.
나이가 지긋한 남성이 체스판을 앞에 두고 앉아 고심하는 그림이다. ‘필요 없다고 생각한 말들도 언젠가는 유용하게 잘 쓰일 수 있으므로 두루 잘 살펴야 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이 카드를 뽑은 사람은 현재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만 취하고 나머지를 후 순위로 미뤘거나 버렸을 수 있다.
“살면서 필요 없다고 생각한 것들이 정작 너무나 소중한 것들이었을 수도 있으니 지금 본인 주변에 있는 자원들을 소중하게 잘 관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본인이 주의해야 하는 상황이나 미션으로 빗대 설명해줘도 좋다.
아무리 쓸모 있는 옥석도 쓰는 사람이 그 가치를 모르면 그냥 돌에 불과하다. 옥석을 잘 골라 제자리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믿고 지지해 주는 게 지휘관의 역할이고 조직이 발전하는 기본이다.
카드에서 보듯이 세상에 필요 없는 건 없다. 언젠가는 유용하게 잘 쓰이도록 맞는 위치에 두고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부 사람들은 타로를 점(占)으로만 본다. 물론 점을 볼 때 명리학을 기초로 타로를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상담의 도구로만 활용했다.
비밀을 하나 이야기하자면 카드가 내포한 장단점을 잘 조합해 상황에 맞도록 스토리텔링해 주는 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부정적인 말들로 포기하거나 좌절하게 한다면 역기능일 수 있다. 그래서 때론 하고 싶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말을 타로에 빗대 해주면 효과가 좋다.
말로만 하는 것보다 눈으로 보면서 들으면 상황에 대한 납득이 쉽기 때문이다. 속내를 어떻게 말해야 할지 익숙지 않은 내담자들을 위한 도구로써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아주 가볍게는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처럼 결정이 어려울 때 타로를 통해 내 결정의 짐을 살짝 덜어내는 도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녀 관련 문제나 건강은 타로로 풀어내지 않는다. 매우 위험한 것 같기도 하고 진짜 점쟁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타로를 통해선 마음만 볼 수 있다고 한정 지었다. 그게 내가 상담사로서 타로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이다.
배운 재능을 살려 상담에 접목해 희망이 없다거나 이게 끝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보여주면서 힘든 이 순간을 잘 지나가게 해주고 싶다.
동료상담사는 해결사가 아니라 어두운 길을 걸어가는 사람 옆에서 작은 불빛을 비춰주며 함께 걷는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어둠 속에서 갈 길을 잃은, 그리고 지쳐 쓰러진 누군가의 손을 잡아 다시 건강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경기 파주소방서_ 이숙진 : emtpara@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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