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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드론 파일럿의 애환- Ⅰ

소방드론 운용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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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소방서 김준상 | 기사입력 2024/06/03 [10:00]

소방드론 파일럿의 애환- Ⅰ

소방드론 운용 사례

서울 금천소방서 김준상 | 입력 : 2024/06/03 [10:00]

 

나는 서울 금천소방서 소속의 소방드론 조종자다. 2015년 8월 서울119특수구조대에 드론이 처음 도입되고 이듬해인 2016년 11월 서울 권역별로 몇 개의 서에 DJI 팬텀4가 도입된 후부터 재난 현장에서 드론을 운용해 왔다.

 

▲ DJI 팬텀4 PRO V2.0(출처 dji.com)

 

드론이 서서히 붐을 일으킬 무렵 드론에 관심이 생겨 장난감 드론으로 비행 욕구를 채웠다. 이런 상황에서 소방의 드론 도입은 색다른 아드레날린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운명처럼 드론은 내가 근무하는 구조대에 먼저 배정됐고 자연스레 드론 조종 담당자가 됐다. 

 

드론 도입과 동시에 시작해 중간에 1년 정도를 빼고 현재까지 드론 조종을 담당하고 있다. 햇수로 따지면 8년, 만으로는 7년이란 세월을 소방드론과 함께 보낸 셈이다.

 

도입 초기엔 성능적 한계상 재난 현장 관제와 현장 촬영 등 일차원적으로만 드론을 활용했다. 그러나 이후 화재와 구조, 기타 출동 등 다양한 재난ㆍ훈련 현장에서 비행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스스로 서울소방 드론 역사에 적어도 한 발자국은 남겼다는 자긍심이 있다.

 

드론에 대한 열정과 노력으로 이어 온 소방드론 조종자의 길…. 그 길 위에서 경험을 통해 느꼈던 애환 중 기억에 남는 드론 운용 사례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 누군가에겐 비극으로 다가온 그 날의 여명

 

스산함이 밀려오는 어느 가을 이른 새벽이었다. 

 

“구조출동! 구조출동! 교각에 사람이 매달려 있다! 일천 추정!”

 

‘제발 아무 일도 아니길… 살아만 계셔라…’

 

마음을 부여잡고 사이렌을 울리며 현장으로 달려갔다. 경찰과 구급대는 이미 현장에 도착해 있었고 관할 구조대는 다른 출동 중이어서 우리 구조대가 조금 늦은 도착을 하게 됐다.

 

구조대상자는 이미 유명을 달리하신 듯 보였다. 도착하자마자 드론을 띄운 후 구조 방법에 대한 짧은 대화를 나눴다. 다른 구조대원은 교각으로 올라가 매달려 있는 구조대상자를 아래로 내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간 여러 차례 목을 매고 사망하신 분들을 봤지만 육안이 아닌 모니터로 본 건 그때가 처음이다.

 

▲ 00교 구조작업

 

지금껏 다른 현장에서 목격했던 모습인데도 드론 모니터를 통해 보니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소방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구급 출동 현장에서 난생처음으로 목맨 사람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피할 수도 없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혼란스러우면서 복잡다단한 감정…. 직접 볼 땐 잠깐 찔끔 눈을 감는 게 가능했지만 모니터로 볼 때는 그마저도 할 수 없었다.

 

드론을 조종할 때는 조종기 스틱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모니터를 확인해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한순간도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 없다. 계속 보고 있자니 마치 단기 기억장소에 잠시 뒀다가 잊어버리면 그만일 상황을 장기 기억장소에 강제로 계속해서 저장하는 기분이었다. 

그날 일은 드론을 통한 거북한 첫 경험이 됐다.

 

미국의 무인항공기 UAV(Unmanned Aerial Vehicle) 조종사들은 미국 본토에서 위성 링크를 통해 전 세계 분쟁지역 곳곳에 배치된 무인항공기를 조종한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등 실제 전장하고는 몸이 분리된 상태에서 전쟁을 치르는 격이다. 일상인지 전장인지도 구분이 안 되는 삶을 살면서 그들은 모두 심각한 PTSD에 시달린다고 한다.

 

▲ MQ-9 리퍼(Reaper)(출처 위키피디아)

▲ MQ-1C 그레이 이글(Gray Eagle)(출처 위키피디아)

 

특히 미국의 무인전투기 UCAV(Unmanned Combat Aerial Vehicle)인 MQ-9 리퍼나 MQ-1C 그레이 이글 조종사들은 실제 전장에 투입된 전투기 조종사들보다 훨씬 더 심각한 PTSD에 시달린다고 한다.

 

타겟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불편하리만큼 선명한 고성능 카메라를 통해 마치 바로 앞에서 보는 것처럼 목표물이 폭발하는 광경을 보게 된다. 타겟의 사지가 찢겨 나가는 장면도 생중계된다.

 

이에 더해 무인기의 기본 임무인 정찰을 완료하려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눈으로 확인하면서 찍고 기록해야 한다. 따라서 PTSD에 시달리는 건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때 그 현장에서 느꼈던 감정이 소위 천조국이라 불리는 미국의 드론 파일럿들이 느끼는 감정과 아주 조금은 비슷하지 않았을까?

 

소방드론이 도입된 지 10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조직에선 “야! 무슨 드론이야! 현장 들어가야지!”, “드론 그거 필요해?”, “장난감 가지고 노는 거지”라는 식의 부정적 표현들로 드론 조종자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소방드론을 조종하고 싶어 하는 입문자의 관심과 열정을 사그라들게 한다. 이는 곧 소방드론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드론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드론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이미 드론은 현대전에선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전쟁 무기가 돼버렸다. 

 

하늘과 땅, 수상, 수중 어디든 드론이 활약하는 세상이 도래했다. 드론은 주류를 형성하고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 변화는 또 다른 기회와 도전을 제공하는 세상과 마주하게 해 줄 거다.

 

소방 또한 그 변화를 피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한 번쯤은 드론 파일럿을, 소방드론 조종자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 줬으면 한다. ‘그들도 그들만의 애환이 있구나’ 같은 열린 마음과 관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줄 날을 고대한다. 

 

서울 금천소방서_ 김준상 jirisanman@gmail.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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