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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글로벌 시장 청정용품 기술표준 선도한 (주)케이엠, 35년 노하우로 소방시장 도전

독자적 부설 기술연구소 운영해 49건 지식재산권 출원
2만여 점 무진ㆍ무균ㆍ무재해 제품 산업 현장에 공급
듀폰 사 협력으로 PBO 방화복 출시… 세계 최고 ‘목표’
신지훈 부사장 “새로운 도전으로 PPE 시장 리더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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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24/08/01 [10:00]

[COMPANY+] 글로벌 시장 청정용품 기술표준 선도한 (주)케이엠, 35년 노하우로 소방시장 도전

독자적 부설 기술연구소 운영해 49건 지식재산권 출원
2만여 점 무진ㆍ무균ㆍ무재해 제품 산업 현장에 공급
듀폰 사 협력으로 PBO 방화복 출시… 세계 최고 ‘목표’
신지훈 부사장 “새로운 도전으로 PPE 시장 리더되겠다”

신희섭 기자 | 입력 : 2024/08/01 [10:00]

 

1980년대 말 반도체 산업의 태동 이후 3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의 기술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반열에 올라섰다. 청정용품 전문기업 (주)케이엠(대표 신병순)은 반도체 산업과 맥을 함께 이어오며 성장한 기업이다. 성장 과정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표준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둘은 많이 닮았다.

 

1989년 설립된 케이엠은 당시 한국글러브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케이엠의 창립 당시만 해도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청정용품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반도체 시설은 24시간 풀로 가동되고 공정별 온ㆍ습도 등을 최적화해야 하는 환경적 특성으로 인해 아주 미세한 먼지와 세균 등의 침투에 민감하다. 그만큼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이유로 반도체는 청정 시설인 클린룸에서 모든 생산이 이뤄진다.

 

이러한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에서 시장성을 본 케이엠은 곧바로 청정용품의 기본이 되는 PVC Glove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에도 Polyester Wiper와 Dust-free Paper 등 클린룸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종류의 소모품을 연차적으로 개발해 공급하기 시작했다.

 

케이엠에 따르면 청정용품은 겉으론 단순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PVC Glove만 해도 열 가지가 넘는 품질 테스트가 진행된다. 또 공정 노하우와 대규모 생산시설, Particle Counter를 비롯한 각종 첨단 검사장비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자본과 고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인 셈이다.

 

케이엠은 청정용품 개발 초기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었다. 그런데도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개발로 하나둘씩 청정용품의 국산화를 이뤄냈다. 지금은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뿐 아니라 IBM, Intel, NEC, Motorola, SGS Thompson 등 일류 반도체 공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부설 기술연구소 운영… 총 49건에 달하는 지식재산권 보유


케이엠이 공급하는 제품은 2만 가지가 훌쩍 넘는다. 사업이 점차 확대되면서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진 채용을 늘렸고 2001년 7월 기업부설 ‘기술연구소’를 설립하며 기술의 과학화를 선언했다.

 

기술연구소에는 현재 30여 명의 연구원이 활동 중이다. 클린룸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종류의 Wiper와 차세대 방진복, 습진 환자를 위한 기능성 장갑 등 청정용품 개발 업무를 전담한다. 연구소를 통해 케이엠은 관련 특허 17건을 비롯해 실용신안 5, 의장권ㆍ디자인 8, 상표권 19건 등 총 49건에 달하는 기술을 출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놨다. 중기청(현 중소벤처기업부) 기술혁신개발사업으로 추진된 PV/BT/ST/화장품/IT 산업 전용 PE Clean Bag 제조 기술개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의 일환이던 감염방지 기능성 부직포ㆍ멸균 파우치 개발이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최근에는 첨단 산업에 사용하는 초고순도 Virgin Bag을 시작으로 태양광용 Backsheet, 이차전지용 고부가 가치 Film 등을 개발해 사업화까지 이뤄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으며 기술표준원으로부터 NET(New Excellent Technology) 상을 받는 성과도 냈다.

 

 

의료기기와 산업 안전 분야로… ‘쭉쭉’ 뻗는 업역

반도체 현장을 발판으로 청정용품 시장에서 승승장구해 온 케이엠은 글로벌 소재 전문기업 듀폰 사와 인연을 맺으며 날개를 달았다. 듀폰 사와의 협업은 곧 사업 확대로 이어졌다. 그간 머릿속으로 구상만 해온 산업 안전과 의료기기 분야로 진출한 것.

 

듀폰 사가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는 대표적인 소재는 방염성능을 지닌 Nomex®와 유해 화학물질 보호 성능을 갖춘 Tyvek®이다. 케이엠은 이 소재를 활용해 산업 현장에서 석면과 분진, 아크 전류, 화염 등에 노출되는 작업자들을 위한 안전용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작업자들 사이에서 성능과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이는 곧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케이엠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국내 기업 최초로 수술실의 환경과 의료진의 전문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맞춤형 드레이프 개발에 성공하면서 의료기기 분야로까지 업역을 넓혔다. 2008년 정식으로 라이프사이언스 사업부를 설립한 뒤에는 품목을 한층 확대했다. 의료기기는 물론 제약과 바이오, 병원 등에서 사용하는 Steam Bag과 Muff를 통한 멸균 포장재 등까지 개발해내면서 분야를 섭렵해 나갔다.

 

‘또 한 번의 도전’ 슈퍼섬유 PBO 적용한 프리미엄 특수방화복 

케이엠은 청정용품과 안전용품, 의료기기에 이어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화재 현장으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소방관들의 대표 개인보호장비인 특수방화복 생산을 시작했다. 관련 시장의 공식 진출을 선언한 거다.

 

소방관들이 활동하는 현장은 예측이 불가할 정도로 다양한 위험이 도사린다. 

 

이러한 업무 특성 때문에 소방관들이 착용하는 특수방화복은 일반적인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보호복보다 월등히 높은 방호성능을 요구한다. 소재 선택부터 재단, 봉제 등 어느 하나 쉬운 공정이 없을 정도로 제작 난도가 높다.

 

케이엠은 최근 듀폰 사가 공급하는 PBO를 소재로 소방용 특수방화복을 출시했다. 반도체와 의료기기, 산업 안전에 이어 네 번째 도전이다. 오랜 세월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로 더욱 안전한 특수방화복을 지속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소방에 공급하는 게 목표다.

 

 

PBO는 PBI와 더불어 내열성이 강한 슈퍼섬유로 불린다. 하지만 그간 방화복 업계에선 소재 자체의 유연성 문제로 사용을 꺼려왔다. 그런데도 케이엠이 방화복 소재로 PBO를 선택한 이유는 듀폰 사의 기술력 때문이다.

 

듀폰 사에선 노멕스와 케블라 섬유를 PBO와 혼방해 ‘Nomex® Xtreme’이란 원단을 새롭게 개발했다. 아라미드계 섬유와 최적의 혼용률을 찾아 PBO의 단점을 개선한 제품이다.

 

PBO는 벤젠이 융합된 옥사졸 고리 구조를 지닌다. 내열성이 우수하고 강도가 일반적인 아라미드보다 두 배가량 높다. 세탁 후 형태 변화가 거의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케이엠의 특수방화복이 타사 제품과 다른 건 소재뿐만이 아니다. 3D 입체 패턴을 적용해 소방관들에게 최상의 활동성을 제공한다. 또 겨드랑이 세밀 구조 봉제를 통해 두 팔을 올려도 밑단이 달려 올라가지 않도록 만들었다.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특수방화복에 부착되는 부속품 하나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양쪽 어깨 부위에는 D형 고리를 달아 현장에서 필요한 소방장비를 편하게 휴대할 수 있도록 고안하고 내구성이 좋은 Top open 방식의 YKK 비슬론 지퍼를 사용했다.

 

케이엠에 따르면 PBO는 화염 노출 후 강도 유지 성능이 다른 내화성 섬유를 능가한다. 이는 한계산소지수(LOI)의 차이인데 일반 아라미드 대비 200% 높은 난연성을 제공한다.

 

케이엠 관계자는 “PBO는 열 전도성이 높다고 알려졌지만 열 순환과 배출 역시 빠른 섬유”라며 “이는 안감과 투습방수천을 효과적으로 방어해주고 아라미드 혼용 시에는 PBI와 같은 열 전도성 수치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5월 조달청 MAS 등록을 완료하고 소방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며 “지금까지 반도체와 의료기기, 산업 안전 분야에서 해왔던 것처럼 소방관들에게도 신체 보호를 위한 확실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품목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 두려워하면 기업은 성장할 수 없어

[인터뷰] 신지훈 케이엠 부사장

“대다수 기업은 비용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시장에선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매번 새로운 걸 찾는 소비자들의 심리 때문이죠. 케이엠이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꾸준히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업역 확대를 위한 도전을 이어왔기 때문입니다”

 

신지훈 부사장은 케이엠의 창업주인 신병순 대표의 아들이다. 남들이 봤을 땐 금수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신 부사장은 입사 후 국내외 영업부서에서 상품기획과 마케팅,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프로젝트 등을 담당하며 밑바닥에서부터 일을 배웠다.

 

“케이엠에 입사하기 전 LG전자 TV 사업부 내 UX(User-Experience) 부서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욕심은 많았지만 신입 사원으로서 할 수 있는 업무는 매우 제한적이었죠. 직접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나와 창업도 시도했지만 결국 능력과 경험 부족으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신 부사장은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평소 마음에 품고 있던 철학적 관점인 실패의 미학을 증명해 보일 기회로 삼았다. 실패의 미학은 실패를 단순한 좌절이나 패배로 보지 않고 성장과 발전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는 교훈이다.

 

케이엠의 매출은 현재 본사만 1천억원이 넘는다. 베트남과 중국, 미국 등에 있는 계열사 매출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두 배 이상이다. 반도체와 의료기기, 산업 안전 분야까지 5천 곳이 넘는 파트너사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탄탄한 기업이다.

 

케이엠의 소방분야 개인보호장비 시장 진출과 도전은 신지훈 부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특수방화복을 시작으로 방화 신발과 두건, 장갑 등 다양한 장비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해 굳건한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소방분야 사업은 2020년 영업본부에서 시장 리서치를 하면서 기획하게 됐습니다. 기존 아라미드와는 별개로 프리미엄 방화복의 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거죠. 이미 케이엠은 방화복 생산을 위한 좋은 파트너사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PBO를 생산하는 듀폰 사였죠”

 

신 부사장에 따르면 케이엠이 방화복 개발을 시작하고 실제 인증까지 획득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무려 3년이다. 무엇보다 소방관들의 현장 안정성과 활동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아직 본격적으로 소방에 공급되진 않았지만 전시회 등에서 우리 방화복을 접해본 소방관들은 대체로 가볍고 내구성이 좋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소방관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품을 조금 더 경량화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려 합니다. 활동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착용감을 높일 방법도 생각했습니다. 실제 양산 체계에 돌입하면 더 완벽한 방화복을 소방관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겁니다”

 

지난해까지 소방에 방화복을 공급하는 기업은 단 두 곳. 하지만 케이엠과 같이 방화복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가 올해 들어 부쩍 늘었다. 방화복은 소방장비인증인 KFAC를 획득해야만 공급이 가능하다. 케이엠을 포함해 다섯 곳이 신규로 인증을 획득하면서 KFAC 인증을 보유한 업체는 모두 7곳이 됐다.

 

“업체가 증가하는 건 지난 2021년 방화복 인증이 KFAC로 전환되면서 가격 측면이 안정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됩니다. 업체가 많아진 만큼 지금부터는 품질이 우수해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늘 해왔던 것처럼 소방분야에서도 우리 제품이 표준으로써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신 부사장은 소방 산업이 더욱 발전하려면 정부의 세심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소방에 공급하는 특수방화복은 조달청이 운영하는 MAS에 등록해야 하는 대상 품목입니다. 문제는 원가 대비 낮은 이익률로 조달 가격이 설정된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업체와 조달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MAS 등록이 지연되고 가격이 낮게 책정되는 일이 실제로 발생했습니다.

 

또 조달검사 중에는 치수를 재는 관능검사 항목이 있는데 방화복을 정형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된다면 업체들은 더 좋은 방화복을 소방관들에게 공급하고 시장 상황 역시 지금보다 더 나아질 거로 생각합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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