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다Talk] “몸만 짱? 마음도 짱!”… 24시 피지컬 100% 갖춘 몸짱 소방관서울 도봉소방서 강진수 소방사ㆍ서울 용산소방서 민경혜 소방교
“불쌍한 소방관의 모습이 아닌 섹시하고 멋진 소방관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2012년 5월 뜨거운 태양 아래 구릿빛 피부의 서울 소방관 23명이 여의도공원 무대에 올랐다. 상의를 탈의한 그들은 가장 자신 있는 포즈를 취하며 저마다의 근육을 뽐냈다.
이 가운데는 정년을 2년 앞둔 58세 최고령 소방관뿐 아니라 보디빌딩대회에서 여러 번 수상경력이 있는 소방관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바로 전국 최초로 서울에서 시작된 ‘제1회 최강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 현장의 모습이다.
대회는 자발적 체력증진 기회 제공으로 각종 재난 현장에서 대응능력과 사기, 자긍심을 높여 시민이 신뢰하는 소방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기획됐다.
사실 오래전부터 해외에선 소방관 하면 ‘몸짱’, ‘섹시’와 같은 키워드가 늘 따라 다닌다. 여성들이 열광하는 미드 ‘섹스 앤 더 시티’만 봐도 소방관은 ‘섹시한 존재’로 묘사된다.
반면 우리나라 소방관은 어떤가. 화재 현장에서 땀에 찌든 채 길바닥에 주저앉아 컵라면을 먹는 처량한 이미지, 고생하니까 더 챙겨줘야 할 것 같은 안쓰러운 이미지가 강한 게 사실이다.
이를 탈피해 우리나라 소방관도 외국 소방관 못지않게 건강하고 강하다는 걸 알리기 위해 서울소방이 기획한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는 올해로 13회를 맞았다.
초창기에는 선뜻 나서는 지원자가 없어 애를 먹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운동 좀 한다는, 그리고 최고의 소방관이 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끊임없이 단련시키는 여러 소방관이 자진해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렇게 그들을 움직이는 힘은 이 행사가 비단 몸을 뽐내는 자리가 아닌 화상환자에게 도움을 준다는 선한 영향력에 있다. 서울소방은 2015년부터 몸짱 소방관 선발 후 화보 촬영의 결과물로 달력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판매 수익금은 화상환자를 돕기 위해 전액 기부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회가 열렸다. 대회 결과 37명의 출전자 중 대상을 차지한 강진수 도봉소방서 소방사와 유일한 여성 수상자인 민경혜 용산소방서 소방교를 <119플러스>가 만났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강진수 2023년 1월 서울소방에 임용돼 현재 도봉소방서 구조대에서 근무하는 강진수 소방사라고 합니다.
민경혜 2019년 1월 배명받은 민경혜 소방교입니다. 지금은 용산소방서 현장대응단에서 소방펌프차 운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왜 소방공무원이 되고 싶으셨나요. 강진수 다른 훌륭한 직업이 많지만 시민을 직접 돕는 소방공무원이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평소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것도 영향을 많이 끼친 것 같아요.
민경혜 뿌듯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 뭐가 있을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소방공무원이 떠올랐어요. 평소 활동적인 편인데 그런 제 성향과 잘 맞을 것 같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막연한 끌림으로 소방공무원을 택한 것 같네요.
소방공무원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강진수 아무래도 인생 처음으로 화재 현장에 출동했을 때인 것 같습니다. 큰 화재는 아니었지만 모든 게 생소해 더욱 기억에 남더군요. 현장 활동을 마치고 시민 여러분께서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해주실 땐 뿌듯하기도 합니다. ‘소방공무원이 되길 잘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곤 하죠.
민경혜 저도 임용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나간 현장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 투입됐는데요. 동료와 2인 1조로 호흡을 맞추며 무사히 임무를 수행하고 나왔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서울시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는 어떤 대회인가요. 강진수 말 그대로 소방관들이 참가하는 대회입니다. 온갖 재난 현장에서 시민의 생명을 구조해야 하는 소방관은 업무 특성상 강인한 체력이 필수인데요. 소방관들의 체력증강을 장려하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서울소방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고 지금은 전국으로 퍼져 각 시도 소방본부에서도 열리고 있습니다.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셨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강진수 운이 좋게도 이번 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받았습니다. 사실 입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대회장에 갔더니 몸 좋으신 분들이 정말 많아서 입상은 꿈도 못 꿨죠. 우수상까지 제 이름이 안 불리길래 속으로 “설마… 아예 탈락인 건가?”라고 생각하며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대상 수상자로 호명되더라고요. 그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지친 몸을 이끌고 체육관으로 향하던 지난 수개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죠.
민경혜 여성 대원 중 유일하게 입상(우수상)했습니다. 대회 날 많은 동료가 응원을 와줬는데요. 수상하게 돼 정말 감사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강진수 소방공무원이 되기 전부터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는 알고 있었습니다. 처음 소방에 임용됐을 때 같은 구조대 팀 선배가 대회에 나가는 모습을 봤어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정과 일, 운동에 몰두하는 모습이 너무나 멋있게 느껴지더라고요. 평소 헬스라는 운동을 좋아했는데 그 선배를 보면서 나도 도전해 봐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민경혜 지난해 같은 팀이던 반장님께서 몸짱 소방관 대회에 참가하셨어요. 동료들과 응원하기 위해 대회에 갔는데 직접 가서 보니 현장의 열기가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마침 그 대회에 여성 대원이 세 분이나 출전한 걸 봤어요.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왔던 터라 기회가 되면 꼭 나가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발을 다치면서 운동을 두 달이나 쉬어야 했어요.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서 “제대로 배워보자”란 생각에 PT를 받았고 이왕 하는 김에 대회도 출전해보자고 했던 게 여기까지 왔네요. 정말 의식의 흐름대로 도전한 것 같습니다.
헬스를 언제 처음 접하셨나요. 강진수 스무살 때 입대했는데요. 선임들이 열심히 운동하는 걸 보고 시작했습니다. 중간에 잠시 쉬기도 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했습니다. 벌써 8년이나 됐네요. 어느새 운동은 제 인생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민경혜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참 좋아했습니다. 헬스뿐 아니라 등산, 러닝, 필라테스, 요가, 크로스핏 등 다양한 운동을 했는데요. 헬스는 20살 때 처음 입문했습니다. 저도 중간에 잠시 쉰 적은 있어요(웃음).
몸짱 소방관이 되기 위해 운동, 식단 관리 등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강진수 본격적으로 대회를 준비한 건 올해 1월 중순부터입니다. 초반엔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이 먹으면서 주 5일 2~3시간 정도 고강도로 근력운동을 진행했습니다. 스스로 만족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근육량을 늘리는 덴 성공했어요.
이후 3월부터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했습니다. 운동량은 그대로 가져가고 식사량을 줄였어요. 식단의 경우 탄수화물은 감자와 흰쌀밥, 고구마, 단백질은 닭가슴살과 아주 가끔 소고기, 지방은 아몬드로 구성했습니다. 채소는 매 끼니 챙겨 먹었습니다.
민경혜 올 1월부터 헬스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운동은 쉬는 날 없이 일주일 내내 했습니다. 식단 관리는 설 명절이 지나고부터 본격적으로 돌입했어요. 단백질은 닭가슴살만 먹었고 탄수화물은 오트밀, 현미밥, 고구마 등 다채롭게 구성했습니다.
채소를 워낙 좋아해 매 끼니 먹었고 간식으로 하루견과 한 봉지를 먹었습니다. 식단을 장기간 하니 탄산음료가 많이 당겨서 제로 탄산음료를 자주 마셨습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썼나요. 강진수 보디빌딩대회가 처음이다 보니 지식이 부족해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다행히 작년 몸짱 소방관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소방학교 동기가 운동과 식단 등 많은 정보를 줘서 큰 도움을 받았어요. 유튜브를 통해서도 많은 정보를 얻었죠.
보디빌딩대회는 몸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무대에서 포즈를 취하는 포징이 매우 중요해서 특히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민경혜 한 부분을 콕 집어 말할 순 없고 해야 하는 것들로 하루하루를 채워갔습니다. 운동과 영양, 휴식 이렇게 세 가지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평소 체중계에 잘 올라가지 않는 타입이라 트레이너 선생님이 무게를 물어볼 때면 벙어리가 되곤 했죠.
왜 수상했다고 생각하시나요. 강진수 강점과 약점 부위를 잘 파악해 강점은 더 돋보이게, 약점은 최대한 감추는 저만의 전략이 잘 통했던 것 같습니다. 제 장점은 가슴과 어깨라고 생각하는데요. 대회에서 그 근육들이 최대한 크고 잘 보이도록 포즈를 취했습니다.
약점은 복근인데요. 복근의 모양이 예쁘지 않아서 복부를 깊게 빨아들이는 ‘베큠’ 포징을 선보였습니다. 나중에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베큠 포즈는 저밖에 하지 않았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눈에 띄었던 것 같습니다.
민경혜 강도 높은 다이어트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체지방을 한 자릿수까지 뺐거든요. 그 덕에 근육들이 더 선명하게 보인 것 같습니다. 정말 힘들었지만 열심히 한 보람이 있어 뿌듯합니다.
대회 준비하면서 어떤 게 가장 힘드셨나요. 강진수 단연 다이어트입니다. 운동은 원래부터 꾸준히 해 오던 거고 재미도 있어서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낮은 체지방률을 목표로 한 다이어트가 처음이다 보니 방법도 잘 몰랐고 무엇보다 저염식을 먹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평소 기름지고, 달고, 짠 음식을 좋아하는데 음식의 유혹을 견디고 스스로 절제하는 과정이 장난 아니더군요. 사실 다이어트를 쉽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장기간 해보니 너무 힘들어 전업 보디빌더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게 된 계기가 됐어요.
민경혜 역시 식단 관리입니다. 평소 많이 좋아하는 식물성단백질도 마음껏 먹지 못한다는 게 힘들었습니다. 마지막 한 달은 정말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어요. 운동하고 회복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벅찼던 기억이 나네요.
대회가 끝난 후 뭘 가장 먼저 하셨나요. 강진수 대회 날 응원을 하러 와준 구조팀 선배들과 바로 한우를 먹으러 갔습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먹고 싶은 걸 리스트화 해놓고 끝나면 전부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위가 많이 줄어서인지 생각보다 많이 못 먹겠더라고요. 그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민경혜 다음날 바디프로필 촬영을 예약해놔서 대회가 끝나고도 마음껏 먹진 못했습니다. 바디프로필이 끝난 후 오마카세 식당에 가서 탈 나지 않게 맛있는 걸 많이 먹었어요.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달라진 점은 뭔가요. 강진수 헬스를 하면 몸의 변화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자존감이 올라가고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저 역시 운동을 하기 전엔 약간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없었는데 헬스라는 좋은 습관이 만들어지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습니다. 또 운동하면 뿌듯하고 보람찬 하루가 되는 것 같아요.
민경혜 다이어트에 관한 자신감(?)입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식단 관리를 처음 해봤는데요. 이젠 살을 빼는 방법을 정확히 알았기 때문에 제가 빼고 싶을 땐 언제든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게 가장 좋습니다.
서울소방이 매년 제작하는 몸짱 소방관 달력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민경혜 몸짱 소방관 달력은 판매 수익 전액을 화상 환자 치료비로 기부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올해로 10번째 달력이 제작 중이에요. 서울소방재난본부가 기획, GS리테일에서 제작ㆍ판매합니다.
오중석, 배강우 사진작가님께서 촬영해 주셨는데요. 오중석 작가님은 지난 10년간 매년 재능기부를 해주셨어요. 올해는 제자이신 배강우 작가님이 합류하셨는데 내년부턴 배 작가님이 단독으로 진행하실 예정입니다.
표지 모델로는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에서 입상한 13명이 참여합니다. 1년이 12달인데 13명인 이유는 익년의 1월도 달력에 포함되기 때문이에요. 달력 디자인 작업이 끝나면 11월 9일부터 1월 19일까지 판매합니다. 모두 소방의 상징인 숫자 ‘119’와 연관돼 있어요.
판매 수익은 한림화상재단에 기부돼 화상 환자 치료비에 쓰입니다. 지난해까지 약 11만부가 판매돼 11억원을 기부했고 250명이 넘는 환자가 치료비를 지원받았습니다.
몸짱 소방관 달력 화보 촬영 관련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강진수 대회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난 후에 촬영 일정이 잡혔어요. 운동량도 줄고 식단 관리도 하지 않아 살이 많이 찐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촬영 2주 전부터 급하게 다이어트하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역시나 다이어트는 힘들더군요. 하지만 제가 언제 메이크업을 받아보고 유능한 작가님 앞에서 포즈를 취해보겠어요. 잊지 못할 하루로 기억속에 남아 있습니다.
민경혜 서울소방재난본부 홍보 주임님께서 달력 표지 모델들 힘내라고 샌드위치를 사다 주셨는데요. 그걸 본 순간부터 너무 먹고 싶은 거예요. 먹고 나면 촬영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꾹 참았는데 하필 가장 마지막 순번으로 촬영을 하게 됐어요. 여성이다 보니 메이크업 등 준비시간이 오래 걸렸거든요.
촬영 날이 마침 당직이라 관서로 복귀하는 차 안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맛있진 않더라고요. 기대를 엄청 했는데 너무 오래돼서 그랬나봐요. 그래도 잘 먹었습니다. 선물해주신 주임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어떤 소방관이 되고 싶나요. 강진수 국민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훌륭한 소방관이 되고 싶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주변에 인품 좋고 기술적으로 뛰어난 여러 선배가 계시기에 걱정은 없습니다. 하나둘 차근차근 배워나가면서 선배들처럼 훌륭한 소방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민경혜 뭐든 두려워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소방관이 되겠습니다.
이 밖에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은. 강진수 운 좋게 입상을 하게 됐습니다. 매년 좋은 취지로 진행되는 달력 제작에 참여하게 돼 정말 영광입니다. 저뿐 아니라 여러 몸짱 소방관이 멋지게 사진을 찍었으니 달력이 나오면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귀한 자리 만들어주신 <119플러스>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FPN TV’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박준호 기자 pakr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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