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아리셀 같은 피해 막으려면 현실적 대책 나와야”용혜인 의원 주최 ‘화성공장 화재 대책과 개선방향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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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최누리 기자] = 제2의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를 막기 위해 관련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2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주최하고 한국소방기술사회와 한국화재소방학회, 소방방재신문사가 주관하는 ‘화성공장 화재 대책과 개선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용혜인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과 소방청, 박종원 한국소방단체총연합회 총재 등 소방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용혜인 의원은 “이번 참사의 문제점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향후 유사 사고와 인명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정책, 제도적 개선 방향을 마련하고자 이번 토론회를 준비했다”며 “토론회가 재난으로부터 삶과 미래를 빼앗긴 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지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승철 한국화재소방학회장이 좌장으로 나섰다. 김학근 소방청 화재대응조사과장과 박재성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강경석 구리소방서 화재조사관(재난과학박사)은 발제를 맡았다.
이후 ▲이영주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김학중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윤해권 경기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박경환 한국소방기술사회장 ▲홍영근 소방청 화재예방국장 등의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이날 주제 발표와 토론에서 나온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
[발제] 박재성 교수 “화재 위험도 고려해 건축물 용도 분류해야”
우리나라는 ‘건축법’과 ‘소방법’이 혼재해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용도 분류체계가 다르다. ‘건축법’에선 29개, 소방 관련법에선 30개 용도를 구분한다. 예를 들어 견본주택은 ‘소방시설법’에선 ‘문화 및 집회’로 허가 동의 대상이지만 ‘건축법’에선 가설 건축물로 신고 대상이다.
화재 안전 관련 기준상 인명 안전 개념도 빠졌다. 우리나라는 직통계단과 방화구역 등을 용도로 구분한 뒤 바닥면적의 층수에 따른다. 법 기준을 적용할 때 용도라는 출발점에서부터 화재 위험이라는 괴리가 발생한다.
특히 화재 안전 관련 시설이나 기준은 페일 세이프(fail safe) 개념이 중요하다. 하나의 실패가 있어도 하나의 안전이 남으면 된다. 어떤 실패가 전체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져선 안 된다. 우리나라는 이런 게 굉장히 약하다. 대표적으로 2방향 피난 확보가 있다. 외국에선 이를 위해 많은 기준을 운영 중이다. 막다른 복도 길 등을 제한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기준이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피난ㆍ방화 관련 기준 담당 건축직 공무원이나 건축사들이 피난ㆍ방화 관련 이해나 전문성이 부재하다. 그러다 보니 관련 규정이 ‘건축법’에 있음에도 소방서와 기술사들에게 일임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한다.
피난 관련 법ㆍ제도개선 방안으로는 우선 건축물 용도 분류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건축과 소방이 통일된 용도 분류체계를 가져야 하고 화재 위험도를 고려해 용도를 분류해야 한다.
피난ㆍ방화 관련 시설 기준을 보면 현행 ‘건축법’에선 피난ㆍ방화 규정이 있기에 모든 걸 소방으로 옮길 순 없다. 피난ㆍ방화시설에 대한 정의나 설치 대상은 ‘건축법’이나 ‘건축법 시행령’에 두고 피난 방화 관련 시설 구조나 세부 설치기준을 화재안전기준으로 가져오는 등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양방향 피난로 확보 등에 대한 규정 신설이나 개선도 고민해야 한다.
[발제] 강경석 화재조사관 “수계 방향으로 배터리 진압 기술 개발해야”
열폭주는 비가역적인 급격한 온도 상승으로 정의할 수 있다. 내외부 요인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온도 상승을 유발하는 요인이 무엇인지가 핵심이다.
어떤 요인에 의해 온도 상승이 유발되면 배터리 내부에서 100℃ 도달 시 온도가 급격히 300~500℃로 상승한다. 이후 위험 온도 범위에 이르면 리튬배터리는 알아서 온도를 올린다. 단일 금속 물질의 반응이 아니다. 양극과 음극, 전해질, 분리막 등 복합적인 물질이 작용해 스스로 온도를 열폭주 상태까지 높이는 거다.
결국 염화티오닐과 리튬 메탈의 상호작용 때문에 위험성이 커진 거다. 염회티오닐은 76℃에서 자체 열분해 반응이 일어나고 이후 독성 가스가 나온다. 이에 SOCI₂가 SO₂와 2CI₂로 나뉘고 황이 생성된다. 물과 만났을 때 염화수소가 나오고 SO₂가 나온다. 굉장히 유독한 가스다.
대응 방안을 고민했다. 2021년 에너지 케미스트리 저널에선 가스계 소화약제와 수계, 폼 에어로졸 등이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진압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분석한 논문이 발표됐다.
그 결과 가스계 소화약제는 절연성이나 점도 측면에서 효과가 크다고 나온다. 실제 테스트 시 초기 열폭주 단계에서 어느 정도 화세를 누그러뜨렸다. 그런데 농도가 낮아지거나 가스가 떨어지면 대부분 재발화된다. 드라이 파우더는 절연성 빼고 효과성이 없다.
수계는 효과성이 좋다. 대부분 점도가 낮고 경제적이다. 환경오염을 덜 시키고 냉각 효과도 좋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젖음성과 습윤성은 효과성이 애매하다. 결국 물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다.
[토론1] 이영주 교수 “화재 시 신속한 대피가 무엇보다 중요”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표준 화재진압 기술이나 소화약제는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단시간 개발하는 게 합리적인지는 더 고민해야 한다. 다만 전기차 화재를 고정식 방화설비나 소화설비 적용으로 접근하는데 다른 나라에선 전기차 충전 면에 이를 집중 설치하진 않는다. 건축 심의 등 단계에서 과도할 정도로 표준화되지 않은 기술이나 설비를 적용하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
이번 아리셀 화재와 관련해 본질을 정확히 봤으면 한다. 시작은 배터리지만 본질은 대피하지 못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전에도 공장 화재 시 많은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불은 어떻게든 나지만 사람이 빨리 대피해 인명피해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토론2] 김학중 교수 “소방ㆍ피난시설 제대로 설치됐는지 확인 필요”
소방이나 ‘건축법’이 이원화됐고 여러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관련 기준이 현장에 적용됐을 때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없다. 사용자가 법과 제도를 어떻게 적용하고 활용하는지 검토했다면 이번 화재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양방향 피난 확보를 하는 건 소방하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화성 아리셀 공장이 양방향 피난이 확보하는 구조는 아니었다. 그러면 이를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의 실효성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개선 방안이 미흡해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 같다.
인명ㆍ재산피해를 막기 위한 건축 대책이 반영돼야 하는데 이 부분이 부족했다. 피난 방재나 건축 방재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 또는 방안이 필요하다.
[토론3] 윤해권 교수 “건축 설계 시 소방 전문가 참여해야”
건축 관련자들의 큰 목적은 적은 비용으로 얼만큼의 효율적 공간을 구성하면서 이득을 취할까다. 거주자들이 어떤 피난 경로로 대피할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이에 네 가지 조건을 말하겠다. 첫 번째는 건축 설계 단계부터 실제 소방 전문가들이 참여해 피난 등을 계획하고 적용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건축과 소방 설계자 사이에 많은 트러블이 생긴다. 하지만 소방은 이런 부분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이에 소방 전문가가 초기 단계부터 별개로 참여해 설계 과정을 이끌어야 한다.
두 번째는 피난ㆍ방화시설에 대한 감리제도 도입이다. 실제 현장에선 부실시공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소방 감리에 다 전가하는 방법은 부담이다. 건축 감리가 제대로 챙기지 못하기에 전문 감리제도가 필요하다.
또 유지관리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어떤 건물이든 5~10년이 지나면 피난ㆍ방화시설이 정상 운영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구조적인 손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소방시설 자체점검에서 소방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제안하는 등 관련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피난ㆍ방화시설은 소방에서 맡아야 한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피난ㆍ방화에 대한 부분은 소방에서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문화된 관리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설비를 갖춰도 시공 또는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떤 제시를 한들 개선할 수 없다.
[토론4] 박경환 회장 “지정수량 3천배 미만 사업장도 예방규정 평가받아야”
전기차나 배터리 화재 시 소방에서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진압이나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화재를 규정하는 정의가 이뤄져야 어떻게 예방하고 대응할지가 명확해질 거다. 그런 의미에서 소방에서 그 특성을 정의하고 예방하는 행정 시스템을 가동하길 바란다.
아리셀 화재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위험물 부분 때문이다. 이곳은 위험물 취급소다. 하지만 이런 취급소에 대한 인허가 과정이 없다. 초기화재 시 정확한 위험물 정보가 전달됐다면 대응 방향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위험물 관련 예방 행정도 부재하다. 지난달부터 지정수량 10배 이상 위험물시설은 자체 안전 규정과 계획서 비치 등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확인하는 행정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7월부터 3천배 이상만 확인하는데 앞으로 3년 내 이행토록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확인할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아리셀의 경우 지정수량 50배였다. 3천배 미만 시설에 대해선 예방행정을 할 건지 고민해야 한다. 인력이 부족하면 민간 전문가를 활용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토론5] 홍영근 국장 “소규모 전지 소화기기 KFI 기준 도입할 것”
소방청 소관 전지공장 화재 안전 강화 방안에 대해 말하겠다. 먼저 지정수량 미만 금속성 물질을 취급하는 곳의 경우 위험물 안전관리 조례를 마련하고 신속한 대피를 위해 향후 피난 안내용 시각 경보기를 설치할 방침이다. 배터리 공장 등 사업장을 화재 안전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또 배터리 제조사업장을 화재 안전 조사 대상에 포함하고 고용노동부와 협업해 외국인 근로자 취업 교육 시 소방안전 표준 교재와 물품을 지원하도록 할 계획이다. 효율적인 현장 대응을 위해 SOP를 올해 말까지 마련하고 유해화학물질 사고 대응 표준작전 절차도 개정해 소방관뿐 아니라 근로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게 하겠다.
이와 함께 킥보드나 전기차 등 생활 리튬 전지에 대한 소화기기 KFI 기준을 도입할 방침이다. 배터리 취급 제조시설에 대한 화재 예측ㆍ진압 기술 관련 개발 R&D사업을 다부처 사업으로 기획해 대응하겠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