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BOOK STORY] 통증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 ‘나는 죽음 앞에 매번 우는 의사입니다’

광고
충북 충주소방서 김선원 | 기사입력 2024/09/02 [11:00]

[BOOK STORY] 통증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 ‘나는 죽음 앞에 매번 우는 의사입니다’

충북 충주소방서 김선원 | 입력 : 2024/09/02 [11:00]


개인적으로 의료계 종사자분들이 쓰신 책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분들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는 경험들이 구급대원으로서 역할 수행에 큰 교훈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소아과 의사로 활약하는 스텔라 황 님의 책을 읽었습니다. 저자가 출산을 경험하며 겪었던 통증에 대한 글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상상조차 하기 싫은, 다시 있어서는 안 되는 고통을 겪은 후에야 이런 고통은 어느 누구도 겪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리학과 수업, 신경학과 수업에서 배웠던 고통의 이론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다가왔다. 끝이 있는 고통은 그 앎과 동시에 만 배쯤 나아질 수 있음을 온몸으로 느꼈다”

 

이 글을 읽으며 그동안 구급대원 생활을 하면서 통증에 대해 너무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솔직히 밝히면 현장에 나갔을 때 가슴 통증이나 심각한 정도의 두통처럼 생명에 즉각적인 위협 가능성이 있는 통증이 아니라면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습니다. 

 

사람이 아픔을 호소한다는 건 의식이 있다는 방증이고 의식이 있다는 건 이 환자가 당장은 응급한 상황으로 빠지지 않을 거란 생각에 환자의 어지간한 통증은 사실 모른 척하고 넘어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통증 경험을 듣고 있자니 ‘한 사람의 통증 경험은 어쩌면 한 사람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는 커다란 육체ㆍ정신적 상흔을 남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 아기가 나올 것 같아요. 이제 힘을 주세요’ 이 소리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고통이 끝날 거라고?’ 그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참을 수 없었던 고통이 어느새 견딜만한 것으로 바뀌었다. 최선을 다해 힘을 주기 시작했다. 고통은 더 심해졌다. 그래도 견딜 만했다. 끝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으며 구급대원으로서 통증이 심한 환자를 만났을 때 해야 할 역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통증을 느끼는 환자에게 구급대원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응급처치는 이 통증이 병원에 가면 적절히 치료될 수 있고 곧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정서적으로 지지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이 책을 읽은 뒤 요로결석으로 큰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만나 “병원에 가면 요로결석 위치를 찾는 검사를 시행한 뒤 효과가 큰 진통제를 맞고 요로결석을 배출하는 시술을 받게 될 거예요”라고 이야기해 줬습니다.

 

그런 후 환자의 통증 호소를 주의 깊게 들어줬습니다. 확실히 환자는 그것만으로도 안정을 찾는 느낌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몸과 마음이 피곤하지 않아야 타인에게 공감하고 자애롭게 대할 수 있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의료인의 정신건강이 유지돼야 양질의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저자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적절히 응급처치해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하고 나의 통증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자분께 연락해 신생아를 만나게 되는 구급대원에게 필요한 조언을 부탁드렸습니다. 저자분의 말씀으로 글을 마무리해 볼까 합니다.

 

‘나는 죽음 앞에 매번 우는 의사입니다’를 쓴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소아과 교수 스텔라 황입니다. 구급대원과 관계자 여러분! 지면으로 만나 뵙게 돼서 반가워요. 일하는 장소는 다르지만 우리는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고 가끔 생명을 구하는 일, 우리 모두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아기를 돌보고 가족의 마음도 보듬는 의사입니다. 가끔 병원 밖에서 태어나 저를 만나러 오는 아기도 있답니다. 집에서 낳았더라도 초기의 처치가 나았다면 아기의 상태가 조금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아요.

 

혹시 도움이 될 수도 있어 간략하게 집에서 태어난 신생아 처치에 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피부가 미성숙한 이른둥이나 배벽갈림증 등으로 많은 수분 손실이 예상되는 아기는 비닐 또는 천으로 싸서 수분 손실을 방지하는 게 중요해요.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면 호흡을 안정시키고 감염과 저혈당을 방지할 수 있거든요. 

 

젖어 있는 아기라면 닦은 뒤 마른 수건이나 담요 등으로 싸서 안으면 체온 조절에 용이합니다. 모자를 씌워주고 없다면 담요로 머리를 싸면 체온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신생아는 주로 호흡 문제로 심정지가 일어나요. 호흡이 불안정하면 등을 문질러 자극을 주고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마스크로 산소와 압력을 주면 보통 호흡이 안정을 되찾습니다. 입과 코에 있는 분비물을 석션하는 것도 좋고요. 

 

호흡 처치를 하는 중 심박수가 60 미만이면 두 손으로 가슴을 감싸고 엄지손가락으로 가슴 중앙을 압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나, 둘, 셋! 숨 쉬고!”를 반복하면서 가슴 압박 세 번 뒤에 마스크로 숨을 불어 넣어주세요. 호흡이 안정된 뒤, 아직 탯줄이 연결돼 있다면 끈으로 꼭 묶은 뒤 소독된 가위로 자르면 좋지만 깨끗한 가위가 없다면 묶은 채로 병원으로 이송해도 됩니다. 

 

짧게나마 신생아 처치에 관해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어 영광입니다. 새로 나온 제 책에서는 구급대원 분들께서 자주 마주치는 죽음, 애도에 관한 고민을 나눕니다. 공감으로 우리 모두 나아질 수 있고 공감으로 인한 괴로움은 줄이고 배려를 늘리자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쓴 책이에요.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제나 우리 모두를 위해 일하는 구급대원님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충북 충주소방서_ 김선원 : jamejam@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광고
[인터뷰]
[인터뷰] 변길자 시회장 “소방분야 등록기준, 기계ㆍ전기 아닌 단일 공종으로 구분해야”
1/7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