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부르고 샤워한 환자에 언성 높인 구급대원… 경고 처분 취소재판부 “처분 전 의견 제출 기회… 충분히 보장됐다 보기 어려워”
[FPN 최누리 기자] = 샤워를 이유로 출동한 119구급차를 기다리게 한 환자에게 언성을 높였다가 경고 처분을 받은 구급대원이 소송 끝에 해당 처분을 취소받았다.
인천지법 행정1-2부(김원목 부장판사)는 119구급대원 A 씨가 인천시장을 상대로 낸 경고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법원은 ‘행정절차법’ 위반이라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경고 처분을 취소하라고 인천시에 명령했다.
재판부는 “소방공무원에 대한 경고 처분은 ‘행정절차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행정청이 당사자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경우 의견 제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어권 보장을 위한 의견 진술 기회가 충분히 보장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런 이유로 경고를 취소하기에 해당 처분이 적절했는지는 추가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지난해 8월 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천소방본부 상황실에 한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 B 씨는 해외에서 암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 후 열이 심하게 나자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상황실 근무자가 구급차를 보내주겠다고 하자 “몸살감기로 며칠을 씻지 못했는데 샤워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상황실 근무자는 “30분 후 구급차가 도착하게 해주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구급차는 22분 만에 호텔에 도착했다. A 씨는 6분 후 로비로 내려왔다. 그러나 A 씨는 B 씨에게 “구급차를 이렇게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고 이에 B 씨는 불쾌감을 느끼며 다음 날 “구급대원이 불친절했다”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했다.
인천소방은 이 사건에 대해 감찰 조사를 진행했고 A 씨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항상 친절하고 신속 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도 개인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는 게 당시 인천소방 설명이다. 다만 A 씨의 과거 공적을 고려해 서면 경고 처분으로 그치기로 했다.
소방공무원 징계는 파면과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 등 6개로 나뉜다. 경고 처분은 공식적인 징계에 해당하진 않지만 향후 1년간 근무 성적이나 인사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A 씨가 경고 처분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악성 민원에 시달린 119구급대원이 오히려 경고 처분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경고 처분을 불복해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 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지난 2월 행정소송을 냈다. A 씨는 국가직 공무원이지만 인천소방이 인천시 산하 기관이어서 처분권자인 인천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인천소방은 A 씨가 이미 지난 2월 다른 지역으로 전출한 상황을 고려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