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산불소방관의 자격제도_ 2
우리나라도 산불은 소방청과 산림청이 공조하며 진압한단다. 일반적으로 초기 신고는 119를 통해 접수되기 때문에 소방관들이 먼저 출동해. 일정 규모나 시간이 지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산림청에서 산불을 담당하지.
우리와 달리 산림청에는 특수진화대와 공중진화대 같은 대원들이 선발돼 교육 훈련을 받고 활동 중이란다. 캐나다에도 이처럼 산불진압을 위한 특수한 조직이 존재해.
캐나다의 라파택(Rapattack) vs 미국의 헬리택(Helitack) 산불 지역에 헬리콥터로 특수대응팀을 투하해 초기 진화 작업을 수행하는 방법이 라파택이란다. 보통 4~6명의 소방대원이 헬리콥터에서 로프를 이용, 수직 하강해 불이 난 지역으로 신속히 투입되지.
따라서 화재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고 기동성이 뛰어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초기 대응에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어.
미국에는 헬리택이라고 불리는 유사한 조직이 있어. 라파택과 마찬가지로 헬리콥터를 활용한 산불진압팀이야. 산불 발생 시 헬리콥터에서 직접 소방 인력과 장비를 투입한단다.
소방대원들이 헬리콥터에 탑승해 현장으로 직접 가서 하강하거나 헬리콥터에서 장비를 하강시켜 지상에 있는 대원들에게 물자를 전달하기도 해.
헬기 버킷을 이용해 공중에서 직접 불을 진압하거나 장비와 인력을 현장에 빠르게 운반하기도 한단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림청의 공중진화대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이제 패러택(Parattack)을 살펴볼까? 패러택은 항공기에서 낙하산을 이용해 소방대원과 장비를 투하하면서 초기 진압에 나서는 방법을 말한단다. 즉 소방대원들이 비행기에서 화재 현장으로 낙하하며 지상에 착륙한 후 즉시 불을 진압하지.
대단하지? 고립된 지역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고 필요하면 대규모 진압 인력을 투입할 수도 있단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겠지?
미국에는 이와 유사하게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스모크 점퍼(Smoke Jumper)가 있단다.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산불이 발생한 지역에 낙하산으로 뛰어내려 직접 진압하는 전문 소방대원을 말해.
보통 단독 또는 소규모 팀으로 구성되며 전문적인 훈련을 받는단다. 군부대 출신도 많다고 하더구나. 지상 소방력과 달리 다소 자율적인 작전 수행과 빠른 초기 진압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어.
위에 언급한 특수소방력들은 모두 산불진압을 위한 초기 대응 방안이야. 빠르게 불길을 제압하고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게 주된 목표지. 특히 계곡 등 고립된 산악 지역이나 접근이 어려운 장소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된단다.
어려운 미션인 만큼 위험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겠지? 이런 이유로 각각의 방법에 참여하는 소방대원들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야 해.
이렇듯 산불 공중진화대들은 고유의 특징과 장점이 있어. 상황에 따라 최적의 선택이 이뤄지게 된단다. 산불 특수대원들, 참 재미있지?
그들 중 일부는 응급의료가 가능한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 응급환자 발생 지역에 즉시 투입되기도, 산불의 범위를 예상하기 위한 정찰비행에 동원되기도 한단다. 현재는 대부분 산불진화대원의 꿈이라고 할 수 있지.
이렇게 등급이 교육과 경험, 자격을 중심으로 분류되면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지속해서 교육받으며 레벨 업, 즉 승급된단다. 따라서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경험이 없거나 교육을 받지 않으면 승급되기 어렵지.
미국의 경우 멘토-멘티 제도를 충분히 활용한단다. 리더에는 리더 수습생 자리가 있는데 그들에게 직접 지휘를 맡긴 후 멘토가 현장을 지휘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 경험을 인정해주는 로그(Log) 시스템이 있어. 아빠는 그러한 경험과 실력 기반의 승급 제도를 직접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단다.
이렇게 산불에 투입된 대원들은 산불진압과 기타 화재대응을 위해 사용되는 가장 중요한 LCES 원칙을 만나게 된단다. LCES 혹은 LACES라고 불리는 이 원칙은 Lookouts, Communications, Escape Routes and Safety Zones의 4단계로 구성돼(*Awareness가 중간에 포함될 때도 있단다).
각각의 의미는 다음과 같아.
1. Lookouts(감시) 산불 현장에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위협 요소를 조기에 발견해 팀원에게 경고하는 단계란다. 감시에는 불길의 이동과 날씨 변화, 주변 상황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위험 상황을 조기에 인식하고 상급자에게 보고하거나 동료에게 정보를 전파해야 해.
감시를 위해 동원되는 대원은 현장에서 높은 지점이나 시야가 좋은 곳에 배치돼야 할 뿐 아니라 소방 팀과 원활한 연락을 유지해야 한단다.
2. Communications(통신) 명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통신 체계를 통해 팀원 간의 정보 전달이 늘 보장돼야 하지. 통신 계획에는 무전기 사용과 신호 체계, 비상 연락 방법 등이 포함된단다.
따라서 모든 팀원은 정해진 통신 절차와 장비를 사용해 계속 연락을 유지하고 긴급 상황 발생 시 신속히 정보를 공유해야 해. 아빠도 현장에서 무전기 주파수가 잡히지 않아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단다.
3. Escape Routes(탈출 경로 확보) 산불소방대원들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현장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경로는 반드시 사전에 계획돼야 한단다. 특히 탈출 경로는 산불의 방향이나 지형, 장애물 등을 고려해 설계하고 확인해야 하지. 그래야 유사시 빠르게 모든 대원이 알고 있는 그 경로를 통해 대피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현장에서 바람과 비는 예상할 수 없는 변수 중 하나였어. 우리 팀에 기상예보관이 있었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지.
4. Safety Zones(안전 구역) 탈출 경로 확보를 통해 산불진압 작업 중 소방관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구역 역시 사전 지정돼야 한단다. 안전 구역은 확실하게 비상시 불길이 닿지 않는 거리거나 충분히 보호되는 지역,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어야만 하겠지?
따라서 작업 시작 전 안전 구역을 확인하고 팀원에게 위치를 알려줘야 해. 이런 작업은 매일 임무 전에 계획되고 정보가 공유됐단다.
LCES 원칙은 산불진압대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각 요소를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위험을 예방하는 걸 목표로 하지. 현장에서도 이 원칙을 준수하면서 산불 대응 작업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크게 높일 수 있었어.
날씨를 모니터링하는 기상예보관이 비바람 소식을 무전으로 전파하면 모두 작업하다가 현장 안전을 위한 사전 안전지역으로 집합했단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불 끄는 건 똑같아도 일사불란하고 사전 계획된, 그리고 그 규정에 따르는 칼날 같은 모습에 많이 감탄했단다.
우리의 베이스 캠프인 르벨-슈흐-께비용(LSQ,Lebel-sur-Quévillon)에서 약 2시간 정도 거리에 있던 발도흐(Val-d’Or). SOPFEU의 기지가 있고 광산 도시인 이곳에서 이틀간의 황금 같은 주말 휴가를 보내게 됐단다.
감사하게도 총영사관, 한인회에서는 대원들의 사기 진작과 응원을 위해 엄청 맛있는 한식을 준비해 주셨어. 우리 대원들 모두 고국의 정취와 맛을 느낄 수 있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단다.
모두 휴식을 권고했지만 우리 대원들은 발도흐 소방서와 산불항공기지 방문을 선택했어. 정말 쉬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지.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전반기 14일은 캐나다의 Type 3에 준하는 산불진압 업무와 환경에 대한 적응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미국산불대응시스템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
이틀간의 발도흐에서의 휴가를 마치고 우릴 기다린 건 바로 독자 작전들이었단다.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가 자체적으로 작전지역을 할당받고 임무를 추진하는 독자 활동 말이지. 다음 호에서는 맨손으로 화점을 찾거나 드론을 활용해 더 효율적으로 작전을 수행한 후반기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아들, 너희들이 크면 함께 차를 빌려서 아빠의 베이스캠프에 꼭 다시 방문해 보고 싶구나. 작전지역이던 북부 산림 오지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흑곰이나 무스가 나타날지도 모를 테니 말이야… 하하하.
멀리서 흑곰을 만났을 때 흑곰이 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으면 회피할 수 있지만 크다면 그땐 이미 회피가 늦은 타이밍이라 곰 기피제를 사용해야 한단다. 임기응변이 아닌 곰이 냄새를 맡고 도망갈 수 있는 기피제 등을 사전에 꼭 준비해서 가자!
본 이야기는 2023년 7월 대한민국긴급구호대(KDRT)의 일원으로 캐나다 산불 진압을 위해 국제출동을 다녀온 필자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캐나다 산불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된 편지글입니다. 많은 대원분께 국제출동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119플러스> 매거진을 통해 공유합니다. 기고료는 순직소방공무원추모회에 기부됩니다. 감사합니다. 서울 은평소방서_ 이형은 : parkercorea@gmail.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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