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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그해의 캐나다는 뜨거웠단다- Ⅹ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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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소방서 이형은 | 기사입력 2025/01/13 [10:30]

아들아! 그해의 캐나다는 뜨거웠단다- ⅩⅠ

서울 은평소방서 이형은 | 입력 : 2025/01/13 [10:30]

지난 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10. 독자 작전 ①

캐나다 발도르(혹은 발도흐, Vald'Or)에서 단비와 같던 이틀간의 휴식을 마치고 주둔지(Boo-Base of Operation)인 르벨-슈흐-께비용(LSQ,Lebel-sur-Quévillon)으로 돌아온 우린 독자 작전을 수행하게 됐어. 작전지를 위임받은 미국으로부터 독자 작전 관련 브리핑을 받았단다. 

 

발도르에서의 휴식이 꿈만 같이 느껴졌지. 발도르에 대해 좀 더 설명하자면 퀘벡주 북서부에 위치해 SOPFEU(Société de Protection Des Forêts Contre le Feu, 퀘벡주 산불 방지 협회) 활동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시란다. SOPFEU와 발도르의 관계는 밀접할 수밖에 없지.  

 

▲ 발도르는 북서부에 위치해 북쪽 산림지역에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출처 Quebec map).

 

▲ SOPFEU의 발도르 산불항공기지

 

전에 말한 기지로의 역할뿐 아니라 퀘벡의 광활한 북부 지역과 가까워 신속하게 산불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위치에 있단다. 따라서 산불 진압 장비나 항공기, 인력을 배치하는 중요한 거점 기지 역할을 하고 있지. 또 발도르 주변의 광대한 산림지역으로 접근이 용이해 신속하게 산불에 대응할 수 있어.

 

퀘벡주의 SOPFEU는 정기적으로 화재 상황 보고서를 고지해. 이는 산불 위험과 활성화 정도, 현재 배치 중인 자원에 관한 정보를 포함하지. 발도르 지역은 보고서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단다. 

 

특히 SOPFEU는 발도르를 중심으로 산불 진압 자원을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있어. 이를 통해 필요하면 발도르 지역에 대한 산림 접근 제한과 산림 내 이동 제한, 산불 발생 위험이 있는 활동 제한 등의 조치를 실행하고 있지.

 

이틀 만에 돌아온 숙영지가 약간 생경했지만 우린 2번째 14일간의 임무를 위해 모두가 마음을 다잡았단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발도르에서의 휴식은 현지 측에서 관련 기준을 따른 부분도 있었단다. 

 

캐나다와 미국이 산불 진화 시 14일 근무 후 휴식을 제공하는 주된 이유는 소방관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지. 먼저 캐나다 산불센터(CIFFC)는 산불소방대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14일 근무 후 휴식을 제공하고 있어. 이는 대원들의 피로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란다. 

 

▲ 휴식을 마치고 미국 측과 독자 작전 전술을 토의하고 있다.

 

▲ 대원들이 벌레를 쫓기 위한 보호망을 착용하고 산림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


충분한 휴식은 현장에서의 안전한 작업 보장을 위해 필수지. 14일 근무 후 다음 조와 교대 시 최소 8시간의 휴식 또는 휴가 시간을 주는 게 규정에 있어. 장기전을 대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단다. 

 

전 세계적으로 산불 진화가 장기화하는 추세에 맞춰 소방관들의 지속적인 투입을 위해 적절한 휴식은 불가피하겠지. 지속적인 고강도 작업으로 인한 정신적ㆍ육체적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선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다시 돌아온 현장에는 새 생명이 자라고 있었어. 산불이 생태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부분적으로 맞지만 현대의 대규모 산불과 과거 화전(火田) 농업의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야.

 

과거 화전은 소규모로 통제된 상황에서 이뤄졌어. 일시적으로 토양의 무기질을 증가시켜 농작물 생산에 도움을 줬지. 

 

▲ 화재로 폐허가 된 토지에 새 생명이 자라나고 있다.

 

▲ 땅속엔 버섯이 자리 잡고 있었다. 생명은 위대하다.

 

산불로 인한 무기질 생성 원리를 살펴볼게. 우선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 내의 낙엽이나 나무, 초본류 등 유기물이 연소한단다. 이후 고온에서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열분해와 같은 다양한 화학 반응이 일어나지. 

 

이러한 연소 과정에서 유기물에 포함된 무기 원소들은 산화되거나 재결합하면서 무기질을 형성해. 연소 후 남은 재는 칼륨과 칼슘, 마그네슘 등 다양한 무기질을 포함하고 있어. 따라서 산불 후 생성된 재가 토양에 유입되면 일시적으로 토양의 pH를 높이고 무기질 함량을 증가시킨단다.

 

그러나 산불의 규모와 강도에 따라 토양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져. 대규모 산불은 오히려 토양 구조를 파괴하고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

 

마찬가지로 화전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면서 장기적으로는 토질 저하나 생물 다양성 감소, 산림 파괴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어. 산림과 초목 그 자체를 파괴하는 건 틀림이 없기 때문이지. 

 

이런 이유로 화전이 사라졌어.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 호주의 경우 산림이 너무 광활해 민가와 국민의 안전에 위해가 되지 않는다면 대원의 안전과 자연순환을 위해 산불을 내버려 두기도 한단다.

 

▲ 산불로 인한 자연순환(출처 CIFFC)

 

소규모 화전과 달리 대규모 산불은 생태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단다. 토양 오염과 대기질 악화,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 등의 문제를 초래하지. 따라서 산불로 인한 순환이 무조건 좋다고 보긴 어려워. 

 

우리가 14일의 임무를 마쳤을 때 르벨-슈흐-께비용의 산불은 약 89%가 진화됐단다. 여러 구역 중 위스키(Whisky)는 연기만 피어오르는 핫스팟 2∼3개 정도가 관측돼 진화를 완료하고 임무가 종료된 상황이었지. 복귀 후에는 항공순찰을 통해 추가로 잔화 정리나 산불 진화 구역을 확실히 하는 게 우선시 됐단다.

 

▲ 산불 사고 대응 포켓 가이드라인은독자 작전 수행에 좋은 길라잡이가 됐다.

 

▲ 2주간 약 91㎞의 방화선을 구축하고 작업했다.

 

▲ 복귀 후 시즌 2의 시작을 알리는 오전 지휘소 브리핑

 

15일 차, 즉 복귀 후 시즌 2의 서막을 알리는 브리핑에서 미국 산불 대응팀(IMT, Incident Management Team) 지휘관은 한-미 공조 작전이 현장에서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단다. 또 이번 주부터 한-미 협력 상징 차원에서 작전지도, 일일 브리핑 자료 등에 한국 국기를 함께 공식 표기하고 있다고 공표했지.

 

현장에서 한-미 대원은 자발적으로 모자와 옷을 교환하며 ‘원팀’으로 활동했어. 위스키 지역 지휘관인 토드(Todd)는 우리에게 ‘한국과 함께 위스키 지역을 지킬 수 있어 좋다’며 미국에서 직접 사냥한 엘크(ELK, 사슴 종류) 육포를 선물하기도 했어. 

 

14일간의 시즌 1을 마치며 KDRT 사무국을 담당한 코이카와 국립중앙의료원, 현지 공관 영사 등의 대원들은 교대를 실시했단다.

 

먼저 아직 땅속에 불씨가 남아있을 수 있는 알파와 브라보 지역의 방화선을 점검하기로 했어. 해당 구역 지휘관, 즉 TFLD(Task Force Leader)인 라이언(Ryan), 제라드(Jerrard)와 함께 열화상 드론으로 방화선 중ㆍ하단부의 화선 경계 정찰을 진행했단다. 

 

한ㆍ미 드론 시스템을 활용해 함께 실시간 드론 열화상 영상을 보며 산불 상황을 확인하면서 앞으로의 산불 진화 작전계획을 수립했어. 이후 드론 열 관측 지점을 중심으로 차량ㆍ도보 순찰, 핫스팟 진화(약 21㎞ 구간)를 시작했지. 

 

▲ 매핑(항공사진+아벤자 맵)하얀색: 작전도 상 화선 / 빨간색: 매핑 결과 식별되는 블랙 엣지 /

검은색(4pt/우측): 금일 수색 완료 지역 / 검은색(2pt): 도로 / 사각형+P: 버스 주차 /

    : 핫스팟 / 망원경: 드론 관측 /  : 드론 랜딩 지점

 

항공드론 촬영 지역으로 순찰하며 지표면 온도 18℃ 구역을 중점 점검하고 정밀 수색했단다. 항공사진과 아벤자(Avenza) 맵을 활용해 레이어 매핑 후 입체적으로 작전지역을 세분화한 게 굉장한 도움이 됐지.

 

여기서 잠깐! 

GS등급(General Scale)에 대해 알아보자. 미국 핫샷 크루(Hotshot Crew)는 산림화재에 대응하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들이 모인 특수 소방대 부서다. 이들은 위험한 자연재해에 대응하며 미국 산림관리국(U.S. Forest Service)과 협력해 산림화재를 진압하고 통제하는 데 특화돼 있다.

 

핫샷 크루는 뛰어난 소방 인력으로 평가되며 높은 수준의 능력과 지식을 갖추고 있다. 1~15 등급의 ‘General Scale’은 와일드랜드 파이어파이터 등급 구분 중 하나다. 보통 대학을 졸업하고 크루의 일원이 되면 GS 5등급을 받게 된다(공무원 등급과 동일). 일반적으로 대원들은 경력과 기술을 쌓아 나가며 더 높은 직급으로 진급하거나 특정 기술과 임무를 수행하는 데 특화된 역할로 전환할 수 있다.

 

핫샷 크루는 신체적으로 힘들고 위험한 환경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훈련과 발전을 중요하게 여긴다.

 

 

사실 이날은 비가 와서 작전지역 지면이 미끄러웠어. 작업 시 낙상이나 나무전도, 습지 빠짐 등에 주의해야 했지. 핫스팟을 찾기 위해 밀림 침투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단다. 라이언과 제라드는 미국 알래스카 출신의 스모크 다이버(Smoke Diver) 이력을 갖춘 산불 지휘관이야. 여러 환경에서 산불을 진화해 본 풍부한 경험이 있어 많은 부분을 교류할 수 있었지.

 

이날 우리 측에서 시행한 항공드론 운용과 산불지도 현지 애플리케이션인 ‘아벤자’ 활용을 본 그들은 내일부터 드론을 이용해 항공사진을 촬영하고 장시간 매핑을 하자며 발전기를 구해오겠다고 할 정도였어. IT 강국 대한민국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낀 즐거운 경험이었단다.

 

▲ 니모의 로고

이렇게 하루의 임무를 마친 후 시즌 2의 미국지휘부를 담당하게 된 니모(NIMO)와 보다 정식적인 미팅을 했단다. 니모는 국가재난관리청(National Incident Management Organization)인데 총 4개의 재난관리팀으로 구성돼. 

 

각 팀은 7명으로 운영되고 이들은 사고 관리와 일반 직무 직책(사고 지휘관, 안전 담당관, 공공 정보 담당관, 기획 분야 책임자, 작전 분야 책임자, 물류 분야 책임자, 재무 분야 책임자)을 담당해.

 

▲ 시즌 2, 니모가 지휘를 시작하면서 지휘소의 분위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특히 대규모이고 복잡한 야생 산불 관리에 관한 새롭고 혁신적인 접근 방법을 지원하고 있어. 연간 FAM(Fire and Aviation Management)의 지원도 맡고 있단다.

 

그래서인지 니모 멤버는 굉장히 자부심이 컸어. 그들의 수습관 제도가 무척 부럽더구나.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배울 수 있는 수습관 제도는 차후 더 나은 지휘관을 배출하는 원동력이 될 거란 게 틀림없었기 때문이지.

 


본 이야기는 2023년 7월 대한민국긴급구호대(KDRT)의 일원으로 캐나다 산불 진압을 위해 국제출동을 다녀온 필자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캐나다 산불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된 편지글입니다. 많은 대원분께 국제출동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119플러스> 매거진을 통해 공유합니다. 기고료는 순직소방공무원추모회에 기부됩니다. 감사합니다.

서울 은평소방서_ 이형은 : parkercorea@gmail.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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