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기업] 일본 넘어 미국까지… 세계 일류 내화채움구조 기업 꿈꾸는 아그니코리아(주)국내 최고 수준 실험 장비 갖춘 기업부설연구소서 제품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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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그니코리아(주) 전경 © FPN |
[FPN 박준호 기자] = “화재 시 인명피해 원인의 대부분은 연기흡입입니다. 화염과 연기 차단이 중요한 이유죠. 내화채움구조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커질 겁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 세계에 하나뿐인 내화채움구조 기업으로 거듭날 때까지 정진하겠습니다”
29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다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1층 필로티 주차장 천장과 반자 사이에서 발생한 불은 EPS(스티로폼) 단열재와 차량을 태우면서 폭발적으로 커졌다.
1층 로비에도 불길이 번져 내부는 유독가스로 가득했다. 연기는 전기와 가스, 덕트시설 등을 층간으로 관통하는 샤프트(수직 관통부) 틈새를 타고 2층 목욕탕으로 번졌다. 이곳은 가장 많은 사망자(20명)가 발견된 곳이다. 하지만 불에 탄 흔적은 거의 없었다. 1층에서 확산한 연기가 희생자의 목숨을 앗아간 직접적인 원인임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화재 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방법 중 하나가 화염과 연기 차단이다. 이를 위한 건축자재가 바로 ‘내화채움구조’다.
내화채움구조는 건축물에서 불이 나면 층간 수직ㆍ수평 관통부 틈새로 화염과 연기가 확산하는 걸 막는 건축자재다.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2012년 9월 20일 이후에 지어지는 건축물엔 반드시 성능이 인정된 내화채움구조를 설치해야 한다.
2021년 12월 23일부턴 건축자재 품질인정제도 품목에도 포함되는 등 내화채움구조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세계 최초로 사출형 내화채움구조를 개발한 아그니코리아(주)(대표 김성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건축ㆍ설비ㆍ전기용 내화채움구조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아그니코리아를 설립한 김성수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건축자재 업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아직 제도권에 들어오지 않은 내화채움구조를 적용한 건축물이 있었는데 그때 이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생겨 사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화재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아질 거고 그에 따라 법규도 강화될 거란 생각이 컸다.
![]() ▲ 김성수 대표 © FPN |
김 대표의 예언은 적중했다. 2010년 10월 발생한 부산 우신골든스위트 화재를 계기로 정부는 건축물 내 방화구획 관통부 틈을 내화채움구조로 시공토록 하는 내용의 ‘고층건축물 안전관리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년 후 모든 건축물 적용이 의무화됐다. 정책 변화 흐름을 타고 아그니코리아도 승승장구했다.
“포스코와 두산, 동부건설 등 국내 굴지의 건설사에 건축용 내화채움구조(방화 실란트)를 납품하며 매출액이 2012년 9억에서 2015년 55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한 게 주효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당시 국내 건축용 내화채움구조 시장은 글로벌 기업이 주도했다. 그러나 이 제품들은 겨울엔 쉽게 얼고 여름엔 높은 기온 때문에 늘어져 일부 현장에서 부실시공 문제가 불거졌다. 김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계절 맞춤형 제품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겨울용 제품은 화학성분을 첨부해 얼지 않도록 했고 여름용 제품은 점도를 높였다. 한 번 신뢰를 얻게 되니 자연스레 계속 우리 회사를 찾았다. 늘어난 매출은 투자로, 이는 다시 제품 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됐다”
아그니코리아는 2016년 석ㆍ박사급 연구원으로 구성된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공격적인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내화채움구조는 2시간 동안 1050℃의 열을 가했을 때 비가열면의 온도가 180℃를 넘지 않고 불꽃도 비치지 않아야 성능이 인정된다.
아그니코리아는 건축자재시험연구원과 한국방재에너지환경으로부터 배관 구경에 따라 크기ㆍ종류별로 113개에 달하는 시험성적서를 획득했다. 아그니코리아가 국내 최다 수준의 시험성적서를 보유할 수 있었던 건 전 제품 기술의 100%를 직접 구현해서다. 높은 수준의 품질관리와 끊임없는 연구개발도 큰 몫을 했다.
“아그니코리아는 타 업체와 달리 자체 공장에서 주원료 배합부터 압출, 포장까지 모든 공정을 한다. 기업부설연구소는 실리콘 소량 생산기와 점ㆍ밀도 측정기, 흑연 펠렛(Pellt, 알갱이) 압출ㆍ배합기, 전기가열 내화 테스트기 등 10여 개 시험장비를 갖췄다. 다양한 실험 등을 통해 고품질의 차별화된 제품 생산이 가능한 이유다”
김 대표에 따르면 거의 모든 업체가 설비ㆍ전기용 내화채움구조 소재로 흑연 펠렛을 사용한다. 제품의 주원료는 동일하지만 가장 중요한 게 있다. 바로 발포성과 균일성이다.
“같은 흑연을 사용했지만 일부 다른 업체 제품들은 균일하지 않게 발포 시 모양이 제각각이고 잘 뭉쳐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다년간 연구 끝에 일정한 크기로 발포하고 틈이 없어 화염과 연기의 완벽한 차단이 가능한 내화채움구조를 개발했다”
이 제품들은 삼성과 현대, 롯데, GS, 포스코 등 건설사와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공장, 인천국제공항, 여의도 파크원, 판교 알파돔 등 다양한 현장에 적용됐다. 지난해 기준 매출 220억원을 달성하면서 국내를 대표하는 내화채움구조 강소기업으로 입지를 굳혔다.
![]() ▲ 발포 슬리브 © FPN |
2022년엔 세계 최초로 신공법 내화채움구조 제품군 개발에 성공했다. 개발 제품은 ‘발포 슬리브’와 ‘발포 배수캡’이다. 발포 슬리브는 배관 시공에 필수인 PVC슬리브를 사출해 내화채움구조로 만든 제품이다. 쉽게 말해 PVC슬리브면서 내화채움구조인 것이다.
포스코건설과 공동개발한 발포 배수캡은 배관 누수와 화재 확산을 동시에 해결한다. 구멍이 뚫려 있어 누수 시엔 배수하고 불이 나면 20~30배 부풀어 틈을 막아 화염과 연기를 차단한다.
![]() ▲ 발포 배수캡 ©FPN |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발포 슬리브와 발포 배수캡 등 사출 내화채움구조는 아그니코리아의 역점 사업으로 이 제품의 생산만을 위해 공장도 신축했다. 시공 단순화를 통한 건축비 절감 등으로 건축 시장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시장을 점령한 아그니코리아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한 메이저 내화채움구조 기업과 OEM 공급을 확정했다. 미국에 지어질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공장 수주계약도 마쳤다. 이를 위해 FM과 UL인증을 진행 중이다.
“개발도상국의 성장과 고층건축물 확대 등으로 세계의 내화채움구조 시장 규모는 2022년 16억 달러에서 2032년 58억 달러로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혁신적인 내화채움 솔루션으로 세계에 우리나라와 아그니코리아를 널리 알리겠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