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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179명 사망… 국내 최악의 항공기 참사로 기록

조류 충돌 후 급선회한 항공기, 랜딩기어 작동 안 돼 동체착륙
착륙 후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구조물 들이받아 폭발로 이어져
조류 충돌 확인한 사고위 “두 엔진 모두 이상 여부는 조사 필요”
폭발 4분 전부터 사라진 기록… 정부, 원인 규명 장기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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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5/02/06 [10:00]

[ISSUE]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179명 사망… 국내 최악의 항공기 참사로 기록

조류 충돌 후 급선회한 항공기, 랜딩기어 작동 안 돼 동체착륙
착륙 후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구조물 들이받아 폭발로 이어져
조류 충돌 확인한 사고위 “두 엔진 모두 이상 여부는 조사 필요”
폭발 4분 전부터 사라진 기록… 정부, 원인 규명 장기화 불가피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5/02/06 [10:00]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할 연말에 믿기 힘든, 아니 믿고 싶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12.3 비상계엄’의 공포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전 국민이 또다시 슬픔에 잠겼다.

 

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께 태국 방콕 수완나품국제공항을 출발해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도착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B737-800)가 착륙 과정에서 활주로를 이탈,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해 폭발하면서 동강이 났다.

 

▲ 출처 연합뉴스

 

이 사고로 기장과 부기장, 승무원 2명, 탑승객 175명 등 모두 179명이 사망했다. 여객기 후미에 자리했던 남녀 승무원 2명만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이 둘은 현재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목숨을 잃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재난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최악의 사고로 남게 됐다.

 

제주항공 여객기가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한 직후 신고를 접수한 소방은 11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오전 9시 13분께 선제적으로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3분 후 3단계로 상향했다.

 

화재진압과 구조 활동을 동시에 이어간 소방은 불길이 이어지는 와중인 9시 23분께 첫 생존자인 남성 승무원을 구조했다. 당시 이 남성은 서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 출처 연합뉴스

 

이후 소방펌프차와 탱크차 등 소방차량과 소방인력을 대거 투입해 충돌 43분 만인 오전 9시 46분께 초진을 선언했다. 4분 뒤인 9시 50분엔 또 다른 생존자인 여성 승무원 구조에 성공했다.

 

사고 발생 1시간 24분 만인 오전 10시 27분께 불을 완전히 끈 소방은 본격적인 수색ㆍ구조에 나섰다. 대형 크레인으로 기체 후미를 들어 올려 구조를 이어갔고 119구조견도 투입했다. 지원을 받고 출동한 타 시도 구급차는 사망자를 임시영안실로 이송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또 소방은 인명검색에 시간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조명차 지원을 요청하는 등 대응 활동을 이어갔다. 구조대상자 세 명만이 남은 오후 6시 10분께 대응단계를 2단계로 하향 조치하고 약 3시간 후인 오후 9시 6분께 사망자 179명 전원 수습을 완료했다.

 

▲ 출처 연합뉴스

 

이번 사고 희생자 중엔 크리스마스를 맞아 해외 나들이에 나선 가족 단위 탑승객이 많아 더 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는 아내, 세 살 아들과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다. 세 살배기 아들은 이번 참사의 최연소 희생자로 알려졌다.

 

한 60대 부부는 희소병을 앓는 딸을 돌보느라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가보지 못했다. 친척에게 장녀를 맡기고 떠난 첫 해외여행 귀국길에서 목숨을 잃었다. 50대 여성 A 씨는 위암 완치 판정 기념으로 친구들과 태국길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일가족 9명이 한꺼번에 희생되기도 했다. 전남 영광군에 사는 A 씨는 팔순 기념으로 아내와 큰딸, 내외 손주 등 8명과 함께 비행길에 올랐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전라남도교육청과 목포시청, 화순군청 등 다수의 전ㆍ현직 공직자도 희생자 명단에 올랐다.

 

▲ 출처 연합뉴스

 

▲ 출처 연합뉴스

 

조류 충돌 경고 2분 만에 들려온 ‘메이데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엔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얽혀있다. 당시 촬영된 영상 등을 통해 사실로 확인된 것도 있지만 향후 추가 조사를 통해 규명해야 할 부분이 많다.

 

▲ 출처 연합뉴스

 

지금까지 정부가 공식 발표한 사고 상황을 종합하면 무안공항에 접근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12월 29일 오전 8시 54분께 관제탑으로부터 활주로 01번 방향(남쪽에서 북쪽)으로 착륙허가를 받았다. 이후 관제탑은 오전 8시 57분께 “코션 버드 액티비티(caution bird activity, 조류활동 주의)”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갑자기 2분 뒤인 오전 8시 59분께 기장은 긴급조난신호인 “메이데이”를 세 번 외친 후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버드 스트라이크, 고잉 어라운드(Going around, 복행)”를 선언했다. 여객기가 조류와 충돌했고 당장 착륙할 수 없어 기체의 고도를 다시 올리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해당 여객기는 무슨 이유에선지 더 상승하지 못하고 왼쪽으로 방향을 살짝 틀었다가 반대쪽으로 180° 급선회했다. 이후 관제탑은 기장에게 본래 착륙지점의 반대 방향(북쪽에서 남쪽)인 활주로 19번으로 비상 착륙을 허가했다.

 

이 과정에서 랜딩기어(바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동작하지 않아 여객기는 몸통을 이용해 미끄러지듯 착륙하는 ‘동체착륙’을 했고 엄청난 속도를 이기지 못한 채 앞으로 밀려가다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해 폭발했다.

 

▲ 출처 연합뉴스

 

사고위 “엔진서 새 깃털 발견, 조류 충돌 확인”

이승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고위) 사고조사단장은 1월 7일 브리핑에서 “사고 여객기 한쪽 엔진에 들어간 흙을 파내는 과정에서 새의 깃털을 발견했다”면서 “당시 조류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다만 양쪽 엔진 모두 동일 현상이 발생했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고 여객기가 조류와 충돌했음을 정부 차원에서 공식 확인한 것이다.

 

무안공항 주변 곳곳엔 오리 등 철새들의 기착지이자 서식지가 있어 새들이 집단 비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공항 건립 당시부터 여객기의 조류 충돌 우려가 컸다. 실제로 무안공항은 전국 14개 공항 중 조류 충돌 발생률(0.09%)이 가장 높았다.

 

기장의 교신 기록과 정부 발표 등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가 조류와 충돌한 건 확실해졌다. 하지만 조류 충돌로 엔진이 손상됐는지, 랜딩기어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등 동체착륙의 직접적인 원인은 현재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출처 연합뉴스

 

활주로 중간에 떨어진 여객기, 착륙은 잘 했지만…

조류충돌 후 ‘메이데이’를 선언한 기장은 복행에 실패하자 통상적인 재착륙 경로가 아닌 반대 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했다. 이후 활주로 중간지점에 동체착륙했다. 동체착륙은 최악의 상황 때 기장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착륙 방법이다. 그만큼 긴박했다는 걸 방증한다.

 

활주로 중간지점에 터치다운한 여객기는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활주로를 이탈한 뒤 콘크리트 구조물로 설치된 로컬라이저(Localizer)와 충돌했다.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주변에 설치하는 안테나 모양의 시설이다. 전파를 쏴 항공기가 활주로 가운데에 착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가로 42, 두께 3.4m의 콘크리트 둔덕 형태로 설계됐다. 여객기의 안전한 착륙을 도우려 지어진 시설이 외려 피해를 키운 셈이다.

 

정리하면 조류와 충돌한 여객기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동체착륙을 했고 가속을 줄이지 못한 채 구조물을 들이받아 179명 사망이라는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 출처 연합뉴스

 

사라진 4분의 블랙박스 기록… 조사 장기화 예상

1월 11일 사고위에 따르면 여객기 블랙박스에 사고 직전 마지막 4분 동안의 데이터가 저장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객기의 블랙박스는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DR)로 나뉜다.

 

사고위 관계자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서 CVR과 FDR을 분석한 결과 여객기가 로컬라이저와 충돌하기 약 4분 전부터 두 장치 모두에 자료 저장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로 엔진이 모두 멈추면서 전력공급 차단에 따라 블랙박스 기능이 정지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 출처 연합뉴스

 

지난 2018년부터 여객기 블랙박스엔 비상용 보조배터리 설치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사고 여객기는 그 이전에 제작돼 비상용 보조배터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박스 기록 확인이 어려워지면서 사고 발생 원인 규명은 난항이 예상된다. 사고위는 관제 기록과 공항 CCTV 같은 자료를 토대로 추가적인 원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박준호 기자 pakrjh@fpn119.co.kr

사진 연합뉴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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