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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곤 전 소방청 기조관 “혼란스러운 산불 대응, 소방이 통합 관리해야”

이원화 체계로 혼선 가중… “긴급구조기관이자 전문화된 소방이 맡는 게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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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윤 기자 | 기사입력 2025/04/18 [23:25]

배덕곤 전 소방청 기조관 “혼란스러운 산불 대응, 소방이 통합 관리해야”

이원화 체계로 혼선 가중… “긴급구조기관이자 전문화된 소방이 맡는 게 바람직”

김태윤 기자 | 입력 : 2025/04/18 [23:25]

▲ 배덕곤 전 소방청 기획조정관이 지난 17일 ‘산불 사태로 바라본 재난대응체계와 피해 복구 지원,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현행 산불대응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김태윤 기자


[FPN 김태윤 기자] = 막대한 산불피해로 재난 대응체계의 재점검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혼란과 비효율을 부르는 이원화된 현행 산불대응체계의 근본부터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산불 사태로 바라본 재난대응체계와 피해 복구 지원,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열린 대책 토론회에서 배덕곤 전 소방청 기획조정관은 이원화된 산불대응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방간부후보생 9기로 임용돼 소방청 핵심 보직과 지역 본부장 등을 두루 거친 배 전 기조관은 지난해 말 28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친 소방 정책통이다. 이날 밝힌 그의 발언은 오랜 실무와 현장 경험에서 비롯된 절박한 문제의식의 발로로 해석된다.

 

배 전 기조관은 “산불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안전법’)’상 엄연한 재난이고 산불 진압은 긴급구조활동에 포함됨에도 재난관리체계를 따르지 않는 유일한 재난”이라며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산불 진압 업무를 긴급구조기관이자 화재 전문기관인 소방에서 통합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산불은 불시에 바람을 타고 산림 인접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 역으로 산림 인접 지역의 화재가 산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즉 산림과 인접 지역은 화재의 경계가 없고 언제든지 서로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나라 행정체계는 이런 복합화재를 이원화해 관리하는 구조다. 산불은 산림청, 산림 인접 지역 화재는 소방이 별도의 법규와 조직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배 전 기조관은 “불티가 초당 27m씩 날아다니는 급박하고 유동적인 현장에서 법규의 정의나 행정 기관에서 말하는 소관대로 산불을 구분해 대응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 측면에서 볼 때도 구분의 필요성이나 실익이 없다”고 역설했다.

 

유독 산불에 대해서만 재난관리체계가 이치에 맞지 않아 문제를 키운다는 게 배 전 기조관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태풍, 홍수, 지진, 화재, 붕괴, 폭발 등 재난 유형별 특성을 고려해 각 주관 기관이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분산관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재난 발생 시 인명을 구조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등의 긴급구조활동은 재난 대응의 긴급ㆍ유사성과 대응 자원의 공통성 등을 고려해 긴급구조기관인 소방이 전담한다.

 

문제는 산불만 예외라는 점이다. 산불진화활동 역시 엄연히 긴급구조활동에 포함되지만 산림청 소관 법규에서 별도의 대응체계를 규정ㆍ운영하고 있어 여러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게 배 전 기조관 지적이다.

 

그는 “산불 발생 시 산림과 산림 인접 민가ㆍ시설을 보호해야 하는 시도지사의 역할은 두 가지다. ‘재난안전법’상 지역 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서의 역할, 산림 관련 법상 산불 현장 통합지휘본부장 역할이 있다”며 “과연 어떤 역할을 먼저 수행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배 전 기조관은 현장지휘체계의 특성과 지휘관에게 필요한 전문성이 고려되고 있지 않은 점도 한계로 꼽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현장지휘권 확립을 위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단일 지휘체계의 확립이다. 또 체계적인 현장지휘를 위해선 상황평가와 적용, 전략 설정, 대응활동 계획 수립ㆍ수정, 자원 동원ㆍ관리, 현장지휘소 설치, 대원 안전관리 등 다양한 절차(SOP)에 대한 반복적인 교육ㆍ훈련과 현장 경험을 통한 숙달이 필요하다. 즉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배 전 기조관은 “흡사 전쟁과 같은 산불 현장에서 서로 다른 기관 간 지휘권 이양과 행정 총괄 책임자의 현장지휘가 적절하거나 당연하다고 느끼는지 묻고 싶다”며 “긴급한 재난현장을 평상시의 일반 행정관리 유형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난 대응의 효율성과 전문성 확보 측면에서도 현 체계는 적절하지 않다는 게 배 전 기조관 진단이다. 그에 따르면 긴급한 재난 현장에서 이뤄지는 인명 구조ㆍ이송, 사고 확산과 2차 피해 방지, 자원 동원ㆍ조정 등 긴급구조활동은 재난 유형과 상관없이 거의 동일한 내용과 구조를 갖는다.

 

그는 “현장 대응엔 많은 인력과 장비가 필요하고 재난 유형에 따라 크게 다르지도 않은데 각 부처가 이를 별도로 확보ㆍ운영하는 건 예산 중복 투자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산불 진압 업무의 통합은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임도를 개설하거나 불이 난 산을 복구하기 위해 나무를 심는 산림기관의 기능까지 부정하는 게 결코 아니다. 새로운 재난관리체계를 만들자는 것도 아니다”라며 “재난관리와 행정관리의 기본에 충실함으로써 산불 대응을 체계화ㆍ효율화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산불재난긴급대응특별위원회가 주최하고 재난재해대책특별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엔 더불어민주당 김병주ㆍ임미애ㆍ한병도ㆍ신정훈, 조국혁신당 차규근 국회의원을 비롯해 산불 피해 주민과 관련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문현철 한국재난학회 부회장(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이 좌장으로 나선 토론회에선 김병식 국립강원대학교 방재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배덕곤 전 소방청 기조관을 비롯해 ▲정재학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잠재재난위험분석센터장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재난ㆍ환경연구부장 ▲이강오 경북대학교 초빙연구교수 ▲유종석 한국산림휴양복지협회 자문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김태윤 기자 tyry9798@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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