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순신 장군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삶과 전투를 배경으로 한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며 그의 전략과 리더십이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난중일기 속 명언인 ‘지기지피(知己知彼) 백전백승(百戰百勝)’, 즉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긴다’는 명언은 시대를 넘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강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임진왜란 23전 23승,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나라를 지켜낸 이순신 장군의 전투들은 끊임없이 발생하는 ‘화재’라는 위기 상황에 대입해 볼 수 있다. ‘지기지피’는 곧 화재를 예방하고자 우리 스스로부터가 어떻게 준비돼 있는지 먼저 살펴보고, 그런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어떤 위험으로 크게 다가올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이순신 장군처럼 ‘백전백승’의 화재예방 전략을 실현할 수 있을까?
옥포해전에서 배우는 화재예방 - 사전 위험요소 파악과 철저한 계획
옥포해전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첫 승리를 거둔 전투로 조선 수군에게 있어 전환점이 된 전투였다. 이 전투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조선군이 자신들의 강점과 적의 약점을 정확히 분석했다는 사실이다. 왜군의 주 무기였던 조총은 사정거리가 짧고 바다 위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반면 조선 수군은 유효 사거리가 더 긴 함포(화포)를 중심으로 한 일자(一)진 포격전 전술을 선택, 해상에서의 전투 양상을 주도할 수 있었다. 이처럼 전투 준비 단계에서부터 조선군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전술을 그에 맞게 설계했다. 이는 단순한 전력 차가 아니라 ‘지기지피’의 철저한 실천에서 비롯된 전략적 승리였다.
화재예방도 동일하다. 위험요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사전 계획과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게 핵심이다. 건물의 구조, 시설의 특성, 인원 분포 등을 분석해 사전에 맞춤형 소방계획을 수립하는 것이야말로 옥포해전의 교훈을 현대에 적용하는 길이다.
한산도대첩의 ‘학익진’에서 배우는 소방교육과 훈련의 중요성
이순신 장군의 대표 승전인 한산도 대첩은 ‘학익진’ 전술을 통해 왜군을 완벽히 제압한 전투였다. 이는 단순한 진형 구성이 아니라 병력 간의 유기적 협력, 지휘체계, 그리고 반복된 훈련이 이뤄낸 전략적 승리였다.
오늘날 화재 대응도 같다. 실제 화재 상황에서는 각자의 역할 분담과 신속한 행동, 통제 중심의 대응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정기적이고 실전 같은 소방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적을 유도하듯 피난경로 숙지는 필수이며 진형처럼 움직이는 팀워크와 역할분담 훈련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지휘와 통제, 비상연락체계 점검도 사전에 필수적인 사항이다. ‘학익진’의 핵심은 반복 훈련을 통한 조직적 대응이다. 화재도 결국 전투이며 이기는 화재 대응은 준비된 자만의 몫이다. 따라서 소방안전관리자가 주도하는 교육과 체계적인 소방훈련 등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거북선에서 배우는 방어 설비의 역할 – 방화문과 피난계단의 철저한 관리
거북선은 철갑으로 보호된 갑판과 내부 구조를 통해 왜군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했다. 이는 현대의 방화문, 방화셔터, 피난계단 등과 같은 시설을 떠올리게 한다. 초기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해 이러한 시설이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유지ㆍ관리하는 건 생명을 지키는 방패와도 같다. 최근에 발생한 성공적인 화재 대피 사례들의 공통점은 모두 방화문, 피난계단등의 유지관리가 매우 잘 돼있어 초기 피난이 가능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화재를 초기 진압하는 것 이상으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환경의 유지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명량해전에서 배우는 자위소방대의 중요성
명량해전은 13척의 조선 수군이 333척의 왜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기적의 전투였다. 이순신 장군의 용기와 전략도 위대했지만 또 하나의 힘은 전투에 참여한 전체가 한마음으로 위기를 이겨낸 연대와 협력이었다. 대표적 예가 강강술래다. 이순신 장군의 명에 따라 적의 눈을 속이기 위해 여인들이 둥글게 모여 강강술래를 하며 군세를 크게 보이게 했다. 어디 이뿐이랴? 휘하 전 장수와 이름 없는 백성들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저마다의 전투에 죽기로 임했다. 이처럼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했기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교훈은 오늘날 화재 대응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화재 초기 몇 분의 대응이 전체 피해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핵심은 초기 화재 발견자의 소화기, 옥내소화전 등 작동이나 스프링클러, 자동화재탐지설비 등 소방설비가 제때 신속하게 작동되는 것이다. 자위소방대의 조직적 협력, 즉 각자의 위치에서 침착하게 행동하는 참여도 필수적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명량해전의 승리는 혼자가 아닌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것처럼 화재 또한 함께 대응해야만 안전을 지킬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의 충정은 오직 나라와 백성의 안녕을 위한 것이었다. 그 정신은 오늘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의 사명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한국소방안전원 역시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대한민국의 압도적인 화재예방을 위한 교육과 훈련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그 노력에 거는 기대는 앞으로도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한국소방안전원 인천지부 교수 장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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