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냄새로 촉발된 공기호흡기 논란 일단락… KFAC 인증제도는 '흔들'이상 냄새 여부 실증으로 확인한 소방청 ‘문제없다’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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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1월 27일 중앙소방학교에서 공기호흡기에 대한 실증이 진행됐다. © FPN |
[FPN 신희섭 기자] = 냄새로 촉발된 공기호흡기 논란이 국립소방연구원의 실증과 중앙소방기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며 “문제없다”는 결론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현장 대원과 업계의 반발은 오히려 확산하는 분위기다.
공기호흡기 ‘냄새 문제’는 지난 9월 16일 광주소방학교에서 처음 불거졌다. 신임 소방사반 교육과정에서 공기호흡기를 사용하던 교육생이 메스꺼움을 호소하며 병원 진료를 받으면서부터다.
이후 전북과 전남 등 다른 지역에서도 냄새 문제는 잇따라 확인됐다. 모두 비슷한 시기에 동일 제조사가 납품한 제품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전국으로 번졌다.
소방청에 따르면 문제가 제기된 공기호흡기는 K 사 제품으로 새로운 형태의 용기(타입 4)가 장착돼 있다. 기존 제품의 경우 용기가 금속라이너(타입 3)로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플라스틱(PET)라이너로 만들어지는 게 큰 차이점이다.
문제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시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인되자 소방청은 지난 9월 19일 시도 소방본부에 K 사 제품에 대한 ‘사용 중지 및 조치계획’ 공문을 시달하고 해당 공기호흡기의 용기를 전량 교체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한 이 같은 조치는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낳았다. 플라스틱라이너 용기 대신 금속라이너 용기로 교체되면서 KFAC(소방장비인증)에서 규정한 무게 기준을 초과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더욱이 재질이 다른 용기를 장착해도 인증 적합성이 유지될지를 두고 현장 대원과 업계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소방청의 명확한 판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논란이 KFAC 인증 체계 전반으로 확산하자 소방청은 실증을 통해 무게와 냄새 문제의 진위를 가리고 중앙기술심의위원회를 통해 용기 교체에 따른 인증 적합성 문제를 결론짓겠다고 밝히며 검증에 들어갔다.
30여 명 현장 대원 참관… 실증 나선 소방청
![]() ▲ 냄새 이상 여부 기록지 © FPN |
소방청이 예고했던 공기호흡기 실증은 지난달 27일 중앙소방학교에서 진행됐다. 시도 소방본부 소속 현장 대원 31명을 비롯해 실증을 주관한 국립소방연구원, 소방청, 한국소방산업기술원, 한국가스안전공사, 소방공무원 노조 관계자 등 총 50여 명이 실증 과정의 공정성과 결과 확인을 위해 참석했다.
K 사는 현재 두 가지 모델(AㆍB형)에 대한 KFAC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A형은 플라스틱라이너 용기만, B형은 금속라이너와 플라스틱라이너 용기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인증을 받았다.
이날 무게에 대한 실험은 K 사 A형 제품에 금속라이너 용기를 장착했을 때 KFAC에서 규정한 무게 기준에 적합한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냄새 문제를 확인하는 절차에는 현재 소방에 공기호흡기를 공급하고 있는 3개 제조사 제품이 모두 시료로 쓰였다. 2개 사 제품은 신품 금속라이너 용기, K 사 시료는 냄새 문제가 확인된 광주와 전북, 전남 제품이 투입됐다.
실증서 무게 재보니… 총중량 기준보다 30g 초과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사용하는 공기호흡기는 45분용이다. KFAC에 규정된 무게 기준을 충족하려면 전방표시장치를 포함한 면체와 등지게, 용기를 다 합친 무게가 9㎏을 넘어선 안 된다.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무게 측정과 기록은 공기호흡기의 KFAC 전문검사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담당했다.
이날 무게 측정은 두 번에 걸쳐 진행됐다. 먼저 공기호흡기 부속품을 모두 분리해 개별 무게를 확인하고 다음으로 부속품 모두를 저울에 올려 무게를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시료로는 K 사 A형 모델의 용기를 금속라이너 용기로 교체한 제품이 사용됐다. 측정 결과는 두 차례 모두
으로 KFAC에서 요구하는 무게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개 제조사 시료 중 K 사 제품서 냄새 확인
냄새 여부를 확인하는 관능검사에는 KFAC 인증을 받은 3개 제조사의 제품이 모두 시료로 사용됐다. 2개 사는 각 1개씩, K 사 제품의 경우 AㆍB형 모델이 1개씩 총 4개가 투입됐다. K 사의 A형은 최초 광주와 전북, 전남에 납품됐던 것과 같이 플라스틱라이너 용기가 장착됐다. B형에는 금속알루미늄 용기를 달았다.
관능검사에는 실증에 참석한 31명의 현장 대원 중 6명이 자원해 평가단으로 참여했다. 3개 제조사의 공기호흡기는 모두 중앙소방학교에서 보유한 장비를 이용해 공기를 충전했다.
실험은 블라인드 상태에서 진행됐다. 실험에 직접 참여한 6명의 현장 대원이 각각 4개의 공기호흡기를 장착해 냄새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들은 자신이 착용한 면체가 어떤 공기호흡기와 연결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실험에 임했다.
이들은 차례로 각각의 면체와 연결된 공기호흡기로 호흡한 뒤 검사지에 냄새 유무와 종류, 정도 등을 기록했다. 각 제품 테스트 전후에는 3분간 후각을 회복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검사 결과 6명의 평가단 중 2명이 ‘이상한 냄새(먼지ㆍ고무 냄새)를 1~3초간 느꼈다’고 답했다. 확인 결과 이들이 지목한 공기호흡기는 모두 플라스틱라이너 용기를 장착한 K 사 제품이었다.
국립소방연구원은 관능검사가 종료된 이후 2명의 현장 대원이 ‘이상한 냄새’를 감지한 K 사 공기호흡기의 플라스틱라이너 용기를 밀봉했다. 전문 검사기관인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 의뢰해 용기 내 VOCS, 알데하이드류 등 냄새를 유발할 수 있는 유기물질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용기 교체 문제없다”… 사용자 영역에서 결정할 사항
소방청은 실증 결과를 토대로 지난 16일 중앙소방기술심의위원회를 소집하고 공기호흡기 용기 교체에 따른 인증 적합성 여부를 심의했다.
이날 위원회는 플라스틱라이너 용기로만 인증을 받았더라도 사용자와 제조사 간 합의가 이뤄졌다면 금속라이너 용기로의 교체는 절차상 문제 될 게 없다고 결론지었다.
소방청에 따르면 위원회는 “공기호흡기는 구성품 간 호환 여부를 소방청 훈령인 ‘소방장비 관리업무 처리기준’으로 규정하고 있고 ‘국가계약법’에서도 동등 성능 이상의 제품으로 대체 납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훈령에 따라 동일 제조사 제품 내에서 교체가 이뤄졌고 사용자 역시 이를 수용했다”고 판단했다.
![]() ▲ 국립소방연구원은 관능검사가 종료된 이후 2명의 현장 대원이 ‘이상한 냄새’를 감지한 공기호흡기를 밀봉해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 FPN |
논란의 발단이 된 냄새 문제에 대해서도 “실증 과정에서 냄새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전문 검사기관에 성분 분석까지 의뢰했지만 냄새를 유발할 만한 특정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며 “실증 과정에서 2명의 현장 대원이 냄새를 확인한 사실은 있지만 그 정도가 미미해 이들 역시 종합평가에서는 모두 정상(무취)으로 표시했다”고 밝혔다.
실증에서 확인된 무게 문제 역시 인증 적합성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위원회는 “공기호흡기의 KFAC 인증은 면체와 등지게, 용기 등 세트 단위로 절차가 진행되지만 실제 시도 소방본부에서는 구성품을 별도로 구매해 사용하기도 한다”며 “별도로 구매한 구성품을 이미 현장에서는 호환해 사용하고 있고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던 사례는 없다”고 전했다.
![]() ▲ 실증 당일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관계자가 공기호흡기 무게 측정하고 그 결과를 기록했다. © FPN |
또 “이번 논란은 인증 과정에서 불거진 게 아니라 인증받은 제품을 현장에서 사용 중에 발생했다”며 “이로 인한 용기 교체는 인증 영역이 아닌 ‘소방장비 관리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사용자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사용자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식지 않는 논란… “선례로 인증제도 무력화” 우려
실증을 통해 무게 기준 초과가 확인됐음에도 이를 허용하겠다는 소방청의 결정에 현장 대원과 상대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판단이 선례로 남으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기호흡기 업계의 A 씨는 “구성품 간 호환은 어디까지나 인증 범위 내에서만 허용돼야 한다”며 “이번 판단이 선례가 되면 동일 제조사가 여러 인증을 획득한 뒤 유리한 구성품만 조합해 소방과 협의한 후 이를 분할 납품하더라도 제재할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업계의 B 씨도 “사용자와의 합의를 명분으로 인증 기준을 벗어난 구성품 교체까지 허용한다면 인증 당시와는 전혀 다른 제품이 현장에서 사용되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며 “이는 인증 절차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우려했다.
업계 C 씨는 “공기호흡기뿐만 아니라 다른 장비 인증 시에도 중량이 1g이라도 초과하면 불합격 사유가 된다”며 “기준 범위를 벗어났다는 사실이 실증을 통해 확인됐음에도 이를 허용한 이번 결정은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현장 대원은 “냄새 문제는 특정 지역에서만 발생한 게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제기됐다”며 “실증에서도 미미하지만 냄새 여부가 확인됐다. 소방청은 문제가 없다고 하나 현장에서 직접 장비를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불안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현장 대원들 사이에선 이번 공기호흡기 논란이 특정 제품의 인증 적합성 논란을 넘어 KFAC 인증제도 자체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KFAC 인증은 최초 인증 후 2년이 지나면 재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증번호가 변경된다. 동일 장비라 하더라도 2년이 지나면 새 인증번호를 무조건 부여받는 구조다.
또 다른 현장 대원은 “공기호흡기의 경우 구성품 별로 내구연한이 면체는 3년, 등지게ㆍ용기는 10년 등 제각각 설정돼 있다”며 “면체의 경우 등지게와 용기를 폐기하기 전까지 세 차례 걸쳐 교체가 이뤄지는데 교체 시기가 도래하면 새 인증번호를 부여받은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결국 최초 인증의 연속성 유지는 불가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을 ‘사용자 영역’으로 판단한 소방청 결정을 두고도 우려가 제기된다. 사용자와 제조사 간 합의에 따라 용기 교체가 이뤄진 만큼 그에 따른 결과와 책임까지 사용자가 져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방청 관계자는 “업계와 현장의 분위기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인증 기준과 공기호흡기 관리 매뉴얼 전반을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제도 보완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