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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HFC계 소화가스 물질전환 공고에 논란 확산하는데… 소방행정은 ‘실종’

유지보수 고려 없는 공고에 혼란 커지자, 환경ㆍ산업부 “유지보수용 적용 제외”
‘소방 완공일’ 시점 규제 적용 방침에 우려 제기… 환경부 “실효성 위한 판단”
소방시설 검인증ㆍ인허가 맡아야 할 소방청은 회의조차 불참, ‘무관심’ 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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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5/12/26 [15:44]

[집중취재] HFC계 소화가스 물질전환 공고에 논란 확산하는데… 소방행정은 ‘실종’

유지보수 고려 없는 공고에 혼란 커지자, 환경ㆍ산업부 “유지보수용 적용 제외”
‘소방 완공일’ 시점 규제 적용 방침에 우려 제기… 환경부 “실효성 위한 판단”
소방시설 검인증ㆍ인허가 맡아야 할 소방청은 회의조차 불참, ‘무관심’ 도 넘어

최영 기자 | 입력 : 2025/12/26 [15:44]

▲ HFC계 가스소화설비가 설치돼 있다.     ©FPN

 

[FPN 최영 기자] = 정부가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높은 수소불화탄소 사용 물질의 단계적 전환 일정을 공고하면서 HFC계 소화약제 전환 시기가 공식화됐다. 

 

그러나 공고 내용을 두고 소방시설 설계와 제조, 수요자 등 전반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HFC계 소화설비를 설치한 대상물의 유지보수 필요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데다 전환 정책의 적용 시점과 방법 역시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고 주체인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환경부)와 산업통상부(이하 산업부)는 내년 법 개정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보완해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소화가스 등 소방시설의 검인증과 인허가를 관장해야 할 소방청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어 논란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이달 초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부가 공고한 '수소불화탄소 사용 제품의 물질 전환 일정 공고  © FPN

 

기존 시설물 어쩌나… 유지보수 고려 없는 공고

환경부와 산업부는 이달 1일 ‘수소불화탄소(HFCs) 사용 제품의 물질 전환 일정을 공고했다. 이 공고에선 지구온난화지수가 높은 물질을 큰 틀에서 ’냉매‘와 ’소화약제‘로 분류하고 오는 2027년부터 최대 2032년까지의 물질별 전환 시기를 제시한다.

 

▲ 정부가 공고한 물질 전환 일정에 따른 소화약제 구분과 전환 시기 내용  © FPN


공고문에 따르면 소화약제로 쓰이는 HFCs 물질을 ▲소화기구 ▲소화설비 등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약제별 온난화지수에 따른 전환 시기를 정했다. GWP가 150 이상인 소화기구용 약제는 2028년 1월 1일, 소화설비용 약제는 GWP 4000 이상이면 2028년 1월 1일, 150 이상은 2030년 1월 1일부터 전환을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이 시점 이후부터 쓰이는 우리나라 소화가스는 다른 대체 물질이 나오지 않는 한 FK-5-1-12 또는 IG(질소)계열 소화약제만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이 공고에는 소화약제 용도 제품군은 소방용품의 ‘제품검사 접수일’을 기준으로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대로라면 HFC-236fa(GWP 6300) 약제 사용 소화기는 2028년부터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을 통한 제품검사가 중단되고 소화설비용 중 GWP가 4000을 넘는 HFC-23(GWP 1만1700)은 2028년 1월 1일부터, GWP 150을 넘는 HFC-227ea(GWP 2900)와 HFC-125(GWP 2800)는 2030년부터 제품검사를 받을 수 없다.

 

문제는 새롭게 지어지는 건축물 외 기존 설치된 소화설비의 유지보수가 공고문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화재 시 물이 아닌 가스를 사용해 불을 끄는 가스소화설비는 화재가 발생하거나 관리하는 과정에서 방출 또는 오방출로 인해 소화약제를 보충해야 하는 일이 잦다. 만약 기존에 설치된 소화설비의 소화약제 보수까지 제한하면 설비 배관 등을 전면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 공고문에는 전환 시기의 적용 기준을 형식승인 대상 소방용품의 제품검사 접수일을 기준으로 잡고 있다. 이 내용에 따른 소방용품 형식승인 품의 제품검사가 제한될 경우 유지보수용 소화약제일지라도 모두 검사를 받을 수 없게 된다.  © FPN

 

규제 대상 약제가 이미 적용된 건축물의 한 시설안전 담당자는 “HFC계열 소화약제가 오방출이라도 된다면 전체 설비를 교체해야 해 수천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이건 단계적 물질전환이 아니라 전면적인 전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과거 2010년 오존층 보호를 위한 몬트리올의정서에 의해 생산이 금지된 1세대 소화가스인 ‘할론’ 소화약제의 경우 일정한 회수와 재활용 체계를 통해 15년이 지난 지금도 비축ㆍ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과 대조적이다.

 

가스소화설비를 공급하는 업계에서도 이 같은 공고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개최한 회의에서도 유지관리를 위한 HFC계열 소화약제 공급까지 막는 건 문제가 있어 이를 제재하지는 않는 방향으로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그런데 이번에 나온 공고문에는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그간 관련 업계와 유지보수용은 제외하기로 긴밀하게 논의해 왔었다”며 “실제 의무화를 하는 법령 개정 과정에선 유지보수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명확히 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고는 물질전환에 따른 사전 준비를 위해 일정을 미리 안내하는 게 목적이다”면서 “당장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의무사항은 아니고 의무화를 위한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고 내년에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소방 완공일’ 전환 적용 기준도 논란

공고에 담긴 전환 시기 적용 기준도 논란에 휩싸였다. 공고문에선 물질전환 대상이 되는 가스소화약제를 신축 건물 등 착공신고 대상에 적용할 때 ‘완공검사 신청서의 완공일’을 기준으로 삼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연하면 물질전환 시기 이전 소방의 건축 허가동의를 받아 이미 설계와 시공이 이뤄진 시설일지라도 소방완공 시기가 소화가스별 전환 시기를 넘겼을 땐 규제 물질이 아닌 다른 가스로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경우 건축 구조물과 소화가스 배관 등 모든 시설을 전면 교체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 공고문에는 물질 전환 시기 적용 기준으로 '소방시설공사 완공검사 신청서의 완공일'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 FPN


소방 설계ㆍ감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방시설의 기준 개정 시 적용 시기는 건축물 소방시설의 최초 설계 시기인 건축물의 소방 허가동의 시점”이라며 “감축 일정 이전 설계 허가를 받은 대상물이 장기간의 건축 과정을 거쳐 완공됨에도 최종 완공 시기에 맞춰 물질전환 시기를 적용하는 건 현실을 모르는 행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스소화설비는 약제별 저장 용기실이 필요하고 배관 경로에 따라 손실이 달라지기 때문에 허가 때 적용된 설비가 완공 시점에서 전환 물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교체해야 한다면 허가 행정의 일관성이 깨질 수 있다”며 “건축물의 소방 허가동의 시점이나 착공신고 시점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공고 기관인 환경부는 완공일을 기준으로 정한 건 물질전환 시기에 맞춰 적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며 완강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환경부 측 관계자는 “건축허가만 받아놓고 언제 설치할지를 모르면 얼마든지 지연될 수 있어 규제 일정을 최대한 준수하기 위해 소방시설의 완공일을 기준으로 설정한 것”이라며 “제품이 최종 생산ㆍ설치되는 일정을 설정할 수 있는 날로 판단했고 규제도 가장 명확하게 이뤄질 수 있는 시기로 봤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HFC계 소화가스의 물질전환 시기 준수를 위해 완공 시점 적용은 불가피하다는 게 환경부와 산업부 입장이다. 하지만 소방법령 체계상 준용하는 건축 허가동의 시점 방식과 어긋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시각이 교차하면서 소방청의 정책적 판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고 내용 알지도 못하는 소방청… 회의조차 참석 안 했다


환경부와 산업부의 HFC계 소화가스 물질전환 공고 이후 불거진 논란에도 소방용품의 검인증과 인허가 행정을 담당하는 소방청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부분의 회의와 올해 열린 최종 협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확인됐다. 시행 방법 등 공고 내용을 두고 나타나는 논란의 원인이 소방청의 미온적 행정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측 관계자에게 논란을 낳는 공고 내용에 대해 소방청과 협의를 했는지 묻자 “전반적으로 관련 전문가와 소화가스 기업 등이 함께 2024년부터 많은 협의를 진행해 왔다”면서도 “올해 최종 합의를 할 때도 소방청과 전문기관에 참여를 요청했는데 일정이 있다며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HFC계 소화가스의 물질전환 정책에 따른 유지보수 대책과 적용 방식 등을 두고 논란이 나타나고 있는 지금도 소방청은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이다. 더욱이 소방청 내 관련 업무의 담당 부서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소방용품 검인증 업무를 담당하는 소방청 소방산업과 관계자는 “올해 최종 합의 회의 때는 참석을 못 했지만 과거 회의에는 전임자들이 몇 번 참석했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소방산업과가 협의를 한 건 없고 화재안전기준계(소방분석제도과) 같은 부서에서 협의가 있었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허가 절차에 관한 법령을 담당하는 소방분석제도과의 관계자는 “과거 소방산업과에서 회의에 한 번 참석해달라고 해 참석한 적은 있지만 현재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건 아니다”고 했다. 

 

공고 내용 중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에 대해 설명하자 “소방용품의 제품검사 방식은 소방산업과, 허가 부분은 소방분석제도과가 맡아야 할 업무로 보이지만 실제 환경부나 산업부와 협의를 진행한 건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환경 규제 정책에 따라 2028년부터 사용이 제한되는 소화가스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약제들이다. 2024년을 기준으로 HFC-23, HFC-125, HFC-227ea 등 규제 대상이 되는 세 가지 약제를 모두 합치면 전체 소화가스 사용량의 65%를 넘어선다. 그만큼 국내 소화가스 설비의 대폭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제에 맞물려 행정을 추진해야 할 소방청은 그간 부처 협의에도 적극 나서지 않았다. 또 공고에 따른 후속 조치도 검토하지 않고 공고문의 상세 내용조차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인지했다. 

 

건축물의 화재안전을 위해 적용되는 가스소화설비의 규제 과정에서 나타나는 혼란을 방지하려면 지금이라도 환경부 등과의 협의에 나서 정책적 판단을 내리고 추후 관련 행정의 추진 방향 또한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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