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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집중취재] 삼성전자 이산화탄소 방출사고는 소방시설 관리 부실이 부른 ‘人災’

세계적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 소방시설 관리 수준은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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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14/04/02 [11:15]

[단독-집중취재] 삼성전자 이산화탄소 방출사고는 소방시설 관리 부실이 부른 ‘人災’

세계적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 소방시설 관리 수준은 “바닥”

최영 기자 | 입력 : 2014/04/02 [11:15]
- “화재 오인해 작동했다” 삼성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달라
- 화재감지하기도 전에 방출돼 버린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 누가봐도 심각한 제어반 부식 상태 “오방출 원인 유력”
- 제어반 뚜껑조차 안열어 본 부실한 소방시설 관리 실태
- 겉치레식 종합정밀점검, 앞 뒤 안 맞는 보고서 내용들…
- 잇따르는 사고 … 재발 방지 위한 내실있는 점검 시급


▲  오방출 사고를 일으킨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지하 1층 변전실의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 소방방재신문
본지(FPN) 취재결과 최근 발생한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오방출 사고는 삼성전자의 부실한 소방시설 관리 실태가 부른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7일 오전 5시 9분경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지하 변전실에 구축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전량 방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에서 당직 근무를 하던 협력업체 직원 김모씨(52)가 숨지면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기관은 김씨의 사망 원인을 소화설비가 내뿜은 이산화탄소에 질식사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고 직후 삼성전자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지하에서 소화설비가 화재발생으로 오인하면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불의의 사고로 생명을 잃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재결과 사고 당시 소화설비는 애초부터 화재발생으로 오인감지하지 않았고 삼성전자는 고위험 소방시설인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를 운용하면서도 이를 허술하게 관리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산화탄소 오방출된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 이산화탄소 방출사고가 발생한 생산기술연구소     © 소방방재신문
수원시 영통구 삼성로에 위치한 삼성전자 수원 생산기술연구소는 지상 3층, 지하 1층 등 총 26,316제곱미터에 이르는 철근콘크리트조 건물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하 1층 기계실의 경우 총 1,697제곱미터 규모로 이뤄져 있으며 내부에는 264제곱미터 크기의 변전실이 들어서 있다.
▲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방출사고가 발생한 지하 변전실의 모습과 지하 변전실의 평면도     © 소방방재신문
이 변전실은 화재발생 시 45kg짜리 이산화탄소 소화약제 50병이 변전실 내 10개의 하향식 헤드를 통해 방출되는 방식으로 소화설비를 갖추고 있다. 화재감지 시설로는 교차회로 방식(두 개의 감지기가 작동해야 화재로 인식하는 방식)의 연기와 열감지기를 적용했다.

이산화탄소 방출 사고 “화재 오인 아니었다”

사고 직후 삼성전자는 대외적으로 “소화설비가 화재발생으로 오인하면서 소화용 이산화탄소를 방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취재결과 삼성전자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사실과 전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화재감지기는 이산화탄소가 방출된 이후 한참이 지나서야 작동했다. 화재 오인으로 인한 소화설비 작동이 아니라 미상의 원인으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부터 동작했던 것이다.

해당 시설의 자동화재탐지설비(R형) 작동 신호 이력을 보면 최초 소화약제가 방출된 시점은 5시 9분. 이 신호 이후에도 5시 21분까지 4차례의 이산화탄소 방출신호가 수신기에 추가적으로 전달된다. 이후 5시 40분경 화재감지기 B, A(연기, 열)에 신호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화재감지가 이뤄지기 31분 전에 이미 소화약제는 방출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결국 이산화탄소 방출 사고는 ‘화재 오인’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화재 감지기의 오동작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방출사고가 아니라면 어떻게 소화설비가 오작동을 일으킨 것일까.

가스소화설비의 특성상 화재감지 외에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를 현장에서 방출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소화약제 수동조작함을 누르거나 기동용기 솔레노이드 밸브를 수동으로 작동하는 방법, 그리고 소화약제 저장실에서 용기의 수동밸브를 작동시키는 방법이다.

하지만 소화약제 수동조작함을 작동시키려면 표면의 플라스틱 보호판을 깨트려야만 하는데 현장의 수동 조작함에는 작동 흔적이 없고 솔레노이드 밸브도 안전핀이 뽑히지 않은 상태였다.
▲ ▲ 방출사고 직후 현장의 가스소화설비 수동조작함과 소화약제 용기밸브의 수동 기동장치, 솔레노이드 밸브 안전핀의 모습 © 소방방재신문  
소화약제 저장실의 용기밸브 수동 기동장치 역시 안전핀이 빠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수동으로 소화설비가 작동했을 가능성은 없는 상황이다.

제어반 내부 회로 심각한 부식, 오방출 원인 ‘유력’

취재과정에서 확인된 사고 현장의 소화설비 제어반의 상태를 볼 때 이번 이산화탄소 방출 사고는 제어반의 신호 오류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화재 발생을 오인한 감지기의 작동 이력이 없고 수동 작동 흔적 또한 없다는 사실은 이러한 제어반의 오류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사고가 발생한 삼성전자 기술연구소 지하 변전실은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에 P형 수신기를 제어반으로 사용한다. 이 제어반은 화재 신호를 감지기로부터 전달받아 소화설비(이산화탄소)를 동작할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내고 중앙 방재실에도 정보를 전달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문제는 이 제어반(수신기)의 관리 상태였다. 겉으로 보이는 외함은 멀쩡했지만 제어반의 내부는 총 네 개로 이뤄진 모든 PCB기판의 일부분들이 모두 부식될 만큼 심각하게 손상돼 있었다. 누구나 육안으로 보더라도 이상상태를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다.
▲ 오방출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제어반(수신기)의 모습. 비전문가가 보더라도 심각하게 부식된 상태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 소방방재신문
이처럼 소방시설의 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제어반이 부식 등의 손상이 있을 경우 이상 신호를 보낼 우려가 크고 결국에는 설비 자체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화재수신기 전문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 상태를 볼 때 누수로 인한 부식이 아주 오랜 기간 방치된 것 같다”며 “이 정도라면 수신기에 이전부터 이상 신호가 들어 왔을텐데 내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결로에 의한 물 흐름인 것 같고 오랜 시간이 지나야만 물이 흘러 이 정도의 부식이 생긴다. 이 상태면 최소한 몇 년은 된 것 같다”고 분석했고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십년간 수신기를 제조해왔지만 이런 상태로 부식된 것은 처음 볼 정도로 심각하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 심각하게 부식된 이산화탄소소화설비 제어반의 회로 기판     © 소방방재신문
제어반이 제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부식된 채 장시간 방치되어 왔다는 것으로 주기적으로 실시되는 소방시설 점검에서조차 이상여부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더욱이 이산화탄소 오방출의 이유로 추정되는 제어반의 점검 과정에서 수신기의 뚜껑조차 열어보지 않을 만큼 부실한 관리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삼성전자의 안일한 소방시설관리 행태가 이번 사고를 불러왔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소방서에 제출된 이상한 종합정밀점검 보고서

삼성전자의 부실한 소방시설 관리 실태는 자체점검 결과보고에서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고 발생 건물은 지난해 3월 11일 민간 전문업체(소방시설관리업체)로부터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을 받고 같은 해 9월 2일에는 작동기능점검을 실시해 이 모두 불량사항이 없는 것으로 관할 소방서에 보고됐다.

하지만 이 점검 보고서에 기재된 사고 발생 방호구역의 면적 정보는 실제 건축물 이력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었고 소화약제량의 계산 내역도 엉터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 소방서에 보고된 종합정밀점검보고서 중 이산화탄소소화설비에 대한 방호구역상세서     © 소방방재신문
종합정밀점검보고서 이산화탄소소화설비 점검표에는 사고가 발생한 변전실 규모를 247.5제곱미터로 표기하고 있으나 소방관서와 삼성전자 측에서 기록 및 발표한 변전실 규모는 264제곱미터로 보고서 기재 정보와 다르다.

여기에 방호구역에 대한 체적 계산 내역도 앞뒤가 맞지 않다. 점검보고서에는 해당 변전실의 방호구역 높이를 4.3미터. 면적은 247.5제곱미터로 표기하고 있으며 설비 소화약제량 산출계수를 1.3(체적당 약제량/kg)으로 산정하고 있다.

실제 소화설비가 이 정보대로 적용됐다면 총 1,383kg(방호체적X소화약제 산출 계수)의 약제량이 산정돼 45kg짜리 이산화탄소 소화약제는 총 31병이 적용됐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방출소화약제량을 2,250kg으로 기재하고 있고 소화약제 용기도 50병으로 표시하는 등 실제 현장에 적용된 소화약제량 및 용기수와 동일하게 수치를 적시하고 있다.

간추려 말하면 총 소화약제량과 용기수는 현장과 맞춰 표시해 놓으면서도 면적과 체적, 소화약제 산출계수 등은 엉터리로 기재해 놓은 셈이다.

여기에 소방관서에 제출된 종합정밀점검 보고서의 표지 또한 2012년으로 기재하는 등 매년 관련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종합정밀점검 보고서의 극히 일부분조차 신뢰할 수 없을 정도여서 ‘과연 정상적인 점검이 이뤄졌는가’라는 의문을 남긴다.

고위험 이산탄소소화설비, 피해 키운 이유는

가스를 사용하는 소화설비는 방호공간(변전실 등)에 소화약제를 방출시켜 화재를 진압한다. 불연성가스를 적용하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경우엔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최소 34% 이상 혼입시켜 산소농도를 15% 이하로 떨어뜨린다.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 농도가 10% 이상이면 사람이 1분 이내 의식을 상실하고 시력장애가 오며 20%일 때에는 중추신경 마비가 나타나 단시간 내 사망하게 된다. 이를 감안하면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방출된 공간일 경우 사람은 절대 생존할 수가 없다.

▲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오방출된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지하 1층내 변전실의 모습     © 소방방재신문
특히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삼성전자 변전실은 소화약제가 모두 방출될 경우 방호구역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60%에 육박하도록 설계된 곳이기 때문에 위험성은 더욱 더 컸다.

오방출 시에는 시설관리자가 즉각적으로 피난하는 것이 우선임에도 이번 사고에서 사망한 김모씨가 서둘러 피난하지 않고 지하층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도 소화설비의 이상 작동 시 즉시 피난하도록 하는 등의 안전교육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설사 사고 당시 이산화탄소의 방출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소화설비의 특성상 엄청난 굉음이 발생하는데 이 소리를 김모씨가 듣지 못했을 리 없고 소화설비 작동 시 나타나는 특성조차 모를 정도라면 사전 인식이 부족했다고 밖에는 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지하층에 위치한 변전실에 이산화탄소를 적용했음에도 별도의 배출설비가 없었다는 점도 큰 문제다. 관할 소방관서에 제출된 종합정밀점검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발생 변전실은 배출설비를 ‘자연배기’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 종합정밀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변전실은 이산화탄소화설비 방출 시 배출 조치를 '자연배기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 소방방재신문
배출설비는 화재 또는 오방출시 방호구역에 잔류한 이산화탄소를 안전한 장소로 빼내도록 하는 장치를 말하는데 가스소화설비의 오방출 시에는 최선의 대응책이 된다. 때문에 소화가스가 배출되기 어려운 지하층이나 무창층, 밀폐거실에는 반드시 적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변전소는 지하층임에도 창문이나 출입문을 개방해 자연배기를 할 수 있도록 구성되면서 공기보다 약 1.5배 무거워 유동성이 낮고 바닥에 가라앉는 이산화탄소의 특성상 효과적인 배출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방재연구소 윤명오 소장(교수)은 “인체에 치명적인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방출될 때에는 사전에 반드시 예령을 울려주고 즉시 피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화재는 물론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방출사고에 대비해 반드시 배출설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잇따르는 방출사고, 내실있는 점검 이뤄져야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인체에 안전한 청정소화약제에 비해 가격이 매우 저렴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가스계소화설비를 구축하는 수많은 건축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 2009년 소방방재청 국정감사 자료     © 소방방재신문
지난 2009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그 당시 5,100여 개소를 넘어섰고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시장 구조를 고려할 때 현재는 최소 6천여 곳이 넘을 곳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번 삼성전자 오방출 사고와 같은 유사사고가 수많은 설치 현장에서 언제든지 발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2001년에는 종로구 사간동에 위치한 금호미술관에서는 어린이가 설비 수동 조작함을 작동시키면서 소화약제가 미술관 내부로 분출됐고 이 사고로 1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고 5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 2003년 9월 2일에는 전남 영광군의 영원 보조건물 전기차단기실에서 이산화탄소가스가 방출되면서 시설물 관계자 4명이 가스 중독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으며 2008년 9월 13일에는 충남 논산 상월면 금강대학교 본관 지하 변압기실에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로 화재를 진압했지만 이곳에 접근하던 방재실 직원 2명이 질식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지기도 했다.

또한 2011년에는 9월 11일에는 인천 부평구 청천동에 위치한 한국 GM 엔진구동장 지하기계실에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작동돼 작업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는 등 유사사고는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화재 진압을 위해 설치되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인명피해를 막으려면 방출 시 관리자에게 피난 중요성을 인지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 위험요소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시설 구축과 함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철저한 소방시설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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