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내화충전재 성능시험 조작 의혹 ‘일파만파’- 시험에 사용된 배관 막음용 세라크울, 두께는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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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는 이번 시험에서 5cm 두께로 막아야 하는 배관 끝에 무려 30cm 가까운 세라크울이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건설연은 규정에서 말하는 5cm는 배관 막음 두께가 아닌 판형 세라크울의 공칭 두께라고 반박했다.
건설연은 “공칭 두께 5cm의 세라크울을 말아 17~18cm가량 배관을 막았다”며 “시험 시 플라스틱 배관 하부는 연소돼 소멸하기 때문에 막음 깊이는 시험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건설노조는 이번 시험에서 합격 판정을 받은 A사의 이전 시험성적서를 제시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참여했던 제조업체들도 평소 시험과 달리 세라크울이 더 많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규정상 오차범위를 벗어나면 시험 자체가 불가하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배관 막음 깊이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그전 시험들에서는 왜 5cm로 진행해왔으며 30cm 가깝다는 우리 측 주장에 굳이 17~18cm라고 해명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논란 2. A사 내화충전재, 정말 발포했나?
건설노조는 시험에 합격한 A사 제품이 제대로 발포된 것인지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시험이 끝난 후 일반적인 내화충전재의 발포 형태와는 다른 모습을 띠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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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관계자는 “하부 배관이 녹아 없어진 단면에서 A사 제품은 안쪽으로 말려 있는 형태였다”며 “이는 시험에 합격한 B사의 제품이 발포되면서 구멍을 비집고 나온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흰색의 이물질도 묻어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시험과정에서 나타난 A사 제품의 온도 변화 역시 석연치 않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했다. 관계자는 “시험에 합격한 B사 제품의 경우 102℃에서 발포된 후 온도가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다”며 “A사 제품 역시 자체 시험성적서를 보면 100~113℃에서 발포되면서 온도가 내려가는 형태를 보이지만 이번 시험에서는 172℃까지 계속해서 온도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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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는 또 “건설연 측이 내놓은 해명자료에 이런 의혹에 대한 해명은 빠져있다”며 “만약 석연찮은 온도 변화와 시험 후 단면의 모습이 정상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정확한 확인을 위해 100번이라도 재시험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논란 3. 탈락한 C사의 내화충전재도 A사 제품
이번 시험에서 64분 만에 불이 붙으며 탈락한 C사의 경우 A사가 제조한 내화충전재를 사용했다. 건설노조는 “같은 제품이 하나는 타고 하나는 타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건설연은 “내화충전구조는 충전재 외에도 다양한 부품으로 구성되는 복합 시스템”이라며 “동일한 충전재를 사용했더라도 업체별 전체 시스템의 내화성능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논란 4. 현장 수거 시험한다던 국토부, 모니터링 신뢰성 ‘흔들’
한편 시험 조작 논란의 여파는 국토부의 ‘건축안전 모니터링’ 사업에 대한 의구심으로까지 번졌다. 이번 시험에서 ‘건축안전 모니터링’ 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현장 채취’에 관한 논란도 불거졌기 때문이다.
건설노조는 지난달 18일 시험체 제작을 위한 미팅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가져온 재고품과 실제 시공제품의 내화충전재 두께가 다르고 성적서와 현장 시공제품의 슬리브 두께가 차이 나는 등 문제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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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관계자는 “A사의 경우 성적서에 제출된 슬리브 규격은 125㎜였지만 현장에서 채취한 것은 150㎜였다”며 “이 때문에 A사의 시험은 C사에서 수거한 제품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B사도 성적서 상에는 내화충전재 두께가 7㎜로 명시돼 있고 시공 역시 7㎜로 이뤄졌지만, 현장에서 가져온 재고품의 두께는 11㎜였다”며 “결국 현장에 시공된 적도 없는 11㎜ 제품으로 시험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현장 채취에 대한 신뢰성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건축 현장을 불시 점검하겠다던 ‘건축안전 모니터링’ 사업의 본래 취지도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건설연은 같은 내화충전재를 사용하더라도 전체 시스템에 따라 성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실제 현장에서 수거한 제품인지 여부와 시공 상태 또한 엄격히 따졌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재홍 기자 hong@fpn119.co.kr